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지?
마쿠라다 준코는 듀얼 디스크에 덱을 꽂아넣으며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녀는 듀얼을 잘 하는 편은 아니었다.
일단은 듀얼 아카데미에서 최고 레벨이라고 할 수 있는 오벨리스크 블루 소속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여성은 모두 오벨리스크 블루라는 교칙 때문.
만약 그러한 교칙이 없었다면 아마도 라 옐로우, 최악의 경우라면 오시리스 레드 소속이었을 것이다.
삐빅.
그녀의 가느다란 검지가 꾸욱, 버튼을 누르자 전원에 붉은 불빛이 들어오며 듀얼 디스크가 전개되었다.
이것의 듀얼의 준비는 OK.
준코는 눈을 가늘게 뜨며 자신의 상대를 바라보았다.
슬슬 성인 남성의 멋들어진 매력을 뽐내도 좋으련만, 아직까지도 악동과도 같은 얼굴.
거기에 어딘가 흙먼지라도 잔뜩 뒤집어썼는지, 거뭇거뭇한 부분이 한 눈에 보이는 붉은 자켓.
솔직히 말하자면 듀얼은 커녕, 대화조차도 하고 싶지 않은 상대였다.
하지만.
“어이! 슬슬 시작하자고!”
“알고 있어요! 그 전에, 약속은 지키는 거겠죠?”
“어? 아아! 알고 있다고. 네가 이기면 내가 더 이상, 아스카에게 접근하지 않는 거였지?”
“흥. 제대로 기억해두세요.”
뭐가 그리 좋은 지 헤실, 웃는 상대에게 표독스럽게 답하며 준코는 덱 위에서 다섯 장의 카드를 뽑아들었다.
그래. 이번 듀얼은 자신의 동경의 대상이자 절친한 친구를 더럽고, 꼴 보기 싫은 오시리스 레드의 낙제생에게서 떨어뜨리기 위한 듀얼이었다.
그러니까, 하고 싶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다.
준코는 스스로의 마음을 다 잡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상대방은 그런 그녀의 행동에 고개를 잠시 갸웃하다가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좋아! 그럼 내 선공이야! 선공은, 드로우할 수 없는 거였지?”
“그래요. 그리고 엑스트라 몬스터 존도 잊지 말고요.”
“알고 있어! 알고 있어! 에, 그러면 ….”
최근 개정된 룰을 곱씹으며 상대방은 자신의 패를 살펴보았다.
라이프는 4000에서 8000으로, 선공을 드로우할 수 없으며, 융합 덱은 엑스트라 덱으로 명칭이 변경되었고, 몬스터 존도 메인 몬스터 존과 엑스트라 덱에서 소환되는 몬스터만 둘 수 있는 엑스트라 몬스터 존으로 나뉘어졌다.
거기에 이제부터 앞면 수비 표시로 몬스터를 소환할 수 없는 점이나, 카드들의 텍스트가 자잘하게 에라타된 점 등, 여러가지 변화가 있어 현재 듀얼 아카데미아의 학생들 모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듀얼을 좋아하기로 소문난 듀얼 바보, [유우키 쥬다이]에게도 마찬가지였고.
준코는 여러가지가 개정된 신 룰에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그를 바라보며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의 행적이 워낙 유명한 터라, 그의 듀얼 스타일은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고속 융합 소환으로 상대에게 큰 데미지를 주고, 부족한 어드밴티지는 연속 드로우 카드로 해결한다.
지금까지의 룰이었다면 분명 어떻게든 가능했던 방법이지만 지금부터는 다르다.
새로 개정된 룰은 명확하게 그에게 폐널티를 안겨주고 있었다.
“자, 어서 하세요!”
그녀가 카랑카랑하게 소리치자 쥬다이는 입맛을 다시고는 패에서 한 장의 카드를 뽑아들었다.
“… 좋아! 나는 마법 카드, [명추리]를 발동!”
“명추리?”
“이 카드의 효과로 지금부터 내 덱 위에서 통상 소환이 가능한 몬스터가 나올 때까지 카드를 넘길 거야. 그리고 너는 그 통상 소환이 가능한 몬스터의 레벨을 맞쳐줘. 만약 네가 선언한 레벨의 몬스터가 나온다면 나는 넘긴 카드를 전부 묘지로, 그렇지 않다면 그 몬스터를 특수 소환하고, 그 이외의 카드들은 전부 묘지로 보낸다고. 재밌겠지?”
그 이름대로 감과 추리력을 요구하는 독특한 마법 카드였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덱에 들어가 있는 몬스터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레벨은 4.
그것은 융합 소환을 주축으로 하는 쥬다이에게도 통용되는 것 중 하나였다.
하급 몬스터 중에서 가장 강력한 공격력을 가진 레벨은 4이기 때문에 덱을 구축하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다른 레벨의 몬스터보다 4의 몬스터에게 손이 더 갔다.
준코는 잠시 고민하는 척하더니 발동된 명추리의 이미지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그렇다면 저는 레벨 4을 선택하겠어요!”
“좋아. 그럼 첫번째! … 는, [융합]이네? 마법 카드니까 처리 후에 묘지로 보내겠어.”
“알고 있으니까 진행이나 하세요.”
“헷, 그리고 두번째!”
쥬다이는 융합 카드를 중지와 약지 사이에 끼고 다음 카드를 들쳐보았다.
효과 몬스터와 명확히 구분되는 노란색 테두리의 일반 몬스터 카드.
솔리드 비전이 그의 앞에 빛무리를 일으키며 곧 나타날 영웅의 등장을 알렸다.
“[엘리멘틀 히어로 페더맨]! 이 카드의 레벨은 3이니까 수비 표시로 특수 소환하겠어!”
“크읏 …! 운도 좋아라!”
곧 이어 빛무리 사이로 새하얀 날개를 펄럭이며 천공의 히어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날렵한 근육에 녹색 타이즈, 손목과 발목에는 맹금류의 깃털이 박혀 있었고, 바람에 휘날릴 듯한 가면이 그 진정한 정체를 감추고 있었다.
쥬다이는 멋스럽게 등장한 자신의 히어로에 만족감을 느끼며 패에서 또 한 장의 카드를 뽑아들었다.
“이어서 마법 카드, [말뼈의 대가]를 발동! 일반 몬스터인 페더맨을 묘지로 보내고 2장을 드로우하겠어!”
페더맨은 쥬다이가 좋아하는 히어로 중 하나이지만 그 공격력도, 수비력도 1000.
거짓말이라도 높다고 할 수 없는 수치이기 때문에 다음 턴이 되면 몬스터의 공격에 의해 파괴될 게 뻔한 운명이었다.
물론 페더맨의 진정한 가치는 그 스테이터스가 아니기에 상관 없는 것이지만, 지금은 그가 가진 다른 면을 활용해야 할 때였다.
탁, 호쾌하게 카드를 드로우한 쥬다이는 홀로 고개를 끄덕이며 턴을 마무리할 준비를 했다.
“이어서 나는 몬스터와 리버스 카드 한 장씩 세트하고 차례를 마치겠어!”
“그럼 제 차례네요. 드로우!”
준코는 드로우한 카드를 확인하곤 상대방을 흘겼다.
상대는 분명 오시리스 레드.
그녀가 아무리 여학생이기 때문에 오벨리스크 블루에 소속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패배를 상상할 수조차 없는 학교의 최하위 계급이었다.
물론 지금까지는 엄청난 천운으로 학교의 파란을 일으켜왔지만, 그것도 오늘까지다.
준코는 못마땅한 시선으로 쥬다이를 노려본 채, 패를 셔플했다.
“좋아, 가겠어요. 저는 마법 카드, [테라포밍]을 발동! 덱에서 필드 마법 카드 한 장을 패에 넣어요! 제가 넣을 건 [전설의 도시 아틀란티스]!”
“필드 마법인가 …!”
“계속해서 지속 마법, [워터 해저드]를 발동! 이 카드는 1턴에 1번, 제 필드 위에 몬스터가 존재하지 않을 때, 패에서 레벨 4 이하의 몬스터를 특수 소환할 수 있게 해줘요. 저는 워터 해저드의 효과로 [인어 나이트]를 특수 소환! 아틀란티스의 효과로 파워 업!”
준코와 쥬다이가 서있는 오시리스 레드 기숙사 근처의 황량한 공터가 깊은 바다로 변모한다.
공기 방울들이 위로 올라가며, 다양한 물고기들이 춤을 추듯, 헤엄쳐 돌아다닌다.
그리고 그 깊은 바다의 중심에선 심해 속으로 가라앉은 고대의 도시가 육중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쥬다이가 헤에, 하며 솔리드 비전에 감탄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첨벙!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난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자 유려한 몸놀림으로 헤엄을 치는 인어가 준코의 앞에 내려앉고 있었다.
“계속해서 [프린세스 인어]를 소환! 그리고 프린세스 인어 역시도 아틀란티스의 효과로 공격력과 수비력이 상승해요!”
“인어 나이트에, 프린세스 인어. 네 덱은 인어 덱이구나!”
“그래요. 바다를 헤엄치는 아름다운 공주들이죠. 하지만 적에게는 용서 없다구요! 배틀! 인어 나이트로 세트 몬스터를 공격! 머메이드 소드!”
찰캉, 쇳소리를 내며 바다의 기사가 빠르게 헤엄쳐 나아간다.
육지에서는 보여줄 수 없는 화려한 몸놀림으로 바닷 속을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한바퀴 회전하면서 세트 몬스터를 베어내곤 햇빛이 쏟아지는 바다 위를 향해 튀어올랐다.
세트 몬스터가 뒤집어지며 그 모습을 공개했다.
“[프렌도그]의 효과 발동! 이 카드가 전투로 파괴되어 묘지에 보내졌을 때, 묘지의 융합과 엘리멘틀 히어로 하나를 패에 넣을 수 있어! 나는 융합과 페더맨을 패로 되돌린다!”
“하지만 인어 나이트는 필드에 바다가 존재하는 한, 1번의 배틀 페이즈 중에 2번 공격할 수 있다구요! 가라! 인어 나이트!”
“미안하지만 그 대책도 준비되어 있다고! 함정 발동! [히어로 시그널]! 내 몬스터가 전투로 파괴되어 묘지에 보내졌을 때, 덱에서 레벨 4 이하의 엘리멘틀 히어로 하나를 특수 소환한다! 내가 소환할 건, [엘리멘틀 히어로 클레이맨]이다!”
바다 위로 튀어올랐던 인어 나이트는 중력의 인도와 함께 빠른 속도로 심해로 들어가 적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그러나 카앙, 하는 소리와 함께 검이 튕겨져 나갔고, 기사는 급히 헤엄치며 장소를 빠져나갔다.
텅 비어 있던 적의 앞에는 어느 새인가 무거운 돌덩이 같은 존재가 양 팔로 자신과 주인의 몸을 지키며 자리 잡고 있었다.
“으읏 …! 그렇다면 저는 메인 페이즈 2로 이행해요. 리버스 카드 두 장을 세트하고 차례를 마치죠.”
인어 나이트의 장점을 살린 연속 공격은 실패.
오히려 프렌도그만 파괴되어 상대의 어드밴티지를 늘려준 꼴이 되고 말았다.
준코는 자책하면서도 자신이 덮어둔 카드들을 확인했다.
바다가 앞면 표시로 존재할 때, 자신에게 오는 전투 데미지를 모두 0으로 하는 지속 함정, [회오리 해류벽].
그리고 레벨 4 이상의 몬스터의 공격을 모조리 막는 [그레비티 바인드].
유우키 쥬다이의 히어로 덱은 결국 융합 소환을 주축으로 하기 때문에 주요 몬스터의 레벨은 결국 5 이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에 반해 자신의 몬스터들은 아틸란티스의 효과로 레벨이 1 낮아져 전부 3.
자신은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고, 상대방은 공격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거기다 설령 공격을 당한다 하더라도 회오리 해류벽으로 전투 데미지는 0.
그야말로 철벽의 포진이다, 준코는 속으로 스스로를 격려하고는 남은 한 장의 패를 꼬옥 쥐었다.
이 정도라면 아무리 상대방이라도 ….
“나의 턴, 드로우! 좋았어! 나는 마법 카드, [융합]을 발동! 패의 페더맨과 버스트 레이디를 융합하겠어!”
“저 두 몬스터가 소재라면 …!?”
“나와라! 내 페이버릿 카드, [엘리멘틀 히어로 프레임 윙맨]!”
쥬다이의 뒷편으로 공간이 일그러진다.
언젠가 오시리스 레드의 다이도쿠지 교수가 말해주었던 듀얼 몬스터즈의 연금술.
세계의 진리와 규율을 뒤섞어 새로운 신비를 탄생시키는 비술.
정열적인 결투자의 인도 아래에서 두 히어로가 몸을 던져 하나가 되어갔다.
왼쪽 등에는 창공을 날아다닐 수 있는 날개를.
오른 팔에는 적을 불태울 수 있는 용의 머리를.
유우키 쥬다이의 페이버릿 카드이자, 주력 몬스터라고 할 수 있는 히어로가 고고한 모습으로 그의 앞에 나타났다.
‘하지만 프레임 윙맨의 레벨은 6. 그레비티 바인드를 발동하면 …!’
“계속해서 나는 [엘리멘틀 히어로 스파크맨]을 소환! 그리고 클레이맨을 공격 표시로 변경하겠어!”
“클레이맨을 공격 표시로 바꾼다구요?”
예상치 못한 그의 행동에 준코가 눈을 크게 뜨며 되물었다.
클레이맨은 분명 수비력 2000의 높은 스테이터스를 가진 몬스터지만, 그와 반대로 공격력은 고작 800 밖에 되지 않았다.
아무리 공세를 갖춘다곤 하나, 그런 몬스터의 표시 형식마저 변경하다니.
파격적인 쥬다이의 행동에 준코는 의문을 표했고 -.
곧 이어 그가 보여준 한 장의 카드에 그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마법 카드, [R-라이트 저스티스]를 발동! 내 필드 위의 엘리멘틀 히어로 하나당, 필드의 마법/함정 카드를 파괴하겠어! 내 필드의 히어로는 셋! 따라서 아틀란티스와 네 세트 카드 두 장을 전부 파괴한다!”
콰르르르릉!
번개가 내려쳐지며 심해의 도시가, 그녀를 지켜주려던 중력장과 해류벽이 날아간다.
이제 그녀는 물론이고, 그녀의 몬스터들을 지켜줄 카드는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된 상태에서 나올 카드는 단 하나 뿐이다.
쥬다이는 웃으면서 마지막으로 남은 한 장의 패를 보여주었다.
“내 리버스 카드들이 …!”
“그럼 이젠 내 필드를 보여줄 차례지? 필드 마법, [마천루-스카이 스크레이퍼] 발동!”
다시 황량한 공터로 변했던 필드가 변모를 시작한다.
흙바닥은 잿빛 콘크리트처럼 변하고 무수히 많은 건물들이, 하늘 위로 치솟는다.
그 중 가장 높은 빌딩은 어느 새인가 나타난 달을 조그맣게 가리며 그 웅장한 위엄을 보이고 있었다.
입학 시험에서도 보았던 히어로들의 무대.
준코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역시나 이 카드인가요!?”
“배틀이다! 클레이맨으로 프린세스 인어를 공격! 클레이 너클! 그리고 이 순간, 스카이 스크레이퍼의 효과 발동! 클레이맨의 공격력을 1000 포인트 올린다!”
쿠웅!
이전의 턴, 공격조차 하지 않았던 인어의 공주는 자신을 향해 육중한 몸을 날리는 히어로에 대항조차 하지 못 하고 파괴되고 말았다.
본래라면 공격력 800의 클레이맨으로서는 대항할 수 없는 상대였지만, 장소는 이미 그녀의 홈 그라운드가 아닌, 지상.
바다가 아닌 것도 불리한 판인데 심지어 결투의 장소는 히어로들의 무대였다.
승패가 한 순간에 갈리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프레임 윙맨으로 인어 나이트를 공격! 프레임 슈웃 -!”
“꺄아아아아악!”
이어서 한 쪽 날개만 펼쳐 저공으로 비행하던 녹색 몸의 히어로는 그대로 오른 팔의 아가리를 벌려 불길을 쏘아냈다.
인어 나이트는 그 불길에 견뎌내지 못 하고 빛의 파편으로 깨져버렸고, 남은 충격이 준코의 몸을 뒤흔들었다.
분명 솔리드 비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눈 앞에 터진 불길의 강렬함에 그녀의 입에서 비명 소리가 흘러나왔다.
“흐윽 …!”
“프레임 윙맨의 효과로 파괴한 몬스터의 공격력분의 데미지도 받아줘야겠어. … 그런데, 괜찮은 거지?”
“시, 시끄러워요!”
“에, 그럼 스파크맨으로 직접 공격! 스파크 플래시!”
“꺄아!”
파란 타이즈에 금빛 갑주를 입은 히어로는 주인의 명령에 살짝 고민하는 듯 했지만 이내 손을 뻗어 작은 전격을 쏟아내었다.
준코의 라이프는 계속해서 줄어들어 이것으로 4000.
초기 라이프의 딱 절반인 수치가 되었다.
쥬다이는 부들부들 떨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뺨을 긁적이고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텅 빈 손을 벌려보였다.
“그럼 난 이걸로 차례를 마칠게.”
준코는 슬쩍 쥬다이를 흘겨보다가 말 없이 덱 위에 손을 얹었다.
듀얼에서 밀린 것도 밀린 것이지만, 몬스터의 공격 선언에 겁을 먹은 것이 너무나도 창피한 것이 이유였다.
“제, 제 차례에요. 드로우.”
그의 얼굴도 보지 않은 채, 준코는 자신의 남은 패를 확인했다.
레벨 4의 몬스터인 [해신의 무녀]와 패를 전부 덱으로 되돌리고 그 수만큼 다시 드로우하는 [리로드].
그 어떤 카드도 이 상황을 뒤집을 수 없는 카드들이었다.
심해의 무녀의 수비력은 2000에, 공격력은 700이라 스카이 스크레이퍼의 백업이 있더라도 스파크맨이나 클레이맨에게 파괴될 염려는 없지만, 문제는 프레임 윙맨이다.
프레임 윙맨의 공격력은 2100.
고작 100 차이지만 해신의 무녀로서는 당해낼 수 없는 수치였다.
‘그렇다면 여기선 리로드로 다시 드로우를 해야 할까?’
다시 드로우한다고 하더라도 남은 패가 해신의 무녀 하나이기 때문에 드로우할 수 있는 카드는 한 장.
최상의 상황이라면 [성스러운 방어막-거울의 힘]처럼 전체 제거 카드를 뽑는 것이지만, 그럴 확률은 너무나도 낮았다.
최악을 피해서 차악을 선택할 것인가.
최선을 노리기 위해 최악을 마주할 것인가.
짧은 시간 동안 두 선택지 사이에서 고민하던 준코는 결정을 내리곤 두 장의 패를 흔들었다.
“몬스터를 세트. 그리고 리버스 카드를 한 장 세트하고 턴 엔드에요.”
“좋았어! 나의 턴, 드로우!”
분명 세트한 해신의 무녀로는 이번 턴을 넘기긴 힘들 것이지만, 그래도 최악을 맞딱뜨리는 것보단 낫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준코는 쥬다이가 블러프로 세트한 리로드에 겁을 먹고 공격을 주저해주길 바랬다.
만약 그렇게만 되어준다면 다음 턴에 자신이 역전의 카드를 뽑을 확률이 조금이라도 늘어날 테니까.
하지만 그 생각에 문제가 하나 있다면 유우키 쥬다이라는 듀얼리스트는 결코 함정에 겁을 먹지 않는 듀얼리스트라는 것이었다.
“배틀! 프레임 윙맨으로 세트 몬스터를 공격! 프레임 슛!”
“세트 몬스터는 …, [해신의 무녀]야!”
“수비력은 2000! 따라서 파괴하고 프레임 윙맨의 효과를 적용하겠어! 프레임 샷!”
또 다시 불길이 터지고 그녀의 라이프가 하락한다.
준코는 또 다시 터져나오는 비명 소리를 참으면서 해신의 무녀의 카드를 묘지로 보냈다.
그리고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던 두 히어로들의 공격이 그녀를 덮쳤다.
“이어서 클레이맨으로 플레이어로 직접 공격! 클레이 너클! 스파크맨으로 추가 공격이야! 스파크 플래시!”
“우, 으읏!”
무거운 콘크리트 주먹이 땅을 뒤흔들고, 번쩍이는 전격이 하늘에 솟구쳤다.
이것으로 남은 그녀의 라이프는 900.
일격이라도 허용하는 순간, 패배로 이어지는 수치가 되고 말았지만 준코는 어떻게든 이번 턴을 넘길 수 있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쥬다이는 방금 드로우했던 한 장의 카드를 보여주었다.
그의 얼굴에 미안한 감정이 아른거리고 있었다.
“아직 배틀 페이즈는 끝나지 않았지?”
“에?”
“속공 마법, [융합 해제]! 이 카드의 효과로 프레임 윙맨을 엑스트라 덱으로 되돌리고, 융합 소재가 된 페더맨과 버스트 레이디를 묘지에서 특수 소환한다!”
“그, 그럴 수가아?!”
“미안하지만 이걸로 마무리야! 페더맨으로 다이렉트 어택! 페더 브레이크!”
명령을 받은 페더맨이 하늘 위로 날아올라 달빛을 가렸다.
그의 두 날개가 펄럭여 매서운 깃털들을 쏟아내었고, 그것들의 비전을 바라보며 준코는 눈을 꼭 감았다.
이런 건 사기잖아!
“꺄아아아아아아악 -!”
그녀의 높은 비명 소리가 울려퍼졌다.
잠시 후, 솔리드 비전이 완전히 사라지자 준코는 울상을 지으며 몸을 일으켰다.
오시리스 레드에게 듀얼에 진 것도 창피한데, 마지막 공격에는 엉덩방아까지 찧고 말았다.
듀얼리스트로서도, 숙녀로서도 창피함을 감출 수가 없는 상황이 되고 만 것이다.
동경하는 자신의 친구를 지키기 위한 듀얼이었는데, 지는 걸로 모자라 이런 망신까지 당하다니.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에 준코는 고개를 푹 내리 깔곤 쥬다이의 시선을 피했다.
“저, 저기.”
“뭐, 뭐에요!? 그래요! 당신이 이겼으니까 이제 마음대로 해요!”
“아니 …. 그런 게 아니라, 즐거운 듀얼이었다고. 갓챠! 는 조금 아니려나 ….”
“………….”
준코는 뚱한 표정으로 쥬다이를 바라보았다.
그는 평소의 유쾌한 손 동작을 하려다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뺨을 긁적이고 있었다.
숨을 한번 크게 들이키고, 한번 내쉬었다.
분한 감정도 남아 있고, 창피한 마음도 남아 있지만 어색하고 웃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니 무언가 한마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침묵하던 준코는 허공을 바라보며 나지막히 말했다.
“다음에는 ….”
“응?”
“다음에는 안 져요. 기억해두세요.”
그 말에 쥬다이는 활짝 미소 지었다.
“아아! 또 즐거운 듀얼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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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코는 모모에와 같이 아스카 옆에 붙어다니는 그 여자애입니다.
꺼무위키를 돌아다니다 애니에서 인어 나이트를 썼다길래, 인어 덱을 사용하지 않을까 해서
짤막하게 듀얼하는 장면을 써봤습니다. 별 다른 이유는 없고, 뽕이 차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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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쓰면서 매우 즐거웠습니다. | 18.08.18 02:24 | |
삭제된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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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m♡
콘마이 : 대신 링크스를 드리겠습니다. | 18.08.18 11: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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넹.. | 18.08.18 17:3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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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주역과 조연의 차이같은 느낌으로 넣은 장면입니다. 아마 갓챠님이 아니어도 주역들이라면 다 썼을 것 같거든요. | 18.08.18 20:0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