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차를 음미하는것은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였다. 한결같이 변함없는 맛이긴 했지만 언제까지나 물리지 않고 입 안을 감미로운 멜로디로 채워주는 좋은 맛이다. 한때 겐 영감도 좋아했었고, 미마도 감탄했던 차의 맛이다. 뭐...지금은 이런 저런 녀석들 덕분에 매일같이 복작거리는 탓에 느긋하게 티타임을 즐기고있을 틈이 없었다. 이번에 티타임도 간신히 짬을 내서 마시는 차였다.
그렇기에 더욱 각별한 차 맛이였다.
"참배객 하나가 줄었는데 별 상관 없나보네"
근처에서 오린이 튀어나오며 말했다.
"상관없어. 오히려 마음이 나아져서 돌아가면 나야 기쁜 일이지. 한창 우중충한 얼굴로 있으면 있던 사람도 돌아갈테니"
"레이무 답지 않네 냐하하"
오린이 싱글생글 웃으며 레이무의 옆에 앉아버렸다.
"이봐!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싶은데 그것마저 뺏을 참이냐!"
"뭐 어때? 그건 그렇고 그 아저씨 딸이 쓰다듬는 손놀림이 장난 아니더라고. 잠깐뿐이였지만 황홀경에 빠져버릴것만 같았지."
오린이 감탄한듯이 말했다. 레이무는 말없이 차를 홀짝일 뿐이였다. 아무런 대답도 없었고.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게 그렇게 맛이 대단해? 한번 줘봐"
오린이 레이무의 손에 들린 찻잔을 뺏어서 자신의 입에 가져다댔다.
"야!"
"향은 좋네. 사토리님이 마시는 차랑은 또 다른 느낌이야. 맛은 어떨까...냐앗!"
입에 거침없이 가져다댔다가 혀를 데어버린 오린이였다. 다행히 찻잔을 꽉 붙잡고 있던터라 땅에 쏟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레이무의 불만은 이미 극에 달해있는 상태였다. 아마 차까지 쏟아버렸다면 그 자리에서 문답무용으로 악령퇴산 당해버렸을 일이였을것이다.
"돌아가!"
레이무가 불제봉을 거침없이 휘두르자 오린은 그제서야 주춤주춤 자리에서 일어나며 원래의 고양이 모습으로 돌아갔다. 털이 복슬복슬한 한마리의 까만 고양이. 주변 사람들에게 의심받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숨긴 또 다른 꼬리까지. 그야말로 길거리에서 보일법한 고양이의 모습이였다.
"뜨거웠지만 맛있었어. 다음에는 내가 마실수 있게 좀 차가운 차로 준비해줘. 냐냣."
오린은 그렇게 말하며 재빨리 사라져버렸다.
"...하아..."
레이무는 한숨을 쉬며 다시 마루에 걸터앉았다.
"...역시 조용한게 좋아..."
아직 찻잔에 남은 차를 마시며 레이무가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그 누구도 듣지 못한 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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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드디어 끝났네.
난 이 미친 분량을 1시간만에 써내려갈 생각이였나.
뭐. 사회에 있었으면 느긋하게 쓸수 있었을텐데
1시간은 길고도 짧은 시간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