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모든 순간이 슬로모션으로 흘러간다. 슈고키의 함성을 시작으로 모든 텐구가 서로를 죽여버릴 기세로 앞으로 튀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짧지만 긴 3초동안의 침묵후 사방에서 철기가 맞부딪치는 소리가 날카롭게 들리기 시작했다.
천랑은 앞으로 달려 나가며 속력을 줄이지 않고 그대로 카라스 텐구의 몸을 어깨로 들이받았다. 상대방의 중심이 무너져 비틀거리기 시작하자 천랑은 그대로 검의 도신부분을 잡고 가드 부분으로 상대방의 어깨를 내려 찍어버렸다. 평소보다 뾰족한 핸드가드를 착용하고 있던터라 카라스 텐구의 어깨에 쳐박힌 핸드가드는 속도를 멈추지 않고 그대로 상대방의 어깨부분까지 파고들어 근육과 뼈를 모조리 부숴버렸다.
카라스 텐구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검을 떨어트리고 그대로 검의 무게에 짓눌려 주저앉아버렸다. 천랑은 무력화된 상대방의 어깨에서 검을 뽑아내고는 그대로 검을 외로 올려 쳐버려 상대방을 공중에 띄워버렸다. 카라스 텐구는 그대로 피를 뿜으며 비명과 함께 쓰러져버렸다.
테루와 테츠는 그야말로 최상의 콤비가 어떤것인지 확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4명의 카라스 텐구들이 두 남매를 둘러쌓은 상태였다. 네명은 일제히 달려들어서 두 사람이 전혀 도망칠수 없는 방식으로 공격해오기 시작했다. 테루는 특유의 유연한 검술을 이용해 맨 먼저 달려든 카라스 텐구의 허벅 다리를 베어냈다. 상대방이 외마디 비명과 함께 주저앉자 억지로 일으켜 세운 다음 나기나타로 공격해오는 상대방에게 집어던졌다.
나기나타를 빳빳히 들고 있던 터라 그대로 날려나간 카라스 텐구는 창에 꿰어져 절명하고 말았다. 카라스 텐구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창에 꽃힌 카라스 텐구를 뽑아내고는 다시 달려나갔지만 두 자루의 검에 의해 그대로 막혀버렸다. 테루는 그대로 창을 한손으로 잡은 상태로 옆구리에 수십번씩 칼을 꽃아넣었다. 상처가 크게 벌어져 출혈이 심해지고 결국 상대방은 허리를 잡고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다가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난공불락같았던 진이 붕괴되자 테루는 씩 웃으며 다른곳으로 달려나갔다.
"큿...그래도 2:1이잖아!"
"수적으로는 유리해. 게다가 저 검 지나치게 길다고. 이런데서는 불리하단 말이지!"
카라스 텐구들이 애써 위안 삼으며 테츠를 향해 검을 겨누었다. 테츠는 한숨을 쉬고는 노다치를 바로 잡았다. 마치 각종 매체물에서 보던 사무라이들과 흡사한 자세였다. 특유의 붉은 가면 안쪽에 비춰진 붉은 눈동자 덕분에 테츠의 모습은 마치 적귀(赤鬼)같은 모습이였다.
"자...정정당당히 승부다!(尋常に勝負!)"
테츠는 목소리를 낮게 깔고는 그대로 어영부영하고 있던 한 카라스 텐구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다른 검보다 도신이 길어 무겁게 느껴질거같은 노다치였지만 수십년간 (어쩌면 수백년간) 단련에 단련을 거듭한 테츠였기 때문에 왠만한 카라스 텐구보다 노다치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었다. 계속되는 연계에 카라스 텐구는 방어만 계속하다 마지막 전력을 다해 내려친 공격에 의해 검과 함께 반쪽이 나버렸다.
"이제 1:1이다"
테츠가 카라스 텐구를 노려보며 말했다. 카라스 텐구는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다 날개를 펼쳤다. 도망칠 심산이겠지. 하늘로 쏜살같이 날아오른 카라스 텐구를 바라보다 엄청난 속도로 나무를 박차고 올라가 순식간에 카라스 텐구 위로 훌쩍 날아 올랐다.
"마...말도 안돼!"
테츠는 기다란 노다치로 두 쌍의 날개를 그대로 잘라버렸다. 검은 깃털이 사방으로 흩날리고는 카라스 텐구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땅에 격돌한 카라스 텐구는 비틀비틀 땅에서 일어나 도망칠 기회를 엿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방에서 난전이 이뤄지고 있던 터라 도망칠 길은 열려있지 않았다. 절망에 가득차있을때 테츠가 땅으로 사뿐히 내려왔다.
"크윽...이 새끼...!"
"...이걸로 끝이다(これで終いだ)"
테츠는 뒤로 물러서는 카라스 텐구의 등에 그대로 노다치를 꽃아넣고는 힘차게 뽑아내어 상대방을 반바퀴 정도 빙글 돌려버렸다. 몸이 훤히 드러난 카라스 텐구의 배를 체중을 실어 있는 힘껏 가로로 베어버렸다. 카라스 텐구는 비명을 지르며 발악하듯 칼이 몸을 지나갈때마다 꿈틀댔지만 칼이 완전히 몸에서 빠져나오고 중력을 받은 내장이 후두둑 떨어지자 자신도 피로 범벅된 내장 위에 철퍽하고 쓰러졌다.
"어딜 보고 있는거냐!"
카라스 텐구가 검을 번쩍 들어 나를 내려치려고 했다. 간신히 머리 위로 검을 들어 막아냈다. 몇개월동안 천랑과 미칠듯이 연습했던 순간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손에 물집이 잡힐만큼 죽어라 연습했던 기술이 번쩍 떠올랐다.
나는 그대로 검을 기울여 도신으로 경사면을 만들었다. 무게가 실린 타격이였기에 검과 검이 자연스럽게 힘이 실린 방향쪽으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카라스 텐구의 중심이 무너지자 나는 그대로 뒤로 돌아 검을 역수로 잡고는 그대로 할복을 하듯 나의 배를 지나 카라스 텐구의 배를 있는 힘껏 찔러넣었다.
"죽어라!"
카라스 텐구가 '꺽'하는 이상한 소리를 내더니 뒤로 비틀비틀 쓰러지고는 믿을수 없다는 표정을 하고는 그대로 죽어버렸다.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엄밀히 따지면 사람은 아니지만 어쨋거나 태어나서 처음으로 생명을 죽였다. 그 순간이 실감나기 시작하자 눈 앞이 흐릿해지고 숨이 미친듯이 가빠져오기 시작했다. 아주 짧은 시간동안이였지만 죽을뻔하기도 했었다. 전에 순찰을 돌다가 생긴 싸움에서는 짧은 시간안에 간략히 끝내버릴 생각으로 부상을 입히는데에 그쳤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죽여버린것이다.
살을 꿰뚫는듯한 느낌은 생각보다 그렇게 유쾌하지 않았다. 요리를 하기 위해 고기를 써는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느낌이였다. 예전에 중학생때 한참 심취해서 쓴 어반 판타지 소설의 주인공처럼 처음 사람을 베자마자 그 손맛에 취해버리겠다느니 피맛을 잊을수 없다느니 그런 이야기처럼 살육이라는것이 전혀 즐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딴 이야기. 만약 시간을 되돌릴수만 있다면 그때로 돌아가 그 소설을 미친듯이 쓰고 있던 나에게 있는 힘껏 뺨을 후려갈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살면서 맨 처음 써본 소설이였기에 아직까지 신주단지 모시듯 소중히 보관하고 있던 소설이였지만(지금 다시 보라고 하면 손발이 오그라들어 사라질테지만) 만약에. 진짜로 만약에 내가 원래 세계로 돌아가게 된다면 모조리 태워버리리라.
그딴 이야기. 개나 줘버리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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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고키는 한 손으로 버둥거리는 여성 카라스 텐구를 가면 너머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의 운명을 직감한듯 눈물을 글썽이며 슈고키의 손에서 자신을 떼어놓으려 아둥바둥 하던 카라스 텐구였지만, 그대로 땅바닥에 쳐박혀 머리가 산산히 부숴져 버리고 말았다. 우리중 가장 덩치가 컸던 슈고키였기에(무기도 포함해서) 카라스 텐구들의 이목을 확실히 끌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수십명과 홀로 싸워야 하는 기막힌 처지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슈고키는 굳셌다. 상처 하나도 입지 않고 거의 절반이 넘는 카라스 텐구들을 반으로 썰어버린 상태였다. 애당초 무식하게 커다란 둔기같은 무기였기에 힘을 실어서 있는 힘껏 휘두르면 방어자세를 취한 카라스 텐구의 검과 함께 반으로 쪼개어버릴수 있는 흉악한 물건이였다.
카라스 텐구도 이제 두 놈밖에 남지 않았다. 두 카라스 텐구는 눈치를 슬슬 보며 도망칠 생각이였다. 슈고키는 두꺼운 나무가면 너머로 상대방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자갈 파쇄기가 굴러가는듯한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도망치려고 애써도..."
"뭐...뭐라는 거냐?"
"내 손바닥 안이니라!(我が手中にあり!)
슈고키는 포효처럼 외치며 그대로 기합과 함께 검을 가로로 휘둘렀다. 카라스 텐구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반토막이 되어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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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스 텐구 암살자들이 거의 절멸하고 남은 무리들도 검을 내려놓고 항복을 했다. 하얀 의복이 피투성이가 되어 더러워졌다. 가쁜 숨을 내쉬며 휘염조와 수견조의 일원들은 카라스 텐구 암살자 무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누바시리의 말대로 각 조에서 졍예급만 모와놓은 휘염조는 단 한명의 부상자도 없었지만 새로 만들어진 수견조의 일원은 절반 가량이 부상을 당하거나 죽어버렸다.
"이제...우리를 어떻게 할 셈이지..."
이누바시리는 그저 가면 너머로 상대방을 물끄러미 응시할 뿐이였다. 나는 숨을 죽이고 카라스 텐구의 처분을 지켜볼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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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암살자들의 운명은?
마음같아서는 다 죽이는게 맞는데 그건 너무 재미없을거같고...
어떻게 할까나.
그건 그렇고 일본어 조금 넣었는데 생각보다 오글거리네
다음부터는 넣지 말아야겠습니다.
읽을수 있으려나 후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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