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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요, 여긴 협회 스태프 외 출입 금...!”
나를 막아서는 여직원을 무시하고 강행돌파한다.
“아저씨 미쳤어?!”
레이가 안절부절하면서도 내 뒤에 꼭 붙어온다.
여기까지 오면 더 이상 숨어 들어갈 방법 같은 건 없다. 그저 육탄돌파다!
“겨, 경비팀! 저기, 방금 막 들어간 저 사람 좀 막아주세요!”
뒤에서 여러명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무시하고 성큼성큼 걷는다.
달리지는 않는다.
달리면...약해보이니까.
하지만 그것도 잠시, 8명의 경비원이 레이와 나를 원으로 둘러싼다.
협회장실까지 아주 조금이었는데.
경비원들이 움찔 거리며 허리에 차고 있던 곤봉을 꺼내든다.
“그 녀석은 위험합니다! 레이 프로, 어서 이쪽으로!”
그녀가 무슨 인질이라도 잡혀있는 것처럼 경비원들이 하나같이 팔을 내민다.
“예?! 아...아니...그게 아닌데...”
레이는 어쩔 줄 몰라하며 그저 멍하니 서 있을 뿐이다.
슬슬...인가.
진.명.개.방!
모자를 벗어 하늘 높이 던진다.
“?!”
우리를 둘러싼 경비원들의 표정이 일순간 굳는다.
“정..복왕?!”
“설마...본인?!”
후후 당연 놀라겠지.
이제 내가 앞으로 걷기만 하면 녀석들은 모세의 기적처럼 양 옆으로 갈라...
“누구라고 해도 무단침입을 허용할 수는 없습니다!”
지지 않는다.
경비병들이 거리를 좁혀온다.
“아...아저씨?! 전혀 효과가 없는데?!”
뭐, 당연 하겠지.
하지만 내가 내 정체를 보여주고 싶은 건 너희들이 아니라
감시 카메라로 상황을 보고 있는 저 협회장실에 숨어있는...그녀다!
숨을 깊게...깊게 들이쉰다.
그리고 순간 하늘 높이 손가락 다섯개를 전부 뻗은 한 손을 올리고 우렁차게 외친다.
“너희들 저어어어어어언부 잘 들어! 지금부터 협회장님의 5대 비밀을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공개한다!”
경비원들이 큰소리에 움찔한다.
“첫째, 협회장님의 충격적인 숨겨진 취미는 바로...ㄱ”
“잠깐!!!!!!!!!!!!!”
협회장실의 문이 발로 차인 것 마냥 활짝 열린다.
“잠깐...기다려...그 자들은...내 손님이야.”
아슬아슬 했지만 성공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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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아줌마는 전혀 나이를 먹은 것 같지 않네.”
머리를 한 손으로 감싸고 협회장실 중앙에 위치한 거대하고 장엄한 목재 테이블에 걸쳐앉은 제2대 프로 듀얼리스트 협회 회장, 마리아 K. 크로프트를 향해 말했다.
분명 40대 초반일 것인데도 10년 전이랑 그다지 달라진 느낌이 들지 않는다.
“문제덩어리였던 누군가가 사라져준 덕분 아닐까나.”
그녀가 분노를 억누르며 억지 미소를 짓는다.
“그런 말 하면 섭섭하다고 아줌마! 누구 덕분에 얻은 협회장직책인데.”
넓은 협회장실에 위치한 큼직하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아무런 말이 없던 레이 역시 나를 따라 옆에 앉았다.
12년전 협회장직의 자리에서 멀리 있던 세계대회 진행 총괄담당이었던 그녀가 제2대 협회장 될 수 있던 것은 제22회 세계대회의 전대미문의 초흥행 덕분이었다.
이것을 기점으로 프로 듀얼판의 ‘세대 교체’가 이뤄지기 시작한다, 협회의 고위 간부를 포함해서 말이다.
“덕분은 무슨! 네 녀석 덕분에 협회장에 취임하자마자 고생의 반복이었다고! 그 때 한번에 10년은 팍 늙어서 지금도 변하지 않는 거라고!”
그녀가 드디어 참던 분노가 터진 듯 화산처럼 폭발한다.
뭐, 그 부분에 대해선 할 말 없지만.
제23회와 제24회 세계대회는 프로 듀얼 역사상 통칭 “제2의 암흑기”라 일커진다.
결국 제2협회장이었던 그녀는 고심에 고심을 계속하다가 칼을 뽑아들고 굴욕적이지만 프로 대회 금지제한 기간의 단축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10년만에 갑자기 나타나서 무슨 일이야.”
그녀가 다리를 꼬으며 자신의 의자에 앉아 강압적으로 물었다.
“내용만 말하자면, 프로용 덱이 필요해서 말이야.”
“우승하고 받았던 덱들은 어쩌고.”
“카드는...버렸다.”
“후우...어느정도 이해는 하지만, 너 말이야...”
그녀가 한숨을 쉬더니 말을 계속했다.
“자기 카드를 버리는 듀얼리스트가 어디 있어.”
윽. 아픈 곳을.
아무리 카드가 듀얼리스트의 영혼이라고 하지만 당시의 내게 있어서 카드가 근처에 있다는 사실이 이미 너무 괴로웠다.
그런 내가 가지고 있을 바에야...
“...”
잠시간의 정적.
마리아 아줌마가 조용히 책상의 가장 아래쪽 서랍을 연다.
“뭐...카드를 버리는 사람이 있다면 카드를 줍는 사람도 있는 법이지.”
그렇게 말하고는 그녀가 덱 하나를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책상으로 천천히 다가가 덱을 손에 쥔다.
틀림 없다...10년 전에 내가 버린 카드들이다.
어째서 이게 여기에...
“10년 전쯤에 갑자기 여러 고아원이나 복지시설에서 버린 거니 팔아서 쓰라는 쪽지와 함께 세계대회 우승자의 카드를 줏었다는 연락이 협회측에 다수 들어와서 말이야.”
그녀가 질렸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걸 주운 아이들이나 직원들이 돌려주기 위해 연락 한 거야. 물론 연락이 온 건 네가 버린 카드들의 반 정도 밖에 안되겠지만 그래도 덱 하나 만들 정도는 모였던 거야.”
“...”
우승자 카드는 스폰서나 프로가 구매할 수 없다. 고로 협회에서 발행된 프로용 카드 처럼 엄청난 액수가 붙는 일은 없지만 전 세계 콜렉터들에게는 최고의 콜랙션 상품인 것이다. 적은 돈으로 거래되는 일은 없다.
그걸...줍고서 돌려준다고?
“그리고 이거.”
그녀가 서랍에서 편지 같은 걸 한뭉치 꺼낸다.
“네 카드를 주운 사람들로 부터 받은 거야.”
멍한 상태에서 맨 위의 편지봉투를 뜯는다.
봉투에는 삐뚤빼뚤한 손글씨로 “정복왕에게” 라고 적혀있었다.
아직 서투른 손글씨로 적힌 편지를 읽어 내려간다.
“‘그러니까 형이 다시 돌아오는 날을 기다릴게.’라네, 아저씨.”
어느새 내 옆에 선 레이가 편지의 마지막 줄을 소리내어 읽었다.
온몸이 타들어가는 것처럼 뜨겁다.
나는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10년이란 세월을 걸쳐 내게 전해진 모두의 마음에.
10년이란 세월동안 나를 기다려준 카드들을 위해.
이 모든 걸 짊어지는 건 터무니 없이 무거울지도 모르지만, 겁내지 않는다.
그런 무게를 감당해낼 수 없다면 ‘정복왕’은 존재하지 않았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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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협회장님과 아저씨가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동안 나는 아저씨의 덱을 살펴본다.
증쥐, 뷀러, 드롤버드, 다행히 아직 쓸 수 있는 패트랩 카드들이 꽤 있다.
하지만 엑스트라덱과 사이드는 뿌리째 바꿔야한다.
이대로라면... ‘정복왕’은 다시 태어날 수 없어.
내가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조심스레 협회장님에게 말을 걸었다.
“협회장님, 제안이 있습니다.”
그녀와는 잠깐 만나 인사를 나눈 정도. 어떻게 반응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그녀 역시 내가 갑자기 말을 건 것에 놀랬는지 의외라는 표정으로 대답한다.
“레이 양? 제안이란 건?”
아저씨 역시 영문을 모르겠단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아저씨...아니, 유우 프로에게 협회 스폰서를 붙이는 건 어떨까요.”
협회 스폰서. 가끔 프로 듀얼리스트가 기업 스폰서와의 관계가 틀어지던가 아니면 기업 스폰서가 공중분해가 되던가 해서 발을 빼야 할 때 일정 기간동안 기업 대신 협회가 피해를 받은 프로 듀얼리스트의 스폰서를 맡아주는 시스템이다.
만약 아저씨가 협회 스폰서를 받을 수 있다면 범용 엑스트라 몬스터나 패트랩, 사이드 등을 지원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협회장님은 딱한 표정을 짓는다.
“그건 곤란하군요. 협회 스폰서는 지금 리그에서 현역으로 뛰고 있는 선수들을 위해, 프로 리그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존재하는 제도입니다. 그걸 복귀하는 프로를 위해 쓴다니, 들어본 적도 없군요.”
역시 여기저기서 들었던 대로 매뉴얼밖에 모르는 아줌마다.
하지만 물러설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제도 역시 결국은 프로 리그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 아닐까요. 정복왕이 다시 돌아온다면 이번 시즌 리그의 흥행은 따놓은 당상. 거기다 그가 협회 스폰서를 받는다면 10년만에 그의 복귀에 협회 역시 일조했다는 형식의 마케팅으로 협회의 이미지 역시 개선 가능하겠죠. 이정도면 충분한 이익 아닌가요. 더불어 그는 이미 대부분의 메인덱 카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가 필요한 건 범용 엑덱과 패트랩, 사이드 정도. 다른 선수들의 경우 메인덱까지 전부 스폰서 해야하데 그 비용에 비해 절반의 절반도 안 될 것입니다. 투자 대비 이익 역시 두번 다시 오지 않을 수준이죠. 그리고 그동안 이렇게 사용된 적은 없어도 딱히 복귀 하는 선수에게는 협회 스폰서를 못 준다는 협회 규정도 없을텐데요.”
협회 규정 같은 건 이미 어제 밤 아저씨를 만난 이후 찾아봤다.
순간 아저씨와 눈이 마주친다.
아저씨는 깜짝 놀란 듯 입을 살짝 벌리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 아저씨...역시 나를 꼬맹이 취급하고 있었지...
정말...나도 어엿한 프로인데.
협회장님은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고민하더니 이내 한숨을 크게 내쉬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이 자리에서 바로 결정을 내리는 건 힘들지만 긍정적으로 내부검토를 해보도록 하죠. 대신...”
그녀가 나와 아저씨를 번갈아 가며 보며 말했다.
“두 사람 다 협회의 티비 광고를 무상으로 한개씩 찍을 것.”
후우...다행이다.
그렇게 안심의 미소를 짓고 있자 아저씨와 눈이 마주친다.
그는 잠시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끝내 웃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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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길의 택시,
아저씨는 마치 아이가 새로운 덱을 장만한 것 마냥 입꼬리를 길게 올리고 덱을 살펴보고 있다.
저 나이를 먹고도 저렇게 기뻐할 수 있는 건가...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아저씨가 행복해보이니 그걸로 된 거 아닐까.
“이걸로 복귀의 준비가 전부 끝났군.”
아저씨가 덱을 홀더에 집어넣으면서 이야기 했다.
“아저씨 진심? 바보인 거야?”
화를 주체할 수 없다.
바보도 아니고 진심으로 저런 생각을 하는 건가, 계속 걱정하고 있는 내 쪽 입장에선 나를 약올리는 것 같다.
“왜? 덱이 전부 완벽하게 돌아왔다고? 풀파워 정복왕이 부활했단 소리다!”
그가 건강함을 어필하듯 팔을 들어 올린다.
...정말....한심하다.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된 이상 급한데로...
“기사 아저씨, 죄송한데 주소를 바꿀게요.”
기사 아저씨에게 핸드폰을 내밀며 새로운 주소를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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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가 택시비를 지급하고 우리는 택시에서 내렸다.
앞의 커다란 간판이 우리를 맞아준다.
“페가수스 듀얼리스트 킹덤”
이 근처에 있는 초대형 카드숍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안에는 여러 테이블이 이미 듀얼로 한창이었다.
주말이 아니라 대규모 대회 같은 건 없겠지만 그래도 금요일 5시 반이라는 시간이다 보니 방과후 학생들이 꽤 많이 온 걸까나...
생각해보니 나도 우선은 학생인가.
“어서옵쇼!”
입구 근처에 있던 사장님이 인사를 해준다.
이쪽도 인사를 하고 사장님 쪽으로 향한다.
우리가 다가가자 사장님의 눈이 휘둥그래진다.
“아...혹시...설마 본...인은 아니시죠?”
“예? 아...”
못 알아볼리가 없다. 그런데도 항상 이렇게 대놓고 물어보면 나는 당황해버리고 만다. 아직 우승한지 얼마 안되어 익숙해지지 않아서 그런 걸까...
“예, 맞습니다. 이 꼬맹이가 바로 제34회 세계대회 우승자 그 꼬맹이 맞습니다.”
옆에서 아저씨가 얄밉게 말한다.
“아...그런! 어, 어서오세요, 듀얼리스트 킹덤에!”
사장님이 당황해서 의자에서 일어나 다시 인사한다.
그리고 순식간에 테이블에서 듀얼을 두고 있던 듀얼리스트들에게 둘러 쌓인다.
“와! 누나 예뻐요! 여신! 완전 여신!”
“싸인좀! 누나 여기 시즈쿠에 싸인좀!”
“바보야 당연히 섬도희-레이에 받아야지 바보냐!”
“셀카 같이 찍어요!”
“당장 나랑 메챠쿠챠 듀얼하자!”
“옆의 남자는 누구에요?”
아...이건 생각했던 것보다...평일이라 방심했다.
포기하고 아저씨 손을 잡고 도망칠려던 순간이었다.
“어이 너희들, 그녀도 손님이다, 너네들이 듀얼하러 왔는데 그러면 좋겠냐? 적당히 하고 얼른 테이블로 돌아가!”
사장님이 크게 소리치자 우리를 감쌌던 학생들도 잠잠해져서 우선 자리로 돌아간다.
휴...
“감사합니다.”
사장님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아뇨, 당연한 걸요.”
그런데 이 아저씨...도와줄 생각도 안 하고 줄곧 판매용 카드를 구경하고 있었지...
모자를 푹 뒤집어 쓰고 있는 탓에 그만은 정체를 들키지 않았다.
아니 사실 모든 관심이 내게 쏠려 있어서 아무도 아저씨를 보지 않았지만.
내가 참자...참아...
“그래서 오늘은 어쩐 일로? 협회 관련 일인가요?”
사장님이 내게 물었다.
“아뇨, 그냥 사적인 일로 온 겁니다. 저기 저 아저씨...가 듀얼을 좀 배우고 싶다고 해서.”
“내가? 언제?”
아저씨가 뭔 소리냐며 나를 쳐다본다.
“아 그렇군요. 완전 초보이신가요? 듀얼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사장님이 아저씨에게 묻는다.
아저씨는 뒷목을 잡으며 대답했다.
“아뇨! 듀얼 잘하거든요! 정말 오지게 잘 하거든요! 저! 얼마냐 잘 하냐고 물으신다면...”
으이구...자존심은 있어서.
“그게, 저 아저씨가 10년 전에 그만 둬서 마룰2 까지 밖에 몰라서요. 마룰4랑 펜듈럼 링크 같은 것 좀 알려주려고...”
덕분에 이쪽이 보충설명을 한다.
“아, 그래도 경험자시면 6시부터 열리는 대회에 참가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실전보다 빨리 배우는 것도 없기도 하고”
“6시부터 대회요?”
“예, 저희 가계 명물 금요일 6시 CS입니다. 퇴근하고 참가하는 직장인들을 위해 당일 직전 참가도 허락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사람들이 많던 건가.
아니 그것보다 저녁 6시부터 시작한다고? 도대체 몇시에 끝나는데?
숍 내를 다시 보자 최소 30명은 있어보인다.
이정도 숫자면 스위스 3전에 16강 토너먼트인가.
아무리 주말 대형 대회의 스위스 4전 32강토너가 아니라지만
결승전 끝나면 빨라도 11시는 기본으로 넘길 것 같은데.
물론 결승전까지 남는다는 전제지만.
작은 대회니까 좀 빨리 진행을 하려나...
“좋습니다, 참가하죠!”
카드를 구경하던 아저씨가 자신있게 말했다.
아저씨?!
“아저씨 덱도 없잖아?”
당황해서 그한테 물었다.
“뭐 덱이야 사면 되는 거지.”
아저씨가 잠시 진열대를 보다가 손가락을 뻗는다.
“사장님, 펜듈럼 에볼루션 스트럭쳐 저거 3팩 주세요.”
?!
“자, 잠깐만요!”
아저씨의 팔을 잡는다.
왜 마룰2 복귀 듀얼리스트 주제에 하필 잡아도 난데없이 펜듈럼을 잡는 건데!
거기다 마술사는...개인적으로도 프로로서도 상성이 좋지 않아서 싫어한다.
뭐, 덱을 급조하려면 정말 최적의 스트럭쳐를 고르긴 했는데...
역시 정복왕이라고 해야 하나, 무서운 감이다.
“왜 하필 저건데!”
“색깔이 특이하잖아, 반반이라니.”
“어떻게 쓰는 줄은 알고?”
“몬스터 카드 아냐?”
후우...
결국 설득의 설득 끝에 마술사는 포기하고 진제왕강림을 3팩 사는 걸로 합의를 봤다.
그는 마치 아이마냥 들뜬 표정으로 스트럭쳐 3팩을 가지고 근처의 테이블로 가서 앉아 카드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당신은 마음 편해서 좋겠구만...정말로.
카드를 정리하던 그와 눈이 마주친다.
그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손을 올리며 외친다.
“야, 너도 빨리 카드 사가지고 와, 대회 곧 시작한다.”
뭐...?
“서, 설마 레이 프로도 참가하시는 건가요?!”
사장님이 코에서 콧김을 내뿜으며 묻는다.
“아니...저는...”
“내가 무서워서 내 빼는 거냐, 『전투희』! 그러고도 프로냐!”
테이블에 앉은 아저씨가 능글맞게 웃는다.
뿌득.
내 안에서 뭔가 끊기는 소리가 났다.
기껏 옆에서 보면서 듀얼 끝내면 이것 저것 가르쳐줄려고 했는데
“혹시 카드가 필요 하시다면 제 걸 빌려드려도 괜찮습니다만. 얼터가이스트, 섬도희 그리고 썬더드래곤이 있는데요. 레이 프로는 역시 섬도희 일까요 하하.”
사장님이 덱을 몇개 꺼내주신다.
프로 듀얼이 아닌 일반 듀얼은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가끔 하긴 하지만 일반 듀얼의 대회인가, 얼마만일까.
프로가 된 뒤로 나온 적은 없다. 뭐 딱히 프로가 일반 듀얼 대회에 나오지 못한다는 협회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니 문제는 없겠지.
오히려 참가했다가 스위스 광탈이라도 하면 SNS에서 비웃음 당하기 쉽기 때문에 참가하기 어렵다고 해야할까.
좋아, 이렇게 된 이상...
예상했던 것보단 이르지만 내 실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얼터로 부탁드립니다.”
이런 건 메인덱을 잡으면 패배시 오히려 더 비참해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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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선공 잡고 집을 짓는 덱은 싫어한다.
전개에 시간만 오래 잡아 먹는 주제에 뚫어버리면 금방 무너져내린다.
때리는 맛도 맞는 맛도 없다고 할까.
그래서 10년전에 마도를 쓰는 『세계』 보다 정룡을 쓰는 『정복왕』을 더욱 더 좋아했다.
선공을 잡던 후공을 잡던 그는 누구를 상대로도 화끈한 난투전을 펼쳤다.
가드를 올리고 상대의 모든 공격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뛰어넘는 반격으로 승리했다.
그 순수한 힘의 포효에 나는 빠져든 것이다.
“졌습니다! 영광입니다, 레이 프로!”
반대편에 앉은 양복차림의 회사원이 고개를 숙인다.
“감사합니다. 마술사, 잘 다루시네요.”
후우...스위스 돌파인가.
썬더드래곤 OO
트릭스터 OO
마술사 XOO
마술사 2차전 때 선공잡고 패가 심하게 말려서 살짝 위험하긴 했지만 무난하다.
욕망과 탐욕의 항아리로 멀티 페이커랑 프로토콜을 드로해서 승리하긴 했지만.
이쪽 숍에 얼터가 많지 않은 건지 메인 레드리부트가 잘 안보이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썬더드래곤 강세인가. 공룡축이 얼마나 있는지가 관건일려나.
얼터 입장에서 판크라톱스 메인은 정말...
핸드폰의 앱으로 16강 대진을 확인한다.
그렇게 대충 화면을 확인하는 도중 '그'의 참가 닉네임이 보인 것이다.
“전투희 타도”님 - 16강 진출
아저씨?!
인터넷에 올라가면 분명 ‘어캐했냐’고 댓글이 달렸을 것이다.
아무리 완성도 높은 제왕 스트럭쳐라지만...
아니 덱의 문제가 아니라 아저씨는 마룰2밖에 모르는 원시인 같은 존재라고?!
설마 농담이었는데 진짜 아저씨랑 맞붙게 되는 건 아니겠지...
그렇게 될 경우 질 수 없다. 절대로. 절대로!
원시인이랑 듀얼해서 지면 당장 은퇴해야 할 만큼 부끄러울 것이다.
나도 모를 불안감을 가지며 16강 상대를 만나러 테이블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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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은! 레이 오스프레이 선수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스위스
썬더드래곤 OO
트릭스터 OO
마술사 XOO
토너먼트
16강 썬더드래곤(공룡) XOO
8강 강귀 OO
4강 굿스터프링크 OXO
결승 섬도희 OO
결국 아저씨는 16강에서 내가 결승에서 만난 섬도희를 만나 탈락, 우리 둘이 만나는 일은 없었다.
우승 상품인 세비지 스트라이크 3 박스를 받고 탈락했는데도 집에 가지 않고 결승까지 자리를 지킨 대회 참가자의 모두와 기념 사진을 찍고 나니 벌써 시계는 11시 반을 넘기고 있었다.
늦는 것에 엄한 우리 엄마 때문에 중간에 집에 전화해서 왜 늦는지를 설명해야했다.
아무리 프로라도 엄마한테 카드숍이라고 하면 혼날 것 같아서 아빠에게 말했더니 걱정 말고 즐기고 오라고, 엄마에게는 아빠가 잘 말해놓겠다고 자신있게 말해졌다.
돌아가는 길에 아빠에게 야참이라도 사다드리자.
아저씨는 어딨지...
연전으로 힘 없이 숍 내를 헤매던 도중 구석의 테이블에서 4강의 굿스터프링크를 쓰던 듀얼리스트랑 앉아서 뭔가 사이좋게 쏙닥거리고 있는 아저씨를 발견했다.
“아저씨, 슬슬 돌아가자.”
“오, 꼬맹이냐, 여기 와서 이거 좀 봐라, 방금 굿스터프링크인가 하는 덱을 보고 생각해본 건데 어때?”
이건...
강하다.
딱 봐도 알 수 있다. 패트랩에 엄청난 내성을 가지고 있다.
지금 환경은 전개를 하면서 "일소권"을 아낄 수 있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부분 그게 불가능 하니까 베이고가 그렇게 파워카드 취급을 당하는 거다.
하지만 이 덱은 다르다. 일소권은 그저 "보험"일 뿐.
현재 프로 듀얼 금제에 서몬 소서리스는 들어가 있지 않다. 내년 세계대회가 끝나면 100퍼센트 금지로 갈 것이라고 다들 예측하지만.
덕분에 일소권 조차 안 쓰고 필드에 정룡 두마리면 갤럭시 토마호크로 엑스트라 링크 조건이 갖춰진다.
그걸 막아도 베이고 특소를 쓰거나 일소권으로 튜너나 매스매티션을 꺼내 하리파등으로 이어가는 게 가능하다.
묘지나 패의 염정룡이나 남정룡을 제외하며 정룡이 한마리 나오면 자동으로 하리파가 뽑힌다. 아저씨가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수속성 드래곤족 튜너인 수호룡 유스티아의 등장으로 폭정룡도 가능해졌다.
카드군 자체에서 아드를 벌고 일소권을 아끼면서 튜너를 서치해서 하리파를 뽑을 수 있는 카드군이 몇이나 있을까. 당장 떠오르는 건 기껏해야 지금은 금지인 십이수의 회국 뿐이다. 하지만 금지인 회국조차 최대 3장만 들어갈 수 있는데 이 경우 4정룡중 3용이 일소권을 안 쓰고 가능한 것이다.
10년 전에는 그리 빛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다시 보면 정룡의 가장 무시무시한 강점은 바로 이 "튜너 친화력"과 "일소권의 여유" 이라고 할 수 있겠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순간 몸에 전류가 달린다.
...아까 아무래도 실언을 한 것 같다.
이 덱의 진짜 "보험"은 일소권이 아니라 덱에 들어가있는 "갤럭시 토마호크"가 진짜 보험인 것이다.
귀찮게 7레벨 2마리를 필드에 내놓는 짓 따위 정복왕은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저 정룡 1마리의 소환이면 기본적인 전개의 준비는 끝나는 것이다.
진정한 전개는 남아도는 일소권과 튜너 서치를 활용한 하리파로 시작하겠지.
도전자가 그에게 7레벨을 2마리 뽑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눈에띄는 건 터무니 없는 방어력.
패에 있는 매스매티션이나 아무런 하리파 전개로 시작해도 엑링이 가능한데 전개시 트로이메어의 코스트로 묘지로 가는 어른정룡들이 튀어나올 것 까지 생각하면...
아무리 전개 도중 패트렙 견제를 받아도 정룡을 1마리씩 추가로 소환해서 전개하거나 아님 2마리를 꺼내서 드래고사크를 꺼내 3레벨 토큰 두개로 케루비니를 꺼내 댄디라이온을 덤핑하거나 갤럭시 토마호크를 꺼내 토큰을 뿜어내고 계속해서 전개할 것이다.
패의 매스매티션, 글로우 업 벌브, 증쥐, 우라라, 댄디라이온, 오라이온, 베이고 등등 전부 꼬마정룡의 패코스트로 쓰는 것도 가능하고
묘지로 가면 위 카드는 물론 전개파츠인 토마호크, 드래고사크, 피닉스, 링크 스파이더 전부 어른 정룡의 제외 코스트로 알뜰하게 쓰일 것이다.
엑덱이랑 덱스페이스가 좀 빡빡해보이는 걸 제외하면 바로 보이는 큰 단점도 없다.
그것 때문에 선공 후공에 따라 사이드 교환이 좀 많이 필요해보이긴 하지만...
완벽한 엑스트라 링크 특화덱.
10년만에 처음 짜는 덱이라면 옛날 덱의 컨셉을 계승하여 새로 나온 드래그니티 링크 몬스터인 드래그니티 나이트-로물루스를 중심으로 용의 계곡, 이클립스, 레다메, 바렐 세비지와 다른 강력해진 8레벨 싱크로진을 더 넣고 돌파덱을 짜보고 싶을 만도 한데...
그런데도 이 아저씨는 그 유혹을 뿌리치고 엑스트라 링크 단 하나를 바라보며 12년 전의 덱을 뿌리부터 뒤집어 엎어 지금 메타에 통할만한 것으로 바꾸었다.
이걸 정말로 불과 몇시간 전만 해도 마룰 2밖에 모르던 그 아저씨가 짜맞춘 것인가.
...위험하다.
레이 오스프레이가 아니라 『전투희』로서의 내가 직감했다.
“어때? 쓸만할 것 같지 않아? 처음엔 토마호크 전개에 올인했는데 하필 저격 당하기 좋은 부유벚꽃이란게 있다고 해서 뭔가 보험이 없을까 싶어서 둘러보니까 케루비니-댄디라이온이란게 있더라구. 마침 드래고사크의 토큰이 3렙이기도 해서 완벽하잖아! 그리고 아까 다른 녀석한테 들었는데 새로나온 카드군 중에 수호룡이 요즘 선턴 간드라 번 FTK을 자주 한다고...”
결국 아저씨에게 있어서는 그저 전부 장난감과 같은 것이다.
그 순간이었다.
내 안에 작은 불안감이 싹튼다.
나는 무언가 커다란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 것 아닐까 하고.
10년동안 사람들은 언제나 말했다.
그가 지금 돌아오면 어떨까, 그가 지금 돌아오면 적응하는 게 가능할까.
...그들은 곧 원하던 답을 알게 되겠지.
이 때의 나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내 안에 조용히, 확실하게 쌓여가는 아저씨를 향한 내 적의의 존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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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듀얼 금제 - 현실 콘마이의 금제 - 10월 1일 2018년 프로 듀얼 금제 - 현실 콘마이의 금제를 조금 느리게 적용시키는 금제 - 7월 1일 2018년 프로듀얼 쪽 금제가 약간 느린 이유는 환경이 너무 확확 바뀌면 기업 스폰서들이 신규 티어 카드를 또 사야 하니까 협회에 압력을 넣어서 라는 설정입니다 (유져들과 달리 힘이 있는 기업 스폰서들...) 더불어 프로듀얼의 경우 세계대회 우승자는 우승할 때 사용하던 덱에 들어있던 카드를 금제 관계 없이 언제든지 자신 한정 사용 가능하고요. 예) 정복왕의 어른 정룡 풀투입 / 레이의 인게이지 3장. | 18.10.28 19: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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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대회에서 참가인원 전부가 바로 토너먼트를 하지는 않고 스위스 라운드라고 3전~4전 정도를 치뤄서 그 성적 (자신의 결과 뿐만 아니라 자기가 이긴/진 플레이어의 결과 역시 반영해서 가끔 승률은 좋은데도 다른 플레이어들의 결과에 따라 진출 못하는 슬픈 상황도...)으로 토너먼트로 진출하게 됩니다. 간단히 생각하면 대회의 예선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 18.10.29 01:3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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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roto
해외의 덱 이미지 만드는 사이트에서 떠온 거라 문제 없을 것 같습니다. | 18.10.29 01:3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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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고사크 자체만으로 초동 전개를 해야하는 상황일 경우 7레벨 소재 두마리를 필드에 준비하는 도중 염/남/폭 정룡 하나 제외하면서 다른 정룡 소환 -> 제외된 정룡으로 튜너 서치 -> 드래고사크 뽑고 토큰 뽑고 서치한 튜너 일소 -> 튜너와 엑존의 드래고샤크로 하리파 -> 오라이온/벌브 덱특소하고 드래고사크 토큰 2개로 케루비니 -> 필드 결과물 = 케루비니 + 하리파 + 오라이온/벌브 + 2 댄디 토큰, 엑링 조건 달성, 같은 식이 되겠네요. 프로듀얼 금제 쪽은 TCG처럼 아직 서몬소서리스가 살아 있다는 설정이라 굳이 초동을 드래고사크로 하기 보다는 동조건에서 나오는 토마호크로 하는 게 이득이라 이쪽이 우선시 되겠지만요. 보통은 드래고사크는 초동으로 쓰이기 보다는 안 보여주고 아껴두다가 초동 전개용으로 매스매티션이나 정룡 1마리 + 튜너 경유해서 뽑은 하리파에 우라라 포영 맞고 막히는 상황에서 나와서 케루비니 -> 댄디라이언 덤핑하고 엑링 전개 이어가는 방식으로 쓰이는 게 이상적이겠지요. 굿스터프링크에 비해 공격력은 부족하지만 방어력이 강하다는 컨셉입니다. | 18.10.29 14:3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