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소수의 생존자를 제외하고는 거의 괴멸 수준에 가까운 피해를 입혔고, 카라스 텐구들은 그렇게 물러났다. 꽁지가 빠져라 도망치는 카라스 텐구를 보며 백랑 텐구는 환호성을 질렀다. 테루도 백랑 텐구 사이에 끼어서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전투가 끝난후 부상자를 색출하고 살아남은 카라스 텐구를 확인한 부상자는 막사로, 생존자는 테츠의 막사로 데려갔다. 그 후 간단한 축제가 열렸다. 불을 지피고 노래를 부르는 축제는 아니였고, 간단한 음식과 물로만 즐기는 평범한 저녁이였다. 하지만 모두가 승리의 쾌감에 빠져 이런 저런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우며 조만간 분위기는 금세 달아올랐고 결국 축제와 다를바가 없게 되었다.
"오빠도 오늘 잘 싸웠어. 멋졌어"
테루가 내 어깨를 치며 말했다. 물론 간신히 검을 피하며 빈틈을 찌른것 뿐이지만, 테루의 말에 의하면 그것도 일종의 실력이라고 했다. 마치 자기와 비슷한 느낌의 검술이라고 했다. 얍삽하지만 살아남기 좋은 방법.
"너는 검날도 넓고 무엇보다 두자루로 싸우는데 왜 그렇게 싸우는데?"
"가장 효율적으로, 그리고 안전하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이거든."
"그렇구나"
테루의 말에 수긍할수밖에 없었다. 만약 이런 검으로 수차례 공격을 받아내다보면 분명 날의 이가 빠져서 나중에는 볏단도 제대로 벨수 없게 될것이다. 결국 내가 천랑과의 대련에서 선택한 방법은 방어와 동시에 검격을 흘려내는 방식이였다. 간신히 천랑에게 이기나 싶었지만 그날은 완전 아작이 났었다.
잠시후 테츠가 막사에서 나오고는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보고는 그 분위기에 금방 동조하였다.
"오늘 잘 싸워주었다! 카라스 텐구는 내일도 온다! 내일도 막아내고...그 다음날도 막아내서 놈들에게 우리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것을 보여주자!"
"오오오오!!"
백랑 텐구들은 물잔을 치켜들고 소리높혀 함성을 질러댔다. 전시인데다 접경지점인 탓에 술을 마시는건 잠시 뒤로 미뤄두었지만, 술을 마신것만큼 화끈하게 달아오른 밤이였다.
여기저기서 노래소리나 자기자신의 무용담이 울려퍼지는동안 나는 슬쩍 자리를 나와 막사로 돌아갔다. 꽤나 격렬했던 전투탓에 피곤했던 이유도 있었고, 무엇보다 땀과 피에 절은 몸을 빨리 씻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는등 나름 겉치레식으로 씻기는 했지만 역시나 몸에서 나는 냄새가 견디기 힘들었다.
나는 간단히 차가운 물로 땀과 피를 씻어내고는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는 이불을 펼치고 잠시 이불 위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말 그대로 집생각부터 내일 전투에 대한 생각 등 이런저런 잡생각이였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중 천막의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고개를 돌려 확인해보니 어느샌가 전투복에서 평범한 옷으로 갈아입은 테루가 서있었다. 테루는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테루? 벌써 다 먹은거야?"
"응..."
평소의 활발한 분위기랑은 조금 다른듯한 느낌이였다. 마치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듯한 모습이였다. 테루는 평소와는 다른 얼굴로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내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오빠는 안피곤해?"
"피곤하다 마다...빨리 자고싶어..."
"그런데 왜 은근슬쩍 먼저 들어가놓고는 안자고 있어?"
"그냥...가끔 달이 뜨면 이런 저런 생각이 나거든"
"마치 요괴같네. 인간이면서"
"그러게"
테루는 잠시 허리를 꼿꼿하게 세워 앉아있다가 금세 내 허벅지 위에 머리를 베고 누워버렸다.
"단정한 머리가 어울리네 오빠는. 예전의 더벅머리도 괜찮았지만"
"여름은 덥잖아. 더벅머리는 열이 잘 안빠져"
"그렇긴 해"
테루가 깔깔 웃으며 말했다. 그러고는 다시 침묵. 내 얼굴만 빤히 쳐다보고 있는것이다. 역시 달라. 평소의 테루와는 너무 달랐다. 왜 이렇게 조용한거지...
"오빠."
"응?"
"이렇게 보니까 잘생겼네"
"...응...?"
"싸울때도 멋지긴 해. 아직 풋내기지만."
"고마워라. 정말로"
테루는 내 허벅지를 베고는 잠시 아무말도 없었다. 그러더니
"오늘 밤은 오빠 막사에서 자도 돼?"
"왜?"
"그냥...테츠 오빠는 같이 안 자주니까"
"그럼 상관 없어"
"진짜?"
하며 기뻐했다. 테루는 금세 이불 안으로 들어가고는 나도 이불 안으로 들어오라고 말했다.
"어서 들어와! 여름이지만 새벽은 추워!"
"그래그래"
한 이불을 덮고 테루는 금세 잠이 들어버렸다. 테루가 새근새근 코고는 소리에 역시나 영락없는 어린아이구나 싶었다. 막사 안을 환히 밝히고 있는 촛불을 끄고 나도 잠이 들었다. 내일 전투를 위해서는 체력을 보충해두지 않으면 안된다.
피곤한 몸이라서 그런가. 금방 잠이 들어버렸다.
"...바보..."
그 덕분에 테루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난 전혀 듣지 못했었다...
-------------------------------------------------------------------------------------------------------------------------
후.
휴가가 일주일밖에 안남았네요!
빨리 휴가 나가서 포 아너 하고 싶다!
너무 안해서 또 실력 죽은건 아닐까 걱정되네요!
근데 생각했던것보다 이야기가 길어지네.
이러면 예상했던것보다 더 늦게 끝나겠네요.
한 40~50화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