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요우무랍니다. 예전의 벚나무 사건 이후로 저도 조금은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예전에 유유코가 잘라주었던 머리는 조금 자라서 어깨까지 닿게 되었지만 아직까지 깎을 생각이 없답니다. 애시당초 방학인데다 딱히 머리가 길어도 손해볼것이 없기 때문이랍니다. 가끔씩 여자인줄 알고 헌팅을 당하기도 하는데 가방속에 들어있는 부러진 목검을 꺼내들면 다시 가던 길을 갈수 있게 된답니다.
아차. 제 부러진 목검은 할아버지가 제가 어렸을적에 제게 남기시고 떠난 물건이랍니다. 조금은 특이한 녀석이죠. 예전에 벚나무 사건때도 그렇고 가끔 묘한 기운이 느껴진다면 부러진 두개의 목검이 진검이 되어있을때가 있거든요. 마치 마법같은 일이랍니다.
그건 그렇고 예전에는 집 안에서 묘목을 기르는것을 좋아하던 제가 어째서 이렇게 밖으로 나오게 되는것을 즐기게 되었냐고요? 지금 그 이유를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
"후우...여기가 제일 기운이 강해. 마치 가슴을 짓누르는거같은데..."
외진 담벼락 앞에서 저는 이미 한 쌍의 검이 되어버린 목검을 가방에서 꺼낸채 중얼거렸습니다. 이윽고 누관검을 꺼내들어 있는 힘껏 휘두르자 공간이 베어져 나갑니다. 마치 문이 열리듯 좌르륵 하고 공간이 갈라진다면 그 안으로 들어가서 사람을 해치려고 하는 나쁜 녀석들을 해치우면 되는거죠. 말이야 쉽지 한번 한번의 싸움이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이기에 많이 힘들답니다. 그래도 사람을 구할수 있다는게 좋아서 하는거니까...
앞을 가로막는 잔챙이들을 썰어내고 본격적으로 보스전에 돌입합니다. 마치 옛 일본의 고성같은 느낌이네요. 그 안에는 안이 텅 빈 갑옷이 절그럭 거리며 저를 맞이해줍니다. 잘됫네요 예전에는 이상한 탄막들을 마구잡이로 쏘아내던 녀석들이 한가득이였는데 이녀석과 싸우는건 진짜로 칼을 맞대는 느낌일거같아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나는...주군에게로...돌아가야해...목을 베어서...바...친다...!"
아마 예전에 주인에게 목숨 바쳐 싸우던 옛 무사의 망령같네요. 그 망령이 이 갑옷에 깃들어버린 모양입니다. 불쌍하게도 옛 의무를 잊지못해 아직까지도 이 구천을 멤돌고 있습니다. 무고한 사람들을 헤쳐가면서 말이죠. 주변에는 혈흔이 낭자합니다. 아마 여기에 멋모르고 빨려들어왔던 희생자들의 피겠죠...저는 엄숙한 분위기에 한 쌍의 칼을 뽑고 텅 빈 갑주와 맞서 싸우게 됩니다.
1합 2합...시간이 흐르고 흘러 30합이 지날때까지 결투는 쉽게 끝나지 않습니다. 게다가 저는 인간의 몸. 저쪽은 실체가 없는 망령. 장기전으로 가면 이쪽이 불리합니다. 이미 옷 곳곳이 피로 물들어있었습니다. 큰일이네요. 피 지우는것도 쉽지 않은데 오늘은 집에 부모님이 일찍 오는 날이거든요.
"인간...강하군...주군께 네 목을...바친다면...필시 기뻐하실 터..."
"그래? 그럼 말만 하지 말고 덤벼보지 그래?"
도발에 아랑곳 않고 천천히 목을 베러 오는 모습이 조금은 위압감이 듭니다. 어쩌면 죽을지도 모르겠네요.
"간다...이...합에...모든것을...걸어라..."
갑주가 검에 정신을 집중합니다. 주변의 기운이 갑주의 검끝에 집중되어 몰리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이쪽도 질 수는 없죠. 왼손에 들고 있는 소태도를 검집에 집어넣고 오직 검 하나로만 상대하겠습니다.
콘파쿠 일도류.
이백유순의 일섬.
소달구지가 하루에 최대로 갈수 있는 거리. 일순. 이백일을 아득히 뛰어넘어 엄청난 거리를 엄청난 속도로 베고 지나간다. 그것이 이백유순의 일섬. 어떤 최속의 요괴도 이 속도를 눈으로 쫒을수 없고, 어떤 검사라도 이 검을 막을 재간이 없답니다.
아니나 다를까 갑주는 자신의 검과 함께 산산조각이나 단말마와 함께 성불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저는 두 손을 모아 부디 고통없이 좋은곳으로 가길 바라며 기도했습니다.
참 신기한것이. 이 결계 안쪽에서는 인간인 제가 인간을 초월한 능력을 쓸수 있다는거예요. 정작 결계 밖으로 벗어나면 원래 쓰던 기술의 발끝에도 못따라가는 능력이지만 그래도 결계 밖에서도 무리없이 쓸수 있게 노력중이랍니다.
=================================================================================================================================
집으로 돌아와 지친 몸을 침대에 집어던지면 그보다 기분이 좋을수 없습니다. 누관검과 백루검은 어느샌가 부러진 목검으로 변해 가방안에서 덜그럭 거리며 요란한 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부러진 목검은 따로 마련해둔 두쌍의 검 보관함에다 걸어둡니다. 그리고 간단히 샤워를 하고 몸을 침대에 맡깁니다.
이렇게 오늘도 보람찬 하루가 끝났습니다. 가끔 어떤 요괴들은 네모난 유리조각을 떨어트리는데 이건 어디에 쓰는지 몰라 일종의 수급(首級)취급을 해 조그마한 자루 안에 모와두고 있습니다. 이렇게 모은 유리조각들이 벌써 30개가 넘어갑니다. 3달동안 모은셈 치고는 꽤 적지 않은 수확이랍니다. 제 딴에는 말이죠.
하여튼 오늘 하루도 이렇게 끝났으니 불을 끄고 잠을 청합니다. 갑주와 싸운것이 꽤나 오래 걸려서 힘에 부쳤던건지 금방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
다음날. 눈을 뜨니 기분이 묘했습니다. 무언가 꾹꾹한 기분이 마치 결계가 근처에 있는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 최대한 간단히 씻고 옷을 입고 검 보관함으로 가서 목검을 집으려 하는 순간 제 눈을 의심할수밖에 없었습니다. 분명히 결계 밖에서는 평범한 목검이여야 할 누관검과 백루검이 제 모습을 갖춘채로 보관함 위에 놓여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
새로운 에피소드 시작.
이제 봄과 여름을 넘어 가을과 겨울로 접어드는 시간대다보니 평소의 에피소드들보다 우울한 에피소드를 마련하려고 준비중입니다.
최소한 여태껏 나왔던 등장인물들이 한 대단원마다 한명씩 죽는 내용이 나오도록 노력중입니다!
기대하라고 흐흐흐
(IP보기클릭)182.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