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에에에에~ 마을은 어땠어~”
모리야 스와코, 신사 천장을 향해 배를 내놓고 있던 그녀는 눈 위를 가리는 모자가 있음에도 용케 들어오는 사나에를 보았다. 성큼성큼 다가오는 사나에에게 양팔을 쭉 뻗어서는 일으켜달라는 뉘앙스를 스와코가 했다. 사나에는 그녀를 들어 올려주곤 무릎을 꿇어 신장이 작은 스와코와 눈을 마주했다. 스와코는 사나에의 귀환에 히죽히죽 웃으며 카나코를 불렀다.
“카나코오~ 사나에가 왔어! 무려 하루나 안 보였던 사나에가~”
“스와코 님, 카나코 님. 저 왔어요.”
“있지, 사나에. 어제 카나코가 참 시끄러웠단 말이지~ 우리 사나에가 갑자기 낯선 타지에서 아무런 말도 없이 하루를 밖에서 지내다니! 이건 필시 무슨 일이 생겼을 것이ㅇ..... 끄엙!”
“장난은 그만해라 스와코!”
빠악! 카나코의 수도가 스와코의 머리에 직격했다. 스와코는 고통을 호소했다. 사나에는 끼어들 수는 없는 머쓱함에 어색한 웃음만을 이었다. 곧 스와코가 엄살을 멈추곤 말문을 텄다.
“아무튼, 멀쩡히 돌아온 걸 보니 무언가 재밌는 게 있었겠지? 얘기를 해볼래? 카나코가 좀 과장을 하긴 했다만, 일단은 하루 동안 돌아오지 못할 사정이 있었다는 건 맞으니까 말이야.”
“네, 있었...어요.”
“아하하.., 좋아~ 이곳 텐구들은 너무 재미가 없던 차였어. 수장마저도 뭐, 별 일 없이 조용히 지내달라. 저~쪽 무녀는 건들지 말아달라. 수장이면서 깡따구가 없고 겁쟁이처럼 굴기만 해서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눌 수가 없었단 말이야. 그래서? 무슨 일이?”
“그- 저쪽 무녀. 그러니까, 하쿠레이의 무녀를 만났어요.”
“와우.”
방방 떨어대며 과장을 떨던 스와코의 입이 순식간에 멎었다. 지루함에 축 쳐져있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옆에서 스와코를 썩 좋지 않은 눈치로 째려보던 카나코의 얼굴도 굳었다. 그런 신들의 표정변화를 몸소 앞에서 본 사나에의 얼굴은 이 중에서 가장 심각했다. 어떻게 고민거리를 털어놓으려고 했는데, 오히려 더 늘 것 같은 예감. 그래도 일단은 틀어버린 이야기의 물꼬를 멈출 수는 없어, 사나에는 주저하기를 그만뒀다.
“뭐…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솔직히, 그 사람을 무녀라고 말하기에는 좀…….”
“으음~ 그래? 어떻길래?”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긴 한데……. 무녀로서는 꽝이라고 해야…. 아으으…!! 모르겠어요!”
사나에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처음에 자신이 망상으로 떠올렸던 깡패나 불량배라는 이미지가 지금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그런 건 통성명하며 깨진지 오래다. 하지만 그런 자신의 망상을 대신하여서, 직접 대면했기에 생겨난 하쿠레이 레이무의 이미지는 오히려 망상 때보다도 흐릿하기 그지없었다.
신을 위한다는 무녀로서의 본분을 지키지 않는데도 그녀는 무녀로서 존재한다. 균형을 관장한다는 환상향의 조율자임에도 오히려 환상향에서의 도피를 권장하고 있다. 도대체 뭐야?
“스와코 님, 카나코 님. 무녀는… 신을 모시는 사람이 맞죠?”
“응? 맞지, 맞어. 무녀란 신을 받드는 자야.”
“신과 신도들을 이어줄 연결고리가 되어주는 역할도 하지. 그렇기에 반드시 필요하단다.”
“근데, 그 무녀는… 으. 신을 안 모시는 것 같아요. 신앙이 필요 없대요. 도대체 뭘까요……?”
“뭐? 필요 없어? 쿡, 쿡쿡…. 푸하핫!! 대단한 놈이로구만!!”
벙찌던 스와코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녀는 박장대소해서 바닥까지 손으로 팡팡 쳐댔다. 그런데 스와코와는 반대로, 카나코의 반응은 험악하기 그지없었다. 아까보다 훨씬 찡그려진 눈썹은 주위에마저 짙게도 음영을 깔아버리는 듯했다. 사나에는 잔뜩 겁먹어선 고개를 크게 숙였다. 꽉 쥐고 있는 양손도 떨었다. 하지만 스와코는 눈꼽만큼도 신경 쓰지 않고, 카나코의 신경을 툭툭 건드려댔다.
“어이, 카나코! 들었냐? 신앙이 필요 없대! 신이 필요 없단다! 무녀란 직책의 인간이!”
“……닥쳐라, 스와코.”
“크으, 환상향의 조율자라는 놈부터가 그러면 이곳 전반에 어떤 분위기가 깔려있을지는 뻔할 뻔 자로구만. 대강은 신을 원하는 인간이 없으려나? 어떻게 우리가 현실에서 도피해 왔는데도 말이지?”
“닥치라 했다!”
카나코가 이를 빠득 물었다. 험악한 표정은 그대로 하고, 손을 후려 스와코의 뒤통수를 잡아 바닥을 향해 꽂아버렸다. 깨끗하던 바닥은 일부 박살나서 파편이 비산하고 피가 튀었다. 스와코는 반항조차 하지 않으며 낄낄 웃어대기만 했다. 당황하던 사나에가 카나코를 겨우 말리고서야 스와코는 웃음을 멎었다. 흘리는 피를 대충 쓸어내고 말했다.
“아아~ 궁금해졌다.”
떠나버린 웃음 대신 스와코에게 생긴 것은 호기심이었다. 미련이 없는 스와코는 유유자적한 성격을 그대로 내보이며 사나에에게 말했다. 나를 하쿠레이의 무녀에게 데려다 주지 않으련? 사나에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얼른 가봐야지. 사나에가 그렇게 모르겠다는 사람을 만나는 게 정말 기대되니!”
스와코가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사나에의 손을 잡더니 신사 바깥을 향해 힘차게 끌고나갔다. 지리를 아는 것은 사나에일 터인데도 사나에보다 한 발 앞서나갔다. 사나에는 신사 문에 도달하고서야 겨우 뒤를 보았다. 카나코는 아랫입술을 꽉 씹은 채로 분이 차 침묵하고 있었다.
사실은 사나에도 하쿠레이 신사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아직은 낯선 텐구의 정보를 빌리기도 뭐했다. 사나에는 인간마을을 다시 찾아보기로 했다. 어제 자신을 내보내주지 않았었던 경비병에게 아주 짧게 눈치를 한 번 주고 마을에 들어섰다. 스와코는 뭐가 그리 재밌는 건지 흥미어린 시선을 모든 곳에 두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사나에는 하쿠레이 신사의 위치를 행인들에게 물었다. 의외로 한 번 만에 알아내어 그녀들은 바로 마을을 떴다.
“사나에, 사나에! 그 무녀는 어떻게 생겼더냐?”
“무뚝뚝해서… 표정 변화가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무섭다고 해야될… 아, 이건 그 사람 앞에선 얘기하시지 말아주세요...”
“그래, 그래. 그러마 그러마.”
스와코가 사나에를 향해 포근히 미소를 지었다. 우물쭈물하는 사나에를 위해 주제를 돌렸다.
“계단이 꽤 높구만~ 운동에는 좋겠어.”
“그러게요.”
“설마 힘들지는 않겠지? 명색에 나를 모시는 무녀인데.”
“이런 게 힘들리가요!”
사나에가 어깨에 힘을 꽉 주며 알통을 보이려 했다. 근육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 평범한 여고생의 팔이었지만, 의의는 자신이 멀쩡하다는 것을 어필하는 데에 있었다. 스와코는 고개를 끄덕여주곤 다시 계단을 힘차게 올라갔다. 사나에는 그 뒤를 빠르게 따랐다. 그러자니 하쿠레이 신사에는 금방이었다. 먼저 올라간 스와코는 벙찐 것인지 잠시 멈춰선 채로 입을 앙 다물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신사 쪽을 가리키더니 떨떠름히 물었다.
“……사나에야, 저게 무뚝뚝한 얼굴이니?”
“어…… 부, 분홍색? 폼 체인지??”
“누구인가요?”
참으로 조용하던 하쿠레이 신사. 그곳에서 그녀들을 맞이한 것은 빗자루로 한창 신사를 쓸던 무녀복을 입은 선인, 이바라키 카센이었다. 원래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할 무녀인 레이무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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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그러게요? 레이무는 전혀 무녀같지가 않네... | 18.03.22 00:2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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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당! | 18.03.22 10:5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