죽을 생각으로 산 속에 들어간 나는…천사를 만났다.
태어날 때부터 눈이 보이지 않은 나는 부모님의 노력으로 지금까지 살아남고 눈이 보이지 않는 생활도 버텨내고 있었다.
하지만 두 분이 얼마 전 사고로 돌아가시고 그때부터 살아남으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무리였다…
죽을 생각으로 집을 나와 마을과 반대 방향으로 가는 길을 더듬어 찾아내고 산 속 깊은 곳까지 들어왔다.
평소 가는 다져진 길과 다르게 역시 산속은 굉장히 변칙적으로 나무와 돌 등 여러 곳에 부딪히면서 나아갔다
이대로 요괴에 잡아 먹히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계속 걸어가는데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마을에 갔을 때 들었던 악기 소리와 거기에 맞춰 노래하는 사람의 소리를 들어 봤을 때와 다르게 더 마음이 따뜻해지는소리…그리고 눈앞이 보이기 시작했다.
“ !!!! “
흐릿하지만 눈앞에 나무가, 땅과 돌들 그리고 하늘을 바라보니 수많은 작은 빛들이 있었다.
“ 눈이…앞이 보여…!!! ”
그러고 보니 소문으로 들은 적이 있다. 밤 참새 요괴의 노랫소리를 들은 인간은 잠깐 눈이보이지않게 되는 것을 하지만 나는 오히려 눈이 보이게 되었다.
노랫소리를 좀 더 가까이서 듣고 싶어진 나는 아직 흐릿한 눈을 의지해서 산속으로 더 들어가고 그 안쪽에 작은불빛들이 춤을 추는 장소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 불빛들이 춤추는 안쪽에는… 천사가 있었다.
가까이서 노래를 들어서인지 눈앞의 장면은 확실히 선명해졌고 처음으로 보게 된 가장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왼손을 가슴에 얹고 오른손은 하늘을 향해 쭉 뻗으며 눈을 감고 작은 입으로 노래를 부르며 날개를 조금씩 움직이는그녀의 모습은 불빛들의 빛을 받아 그 어떠한 것보다 아름다웠다.
내가 밟은 바스락거리는 풀의 소리에 눈치챘는지 노래를 부르는 걸 멈추고 나를 바라보며 물어왔다.
“어…인간? 어떻게 인간이 이런 곳까지?”
노려보는 그녀의 눈빛과 요괴라는 두려움에 움직이는 것도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이봐 내가 하는 말 못 들었어? 너는 어떻게여기까지 온 거야?”
그녀가 나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처음으로 본 그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지만, 요괴는 인간을 잡아 먹는다는 사실에 겁이나고 이 상황에 더는 버틸 수가 없어 걸어온 길의 반대 방향으로 도망쳤다.
도망치는 중 뒤에서 나를 부르는 듯한 소리가 들렸지만 두려움에 뒤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달리고 달려 도망쳐 겨우겨우 산 밖으로 나왔고 집이 있는 마을 쪽으로 걸어갔다.
어두워서 눈이 안 보일 때와 비슷하지만, 주변 형태가 어렴풋이 보여 집까지 더 쉽게 찾아갔다.
내가 살던 집의 모습도 처음으로 보았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정리되지 않은 물건들이 보였고 집안 상황을 대충 확인하고 밖으로 나와 문에 기대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처음 눈을 떴을 때와 마찬가지로 하늘에는 수많은 별빛이 보였고 그것들을 감상하면서 처음으로 봤던 사람..아니 요괴의 그 아름다운 모습을 다시 생각하며 눈을 천천히 감았다.
아침 지저귀는 참새 소리가 들려온다.
어제 너무 많은 일 때문에 몸이 피곤해져 밖에서 경치를 구경하다 잠이 들은 거 같다.
그런데
“눈이 다시 안 보여…”
어제 그렇게 선명하게 보이던 눈앞이 예전처럼 다시 안 보이게 되었다.
보이다가 다시 보이지 않는 사실에 나는 울음이 나왔고 거의 낮 대부분을 허탈감에 지내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저녁이 되었다.
저녁이 될 때라는걸 눈이 보이지 않더라도 알 수 있었다. 눈이 보이지 않아도 나머지 감각에의지하다 보니 기온이 내려가는 느낌과 공기의 냄새, 주변의 벌레 울음소리가 저녁에만 들리는 소리로 바뀌었기때문이다.
하루 동안 허탈감에 빠졌지만, 이것저것 생각도 했다.
자신의 눈이 보이던 때가 밤참새의 노래를 들었을 때부터였다는 것을
다시 앞을 보고 싶어… 그리고… 이렇게살아남느니 죽더라도 그 아름다운 요괴에게 죽으면 미련이 남지 않을 거 같아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어제와 같은 길을 걸어 산속으로 들어가고 어제와 똑같이 여기저기 부딪힌 곳을 똑같이 찾아가며 산에 올라갔다.
그러나 몇 시간 동안 산속을 돌아다녀도 그 노랫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체력이 다 떨어진 청년은 나뭇잎이 쌓여 있는 장소에 쓰러져 가쁜숨을 쉬었다.
“여기서 이렇게 죽느니 적어도 그 요괴에게…”
참을 수 없는 피로감에 나는 결국 잠이 들었고 아마 이대로 여기 있다면 그 밤참새가 아닌 다른 요괴가 나를 찾아내 먹을 수도 있었다.
따뜻하고 부드럽고 포근한 감촉, 어릴 때 어머니의 품에서 맡아왔던 자상한 냄새, 사락사락 깃털끼리 부딪치는 소리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어제 잠들었을 때 쓰러졌던 푸석한 나뭇잎과 땅의 냄새가 아니었다.
드디어 난 죽은 것인가? 이곳이 천국인가? 하는생각에 주변을 다른 감각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죽어서도 눈은 안 보이는 거구나..” 라고 어이없다는듯이 말을 하며 주변을 확인해갔다.
손으로 내가 있는 곳을 확인해보니 나무로 된 침대 위에 이불 속에 누워있고 이불 속은 깃털로 가득 차 있는 듯 하다
좀 더 확인해보려고 더듬거리는데… 손에 무언가 말랑거리는 감촉이 느껴졌다.
“아..저기 손을 떼 주셨으면…”
!!! 어제 들었던 노랫소리의 목소리가 들려와 나는 화들짝 놀라며 손을 뗐다
“앗!! 죄송합니다!! 제가 이상한 곳을 만졌나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눈이 안 보이신다고 방금말씀하시는 거로 알았으니까요”
부끄러워하는 듯한 목소리.. 나는 도대체 어디를 만진 걸까 하고 생각하는데
“어제 노래 연습하러 산을 지나가는데 당신이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서 저의집으로 대려온 거에요. 그..얼마전에 제 노래를 바로 앞까지오셔서 들은 게 당신이죠? 눈이 안 보이시면 저를 찾기 힘들었을 건데 어떻게....”
난 밤참새에게 그날 밤 있었던 일을 다 말해주었다. 이제는 살수가 없어 산속으로 들어와 죽으려고했는데 노랫소리가 들려오자 눈이 보이게 되었고 곤충들의 빛을 찾아서 오게 되었다고
밤참새는 놀란 듯한 소리를 내었다.
본래 밤참새의 노래소리를 보통 인간이 듣게 된다면 눈이 안 보이는 게 당연한 것 하지만 이 인간은 눈이 보이지 않기보다 오히려 잃었던시력을 찾게 된 것이다.
“당신의 그 노래 덕분에 전 시력을 되찾았었어요. 이상하게도지금은 안 보이지만… 밤참새님 다시 한번 노래를 불러주세요! 당신의노래를 듣게 된다면 전 다시 앞이 보일지도 몰라요!”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약간의 침묵이 흘렀다.
“ ~♬ ~♬ “
노래가 들려왔다. 그녀의 노랫소리가 조금씩 귀에 들려왔다.그와 동시에 눈 앞을 가리던 검은 안개와 같은 것들이 개이기 시작하고 가운데부터 천천히 밝은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전에 들은 것보다 더 빠르게 선명하게 앞이 보이기 시작했다.
창문에서 내려 쬐는 아침 햇살이 내가 누워있는 곳을 비추는 게 보이고 눈앞에 집안의 풍경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며 내 옆에 앉아있는 밤참새, 그녀가 두 손을 잡고 가슴에 올려 두고눈을 감고 작은 입으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보였다.
숲에서 봤던 모습과 다르게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모습을 한 채로 나를 위해 노래해주는 모습에
“아름다워…”
바로 앞의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그녀가 깜짝 놀라 노래를 멈추고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리고 물어왔다.
“저기…그 눈은 보이시는 건가요?”
“네! 보여요!”
“정말 제 노랫소리를 들었는데도 눈이 보이시는 거에요?”
“네!! 밤참새님의 모습이 보여요!!”
“아..제 이름은 미스티아 로렐라이에요. 간단하게 미스치라고 불러주셔도 돼요”
“미스티아 로렐라이… 고맙습니다. 전…당신 덕분에 눈이 보이게 되었어요… 당신의 노래로… 정말…정말고맙습니다!!”
고개를 숙이며 계속 고맙습니다고 외치며 눈물을 흘리고 있자 미스치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 머리를 안아주었다.
이후 노래를 듣는다고 해도 완전히 시력을 찾는 게 아니니 자기와 함께 사는 게 어떻겠냐는 미스티아 로렐라이…미스치의 제안에 나는 당황하면서 어차피 이대로 마을로 돌아가도 죽을 생각뿐이 없을 거 같으니..라고 조금 생각한 뒤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렇게 아침이면 미스치가 아침밥을 준비하며 부르는 노랫소리에 눈이 보이며 일어나는 시작과
점심에는 미스치가 운영하는 포장마차를 위해 함께 장어를 잡거나 산에서 나는 여러 먹을 것을 구하러 다니고
저녁 포장마차가 끝나고 나면 산속에서 미스치의 노래 연습을 들으며 하루하루를 함께 행복하게 보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뒤 미스치에게 나를 이곳에서 살게 해준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물어봤는데 부끄러워하는 얼굴로
“아침저녁으로 내 노래를 기쁘게 들어주는 인간이라면… 그게조금 기뻤거든…”
다른 인간들은 자신의 노래 때문에 눈이 안 보이게 되어 싫어하는 것에 상처를 받아 오고 있었다고 한다
그때 내가 나타나 자신의 노래 덕분에 눈이 보여 삶을 되찾았고 또 그런 나를 아름답다고 해준 게 고마웠다고 한다.
그렇게 대답해준 미스치를 나는 품 안에 안아줬다
작은 날개가 기분 좋은 바람을 일으키며 파닥였다.
“고마워 미스치 정말 좋아해”
“저도…정말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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