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하루 일과가 되어버린 니코나마 생방송. 매일은 아니지만 평일 날 오후 9시쯤에 시작하는 내 인방에는 노골적인 성희롱 멘트를 날리는 변변찮은 중생들이 무수하게 시청하고 있다. 그런 몹쓸 변태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것이 내 방송의 아이덴티티.
평소에 즐겨 입는 보라색 드레스에서 노출도만 올린 듯한 의상을 입은 최고로 야한 나는 시냇물에 떠내려가는 듯한 댓글들이 흐르는 모니터를 바라보며 생글 웃어 보인다.
"안녕. 내 음란한 몸으로 자위행위에 여념 없는 체리보이들아."
조롱하듯 인사를 건네자, 모니터 속의 댓글들이 폭증했다. 대다수의 댓글들은 기뻐 날뛰는 환호성이 대부분이다.
-우효~~~! 야생의 치녀 떴다!!wwwwww
-유카리님! 오늘도 야하시네요!
-저희 동정들을 위해 매일 딸감을 제공해주시는 고마운 여신
-이 방송 왜 아직도 신고 안 당하는 걸까?
-신음소리 내주세요!
-wwwwwww오늘 팬티 무슨 색?
-어제 유카님의 몸을 떠올리며 다섯 발을 뽑았습니다.
"날 제대로 딸감으로 써주고 있는거 같아 기쁜걸. 너희들의 그 변태적인 성욕구. 너무나도 바람직해."
야생의 치녀를 표방하고 있는 방송답게 상주하는 시청자들 역시, 변태들이 대다수다. 아니, 순 변태들뿐이라는 게 정답일 것이다. 그도 그럴게 이 방송은 변태에 의한 변태들을 위한 순 변태인 방송이니까.
그냥 아름다운 내 미모를 앞세워 변태들이랑 음담패설이나 나누는 게 다다. 그것만으로도 돈 많은 변태로부터 후원금이 짭짤하게 들어온다. 그리고 이 니코나마 생방을 편집한 유튜브 영상 역시, 괜찮은 수익원이 되어주고 있다. 지금도 구독수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이 기세라면 조만간 주식으로 탕진한 재산을 메우고도 남을 수준이다.
-유카리님. 유두 보여주세요. 유두
-유두wwwwwwwww 저도 보고 싶어요!
-유카리님의 유두는 이쁜 핑크색일거야.
어머나. 아무리 변태 방송이라고 해도 그렇지. 그런 질문을 당당하게 해오고 말이야. 맘 같으면 한쪽 젖꼭지를 까서 보여주고 싶지만, 그랬다간 신고로 정지 먹을지도 모르니 적당히 맞장구나 쳐주자.
"음.. 어쩌지? 보여주고 싶지만, 신고가 무서운걸."
-신고 안 합니다!
-신고하는 새끼 죽인다..
-안선생님..!! 유두가 너무 보고 싶어요..
-정대만wwwwwwwww
"그렇게도 보고 싶어?"
-보고싶어요ㅗ 보고싶어요 보고싶어요 보고싶어요!
-제 유두도 보고 싶다고 하네요
-YES!!!!!!!
-유카리님 유두 사랑 팬클럽 회장입니다
-젖꼭지는 사랑입니다!
-wwwwww 니네들 너무 필사적이잖아
"그치만 안~돼! 안 보여줄 거야."
하고 약 올리는 표정으로 혀를 빼꼼 내밀자, 아쉬움에 아우성치는 코멘트가 화면을 가득 메웠다. 저렇게까지 보고 싶어 하는데, 보여주지 못 하다니. 슬프긴 해도 니코나마 방침이 그러한 걸 어떡해. 하지만, 그런 사실은 정욕의 의인화 같은 인간들에겐 통하지 않는다. 뇌가 성기로 이루어진 개변태들은 오로지 나의 이쁜 젖꼭지를 볼 생각만 가득할 뿐.
손가락 하나하나가 생식기 같은 변태들의 코멘트들이 화면을 잠식하고 있었다. 내용은 '싫어'나 '유두'가 대부분이다. 이런 귀여운 떼쟁이들.
"그 대신 오늘 입고 있는 팬티를 보여줄 건데?"
-아이 원츄 유두!
-팬티!!
-나는 팬티도 좋다고 생각해
-wwwwwww정말인가요?
-오늘 반찬은 팬티인가..
-보X 보여주세요!
-ㅁㅊㅅㄲ 뭘 보여줘?
-X지 보여달라고 했다
"무슨 색인지 맞춰 볼래?"
-검은 색!
-팬티는 역시 검정!
-줄무늬 팬티
-뭘 모르는 군. 곰돌이 프린팅 팬티가 진리다
-청순한 흰색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유카리님이니까 당근빠따 검은 색이죠!
-나는 흰색에 한표
-유카리님 보X는 핑크색
-노팬티!!!
-노팬티wwwwwwww
-ㅁㅊㄴ아! 노팬티는 무슨........ 정답일지도
-앰창들 존나 많네.
-니애미 노팬티
"정답은...."
정답을 발표하기 직전. 쓰나미처럼 밀려오던 코멘트들이 광역기 맞은 몹들처럼 사라졌다. 모니터 너머로 엉큼한 변태들이 침을 꼴깍 삼키는 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온다. 두근두근 거리는 코멘트들이 간간히 올라오는 와중, 나는 모두가 고대하던 정답을 입에 담았다.
"보라색이야. 혹시, 노팬티를 기대한 거야? 아쉽지만 오늘은 제대로 입고 있답니다~."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지만, 결국 누구하나 정답을 맞추지는 못했다. 오답중 가장 압도적인 지지를 얻은 노팬티는 당연히 아니다. 애초에 보여줄 예정인데, 노팬티가 말이 될리가. 하지만, 뇌가 생식기인 탓에 지능을 상실해 버린 변태들에겐 그런 당연한 상식을 바라는 것조차 사치다.
비록, 누구도 정답을 맞추지 못했지만 약속ㅇ 약속이니까,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웹캠 앞에 고간을 들이 댔다. 이 자세로는 화면을 보지 못해 변태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아마 곧 드려나 보일 화원을 맞이해 잔치 분위기일게 분명하겠지.
뭔가 보여주는 이쪽도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자. 귀중한 미소녀의 팬티라고. 두 눈에 새겨서 뇌속에 영구적으로 소장하는 게 좋을거야."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팔랑거리는 스커트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웹캠 앞에 공개되는 나의 팬티. 짙은 보라색에 천면적이 적은 나같이 섹시한 미녀만이 소화할 수 있는 란제리. 끈팬티라고도 불리는 암컷의 속옥에 변태들이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이 느껴진다.
속으로 5초를 센 후, 들어 올렸던 치마를 내렸다.
"내 팬티를 본 감상은 어때?"
그렇게 물으면서 시청자들의 반응을 확인한다. 예상대로 화면은 흥분한 변태들의 코멘트들로 메워져 있었다.
-압도적 감사!
-이걸로 불로불사가 된 건가
-wwwwww너 수명연장 지나치게 했잖아!
-이걸 본 내 뇌가 누군가에게 노려질지도
-탁탁탁탁!
-살아있어서 요캇타! 유카리님 팬이어서 요캇타!
-참지 못하고 한 발 뺐음
-유카리님 보X 보여주세요
-너도 참 질리지 않는다
-나는 아직도 유두를 포기하지 않았다
-유카리님 임신 시키고 싶다
-내가 입찰한 자궁 상위 입찰하지 마라!
-털이 안 삐져 나온걸 보니 백보X..
서비스가 과했나?
폭증한 코멘트 때문에 화면에 내 모습이 완전히 가려져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나 기뻐해주다니. 흥분되는 것과 동시에 뿌듯하다. 이래서 내가 돈을 떠나 인터넷 개인방송을 그만두지 못하겠다니까.
이렇듯 오늘도 아저씨들이랑 시답잖은 잡담이나 하면서 가끔 서비스를 해주는 방송을 진행했다.
도중에 자위를 해보라는 식의 대놓고 성희롱인 요구가 빗발치거나 몇 번 양보해서 신음소리를 들려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이걸 막방으로 할 생각이 없었기에 눈물을 머금고 기각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아무리 음란 치녀라도 공과 사는 구분한다고 이 변태 씨들.
-겜방 같은 거 안 하나요?
그런 와중에 누군가가 그런 코멘트를 날렸다. 나더러 게임방송을 하라고? 게임이야 좋아하긴 한데, 지금 와서 방송컨셉을 바꾸기는 좀 그런데? 게다가 지금 이대로도 꽤 짭짤하고. 굳이 그런 걸 할 필요성은 못 느낀다.
그러니 저 의견은 무시하자.
-유카리님. 배그방송 해보세요
-공포게임 ㄱㄱ
-암튼 아무 게임이나 플레이 하는 거 보고 싶음
"저기. 유카리 그런 거 잘 못 해. 특히, 무서운 건 질색이야. 게임 얘기 하지 말아 줄래?"
-한 번 보고 싶은데
-야생의 치녀의 겜방 도전기
-보X 예쁜 핑크색이죠?
-하아아앙♥ 하아아아아아앙♥ 하아아앙아리 게임 하죠
"우웅~. 나 똥손이라 겜 못하는데..."
싫다는데도 자꾸 권하는 아저씨들 얄미워!
나 엄청 못 해서 게임할 때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란 말이야. 내가 싫다고 계속 튕기는데도 변태들은 집요했다. 내가 플레이 했으면 하는 게임을 추천하거나, 유두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코멘트들이 난무하는 바람에 나는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다.
"그럼, 내일 방송은 체리보이들이 원하는 겜방으로 해보지 뭐."
한 번 정도는 괜찮겠지.
그렇게 타협을 보면서 오늘 방송을 마치려는 찰나─
-이런 방송을 하고 계셨던 거군요. 유카리님. ^^
우연히 눈에 들어온 한 코멘트가 왠지 몰라도 내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왜일까? 날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이야.
오싹한 기분이 들어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았지만, 당연하게도 거기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방금 누군가가 쳐다본 듯 했는데? 설마, 란이니?
에이, 아니겠지.
걔가 내가 이런 방송을 하고 있다는 걸 알 리가 없어.
그렇게 나는 무언가의 시선과 오싹함을 단순한 기분 탓으로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