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미지는 내 입에 혀를 넣은 상태로 앞으로 무게를 실었다. 모미지의 풍만한 가슴이 내 상반신을 강하게 밀착되어 누른다. 그대로 뒤로 눕힐 기세로 밀어 붙이는 모미지를 나는 양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잡고 밀어냈다. 간신히 떨어진 모미지는 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농염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그만 쑥스러워할 때도 되지 않았어요?」
「부탁인데, 제발 이러지 좀 말아줄래?」
기습적인 키스 행각에 머리에 피가 쏠린 나는 간절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그만둘 모미지가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예상대로 모미지는 내가 한 말을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있었다.
「또 그러네요. 실은 좋으면서.」
「아니라니까!」
그런 모미지가 답답하고 제멋대로여서 언성을 높였다. 돌연 모미지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싫어해도 그만두지 않을거에요.」
이젠 내 의사 따윈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면서 얼굴을 가까이 했다. 조금만 더 가까우면 바로 입맞춤해버릴 정도로. 나는 도리질 치며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 최근 너무 이상해.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그 물음에 모미지는 시선을 피하며 토라진 얼굴로 말했다.
「뺏기기 싫으니까요.」
나는 누구에게서? 라고 묻지 않았다. 누구인지 묻지 않아도 잘 알고 있으니까. 침울해 하는 것도 잠시, 모미지는 다시 욕정 하는 얼굴로 돌아왔다. 그녀는 내 얼굴을 핥는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니까, 그 전에 소우지 씨를 완전히 제 것으로 만들 거예요.」
그래서 그런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인가.
그래도 그렇지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식이 너무 강압적이었다. 이런 식으로 육체관계를 맺어봤자, 나도 그렇지만 모미지 본인에게도 상처가 될 뿐이다. 그런 걸 알아줬으면 했지만, 지금의 그녀는 그럴 여유조차 없어 보였다.
역시, 레이무를 너무 가까이 한 게 문제였나.
그렇다고 해도 나는 레이무와 예전처럼 살갑게 지내는 것에 후회하지 않는다. 그 결과가 모미지의 폭주라고 해도.
다시 나를 덮치려 드는 모미지에게 말했다.
「지금은 누구와도 이어질 생각 없어.」
그러니까, 제발 성급하게 굴지 말라는 염원을 담아서.
「그렇게 까지 말하신다면... 네. 알겠어요.」
그런 염원이 전해졌는지, 모미지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놀랄 만치 순순히 수긍했다. 틀림없이 내 생각 따윈 상관없다면서 달려들 줄 알았는데. 정말로 다행이었다.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요 근래 날 계속 괴롭혀온 문제가 이렇게 쉽게 해결되다니.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 듯 했다.
그렇게 안심을 하려는 그때.
「후훗.」하고 불길한 웃음소리가 모미지의 입에서 새어 나왔다.
「역시, 기정사실을 만드는 수밖에 없네요!」
「왜 그렇게 되는데!!」
한 순간이지만, 모미지가 정말로 수긍하고 덮치는 짓을 포기했을 거라고 생각했던 내 자신이 바보였다. 내 염원 같은 건 전혀 전해지지 않았다. 시무룩하게 수긍한 것도 실은 자신의 뜻을 꿋꿋이 관철하기 위해 추진력을 모은 행동이었던 것이다!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설득하는 격이었다. 나는 대화로 해결해 보려는 생각을 더 이상 가지지 않았다. 지금의 모미지에게는 어떠한 말을 한들 앙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곁눈질로 창문과 방문을 번갈아가며 쳐다보면서 달아날 기회를 노렸지만, 모미지는 그 틈을 보이지 않았다. 어느새 상의를 풀어헤친 모미지가 한층 더 요염한 얼굴로 다가왔다. 나는 조금씩 뒷걸음질 치며 그런 모미지로부터 멀어지려 애썼다.
그리고
쾅! 하고 벽에 몰린 내 얼굴 옆으로 모미지의 손이 뻗어졌다. 손바닥으로 벽을 세게 친 이른바 '벽쾅'을 당한 나는 이제 달아날 구멍이 없다는 사실에 잔뜩 굳어진 얼굴로 몸을 움츠렸다. 성별이 반대로 된 것 같은 상황 속에 뻗은 팔을 천천히 굽히며 다가오는 모미지가 사뭇 남자다워 나는 여자가 된 심정으로 가슴 속의 심박수가 급속도로 올라갔다.
얼굴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온 모미지가 할짝, 혀로 내 뺨을 핥았다. 그리고 내 귓가에 입을 대고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소우지 씨. 엄청 귀여워요. 당장, 옷을 벗기고 범해버리고 싶을 만큼.」
섬뜩한 감각이 전신을 뒤덮는다. 그거, 아무리 들어도 여자가 할 대사가 아니잖아! 하고 딴죽을 걸고 싶은 심정도 없지 않지만 그보다 지금의 모미지가 무서워도 너무 무서웠다. 저 눈을 보라, 초식 동물을 바라보는 육식 동물의 눈이다. 완전히 늑대의 눈이라고! 늑대 맞지만.
지금 내 신세가 참 한탄스러웠다. 어쩌다 동생처럼 대하던 여자에게 ㅁㅁ히는 상황이 되었는지. 자신이 정말이지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요염한 늑대가 입맛을 다시며 다시 내 입을 훔치려 할 때였다.
「저기.. 깜빡하고, 말하지 않은 게 있어요.」
잠시간의 미묘한 정적을 깨트리는 외침이 들려왔다. 나와 모미지가 동시에 방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엔 한참 전에 돌아갔을 거라 생각했던 사나에가 문지방을 밟고 서있었다.
그녀는 급하게 돌아온 모양인지, 숨이 거칠어져 있었다. 그리고 나와 모미지를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키더니 다른 의미로 헐떡였다.
「죄송해요! 방해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몹시 당황해하며 과장된 동작으로 허둥대는 사나에. 나는 위기상황에 내려온 동아줄을 놓칠세라 다급하게 말했다.
「미안해 할 거 없어!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니까.」
「아.. 아니에요. 설마 두 분이서 그런 사이인 걸 눈치 못 챈 게 잘못이죠.」
이 아이, 정말 죄송하긴 한 거야? 뭔가 말이 뇌내 필터를 안 거치고 나오는 애라는 걸 알고 있기에 사소한 건 넘어가기로 했다. 그보다 지금은 사나에의 도움이 절실했다.
「진정하고 잘 들어. 난 모미지와 그런 사이도 아닌데다 좋아서 이러고 있는 게 아니야.」
「저는 좋아서 이러고 있어요.」
모미지가 쓸데없는 말을 덧붙였다. 그녀의 본심이 어떻든 벽을 등진 채 모미지에게 덮쳐지고 있는 것은 절대 내 자의가 아니라는 것을 사나에에게 강하게 피력했다.
「아무튼, 모미지. 이제 그만 해. 그리고 사나에. 이건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그런 거니까 절대 오해하지 마.」
「알았어요..」
사나에는 마지못해 수긍하는 것 같지만, 적어도 오해한 상태인 것보단 훨씬 나았다. 나는 모미지가 멍하게 있는 틈을 타 고개를 숙이고 앞으로 뻗은 그녀의 팔 밑으로 빠져 나왔다. 그리고는 잽싸게 사나에의 곁으로 갔다.
그런 내 모습에 모미지는 「아아~」하고 탄식을 작게 내뱉었다. 그러나 그 얼굴은 여전히 요염하게 미소 지은 채였다. 그녀는 아쉽다는 듯 입을 다시며 말했다.
「또 다음으로 미뤄졌네요. 하지만, 괜찮아요. 기회는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실로 소름끼치는 말이 아닐 수 없었다. 포기하지 않고 나의 정조를 계속 노리겠다는 선언이었다. 나는 그런 모미지를 슬쩍 훑어보고는 사나에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얘기가 남았다는 건데?」
그런데, 사나에는 아직도 나와 모미지의 관계가 신경 쓰이는지, 먼 곳을 바라보는 눈으로 멍하게 있다가 뒤늦게 대답했다.
「네? 아..! 그랬었죠.」
그리고는 전할 말을 떠올리는 듯 동공을 위로하고 음, 하고 낮게 침음성을 흘렸다. 생각에 잠긴 듯 했으나 뜸은 길게 들이지 않았다. 사나에는 알겠다는 듯 표정을 굳히고는 이렇게 말했다.
「시간 있으시다면, 저희 모리야 신사에 한 번 찾아와 주셨으면 해서요. 신님께서도 만나보고 싶다고 하셨거든요.」
「야사카 카나코님이?」
「네.」
이거 놀라운 얘기였다. 그 천신님이 나 같은 말단 텐구에게 관심을 가져 주시다니. 이유야 어찌됐든 지금의 내겐 형평 좋은 얘기였다.
「그럼, 지금이라도 만나보려 가면 되는 거네?」
「예!」
내 질문에 사나에가 힘차게 긍정했다.
다행히도 사나에라는 동아줄은 썩은 동아줄이 아니었다. 말하자면, 아주 굵고 튼실한 금줄이다. 당장 모미지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는데 무얼 마다할까? 나는 슬쩍 고개를 틀어 모미지의 안색을 살폈다.
모미지는 이미 깨끗이 포기한 듯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있었다. 어차피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는 그런 말을 하는 듯한 얼굴이다. 나는 얼른 고개를 원래대로 돌리고, 사나에에게 재촉하다시피 방을 나섰다.
*
산 정상에 터를 잡은 모리야 신사는 바깥 세계에서도 꽤나 큰 규모를 자랑하는 신사였다듯 했다. 그 사실을 말해주듯 그 규모부터가 하쿠레이 신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컸다. 학문의 신인 미치자네를 모시는 신사와 비교해 봐도 결코 뒤지지가 않는다. 오히려 그 보다 클 것이다. 아마 전국의 신사와 비교하면 열 손가락 안에 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그 정도로 크고 화려한 신사인 모리야는 야사카 카나코라는 높은 신덕의 천신을 모시고 있다. 실은 신이 한분 더 계신다는 공공연한 비밀이 있지만, 나를 비롯한 텐구들은 그 신의 이름을 함부로 입에 담지 않는다. 이유는 그 신이 매우 무서운 재앙신이라서다.
산 중턱에 위치한 백랑텐구들의 마을과는 꽤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요괴의 산의 지리라면 눈 감고도 훤한 나와 신의 힘으로 하늘을 나는 사나에에겐 그다지 힘든 등산이 아니었다. 중간에 몇 번인가 쉬었지만, 순전히 두 발로 산을 타는 날 위한 배려에서였다.
그렇게 별 다른 어려움 없이 신사에 도착한 나는 일단, 그 어마어마한 규모에 탄성부터 내질렀다. 이렇게 직접 두 눈으로 본 것은 처음이지만, 들었던 것보다 더 큰 듯 했다. 그 사메이마루 아야라는 기자양반의 기사가 결코, 과장되지 않았음이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돌계단을 지나 입구를 지키는 커다란 산문을 지나자 모리야 신사의 위용 드려났다. 신사내에 발을 들인 나는 바로 조즈야(신사내 수돗터)로 걸어가서 국자로 물을 퍼 입을 헹궜다. 그런 다음 배전 앞으로 가 양 손을 붙인 채 고개를 두 번 숙이고, 박수를 두 번 짝짝, 쳐서 참배를 했다.
그런 다음 눈을 지긋 감아 속으로 신님의 이름을 외웠다. 그때 스산한 바람이 한 차례 불어오더니 영험한 기운이 눈앞에서 생겨났다. 감았던 눈을 뜨자, 새전을 넣는 불전함 위에 붉은 단풍잎 같은 옷을 입은 야사카 카나코님이 양반다리로 앉아 계셨다.
신님을 직접 배알하게 된 나는 바로 고개를 숙이고 예를 다했다.
「요괴의 산의 경비 임무를 맡은 초계 백랑텐구, 카자네 소우지. 천신 야사카 카나코님에게 인사 드립니다.」
「그만 고개를 드십시오. 이렇게 시간을 내어 온 귀중한 손님이니 너무 예를 차릴 필요는 없습니다.」
천신으로서의 격과 기품이 느껴지는 카나코님의 말씀에 나는 감개무량해하며 고개를 들었다. 이어 내 뒤에서부터 송구스러워하면서도 반가움이 묻어나오는 목소리가 울러 펴졌다.
「카나코님! 늦어서 죄송해요.」
「괜찮아. 그 녀석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까.」
그 녀석이라면 텐구 사이에서 언급해선 안 되는 그 신님일 것이다. 아무래도 두 신님은 들었던 것처럼 사이가 나쁘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다. 저렇게 같이 식사를 하는 걸 보면. 속단하긴 이르지만, 지금의 내겐 그렇게 보였다.
시선을 사나에에게서 내게로 옮긴 카나코님은 인자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요즘 많이 힘들지 않습니까?」
「그게.. 네. 조금 힘듭니다.」
내가 요즘 힘들다는 걸 어떻게 아셨는지. 그렇게 물어 오길래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사실대로 얘기했다. 뭐, 신님이니까 모르는 게 없을 테지만 그래도 이렇게 물어봐 주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었다.
날 바라보는 카나코님의 시선은 딱하다는 듯 동정의 빛이 어려 있었다. 신님은 차분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곤란해 보이는 얼굴이라 물어 봤습니다. 괜한 참견이었다면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정확히 짚으셨습니다!」
「흠. 그러셨군요. 얘기가 좀 길어질 것 같으니, 우리는 식사부터 먼저 하겠습니다. 아무튼, 이 뒤의 얘기는 나중에 다시 나누도록 하죠. 혹시, 시장하시다면 우리와 같이 점심 식사를 하시지 않겠습니까?」
너무 황송한 제안에 나는 고개를 내저으며 거절했다.
「마음만 받겠습니다. 게다가 배도 그다지 고프지도 않고.」
「그러지 말고, 같이 밥 먹어요.」
옆에서 사나에게 꼬드기듯 권유했다. 나는 손사래를 치며 「아니, 괜찮아.」하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사나에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권유의 말을 내뱉었다.
「저 봤는걸요. 그 여자분이 싸온 도시락의 밥이 그대로인 걸요.」
그 상황 속에서도 도시락 상태를 관찰할 정신이 있었다니. 초록 무녀에 대한 평가를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그녀가 본대로 난 아직 점심 식사를 마치지 않은 상태였다. 기껏해야 모미지의 입으로 먹은 타액이 섞인 밥알 몇 개 정도. 상상했더니, 기분이 안 좋아졌다. 이거 완전 비위생적인 행위를 한 거 아니야.
내가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자, 사나에가 한층 더 몰아 붙였다.
「그리고 저와 신님이 식사를 마칠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것도 뭐하잖아요?」
거기에 카나코님까지 거들고 나섰다.
「그렇습니다. 우리들에게 신앙을 주시는 고마운 텐구분인데 밥 한 끼 정도는 대접하게 해주십시오.」
그 말이 결정타가 되어 나는 더 이상 거절할 변명을 찾지 못한고 「네. 그럼, 감사히 대접 받겠습니다.」하고 황송한 기분으로 승낙했다. 내가 그렇게 권유를 받아들이자마자, 사나에의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카나코님은 그런 사나에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나에가 기쁜 듯이 말했다.
「이제 곧 스와코님이 밥 드시러 올 때가 되었으니까, 먼저 주방으로가서 식사를 준비하고 있을게요. 카나코님은 오빠랑 안방에서 기다리면서 대화를 나누도록 하세요.」
그 말에 카나코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사나에는 그길로 본당과 떨어져 있는 별채를 향해 총총 걸음으로 갔다. 사나에가 가버리고 카나코님이랑 단 둘이 되어버린 나는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긴장이 되어 딱딱하게 굳어졌다. 높은 위치에 있는 신님이면서 나 같은 말단 텐구에게까지 존대어로 겸양하는 분이지만, 역시 신과 요괴라는 입장 때문인지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사나에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별채 쪽을 바라보던 카나코님이 시선을 내 쪽으로 돌렸다. 그런데 신님의 얼굴은 언제나처럼 온후해 보이지 않았다. 무표정하게 입을 꾹 다문, 어딘지 엄격해 보이는 표정에 나도 모르게 땅에 머리를 박고 용서를 구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그만큼 무표정한 카나코님은 정말 무섭다.
그때였다. 갑자기 꼬리에서 가느다란 차가운 손길이 느껴졌다.
「케로케로. 사나에에게 오빠라고 불리다니. 너 제법인데?」
등뒤에서 들려온 여린 소녀의 목소리에 나는 화들짝 돌라면서 몸을 돌렸다. 그러자,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내 꼬리를 조물조물 만지고 있는 10살도 채 안 되어 보이는 작은 소녀가 나이에 걸맞지 않는 요사스런 미소를 지으며 날 올려다 고 있었다.
소녀는 챙이 넓은 노란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모자 윗부분에 눈 같은 것이 두 개 달려 있었고, 황금빛 머리칼에 귀염성 넘치는 천진난만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소매가 넓은 하얀 목 티에 개구리가 그려진 짙은 청색의 원피스를 입었고, 그 아래로 무릎 위까지 가린 하얀 오버 니 삭스. 검정색 로퍼를 신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로리콘이라면 모에사를 할 정도의 소녀였지만, 어딘지 모르게 불길하다고 느껴지는 소녀이기도 했다.
자신을 빤히 응시하는 내 시선에 소녀는 키득 거리면서 말했다.
「너 혹시, 로리콘이야?」
단도직입적인 것도 정도가 있지. 상대에 대한 배려라곤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묵직한 돌직구에 나는 둔기로 정수리를 강타 당한 듯한 충격을 받았다. 초면에 다짜고짜 로리콘이라니! 어린게 어디서 그런 말을 배워 가지고.
기분 탓인지는 모르나, 소녀의 말본새에서 사나에의 향기가 느껴졌다. 저런 당황스러울 정도의 직구 발언. 틀림없이 사나에의 여동생이거나 친척일거야. 내 직감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다.
돌직구에 정신이 혼미한 것도 잠시, 절대 아니라고 부정하려는 찰나, 소녀가 이어서 대뜸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억지로 숨기려고 해도 소용없어. 그 뜨거운 시선이 다 말해주고 있는 걸!」
그런 제멋대로 넘겨 짚는 발언을 내뱉은 소녀는 케로케로케로. 하면서 케로로중사같은 몹시 기괴하면서도 희한한 소리로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