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
츠바사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분명히 자신이 잘못 들은것이겠지 하고 다시 한번 물어보았지만 이누바시리의 표정을 보아하니 자신이 잘못들은것이 아니라는것을 깨달았다. 이 미친 백랑 텐구가 오랜 기간의 전쟁에 정신이 나가버린건지 아니면 원래 저렇게 정신이 나간 새/끼인지 의문이 들었다. 1000년동안 싸워온 두 종족의 화합? 말이 쉽지 어디 그게 가능하겠는가?
"1000년동안 싸워온 우리 종족이다. 화합이라는것이 가능할것이라 생각하는가?"
"물론이다. 1000년동안 싸워왔으면 1000년동안 화해하는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정말 ㅁㅊㄴ이다. 미친 텐구다. 어떻게 저따위 생각을 할수 있는건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이해를 할수가 없었다.
"조금은 실망스럽군. 겉보기와 다르게 정갈한 내부라 백랑 텐구라는것들도 조금은 다르다 생각했건만 결국은 저능아들이였던가?"
츠바사의 언동에도 이누바시리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굳건한 태도를 유지했다. 츠바사는 조금이나마 당황했지만 다시금 자신의 의견을 내새웠다.
"아까 말했다 싶이 우리 두 텐구들은 1000년동안 싸워왔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 싸워왔을지도 모른다. 솔직히 기간은 아무래도 좋다. 그렇게 긴 세월동안 싸워온 두 텐구간의 화합? 웃기지 마라. 이젠 서로간에 싸울 이유조차도 잊어버리고 맹목적으로 증오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화합? 네 백랑 텐구 졸개들은 네 의견에 대해서 찬성하는가?"
이누바시리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무도 모른다. 내 호위 무사 한명을 제외하고는. 아니 이제 곧 다른 호위 무사 한명이 더 알게 될텐가"
한명이라. 아까 하야미를 베어넘긴 그 녀석을 말하는거겠지. 솔직히 의문점이 많이 드는 녀석이다. 외모는 필시 카라스 텐구다. 백랑 텐구처럼 외모가 둔탁해보이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기조차 백랑 텐구의 무기 형식이 아니다. 그렇다면 필시 카라스 텐구일텐데 어째서 백랑 텐구의 편에서 싸우는것일까. 이리저리 생각을 하다가 문득 머리를 스쳐지나가는 생각이 츠바사의 입을 열게 했다.
"설마 네가 말한 그녀석. 인간인가?"
"그렇지. 네녀석이라면 오늘 해가 떨어지기 전에 눈치 챌거라고 생각했다."
"인간은 못미더울텐데. 요괴보다 힘도 약하고 능력도 떨어진다. 어째서 무예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백랑 텐구들이 그런 약한 인간을 들이게 된거지? 벌써부터 병력이 떨어진건가?"
"예전에는 그저 볼품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녀석은 보기보다 잠재적인 힘을 가진 녀석이다. 아마 너나 나나 상상할수 없을 정도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겠지. 나는 그 잠재력을 꺼내주려는 것 뿐이다."
더 이상 대화할 가치가 없었다. 한명이라도 더 베어넘겨야 할 판국에 시간이 아까운 짓만 골라서 하고 있다. 이 백랑 텐구의 수장이라는 녀석은 정말로 아둔하기 그지 없는 녀석이였다. 츠바사는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이누바시리에게 매정하게 말했다.
"더 이상 네녀석과 할 이야기는 없다. 내 검을 돌려주어라."
"그렇다는건 협상은 결렬이라는거겠지"
"물론이다"
"그렇겠지. 네놈도 내가 하는 말이 미친 소리라고 생각할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보여주마. 언젠가 백랑 텐구와 카라스 텐구가 하나가 되어 살아갈 날을 보여주겠다"
"허튼 소리"
츠바사는 하나비를 베어넘겼을때와 같은 비웃음을 보이며 벽에 걸린 노다치를 꺼내들고 막사를 나섰다. 막사의 주변에는 호위를 서고 있는 백랑 텐구들이 한가득이였다. 백랑 텐구들은 허튼 수작만 했다간 곧바로 칼을 뽑을 기세로 이쪽을 노려보았다. 실소가 나온다. 화합이라니. 이 꼬라지로 잘도 화합이겠거니. 개와 동급이라고 생각했더니 완전히 개 이하의 녀석이였다.
츠바사는 그대로 허리에 접혀있던 날개를 펼쳤다. 한동안 접어두었던 날개라 조금은 근육이 뭉친듯 뻐근했지만 날개를 두어번 펄럭이니 다시 가뿐해졌다. 츠바사는 그대로 가벼운 몸을 붕 띄워 하늘 높이 날아갔다. 백랑 텐구들은 그저 멍하니 츠바사가 날아가는 꼴을 바라볼 뿐이였다. 그야말로 닭 쫒던 개의 얼굴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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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합?"
"그렇다. 이누바시리님의 생각이다."
화합이라니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1000년의 세월동안 싸움에 생긴 감정의 골 또한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였다. 그런데도 이누바시리는 너무나도 간단히 화합을 이야기 했다. 무슨 생각에서 화합을 주장했던걸까? 어쩌면 화합을 부르짖다가 어느 순간 카라스 텐구들이 마음을 놓았을때 칼을 들이댈 생각인걸까?
"너는 어떻게 생각해?"
"우리는 이누바시리님의 검이다. 이누바시리님이 생각하시는 일이라면 어떤 이유에서든 의문을 가지지 않고 따라야 하는것이 검의 도리다"
천랑은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도 이해할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마 의무감으로는 반드시 이누바시리를 따라야 하지만, 자신의 감정으로는 카라스 텐구를 증오할수 밖에 없으니 이해가 안갈만도 하다. 그러고 보니 문득 궁금해졌다. 어째서 천랑은 카라스 텐구를 증오하는걸까? 다른 백랑 텐구들처럼 그저 카라스 텐구에 대한 오랜 세월동안 쌓인 분노가 물든걸까? 한번 물어보기로 했다.
"너는 어째서 카라스 텐구를 그렇게 싫어하는거야? 다른 백랑 텐구들처럼 그냥 이유가 없는거야?"
"..."
천랑이 입을 닫았다. 저건 분명히 보통 이유가 아니다. 어떠한 사연이 있는것이다. 더 이상 묻지 않는것이 좋을거라고 생각했다. 더 물었다간 어떤 칼침을 맞게될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그건 그렇고 화합이라니 마음에 드네"
내가 중얼거리자 천랑이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마음에 든다고?!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게 아니다!"
"뭐 어때. 내가 살던 세계에도 근처 나라가 거의 수십년간 반토막이 나서 서로 쪼개져 있다고. 그런데도 몇몇 국가들과 그 반토막난 국가중 하나는 아직도 통일을 원하고 있다고? 정작 다른 한쪽은 그렇지도 않은거같지만"
맞는 말이다. 둘이서 쪼개져 있는것보다는 하나가 되어 힘을 합치는것이 더 나은 선택이다.
"게다가 1000년동안 전쟁에 너희 텐구들도 많이 지쳐있을텐데 말이야. 점점 텐구의 수도 줄어들고, 비옥했던 땅이 전쟁으로 황폐해지고. 점점 텐구들이 설 땅이 줄어들고 있지?"
"...맞는 말이다. 전쟁에 대해서 잘 알고 있군 인간"
"예전에 소설을 쓸때 이런쪽에 관해서 조사를 많이 했거든. 어쨋거나 전쟁은 그다지 좋지 않다고. 나도 무작정 너희를 따르겠다고 했지만 역시 치고박고 싸우는것보다는 평화로운게 좋잖아? 이누바시리의 마음가짐이 마음에 들기도 하고 말이야. 정말 쿨하잖아? 1000년동안의 싸움을 그렇게 쉽게 종결시켜버리겠다는 의지와 마음가짐이 마음에 든다느거야"
"...쿨...?"
천랑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아무래도 좋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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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선구자는 미친 사람 취급을 받기 마련이죠?
나중에 가서야 '아 이사람의 말이 맞았구나!' 하고 땅을 치고 후회하기 전까지 말이죠
이제 10화까지 썼으니 당분간 흑/백은 쉬고 예전에 쓰던거나 써야겠네요!
그거도 많이 사랑해주시고 이거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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