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에에에엥───! 내 제자가 없어졌어──! 어디로 갔는지 온 마을을 뒤져봐도 코빼기도 안 보이는 거 있지?」
히데오는 자신에게 엉겨 붙어서 울며불며 하소연을 늘어놓고 있는 친구를 한심하다는 눈으로 내려다봤다. 방구석 폐인 주제에 요 며칠 동안 자주 밖을 나돌아 다닌다 싶더니, 어디서 한잔 하고 와서는 지금 이렇게 자신에게 울분을 털어 놓고 있는 중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대충 알 것 같지만, 도무지 동정이 가지 않는다. 제자가 스승인 자신에게 한 마디 언급도 없이 사라져 버렸으니, 그의 입장에서는 섭섭했을지는 모르나, 다르게 생각해보면 얼마나 못 살게 굴었으면 도망쳤겠나 싶은 게 솔직한 감상이었다.
아무튼 히데오는 이 주정뱅이가 성가셨다. 장난감을 사달라며 떼를 쓰는 아이처럼 의도적 간질 증세를 보이는 친구에게 그는 싸늘한 어조로 물었다.
「짚이는 구석이 있을 거 아냐? 너 그 제자가 사라지기 전날에 뭔 짓을 한거야?」
「꼭 내가 나쁜 짓을 해서 그런 것처럼 얘기하네. 내가 뭘 어쨌다고?」
「그걸 모르니까, 묻는 거다.」
도라에몽에게 애원하는 진구처럼 징징대던 루이드는 잠시 울음을 뚝 그치더니, 별 일이 아니라는 듯 얘기했다.
「그냥 조금 가슴 좀 괴롭혀서 젖꼭지 빨딱 선 걸 보면서 'ㅋㅋㅋㅋ진짜냐고~~~. 입으로는 싫다면서 꼭지가 완전 빨딱 섰잖아. 이거이거 음란암캐아냐? ㅋㅋㅋㅋㅋ 이런 야한빗치에게 이놈께서 벌을 내려주겠다능!ㅋㅋㅋㅋ'하고 놀려댔을 뿐인데.」
「ㅁㅊㅅㄲ.」
히데오는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왔다. 루이드가 제자에게 뭔 짓을 저지르고 다니는지, 평소 그가 자랑처럼 떠벌이던 얘기를 통해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설마 저 정도로 심할 줄은 몰랐었다. 충분히 도망갈 만하네. 오히려 일주일 동안 참고 견딘 게 용했다.
그가 저지른 짓이 하도 쓰레기 같아서 히데오의 눈은 오물을 보는 듯한 경멸이 서려있었다.
「넌 그냥 태양의 밭에 가서 꽃의 요괴에게 비료가 되는 편이 환상향을 위한 길인 거 같다.」
「히데오쿤! 너무 차가운 거 아냐? 나 이래뵈도 너 한테 이런저런 것들을 알려준 선배라고?」
「그리고 반면교사이기도 하지.」
자신의 잘못에 대해 반성은커녕 아무런 자각도 없는 그에겐 반면교사라는 말도 아까웠다. 비록, 자신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 친구이긴 하나, 성희롱이나 저지르면서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 그에게선 실망감 외엔 느껴지지 않았다.
하긴, 첫 만남부터 뭔가 이상한 놈이긴 했지.
새삼스럽지만, 루이드가 원래 그런 녀석인 걸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다. 다만, 이정도까지 정신 나갔을 줄 몰랐을 뿐.
그의 징징거림을 더 이상 듣기 싫어진 히데오는 자신에게 밀착해 있는 루이드를 밀어내며 말했다.
「난 이만, 소울저스에 접속해야 하니까 울고 싶으면 다른데서 울어.」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그에게 루이드가 비아냥대는 투로 말한다.
「어이어이~ 진짜냐? ㅋㅋㅋ 네놈, 아직도 그딴 ↗망겜 하는 거냐고 ㅋㅋㅋㅋㅋㅋ」
「뭣? ↗망겜!?」
「플랑플랑이란 월드파이터이펙트로 옮겨 간지 언젠데. 이거 유행에 완전 뒤쳐졌구만.」
루이드의 얘기가 적잖이 충격이었는지, 히데오는 심각해진 얼굴로 그를 노려봤다. 루이드는 「이런이런~」하면서 고개를 몇 번 내저었다.
「엉망진창으로 망해서 섭종날만 기다리는 겜에서 혼자 외톨이 플레이라니. 눈물겹구만. 크히히히.」
「소울저스는 ↗망겜이 아니야!」
차마,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에 히데오는 그런 어설픈 반박으로 부정했다. 그러나 자신의 말이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말해오는 듯한 여유로운 시선이 그를 괴롭힌다. 아니야. 내 인생겜이 섭종날만 기다리는 ↗망겜이라니. 그럴 리가 없어!
히데오는 루이드의 말이 사실이 아니길 바라면서 방에 틀어박혀 PC전원을 넣었다. 그리고 인터넷 검색을 했다. 검색 단어는 '소울저스 ↗망겜'. 관련 문서들이 브라우저창을 가득 메웠고, 그는 그것들을 하나하나 읽어 나갔다.
그리고 얼마 후.
*
「여사촌양말우물우물」님이 「플랑플랑」님을 친구로 등록했습니다.
「여사촌양말우물우물」오랜만입니다. 플랑플랑님.
「플랑플랑」혹시 여초딩양말우물우물님?
「여사촌양말우물우물」네. 맞워요.
「플랑플랑」이제 넘어온거냐고ㅋㅋㅋ 존나 지각 실화냐 ㅋㅋㅋㅋㅋㅋㅋ
「여사촌양말우물우물」인생겜이라 넘어오기 힘들었어요.
「플랑플랑」↗망겜이 인생겜이라니.ㄷㄷㄷㄷ
「플랑플랑」암튼 잘 넘어왔어.
「여사촌양말우물우물」근데, 이겜 좀 어렵
「여사촌양말우물우물」아 죽었다.
「플랑플랑」TPS 알피지라 에임구린 새끼는 잘뒤짐. 나랑 파티 걸 생각ㄴㄴ
「핵인싸루시퍼」님께서 접속하셨습니다.
「핵인싸루시퍼」ㅎㅇ
「플랑플랑」ㅎㅇ. 개훼인부대장이 드뎌 넘어 왔어.
「핵인싸루시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핵인싸루시퍼」그세 갈아탔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핵인싸루시퍼」아놬ㅋㅋ 소울저스는 ↗망겜 아니야! 이러면서 방에 드가더닠ㅋㅋㅋㅋ
「여사촌양말우물우물」내가 언제?
「핵인싸루시퍼」언제긴 방금 그랬자너ㅋㅋㅋㅋ 우디르급 변질 인정? 어 인정!
「핵인싸루시퍼」근데 닉넴이 또또 역겨운거넴
「플랑플랑」초딩양말 다음엔 여사촌양말이냐. 존나 개변태ㅋ
「핵인싸루시퍼」아 레알진짜 섬뜩함. 저새끼 실제 여사촌 있음. 것두 존나 이쁜애
「플랑플랑」ㅁㅊ 조만간 붕붕마루 신문에 실리는거 아님?
현실에서는 루이드가 ㅁㅊㄴ이었지만, 가상현실. 온라인 게임 상에서는 히데오야말로 ㅁㅊㄴ으로 통하고 있었다. 단순 닉네임을 그렇게 지은 탓이지만, 화면 너머의 루이드와 플랑도르는 이 게임 폐인이나 다름없는 히데오가 실제로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을까 진심으로 걱정되었다.
*
마법의 숲 어딘가.
석양으로 물든 하늘 아래 큰 대자로 누워있는 세이코를 내려다보는 시선은 당혹감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보는 듯한 눈가를 일그러뜨린 얼굴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투로 내뱉었다.
「너.... 괜찮은 거야?」
묻는 말에 누워있는 당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단지, 거친 숨만 연신 내뱉을 뿐. 그녀의 가슴이 크게 부풀었다가 줄어들기를 반복한다. 동시에 반쯤 헤벌린 입으로부터 의미 불명의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아헤.. 아헤헤헷...」
환희로 물든 눈망울. 씰룩이는 입가. 그녀의 얼굴은 명백히 맛이 가 있었다. 그녀의 상태가 마리사에게 당혹감을 안겨 주고 있었다. 분명, 가볍게 탄막전을 했을 뿐인데. 몇 번이나 피탄 당하고 나더니 저 꼴이다.
「마리사 씨의 크고 굷은 레이저빔 갱장해여어어어──♥」
히죽대며 중얼거리는 소리에 마리사는 덜컥 공포를 느낄 지경이었다. 어디 아픈 것도 아니고, 도대체 왜 이렇게 되어 버린 거지? 생각해 보면 세이코가 피탄 될 때마다 이상해져 갔었다. 처음엔 그래도 오래 버티더니, 피탄 될수록 피탄 되는 간격이 짧아지더니, 여섯 번째 피탄으로 지금에 이른 것이다. 마리사는 완전히 질러버린 눈으로 읊조렸다.
「너 정말...」
세이코는 마치, 약에 취한 약쟁이처럼 초점이 없는 눈으로 히죽댔다. 마리사는 그녀가 무슨 증상을 앓고 있는지 모르나 본능적으로 더는 손을 쓸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느꼈다. 한 마디로 구제할 방도가 없는 변질자. 쾌락에 빠진 변태가 몸을 뒤집더니 그 상태로 기어가 마리사의 다리에 달라붙었다.
「좀 더.. 좀 더 절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줘어어어-!」
「히이이이익──!」
변태의 간절한 요청에 기분 나쁨이 임계치를 넘어버린 마리사가 새된 비명을 내질렀다. 탄막전을 벌이기 전만 해도 새침하던 소녀가 지금은 소름 끼치는 변질자. 마조히스트라 불리는 성도착자가 되어 있었다.
결국, 견디지 못한 마리사는 세이코를 억지로 떼어내고 빗자루를 타서 최대한 멀리 도망쳤다.
숲에 덩그러니 혼자 남겨진 세이코는 마리사가 날아간 방향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촉촉하게 젖은 요염한 입술을 열었다.
「방치플레이라니.. 아잉~♥」
오싹해진 온몸을 끌어안으면서 그녀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이런 식으로 애태우다니. 마리사 씨도 차암-♥」
우후후훗. 농염한 웃음을 흘리며 세이코는 하트표로 물든 눈으로 제 입술을 핥았다.
차마, 누구에게도 말 하지 못할 그녀의 성벽. 그것은 누군가에게 엉망진창으로 당하고 싶다는 마조히스트적 성향이었으며, 마리사와의 탄막전으로 인해 이 몹쓸 성벽이 다시금 눈을 떠버린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