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전 일입니다.
이직을 준비하던 친구를 찾아가려고, 도쿄의 아파트에서 치바현에 있는 그의 집으로 갔습니다.
우리는 아직 삼십 줄도 되기 전이었고, 당시 친구의 딸은 아주 어렸습니다. 그땐 겨우 세네 살 정도였을 겁니다. 나이에 비해 무척 얌전하고, 참 착한 아이였죠.
친구는 도쿄의 블랙기업을 그만두고, 관공서로 이직했다고 했습니다.
살고 있는 아파트는 조금 오래됐지만 널찍했고, 아내도 아이도 있어, 딱 ‘따뜻한 가정’이라는 느낌이었고, 아직 혼자인 저로서는 살짝 부러운 마음마저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행복해 보이는 사람에게도 고민은 있는 법이죠.
아내가 딸을 재우려고 침실로 데려가고, 저와 친구 둘만 거실에 남았습니다.
선물로 사 간 값싼 와인을 둘이서 조금씩 맛보며, 베이비 치즈 포장을 벗겨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그가 딸에 대한 이야기를 불쑥 꺼낸 것은.
지금부터 쓰는 내용은 그때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요즘 말이야, 마나의 상태가 좀 이상해.”
“왜?”
“아무도 없는 쪽을 계속 바라보면서, 무섭다, 무섭다 그래.”
“어린애들은 가끔 그런 일이 있다고 하더라. 저 아이도 그런 때가 있는 거네. 뭐가 보인 걸까?”
“그게 말이야, ‘모뇨’가 있다고 말하더라고.”
“…모뇨?”
“그래, 모뇨. 우리도 뭔지 모르겠어. 아무튼 뭔가 있어. 그때 마나는 창쪽을 보고 있어서, 벌레라도 있나 하고 찾아봤지.”
“…그래서?”
“근데, ‘벌레 아니야’라고 하는 거야.”
“엥…”
“‘모뇨가 창문에 붙어 있어. 모뇨가 계속 보고 있어’ 이렇게 울먹이며 말하는 거야. 어쩔 수 없으니까 아내가 안아재웠지.”
“너무 무섭잖아…”
“그리고 말이야, 그걸로 끝이 아니야.”
“어떻게 됐는데?”
“그 후 어느 날, 방에서 놀고 있었는데, 마나가 이번엔 방 구석을 이상한 표정으로 보고 있더라고. 물론 ‘왜 그래?’라고 물었지. 그랬더니, ‘모뇨가 방 구석에 있어’라고 말하는 거야.”
“아니 아니 아니…”
“이번엔 물어봤어. ‘어떤데? 사람? 강아지?’ 그러니까 말이야, ‘여자아이. 머리가 길어. 얼굴은 안 보여’ 이렇게 한마디씩 말하는 거야. 그런 일이 몇 번 있었지.”
“그 모뇨라는 게 매일 나타나는 거야?”
“아니, 며칠에 한 번 정도래. 한 번 방 구석에 나타난 뒤로는, 창밖이 아니라 매번 방 구석에 서 있는 게 보인다고 하더라고.”
“그거… 어느 방이야? 설마 여기?”
“아니, 저쪽 방.”
“그럼 다행이다. 모뇨랑 같이 술판 벌이는 건 너무 무섭잖아. 뭐, 구석에 서 있기만 한다면, 해를 끼치진 않겠지.”
“그게… 꼭 그런 것 같지도 않아.”
“…뭐?”
친구는 끊은 줄 알았던 담배의 연기라도 토해내듯,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선물로 가져간 와인이 들어 있던 잔을 단숨에 비워냈다.
이상하리만치 조용한 방 안에서, 그의 목에서 ‘꿀꺽’ 하는 소리가 유난히 또렷하게 울렸다.
“들어줄래? 나…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하지만 누군가에게 말하지 않으면… 나도 버틸 수 없을 것 같아서.”
"…"
나는 시선만으로 조용히 그에게 계속 말하라고 재촉했다.
"바로 얼마 전 일이야. 또 마나가 크게 울었어. 또 ‘모뇨가 있어, 무서워’라면서. 그날도 처음엔 방 한 구석에 그게 서 있었다고 하더라.
긴 머리 때문에 아래로 숙인 얼굴은 안 보인다나. 그런데 잠시 후엔, 사라졌다고 말하더라고. 그런 건 처음이라, 뭐가 어떻게 된 건지 궁금했지."
꿀꺽.
이번에는 내 목이 꺼림칙한 소리를 내는 것이 스스로도 분명히 느껴졌다.
"근데 겨우 진정됐나 싶었더니, 또 불이 붙은 듯 엄청난 기세로 울기 시작하는 거야. 왜 그래, 왜 그래 하고 물어도 도무지 말이 안 돼.
겨우 알아낸 게… 모뇨가 바로 옆에 앉아 있다고…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모뇨 얼굴이… 모뇨 얼굴이…’ 이렇게 되뇌다가… 갑자기… 마나가 갑자기… 조용해졌어. 딱, 그렇게…"
나는 이제 끼어들어 맞장구치는 것조차 잊고서 듣고 있었다.
숨 쉬는 것조차 잊을 만큼.
"울던 얼굴이 순식간에 무표정이 되더니, 말했어"
제발, 그만해 줘.
더는 듣고 싶지 않았다.
배 속 깊은 곳에서부터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모뇨…’"
도취된 듯한, 혹은 황홀한 듯한 표정이라고 해야 할까.
친구는 어찌된 일인지, 묘하게 자랑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고, 그것이 너무나도 섬뜩했다.
겁이 난 나는, 미안하지만 내일도 일이 있으니 슬슬 실례하겠다, 새로운 직장에서도 힘내라—그런 형식적인 인사만 하고 얼른 자리를 뜨려고 했다.
다운 코트를 걸치고 현관에서 뒤를 돌아보니, 친구가 배웅하러 일어서 있었다.
하지만 그것뿐이 아니었다.
아내도, 마나도, 그곳에 함께 서 있었다.
세 사람 모두, 힘없이 오른손을 들어 약하게 좌우로 흔들고 있었다.
친구가 가끔 휴대폰으로 보내오던, 행복하게 웃고 있는 세 가족의 얼굴은 그곳에 없었다.
늘어지고 굳어버린 무표정한 얼굴들, 입가에만 억지로 붙여놓은 것 같은 웃음.
…세 사람 모두, 똑같은 얼굴이었다.
나는 신발을 대충 꿰어 신고, 허겁지겁 현관을 뛰쳐나왔다.
…낯선 곳이었던 데다가, 그날 이후 어디로 어떻게 돌아왔는지 전혀 기억이 없다.
그 전까지는 친구가 가끔 보내주던 문자도, 그날 이후 거짓말처럼 뚝 끊겼다.
그 밤으로부터 약 10년이 지났다.
나 역시 이직을 해서, 지금은 관동 지방을 떠나 살고 있다.
그를 포함해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을 만나는 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줄어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흘러간 오랜 시간과 바쁜 일상 속에, 그날 밤의 무표정한 가족 얼굴도—최근까지 완전히 잊고 있었다.
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정말 며칠 전의 일이다.
스마트폰 알림음이 울렸다.
그 친구에게서였다.
“오랜만이야. 또 놀러 오지 않을래?”라는 짧은 메시지와 함께, 한 장의 사진이 보내져 있었다.
어느새 한 명이 늘어, 네 식구가 된 가족사진이었다.
언뜻 보면 화목한 가족사진인데, 마치 증명사진처럼 굳은 표정이었다.
중학생쯤 되었을 테니, 가운데의 큰 아이가 마나겠지.
양옆에는 친구와 아내.
그리고 마나 뒤쪽에는,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옆을 향한 채 함께 찍혀 있었다.
그런데, 그 여자아이는 뭔가 이상했다.
크기가 맞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원근감이 어긋나 있다.
가족사진인데도 정면을 바라보지 않고 옆을 보고 있으며,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카락에 얼굴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아…
혹시, 이게…
모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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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이름이 귀여워서 호러가 아니라 지브리 풍으로 변하네 자꾸 모뇨모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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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위의 모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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