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사 잘 들어. 이건 네가 아니면 성공할수 없는 계획이야"
출발의 긴장감이 감돌던 그때. 레이무가 모르게 앨리스가 나를 불렀었다. 어쩌면 또 다른 마법 아이템을 줄지도 모르기 때문에 앨리스에게 다가갔었다. 루미아를 상대하려면 아무래도 인공지능 로봇보다는 직접 사람이 나서서 싸우는것이 더 효과가 좋을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환상'에서 주워온 또 다른 아이템을 기대하며 다가갔던 나에게 앨리스가 이렇게 말했다.
"너는 이번 작전에서 고의적으로 루미아에게 마포를 날려버려"
"마포? 마포라면..."
앨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내 생각이 맞다면 마포라는것은 마스터 스파크를 말하는거겠지.
"마포를 날리면 루미아에게 엄청난 데미지를 줄거야. 어둠 자체에서 태여난 요괴인 만큼 빛에 민감한 녀석이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앨리스가 말했다.
"녀석이 무사하지 못할만큼의 데미지인 만큼 내가 예전에 루미아에게 붙였던 부적 또한 무사하지 못하겠지."
"부적이라 하면...?"
"내가 맨 처음 마계를 벗어나 세계를 돌아다니며 요괴를 사냥하던 무렵 루미아를 만났었어. 요괴를 사냥해본 경험이 적었던 만큼 '자칭' 밤의 여왕이라 불리우는 루미아의 힘에 압도적으로 밀릴수밖에 없었지. 하지만 잔꾀를 부린 덕분에 퇴치는 실패해도 녀석의 힘을 봉인하는데에 그쳤어. 물론 낡은 고성에다가 유폐시키기도 했고 말이야"
"그렇다면 그 부적은 루미아의 힘을 억누르고 있는 요소잖아?"
앨리스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사색이 되었다. 지금 당장 박살을 내도 모자랄 판에 녀석의 힘을 해방시키라니. 말도 안되는 억지다.
"힘을 해방시키면 어떻게 되는데...?"
"아마 지금까지의 모든 상처를 수복하고 원래의 루미아로 돌아오겠지"
"지금 당장 처치해도 되잖아?"
앨리스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니. 루미아는 일반적인 공격으로는 퇴치가 불가능해. 낮과 밤은 항상 공존하니까. 일반적인 마력으로 치명타를 입히는건 가능해도 완전히 죽일수는 없어. 아침 해가 밝을때까지 시간을 끈다 해도 루미아는 금세 상처를 수복해서 덤벼들거야. 그러기 위해서는 녀석이 방심하게 만드는게 가장 옳지. 방심했을때. 완전히 무력화 시켜서 아침해로 완전히 소멸시켜버려야해. 그래야 루미아를 죽일수 있어."
루미아가 그렇게 강한 녀석이였나. 본래의 힘을 알수 없는 나로서는 지금 앨리스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는것 이외에는 아무 방법도 없었다.
"네가 잘 행동해줘야해. 루미아가 기고만장 해졌을때. 이쪽으로 루미아를 데려와. 아마 루미아가 완전체가 된다면 내 계획중 70%는 성공한거나 다름없어"
앨리스가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나머지 30%는 네 손에 달렸어! 이왕 데려올거면 아침해가 뜨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으로 부탁해. 그리고 죽는거에 대해서는 걱정하지마. 내가 만든 만큼 왠만한 인요보다 튼튼한 몸을 자랑하니까. 정신력으로 버티는건 네 몫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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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탄에 맞고 가슴께가 뻥 뚫린 루미아였다. 한쪽 손으로 왼쪽 가슴에 뚫린 구멍을 부여잡고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손가락 사이로 검붉은 타르같은 액체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액체는 땅에 떨어질때마다 '치익'하는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땅으로 빨려들어갔다.
"속임수...? 이 나를 속였다고...?"
루미아가 말까지 더듬으며 당황했다.
"이...정도로 나를...죽일수 있을거라 생각하지마라...!"
루미아가 악을 쓰며 손을 뻗쳤다. 주변에서 그림자가 불길하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소용없는 짓은 그만 두는게 좋아"
앨리스가 인형들을 내보냈다. 인형들은 보라빛 섬광과 함께 매우 빠른 속도로 루미아의 옆을 스쳐지나갔다. 루미아가 인형을 바라보다가 아래로 꼬꾸라졌다. 어깨 아래부터 팔이 잘려나가 땅바닥으로 털퍽털퍽 떨어졌다.
"이 자식...!"
루미아가 몸을 일으키려 애쓰며 몸부림 쳤다.
"소용없다니깐"
앨리스의 인형들이 칼을 버리고 날카로운 대못을 꺼내 루미아의 다리에 던졌다. 대못은 루미아의 허벅지에 하나씩 박히며 앨리스의 마력을 주입시켰다. 루미아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내 마력 잘 알지? 요괴한테 닿으면 독처럼 네 요기를 흩뜨려놓는거. 조금 아플거야. 그리고 네 몸을 마음처럼 쉽게 수복하기도 힘들걸"
"그래. 힘들겠지. 하지만 그렇다 해도 잠시 내 발을 묶어놓는것에 불과해! 네가 그건 무엇보다 더 잘 알텐데!"
루미아가 기세등등하게 외쳤다.
"그래. 잠시동안 발을 묶어놓겠지. 하지만 네가 몸을 수복하는 시간보다 네 죽음이 더 빠를걸"
앨리스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위로 쳐들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골목 너머 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루미아가 고개를 돌려 산을 바라보았다. 산 너머 쭉 뻗은 하늘은 아까같은 검은색이 아니라 점점 주황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루미아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 앨리스를 노려보았다.
"놀랍지? 일본의 여름이란. 이제 머지 않아 가을이 될테지만 아직 해가 뜨는 시간은 평균보다 빠르니까"
"이 자식! 잘도 이딴 잔꾀를...!"
앨리스가 비웃으며 말했다.
"잔꾀? 그래 잔꾀지. 그런데 그런 잔꾀에 2번이나 당한 우리 지엄하신 '밤의 여왕'님은 뭐지?"
루미아가 땅을 기어가며 외쳤다.
"죽여버리겠어! 죽여버리겠다!"
골목길에 있는 그림자 하나하나가 전부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 우리에게 맹렬히 날아왔다. 하지만 그림자들은 햇빛이 닿자마자 우수수 부숴져 사라지고 말았다.
"어서 와라! 이 겁쟁이 자식! 어서 와서 덤비란 말이다!"
루미아가 악을 쓰는 동안 해는 산을 절반이나 넘어 밝은 햇빛을 흩뿌리고 있었다. 빛이 사방에 닿아 산산히 부서지며 골목길을 밝게 비추었다. 그림자가 닿지 않는 부분에 있던 루미아의 다리가 딱딱하게 굳더니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으아아아아!"
루미아가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필사적으로 태양이 닿지 않는 그림자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상처입은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필사적으로 그림자를 향해 기어가는 루미아를 보고 있자니 마치 악당의 단말마같이 느껴졌다. 루미아의 몸이 그림자에 닿으려던 찰나.
"안돼"
앨리스의 인형들이 날아와 커다란 방패로 루미아가 갈 길을 가로막았다. 갈 길이 막히자 머리로 방패를 몇번이고 들이박으며 악을 쓰던 루미아는 천천히 태양빛에 삼켜져 허리께까지 가루가 되어 부숴져내리고 있었다.
"저주한다...! 죽여버리겠어...! 감히 나를 농락해? 죽여버리겠다 앨리스!"
악을 쓰며 앨리스에게 저주를 퍼붓던 루미아가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갑자기 애원하기 시작했다.
"마리사! 어서...어서 네 주인을 도와라! 그것이 사역마가 해야할 일 아니더냐!"
나는 그저 루미아에게 싸늘한 시선만을 던진채 앨리스의 곁으로 다가갔다. 자신의 힘을 위해 죄없는 사람을 사냥하고 나를 붙잡아 말로 하기 힘들정도의 고문을 했다. 게다가 나를 이용해 레이무와 앨리스까지 죽이려 했었지. 동정심따위는 절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너 따위는 그냥 죽어버려"
루미아가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충격으로 뒤덮힌 얼굴이였다.
머지않아 태양이 산을 넘어 하늘 가운데에 훌쩍 떴다. 골목길은 건물이 서있는 자리를 제외하고 한개의 허점도 없이 햇빛으로 가득찼다.
"싫어어!! 안돼!!! 으아아아아아아아!!!"
온 몸으로 태양빛을 쐰 루미아는 비명을 지르며 서서히 딱딱히 굳어갔다. 이윽고 완전히 돌처럼 굳어져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끝난거...맞지?"
레이무가 말했다.
"응. 끝난거 맞아..."
앨리스가 말했다.
"정말로...힘든 녀석이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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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나를 속였단 말이지?"
레이무가 화를 내며 말했다.
"속인건 아니고...숨긴거지"
"그게 속인거지! 정말로 너무하네!"
레이무가 화를 내며 말했다. 그러다가 나를 보면서 또 다시 화를 냈다.
"너! 너도 나 좋다고 할때는 언제고 다른 여자에게 눈을 돌려?!"
"아니 그건 그냥 루미아를 속이려고..."
"시끄러워! 바람핀건 핀거야! 어딜 핑계를 대려고 해!"
레이무가 길길이 날뛰다가 갑자기 멈추고 앨리스와 나를 바라보았다.
"그건 그렇고...이번에는 실수 없이 챙겨왔지?"
앨리스가 가방을 보여주었다. 가방에는 붉은색과 푸른색의 큐브가 잘그락 거리며 가방 안에 들어있었다.
"다행이다...또 누가 떨어트려서 주워가나 했다고..."
레이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자 그럼 심문을 다시 시작해볼까?"
"큭"
"윽"
아무래도. 오늘도 평화롭게 하루를 보내긴 힘들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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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어귀. 초가을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달궈진 아스팔트 위를 한 소녀가 걸어가고 있었다. 앳된 외모와 상큼해보이는 얼굴. 그리고 교복차림의 소녀는 골목 주변을 샅샅히 뒤지며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앗! 찾았다!"
소녀가 문득 걸음을 멈추고 땅에 떨어진 무언가를 주웠다. 앨리스가 쓰러트린 요괴들에게서 나오는 일반적인 요기 파편과는 다른 또 다른 조각이였다. 녹색빛으로 빛나며 상당히 불규칙적인 모양을 하고 있는 조각을 주워든 소녀는 조각을 가슴께에 가져다 댔다. 조각 안에 들어있던 기운이 일제히 빠져나와 소녀의 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후우...레이무씨도 참 바보네요. 이런 중요한 물건을 두고갈줄이야...이래서야 마법소녀의 자격이 있겠어요?"
소녀는 빙긋 웃으며 이제는 빈 껍데기밖에 남지 않은 요기 파편을 휙 던졌다. 요기 파편은 땅으로 충돌하면서 산산히 부숴졌고 머지않아 사라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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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끝났다...드디어 끝났다...
봄,여름,가을,겨울의 대단원중에서 여름이 끝났습니다.
이제 남은건 가을과 겨울이네요.
봄과 여름이 생명이 꽃피고 한창 자유롭게 활동하는 시기인 만큼 최대한 밝은 내용으로 가보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럼 이제 생명이 지고 침묵만이 남는 가을과 겨울이니 그것과는 상반된 분위기로 가야겠죠?
네. 이제 옛날의 내가 깨어난다.
각오해라! 피의 축제를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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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일은...일어나지 않았다... | 17.01.31 19:1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