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새신이 실패했다? ...진심으로 싸웠을텐데, 그걸 이겨내다니, 방심 할 수 없겠네요. 다음은 저와 붉은 눈<레드 아이즈>가 나가도록 하죠. 당신이 알려준 [비술]로 끝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과거의 저였다면 말렸겠지요. 하지만, 지금의 당신은 완벽한 존재입니다. [잔느], 당신에게는 무운조차 불필요! 부디, 마음껏 유린하시길."
"......질. 당신은 어느쪽이 진짜라고 생각합니까? 저와, 그녀 중."
"물론, 당신입니다. 알겠습니까, 잔느. 당신은 화형 당하고, 게다가 모두에게 배신 당했습니다! 그 샤를 7세는 배상금에 눈이 멀어 공로자였던 당신을 못 본체 했습니다!"
"......"
"용감하게 당신을 구하고자 일어나려고 했던 자들은 한 사람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불합리한 이 소행의 원인은 뭔가? 즉, 신이다! 이것은 우리들의 신의 비웃음이 틀림 없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들은 신을 부정한다. 그렇지요, 잔느?"
"......그래. 그렇네요, 질. 더 이상 저에겐 아무것도 없습니다. 거느리던 병사는 떠나고, 갈망하던 백성들은 도망쳐 버렸다. 왕은 배신하고, 주교는 신의 이름 아래 나를 심판했다. 즉, 전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아뇨, 모든 것은 착각이였습니다. 제가 믿고 있었던 것이, 가 아닌. 저를 허용해준 이 나라 자체가 잘못되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실수를 고치지 않으면 안되겠지요."
"잔느. 부디, 그렇게까지 깊게 생각하지 말아주시길. 이건 단순히 천벌입니다. 당신의 복수는 정당합니다. 당신이 구한 나라라면, 당신이 없앨 권리가 있습니다. 이건 단지 그 뿐인 얘기 아닙니까?"
"그렇네요, 질. 당신의 말은 언제나 극단적이지만, 이번엔 의지가 됩니다. 그럼 나갑니다."
"다녀오시길..."
*****
"으음...그러니까, 마리, 씨?"
"...! 마리씨라니!
"실, 실례했습니다. 선배, 이 분은─"
"실례가 아니야, 매우 기뻐! 지금의 호칭, 귀가 튀어나올 정도로 귀엽다고 생각해!"
정말로 고양이나 강아지의 귀가 튀어나와있다면 쫑긋거리고 있을 법한 텐션을 보이는 화려한 옷차림에 화려한 모자를 쓴 백발의 소녀, [마리 앙투아네트]가 기쁜듯이 웃는다.
"부탁할게, 멋진 외국인씨!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불러주지 않을래?"
"하, 하아...Miss 마리, 라던가 Mademoiselle 마리, 는?"
"Non. Non. 마리씨가 좋아! 그렇지 않아도 마르타는 아무리 말해줘도 고집이 쎄서 불러주질 않는걸!"
"암만 그래도 경칭 생략은 없을겁니다, 마리님."
"이렇다니깐?! 잔느랑 아르토리아도 마리라고 불러줄거지?"
"네? 아, 네...마리."
"알았다."
당황한 듯한 잔느와 귀찮다는듯 한숨과 함께 대답한 두 사람에게 기쁜지 싱글벙글인 마리는 이어서 마슈와 리츠카에게로 고개를 돌린다.
"...마슈는 이상한 곳에서 진지하구나."
"마리 앙투아네트라는 위인을 두고 태연한 선배가 이상해요?!"
"뭐, 어쨌든. 앞으로는 잘 부탁해요, 마리씨."
"네! 네! 처음 뵙겠어요, 마리씨에요! 말이 잘 통하는 분은 매력적이네요."
활짝 웃는 그 표정은 그야말로 화사한 꽂 그 자체였다.
다소 마이 페이스인 것이 흠이긴했지만, 본인의 천성 탓인지 그것도 귀여운 매력으로 승화했다.
"...슬슬 이야기를 들어봐야하지 않겠나. 마스터."
"아, 맞아."
"아아, 미안해. 나 혼자서 달아오르다니, 나도 모르게 그만."
*****
어둠의 게임의 승자가 리츠카가 된 직후, 상황은 햇빛 아래의 눈이 녹듯이 순식간에 정리 되었다.
그림자가 걷히고, 카밀라와 리빙 데드가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작은 인형의 모습에서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온 라이더의 서번트인 마리 앙투아네트.
그녀를 먼저 알아차린 마르타가 [아군으로서 확실한 신원]을 증명하면서 이야기는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소환된 직후, 상황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마스터 없이 소환된 시점에서 불길한 느낌 밖에 들지 않았죠. 거기다 마리님과 저는 클래스가 겹치잖아요?"
"7명의 클래스라는 법칙의 붕괴..."
"거기서, 마르타와 다른 서번트들과 만나면서 난 확신했어. 우리들이 소환된 건 영웅처럼 그녀들<용의 마녀>을 타도하기 위해서, 라고!"
"...허."
그런 결론에 이른 것이 어이가 없다는듯 헛웃음을 흘리는 아르토리아의 작은 목소리를 들으며 리츠카는 확인하듯이 약간의 장난이 섞인 말로 물었다.
"그녀들<용의 마녀>처럼 세계를 없애기 위해서일지도?"
"Non, Non, Non♪ 그건 아니에요, 왜냐하면 나, 생전과 같이 모두가 매우 좋은걸! 세계를 없애기 위해서라면 이런 감정 필요 없고, 무엇보다도 소환 되지 않을거야!"
"...그래서."
쓸데없이 말을 늘리지 말고 얼른 본론에 들어가라, 라고 독촉하는 아르토리아의 차가운 눈빛에 리츠카는 헛기침을 하며 말을 이어나간다.
"어쩌다가 그렇게 된거야?"
"...처음에는 [용의 마녀]를 밀어붙였습니다."
마리에게 계속 이야기를 맡겼다간 해가 뜨기 전까지 이야기가 끝나지 않겠다, 판단한 마르타가 이야기를 이어받았다.
"저와 마리님을 비롯해서 소환된 다른 영령들과 힘을 합쳐서 그녀를 오를레앙에서 나오지도 못하게 밀어붙였죠.:
─그녀가 <붉은 눈을 가진 검은 용>을 소환하기 전까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단순히 와이번이나 드래곤, 그 정도로만 생각했지만."
"[이 아이들]과 같은 <정령>이라는 건 생각도 못했어."
마리가 꺼내든 카드의 뭉치.
그것은 <듀얼 몬스터즈의 카드덱>이었다.
"우리들이 용의 마녀를 밀어붙인 원동력이 된 것은 이 정령들의 힘이 컸습니다. 카드를 매개체로 하여 힘을 빌려주는 정령들의 힘으로 용의 마녀를 밀어붙였지만..."
"그녀 역시 <흑룡>을 꺼내들고, 그녀의 휘하로 불린 <버서크 서번트>들의 등장으로 전황은 악화되기 시작했어. ...뜻을 같이했던 다른 서번트들은 전부 좌로 돌아갔고, 남은건 나와 마르타 정도야."
"그마저도 당신들이 없었다면 전멸했겠죠."
버서크 서번트라고 하는 것은 자신이 상대했던 그 서번트를 말하는 것이이라.
방금 전의 어둠의 게임으로 상대했던 서번트의 모습을 떠올린 리츠카는 수납 상태의 듀얼 디스크를 내려다본다.
"상대도 카드와...정령의 실체화로 싸운다면, 우리도 똑같이 상대할 수 밖에 없겠네."
"서번트 끼리의 전투라면 상관없다만, 그런 특수한 룰<어둠의 게임>과 정령들의 싸움이 동시에 일어난다면 싫어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어둠의 게임이나, 정령의 싸움이라면 내가 맡을 수 있어."
"선배?"
"할 수 있는 사람이 적으니까, 적어도 경험자가 나서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 그리고 그 룰이 듀얼 몬스터즈<매직&위저드>라면 지지 않을 자신이 있어."
무슨 소리냐는 듯이 걱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마슈를 설득한 리츠카는 하지만, 이라며 말을 이었다.
"적어도 와이번이나 서번트들을 상대할 수 있는, 아군<전력>이 더 있었으면..."
"아, 그거라면..."
무언가를 떠올린듯, 마르타가 입을 열었다.
"리옹...리옹이라고 불렸던 도시에 <드래곤 슬레이어>라 불리는 수호자가 있다고 들었어요."
"...! 서번트일까요?"
"그럴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거대한 검을 든 갑옷의 검사라고 들었습니다."
"...어째서 전부 과거형인가?"
리옹이라 <불렸던> 도시, <~라고 들었다>라는 확실치 않은 정보에 아르토리아가 마르타를 바라보며 눈을 좁힌다.
"그 도시에서 도망쳐온 난민들에게서 들었기 때문이야."
"그 이야기는..."
"맞아요. 리옹은 얼마 전에 없어져버렸어요. 그 마을은 지옥에서 온 것 같은 괴물들이 활보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그 드래곤 슬레이어도 없지 않겠나?"
"...그래도 확인 정도는 해보는게 좋다고 생각해."
[밑져야 본전이네. 상대에 비해 우리쪽은 아직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은게 적어, 정보를 얻어야할 필요도 있으니 리옹으로 향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봐.]
리옹으로 간다라는 결정에 찬성한 로망의 말에 리츠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위에 앉은 면면들을 바라본다.
"...마스터의 결정이라면 따르지."
"저도 선배와 닥터의 판단이라면 믿겠습니다."
"저도 반론은 없습니다."
"우리들도."
"그러면 다음 장소는 리옹으로."
*****
"마술사 답지 않다. 굳이 말하자면 전사다."
다음 이동 장소가 정해진 뒤, 피로감이 몰려온 것인지 눈이 감기는 리츠카를, 조용히 마슈의 곁에서 기다리고 있던 포우와 함께 재운 서번트들은 주위를 경계하며 둘러앉았다.
말 없이 둘러앉은 가운데 먼저 입을 연 것은 아르토리아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고 상황판단을 할 수 있는 마스터는 많지 않다. 있다해도 성격이 꽤나 파탄나있는게 대부분이지."
"그런가요...?"
마술 적성이 있을 뿐인 민간인일 리츠카<선배>의 평가에 마슈는 조금의 의문을 가지고 물었다.
"...선배는 평범한 사람일텐데."
"드물지만 현대에도 있다. <영웅>의 적성을 가진 자가 말이다."
"영웅..."
"...내가 말하는 것도 우습다만, 그런 자를 옳은 길로 인도하는 것이 선배<영령>의 역할이기도 하다. ...이점은 새겨들어둬라, 마슈 키리에라이트."
"아...네."
*****
"무슨 일 있어 잔느? 힘이 없어보이는데, 피곤해?
"아뇨. 피곤하지 않습니다, 이래뵈도 서번트니까요."
"그럼, 프랑스를 봐서 소침...그, 실망한거야?
"아뇨,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신경 써줘서 고맙습니다, 마리. ...하지만. 자주 봤던 거리가 불타는 건, 조금 쓰라리네요.
"그랬네요. 특히 당신에게 있어서 이 시대는 생전과 거의 마찬가지. ......음! 오랜만이니까, 토크 하죠! 여자회 토크!"
그 뜬금없는 선언에는 이야기를 나누던 잔느를 포함해 모두가 얼빠질 수 밖에 없었다.
"어라, 이상한가요? 그래도, 저도 당신들도 전성기로 소환되었잖아요? 보세요. 저 사춘기가 한창 진행중인 여자아이에요? 사랑이라던가, 사랑이라던가 매우 좋아서 참을 수가 없어요!"
"...아쉽게도, 저는 자애는 알고 있어도, 사랑을 모릅니다."
"그런...그건 인생의 100%를 손해보는 거라구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사랑을 해 보죠 잔느!"
""네, 기회가 있다면. ...그러면 마리는 사랑을 해봤나요?"
더 난처한 물음이 오기 전에 주제를 바꾸자, 라고 생각한 잔느가 주제를 돌렸다.
"후후후. 물론입니다. 7살때, 프로포즈를 해준 남자 애에게 반했습니다. 아마, 그게 첫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서 14살때, 결혼한 왕에게 반했습니다.
"14살...! 다시 들으니, 대단하네요. 그 때의 전... 남녀 관계 없이, 밭을 뛰어다니며 일하거나 놀거나 했던 것 같은 기억이 있네요."
"그거야말로 즐거운, 부러운 삶이네요. 어디든지 갈 수 있다니, 매우 즐거울 것 같아!"
"그렇네요. 확실히 그 날은 즐거웠습니다. 사랑은 없어도, 우정은 있었으니까요."
오래 전의 일을 떠올리듯 추억에 잠기는 잔느의 표정에 마리는 무릎을 끌어안고는 그 위에 턱을 올리며 웃었다.
*****
그렇게 서로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는 사이, 몇시간의 수면으로 정신도 체력도 어느정도 회복된 리츠카가 꿈벅거리는 눈을 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들 뭐해?"
어느새 자신의 가슴 위에서 퐁퐁하고 놀고있던 포우를 끌어안고 이야기를 나누는 서번트들 사이로 들어온 리츠카를 반긴 마슈는 자신의 옆에 리츠카를 앉혔다.
"괜찮으신가요, 선배?"
"응, 체력은 나름있거든. 조금 자면 괜찮아."
조금 나른한 표정이지만, 그래도 그 기색에는 피곤함은 없다.
그런 리츠카의 품에서 바둥거리며 빠져나온 포우는 리츠카의 어깨를 타고 머리 위로 올랐다.
"어머어머, 귀여운 모자네."
반쯤은 부럽다는 표정으로 웃는 마리의 모습에 포우는 폴짝하고 마리의 빨간 모자 위로 올라간다.
모자 위의 모자라며 웃는 마리의 모습에 모두의 표정이 풀어진다.
"고민있어, 잔느?"
추억에 잠겨있다가, 이내 침통한 표정이 된 잔느를 제외하고는.
"아, 아뇨. 괜찮습니다."
"전혀 괜찮은 얼굴이 아닌걸."
침통, 고민, 곤란.
그런 표정이 뒤섞여 무섭게도 보이는 그 표정은 상당히 괴로워보였다.
"...용의 마녀 때문에?"
"...네, 말하신 대로입니다."
잔느는 하늘을 바라본다.
언제나 그랬듯이, 달은 평소처럼 떠있었다.
"전 태어나서부터 신의 계시를 받아 달려 나가, 되돌아보는 것 없이 나아갔습니다. 죽어서 영령이 되고, 룰러로써 소환된다. ...그것 자체는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마치 고해성사를 하는 느낌으로, 리츠카의 질문에 잔느는 자신이 소환된 직후 부터 가지고 있던 고민과 탄식을 흘렸다.
"<용의 마녀>라는 말은 정말로, 무엇 하나 떠오르는게 없습니다. ...저 <나>는, 대체 누구일까요..."
그런 잔느의 말에 명확하게 무언가를 말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잔느는 아름답구나."
그랬기에, 리츠카의 갑작스러운 외모의 칭찬에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가, 갑자기 무슨소리인가요. 놀리지 말아주세요."
"아니, 진짜야. 만약, 내가 잔느의 입장이였다면 <용의 마녀>의 이야기를 받아들였을테니까."
"네...?"
"아무리 착하고 선한 사람이라도, 다른 사람에 대한 나쁜 마음이나 악의는 있으니까. 누구든 그럴거야. 하지만 잔느는 그렇지 않지? 그건 정말로 대단하고, 정말로 아름답다고 생각해."
"...그런, 걸까요?."
"실제로 누구를 싫어한다거나, 그런 사람 있어?"
"......"
싫어하는 사람.
마치 <신의 시험>과 같은 그 말에 잔느는 자신이 생전에 만났었던 여러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슬픔은 언젠가 아물고, 증오도 언젠가 사라집니다."
떠올린 면면들을 담아두듯 눈을 감은 잔느는 그렇게 입을 열었다.
"...그렇네요. 결론적으로는...누군가를 싫어한다고 명확하게 이야기 할 사람은 없네요."
깨달음을 얻은 듯이, 잔느는 방금 전과는 달리 무언가를 털어낸 듯한 표정이 되었다.
리츠카와의 대화로, 스스로의 생각 속 갇혀있던 고민과 괴로움이 좋은 방향으로 해소된 듯 보였다.
"더럽혀지기 싫어서가 아니라.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결핍되어서도 아니라. 잔느는 정말로 인간을 좋아하는거네?"
"...그것은 너무나도 숭고하면서도 아름다운 것이에요."
"그, 부끄러워요..."
마리와 마르타의 말에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숙이는 잔느의 모습은 그 나이 때의 소녀와 같았다.
"하지만, ...네. 정말 좋아합니다. ...아, 그런가. 좋아하니까... 미워할 수도 없는거네요."
"...그래도 뭔가, 부족하다고 느껴?"
"네...?"
"표정, 아직도 괴로워보여."
"...숨기는게, 서투르네요. 저도. ...네, 하지만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왠지 모르게 마음이 채워지지 못하는 기분이 드는데 무엇이 부족한지 모르겠다...일까?"
"네. ...언제나 기도를 올리고 있음에도, 무언가가 허무한 기분이...이래서야, 신의 이름을 읊조리는건 불경할지도 모르겠네요."
자신의 얼굴을 매만지며 씁쓸한 표정을 짓는 잔느의 모습에 리츠카는 잠시 생각하다, 자리에서 일어나 잔느의 앞으로 다가갔다.
"에...?"
그리고 잔느를 자신의 가슴 품으로 끌어안았다.
뜻밖의 상황에 경직된 잔느의 귓가에 리츠카의 심장소리와 함께 사람의 온기가 전해진다.
"불안할 때는 역시 이거지. 이렇게 누군가에게 안겨지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해져."
고개를 든 잔느의 눈에 들어온 것은, 자신의 나이 또래의 장는스럽지만 안심이 되는 웃음을 띄운 소녀의 얼굴이었다.
이런 온화한 교류로서 접해지는 스킨쉽은 너무나도 낯설면서도 낯간지럽고─생각한 것 이상으로, 부드러웠다.
"아! 치사해! 나도 잔느랑 허그할래!"
어린아이 같은 떼쓰기를 하며 달려든 마리가 쿵 하는 느낌으로 리츠카를 포함해서 잔느를 껴앉았다.
그런 모습에 마르타와 아르토리아는 이런이런하며 한숨을 내쉬었고, 마슈는 그런 풍경에 포근한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기운이 났어요."
언제까지고 끌여안겨있을 수도 없었기에, 잔느는 감사의 인사와 함께 리츠카와 마리에게서 떨어졌다.
"<용의 마녀>와 만나면 말하고 싶은것을 확실히 입에 담아."
"맞아 맞아. 당신은 내가 아냐! 라던가. 당신같은 거 알까보냐! 라던가? 으응, 어느 쪽도 잔느답지 않네."
"...그렇네요. 그 말대로입니다. 확실히 전── 어, 라? ......알, 까보냐?"
마리의 말을 무심코 따라하던 잔느는 크게 놀란 표정으로 자신의 말을 곱씹으며 다시금 생각에 빠져들었다.
"아...또 얼굴이 난감하게 되버렸네...도움이 안된걸까...?"
"아, 아뇨. ...매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음에 그녀를 상대할 땐, 확실히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행이네."
"...아. 그래도..."
"응?"
"아니요. 그게......나중에 시간이 되신다면, 오늘과 같은...그, 부탁드려도 될까요? ...누군가의 온기를 느낀다는게 이렇게나 마음이 편할 줄은 몰랐어요."
"...응, 얼마든지."
*****
"...저 미소. 남자였다면 여자를 여럿 후렸겠군. ...란슬롯처럼."
"네, 그렇겠네요. 란슬롯처럼."
본인이 무슨 말을 했는지도 자각하지 못하는 마슈의 모습에 아르토리아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는 웃음을 참았다.
*****
"이제 슬슬 왔을까나."
"네. 거의 다 왔습니다. ...또 폐허가 된 거리를 봐야된다고 생각하면, 조금 우울합니다만."
다음 날.
날이 밝자, 움직이기 시작한 리츠카 일행은 서둘러 리옹으로 향해 발을 옮겼다.
"...아무도 없네요."
그렇게해서 도착한 리옹은, 역시나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닥터, 생체반응은. ...닥터? ......죄송합니다. 통신의 상태가 나쁜듯 합니다."
"예전엔 아름다운 거리였을텐데, <용의 마녀>는 어째서─"
"─몰라서 묻는건가요?"
등 뒤에서 기척 없이 들려온 목소리에 잔느를 비롯한 모든 서번트가 전투 태세를 갖춘다.
"신의 이름 아래, 저는 심판 당했습니다. 그리고 깨달은거에요. 저를 허용해준 이 나라 자체가 잘못되어 있었다고. 그렇다면, 이 실수를 고치지 않으면 안되겠지요. 그들의 결정대로 <아무 것도 없었던 것>으로 할 겁니다."
검은 깃발 아래에 모인 수많은 와이번<용종>과 와이번<레드 아이즈>.
그 모두가 <용의 마녀>의 진군 명령을 기다린다.
"구국한다 라는 행위 그 자체가, 치명적으로 잘못되어 있었다면...반대로 모든 것을 파괴하겠습니다."
─태워버려라!
그 커다란 호령과 함께, 싸움은 시작되었다.
*****
전위로 나선 아르토리아와 잔느의 검은 성검과 깃발이 휘둘리고, 마르타의 기도가 섬광과 불 작렬시키며 덤벼들어오는 와이번들을 퇴치한다.
후방에서는 리츠카를 노려오는 화염구를 마슈가 방패로, 마리가 자신의 보구인 유리말<길로틴 브레이커>를 꺼내들며 응전한다.
폐허가 된 마을을 등지고 수성전을 강요받는 리츠카 일행의 전투는, 그 많은 수의 와이번을 상대함에도 불구하고 큰 소모 없이 전투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아니. 어느 면에서 보자면 잔 다르크<용의 마녀> 측의 와이번 숫자가 눈에 띌 정도로 줄어드는게 보이는 만큼, 전투에서는 이기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이상해...!"
"뭐가, 말인가요, 선배?"
"왜, <붉은 눈의 흑룡>을 꺼내지 않는거지?"
검은 성검에 휘감긴 폭발적인 마력방출.
마르타의 기도와 함께 전선에서 흉폭하게 날뛰는 용, 타라스크.
룰러로서의 힘은 줄었으나, 본연의 전투능력만큼은 남아있는 잔느의 깃발.
전위들의 활약에 의해, 자신의 수족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잔 다르크<용의 마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느긋하게, 자신의 수족<와이번>이 도륙당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이전처럼, 붉은 눈의 흑룡을 실체화 시킬 것에 대비하여, 리츠카는 언제든지 그에 대한 요격 태세<푸른 눈의 백룡>를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상대의 알수 없는 움직임 탓에, 섯부르게 무언가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미묘한 대치상태가 대체 얼마나 지났을까.
와이번의 시체가 하나의 산에 이를 만큼. 근처에 흐르는 개울이 새빨갛게 변할 만큼, 지속되던 전투가 어느순간 멈췄다.
"─이제 되었습니다. 충분해요."
잔 다르크<용의 마녀>가 와이번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린 것이다.
"아르토리아! 잔느! 마르타! 돌아와!"
동시에 리츠카가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껴 전위로 있던 세 사람을 불러들였다.
─직감.
계속해서 느껴지던 위화감과 이상함이, 지금 현실화되려하고 있다라는 불길한 직감이 들었다.
"좋은걸 보여드리죠. 서번트의 영기와 정령의 힘이 하나된 최흉의 힘을...!"
[BGM START]
─섬뜩함이 불어닥쳤다.
지면에 나뒹구르는 와이번의 시체에서. 땅을 적시고, 개울에서 흘러넘치는 붉은 핏물에서.
검은 원한이, 핏빛의 저주가 흘러넘치며 거대한 바람이 되어 휘몰아친다.
"...! 원혼...!"
"말도 안돼?! 이 수많은 원혼들로 대체 뭘?!"
그것은 원혼, 사령, 악령.
세상 모든 수식어를 갖다붙여도 그 사악함을 어찌 표현할 길이 없는 집합체.
그 섬뜩하고 불길한 모든 것이 잔 다르크<용의 마녀>의 높게 들어올린 손 아래로 모여들었다.
──아무것도 그려져있지 않은 한 장의 카드 속으로.
"...!"
그 카드를 리츠카가 눈치챘을 때, 날카로운 비명소리와 같은 괴성이 들려왔다.
그것이 붉은 눈의 흑룡의 울음소리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잔 다르크<용의 마녀>의 등 뒤에 나타난 그 형체 또한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카드 속에 빨려들어간 뒤였다.
─그것은 모든 원한의 집합체.
붉은 눈의 흑룡을 제물로 삼아 만들어진 그 검은 분명─지금 도륙당해 쓰러져나간 모든 용종의 원한이 집약된 흉물스러운 <마검>이었다.
"카드가...검으로...?"
"큿! 물러서서 마스터를 지켜라! 저 검은 위험하다!"
"아르토리아!!"
"그 원한을 해방해라, <붉은 눈의 흑룡검>!!"
잔 다르크<용의 마녀>가 그 이형의 보구를 개방한 순간─거무튀튀한 원한은 거대한 칼날이 되어─
"약속받은 승리의 검<엑스칼리버─모르건>!!"
─<검게 물든 별빛의 섬광>과 함께 치솟으며, 그것은 역사상 유례 없는 거대한 후폭풍이 되어 프랑스 전역을 휩쓸었다.
*************************************************************
─붉은 눈의 흑룡검
본래라면 존재할 수 없는 잔 다르크<용의 마녀>의 카드이자 보구.
강제로 죽이게 만든 와이번들의 원혼과 강한 정령의 힘<붉은 눈의 흑룡>을 강제로 힘으로 바꾸어, 그 성검 엑스칼리버에 밀리지 않는 이형의 보구가 되었다.
본래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허나, 특이점이라는 특수성.
<용의 마녀>로서 가지는 스테이터스와 성배의 힘이 결합하여 불가능한 것을 강제적으로 뒤틀어 현실화 시켰다.
이것은 서번트로서의 영기패턴이 파탄났음을 의미하며, 원래대로 되돌아갈 수 없음을 의미한다.
유희왕 전통 리얼파이트(?)는 다음화까지...입니다만, 유희왕 게시판인데 듀얼이 너무 없어도 그러니 오늘은 듀얼 파트 분량인 9절까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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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스 빔 <- | 18.08.12 22: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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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오염 만땅이라 정상적인 듀얼이 과연... | 18.08.12 22:1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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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자리 생각하다 나온 신스틸러 | 18.08.13 12:4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