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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ected Ones - 04
Skid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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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턴이다."
선두를 달리는 류세. 자신을 바짝 따라오는 가온을 보고서, 다시 자기 손을 향해 시선을 낮춘다.
"드로."
그가 뽑은 것은 초록색 카드 한 장이었다.
필드 상황은 류세가 압도하던 것에서 반전되어 정반대의 상황이 일어났다. 가온의 필드에는 공격력 2300인 [파리나이츠] 그리고 수비력 3500인 [초중무사 빅벤-K]가 존재한다. 반면에 류세의 필드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의 라이프는 고작 400. 이번 턴, 어떻게든 수를 쓰지 않으면 그의 패배로 듀얼은 끝날 것이다.
"마법 발동."
그는 덱에서 뽑은 카드를 일말의 지체도 없이 듀얼디스크에 꽂아넣었다.
"[네크로이드 싱크로]."
"칫. 하필이면 그 카드인가!"
"묘지에 있는 레벨5 [원룡성-보우텐코우] 그리고 레벨7 [사룡성-가이저]를 제외하고 효과를 발동한다."
류세가 불러낸 싱크로 몬스터들이 그의 묘지를 빠져나와 공기중에 녹아 스르르 사라진다.
금빛과 검은빛. 서로 상반되는 성질의 두 색이 격렬한 반응을 일으키며 혼합된다. 일그러지는 대기. 류세는 D휠의 속도를 높혀 그 사이를 통과한다. 쩌적쩌적 갈라지는 소리를 내며, 빛깔의 틈새로 새파란 용의 날개가 튀어나왔다. 소름끼치는 음색으로 포효하는 새파란 용 한 마리. 류세는 새하얀 카드를 빼어들었다.
"싱크로 소환! [성광신룡 스타더스트 쉬프르]( LV 12 / ATK 4000 )"
네 쌍의 날카로운 날개를 퍼득이며 류세의 머리 위를 날아가는 창백한 푸른빛 용. 용은 손아귀에 초록색 빛을 모아 쏘아보냈고, 두 대의 D휠이 달리는 레일은 선명하게 반짝였다.
"완전히 몰아넣었다고 생각했는데."
"듀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지."
"한 치 앞의 일도말야."
튜너 1장과 튜너 이외의 몬스터 2장까지를 자신의 묘지에서 고르고 제외하여, 제외한 몬스터의 레벨의 합계와 같은 레벨을 가진 "스타더스트" 몬스터 1장을 엑스트라 덱에서 싱크로 소환으로 취급하여 특수 소환한다. 단, 이렇게 소환한 몬스터는 효과가 무효화 된다.
절망적인 상황. 우연히 패에 들어온 카드 한 장은 전황을 역전시켰다. 가온은 그 터무니없는 광경을 보고서 씁쓸한 웃음을 지을뿐이다.
"배틀."
"와라!"
"쉬프르로 파리나이츠를 공격."
류세가 D휠을 반쯤 뒤로 돌려, 가온을 향해 말했다. 그러자, 새파란 용이 다시금 손 위로 불을 피웠고 찬란한 광채에 휩싸였다. 자기들의 머리 위로 빛나는 뜨거운 섬광에 한 쌍의 남녀가 서로를 부여잡고 비명을 내질렀다. 아니면 단지 남자의 뽀글 머리와 여자 머리가 엉켜서 풀지 못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불태워라."
빛은 창의 형태를 하였다. 쉬프르의 손아귀를 벗어난 창은 뜨겁게 타오르며 지상을 불태웠다.
"으아아악! ( LP : 2100 → 400 ) "
뒤로 크게 밀려나는 가온. 빅벤-K가 그의 뒤를 받쳐주어, 레일 밖으로 튕겨나가는 것을 막았다.
"이것으로 서로 라이프가 똑같아졌군."
"후우우 그래. 400. 시작할 때의 딱 10% 정도구만."
"너한테 라이프를 조금이나마 남겨둔 것을 타박해놓고, 나도 똑같이 됬어."
"그렇지만 너. 빅벤-K를 냅두고 나이츠를 먼저 공격한 걸 보니 뭔가 남아있는 모양이다?"
"그런 것 같나?"
"100% 확실해."
"이걸 어쩌지."
류세는 패에서 카드 한 장을 뽑았다. 그러나 그것을 앞면으로 내놓는 일 없이, 그는 그저 뒷면으로 그것을 듀얼디스크에 꽂아넣었다.
"메인 페이즈2. 카드를 하나 세트."
"뭣? 추가 공격이 없어?"
"100%가 틀리는 모습을 보고 싶었거든."
싱긋 웃으며 가온에게 대답하는 류세. 보란듯이 그의 추측을 물먹인다.
"그리고 빅벤-K를 일부러 남겨놓은 이유. 너라면 알고 있을텐데?"
"오호."
빅벤-K의 수비력은 3500. 그 말은 곧 공격력이 3500이라는 것과 같은 이야기다. 쉬프르의 공격력 4000에 비하면 조금 낮지만, 그정도 차이는 언제든지 극복할 수 있다. 운이 조금만 따라준다면 말이다.
"와라. 가온."
가온은 그립을 당겼다. 그의 D휠이 번개와도 같은 굉음을 내며 달려간다.
--- 류세 ( LP : 400 ) ---
몬스터 : □[성광신룡 스타더스트 쉬프르]
마법 / 함정 : ■
패 ■
--- --- ---
--- 가온 ( LP : 400 ) ---
몬스터 : □[초중무사 빅벤-K]
마법 / 함정 :
패 ■ + ■
--- --- ---
"내 턴이다."
심호흡하는 가온. 턱 밑으로 땀 한방울이 주륵 흘러내렸다.
"드로!"
카드를 거칠게 잡아당겼다. 그 뒤로 잠시 이어지는 침묵. 그의 눈동자에 익숙한 그림이 비쳤다.
"배틀!"
"뽑았나보군. 그 카드를."
아무런 몬스터도 소환하지 않고, 아무런 조취도 취하지 않고서 배틀 페이즈를 실행하는 가온. 류세는 본능적으로 가온이 드로한 카드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
"그렇담 리버스 카드 오픈. [추주의 날개]"
쉬프르의 등 뒤로 새하얀 날개 한 겹이 덧씌워졌다. 아득한 빛이 머리맡에서 쏟아져내려, 자연스레 턱을 낮추게 된다.
"효과는 알고 있겠지?"
"알다마다."
[추주의 날개]는 싱크로 몬스터를 한 장 대상으로 해서 발동하는 지속 함정이다. 효과는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대상이 된 싱크로 몬스터를 전투 / 상대의 효과에 의한 파괴에서 지켜주는 방패 역할. 그리고 다른 하나는 레벨 5 이상의 상대 몬스터와 전투를 할 때, 상대 몬스터를 효과로 파괴시키는 창에 해당하는 역할. 쉬프르에게 돋아난 금빛 날개는 창과 방패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방금 드로한 카드는 십중팔구 건틀릿이다.'
빅벤-K의 수비력을 3500에서 7000까지 끌어올려, 쉬프르를 공격해 류세의 라이프를 0으로 만든다. 그것이 가온의 계획.
'그렇지만 그건 전투에 성공적으로 임했을 때의 이야기. 데미지 스탭 시작과 동시에 빅벤-K가 파괴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즉, 가온은 배틀 페이즈를 물릴 수 밖에 없다.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이 듀얼은…….'
류세는 가온의 대답을 기다렸다. 가온은 D휠의 속도를 높혀, 순식간에 류세를 추월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
"배틀 속행이다."
싸울 의지를 잃지 않았다. 그 순간, 류세는 이 듀얼의 승자를 확신했다.
"빅벤-K로 쉬프르를 공격!"
"데미지 스탭 개시시 [추주의 날개] 효과 발동. 빅벤-K를 파괴한다!"
하늘을 나는 푸른 용을 향해 창을 내지르는 주황빛 무사. 서슬퍼런 칼날이 지나가자, 푸른 용은 강한 날개짓으로 그것을 물려버린다. 주춤하는 빅벤-K.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쉬프르는 양 손에 초록불빛을 일으키며 손바닥을 맞닿게 한다. 느릿느릿 손바닥을 떼자, 그 사이로 강렬하게 타오르는 창 한 자루가 생겨났다. 그것을 오른손에 쥐고 빅벤-K에게 던지는 쉬프르. 초록 불빛의 창이 번개만큼 빠른 속도로 주황빛 무사의 가슴을 관통한다. 굉음은 창보다도 느리게 도달했다. 창을 중심으로 어마어마한 광량의 불빛이 터져나왔고, 빛의 기둥이 만들어졌다.
"패에서 [초중무사소울 파이어 아머]를 버리고 효과 발동!"
하지만 빛의 기둥은 곧 와해되어 사라졌다. 빛이 사라지고 남은 곳엔, 가슴에 창이 박힌 거대한 무사가 서있었다. 무사가 한 손으로 자신을 꿰뚫은 창을 잡자, 그의 전신에서 강렬한 불꽃이 타올랐다.
"[초중무사 빅벤-K]( LV 8 / DEF 3500 → 2700 )의 수비력을 낮추고 파괴 내성을 부여한다."
한 손으로 창을 뽑아버리는 빅벤-K. 맹렬하게 타오르던 번개의 창이 뜨거운 불길 속에서 잿더미가 되어 사라졌다. 무사의 몸은 붉게 타올랐다.
"이걸로 빅벤-K는 파괴되지 않아."
"하지만 그 수비력으로는 쉬프르를 이길 수 없을텐데."
"그래. 그러니까 이걸 써야겠지."
가온은 비장의 수를 뽑아들었다.
"[초중무사소울 버스터 건틀릿]을 묘지로 보내고 효과 발동."
붉게 타오르는 무사가 한 손으로 쥐고있던 자신의 창을 땅바닥에 버렸다. 그러고서는 무릎을 구부리더니 이내 껑충 뛰어올랐다. 쉬프르는 빅벤-K가 뛰어오르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 했다는 듯, 그의 도약에도 멍하니 지켜볼 뿐이었다. 정신을 차리고서 다시금 손아귀에 빛을 모아 창을 만들어 빠르게 쏘아보내려 했다. 하지만 그 행동은 창을 던지려는 그 순간, 손목을 팍 잡아버린 뜨거운 손길에 무마되었다.
- 그르르르아!
- 후읍.
숨을 깊게 들이쉬는 붉은 무사. 그의 주먹이 붉게 타오른다.
"[초중무사 빅벤-K]( LV 8 / DEF 2700 → 7000 )의 수비력은 원래의 두 배가 된다."
일섬. 뜨겁게 타오르는 무사의 오른손이 용의 가슴을 베어갈랐다.
타닥타닥 타오르는 용의 날개 한 짝이 지상에 떨어졌다. 류세의 라이프는 400에서 0으로 떨어졌다.
……
새하얀 증기를 내뿜으며 속도가 줄어드는 D휠. 류세의 D휠은 그의 라이프가 0이 됨과 동시에 바닥에 굵은 스키드 마크를 그리며 정지했다. 가온은 어느덧 최초 시작 지점으로 되돌아가, 유유히 브레이크를 잡아 D휠을 정지시켰다. 아직도 달리고 싶다는 듯 웅웅거리는 엔진을 식히며 가온이 류세에게 다가갔다.
"1승 받아간다."
헬맷을 벗는 두 남자. 땀투성이가 된 머리카락에 차가운 공기가 어렸다.
"패에 파이어 아머를 가지고 있었을 줄은."
"쉬프르로 파리나이츠가 아니라 빅벤-K를 공격해야 했다고."
"그래. 완전히 실수했어. 내 패배다."
류세와 겨루기를 벌써 2년이 넘었다. 처음에는 그저 패배만 반복할 뿐이었지만, 그 뒤로는 지금처럼 승패를 번갈아가며 싸우고 있다.
"나도 실력을 더 키울 필요가 있겠어."
본래는 가온의 실력을 길러준다는 의미에서 시작한 이 듀얼은 어느덧 류세 자신도 실력을 기를 필요가 있다는 걸 말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더? 너 여전히 대표생이잖아."
"듀얼에는 항상 끝이 없는 법이니까. 여기서 더 강해져야지."
"흠. 그럴지도 모르겠네."
두 남자는 다시 D휠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항상 D휠을 세워놓는 근처 주차장으로 떠나간 사이, 레일 위는 황량하다. 아까까지만 하더라도 귀청이 떨어져라 울리던 묵직한 소음들은 바람소리에 묻혀 사라졌다. 쌔앵 부는 칼바람만이 남은 장소에 한 청년이 키득거리며 웃는 소리가 드문드문 울렸다.
"찾았다. 가온."
상어 이빨처럼 뾰족한 청년의 이빨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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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답 ! | 17.07.02 17:4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