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담화는 아주 간단했다. 그간의 안부라던가 앞으로의 일을 도모하는 등 두 텐구간의 정상에 존재하는 녀석들이 나눌 대화같지는 않았다. 진지함보다는 화기애애함이 감도는 담화의 장에는 간단히 마실 차나 과자라도 있었더라면 마치 티타임을 즐기는 두 여자간의 단순한 대화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주 내용은 이러했다.
우리가 먼저 합심해서 화합을 계획한다면 밑의 무리들도 자연스럽게 동화될것이다. 그 뒤는 시간이 천천히 해결해줄것이라고.
합리적인것을 좋아하는 카라스 텐구들 사이에서는 이미 1000년동안 이어진 싸움에 학을 떼고 백랑 텐구와 전혀 싸울 이유가 없다고 말하는 텐구들도 있다고 했다. 백랑 텐구들 사이에서도 그런 생각을 가진 녀석들이 있겠지만 성격이 불같은 녀석들이 모인 집단인 이상 쉽게 말을 하는것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만약 이누바시리가 먼저 의견을 제시한다면 자연스럽게 백랑 텐구들 사이에서도 그런 의견을 내놓을수 있는 자가 나올것이고 서서히 늘어가게 될것이라는것이 이누바시리의 생각이다.
담화는 예전과 다르게 마찰없이 순조롭게 흘러갔다. 아마 밖에서 녀석들은 어떠한 말이 나오고 있을지 문에 귀를 바짝 붙이고 듣고 있을지도 모른다. 유감스럽게도 그 문으로부터 아야마리의 방까지는 복도가 꽤 길었기 때문에 마음만큼 듣는건 힘들것이다.
담화가 끝난 후 아야마리가 웃으며 이누바시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이누바시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악수는 우리가 하나가 되었을때 웃으면서 할 수 있도록 하자"
아야마리는 잠시 주춤하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그것도 나쁘진 않지"
그러고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츠바사라고 했던가...예전에 하야미를 베었을때의 솜씨를 보며 약간은 감탄했다. 인간인 주제에 상당한 실력을 지녔더구나"
"뭐...예전에 검도라던가 간단한 운동도 조금은 했었고...지금도 잔근육은 잡혀있으니까 다른 사람들보다는 민첩하게 움직일수 있었으려나?"
내가 적당히 얼버무리며 말하자 아야마리가 웃으며 말했다.
"말하는 방식하며 행동거지까지 백랑 텐구보다는 카라스 텐구가 훨씬 어울리는 녀석이로다. 만약 네가 곁에 있어준다면 나 또한 이 백랑 텐구들과 화친을 도모하기 훨씬 수월해질텐데 어떤가?"
스카우트 제의였다. 세상에 일류 야구 선수들도 어지간한 실력으로 받기 힘들다는 스카우트 제의를 이렇게 간단히 받아버리다니. 나란 놈은 대체 뭐란말이냐.
"아...미안하지만 이누바시리는 나와 한 약속도 있고...나는 여기보다는 저쪽이 훨씬 더 익숙해서 말이야...게다가 너네 동족을 베어버린 녀석이라면 아마 너희들도 그다지 달가워하진 않을테고 말이야"
적당히 거절한다. 조금은 아쉽지만 이미 이쪽 친구들과 친해져있었기에 딱히 구미가 당기는 제의는 아니였다.
"그런가...아쉽군...너같은 녀석을 곁에 두는것이 소원이였는데 말이지"
아야마리는 아쉬워하는 기색을 감추지 않고 내보였다.
담화는 그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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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길에 테루가 이것저것 물어볼때마다 이누바시리는 성실히 대답해주었다. 지금 카라스 텐구와 백랑 텐구간의 분위기는 상당히 좋으며 언젠가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거라고 했다. 테루는 '뭐. 카라스 텐구 베는것도 재미있지만 싸우는것보다는 역시 들짐승 사냥하는게 훨씬 재미있으니까. 걔들은 쫒는맛이라도 있지만 카라스 텐구들은 도망치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까...'라고 말했다.
카라스 텐구의 마을을 지나 굽이굽이 산길을 지나 마을로 돌아가던중 천랑이 내 귀에다 대고 속삭였다.
"조심해라 츠바사. 공기가 무거워졌다."
그 말을 듣고 온 몸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인간보다 몇배는 촉이 좋은 요괴들이였다. 벌써부터 살기를 감지하고 나를 제외한 전 인원이 긴장감이 감도는 기색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무래도 느낌이 좋지 않아. 그래도 이렇게 살기를 마구 내뿜는 녀석이라니...풋내기인가?"
테츠가 중얼거리며 허리춤에 메어진 노다치를 빼들어 어깨위에 걸쳤다. 노다치는 서슬퍼런 칼날을 내비치며 금방이라도 날카롭게 누군가를 베어버릴듯 반짝거리고 있었다. 산 속에는 새소리와 바람에 나뭇가지와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모든 백랑 텐구의 머리에 머리카락처럼 달린 귀가 사방으로 쫑긋대고 있었다.
"...위다!"
테츠가 외침과 동시에 두개의 푸른 섬광이 교차했다. 무언가가 엄청난 속도로 낙하했지만 테츠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물체를 베어버렸다.
'앗!'하는 비명과 함께 땅바닥에 착지하지 못하고 데굴데굴 굴러 떨어졌다. 카라스 텐구였다. 손에는 짧은 일본도를 들고 있었다. 옷은 예전에 보았던 카라스 텐구들의 전투복 양식 그대로였다. 아마 우리를 위에서 치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녀석같았다. 땅바닥에 그대로 떨어진 카라스 텐구는 숨을 껄떡거리며 죽어가고 있었다.
왼쪽 어깨부터 오른쪽 배까지 길게 찢어진 상처는 뼈를 가르고 내장까지 잘라내어버린 상태였다. 노다치의 어마어마한 길이는 단순히 카라스 텐구를 베지 않고 몸을 꿰뚫고 그대로 몸을 대각선으로 잘라버린것이다. 상처의 단면 사이로 잘려나간 뼈와 내장이 언뜻 비치고 있었다.
엄청난 출혈과 고통으로 인한 쇼크로 인해 카라스 텐구의 숨은 거의 끊어져있었다. 카라스 텐구의 폐에 피가 들이차 껄떡대며 괴롭게 숨을 쉴때마다 가슴이 힘겹게 오르락 내리락 했고, 그에 맞춰 엄청난 양의 피가 상처 사이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서서히 출혈이 잦아들더니 이윽고 카라스 텐구의 눈에서 생명의 기운이 사라져버렸다.
"...아직도 살기가 느껴지는군. 몇 녀석 더 있는 모양이다"
부산스럽게 나뭇잎이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녀석들이 분주해진 모양이다. 이윽고 하얀 그림자가 하나 둘 땅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카라스 텐구라는 명칭에 걸맞지 않게 나무로 만들어진 하얀 여우가면을 쓴 카라스 텐구들이 땅에 부드럽게 착지하더니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손에는 하나같이 양산되어 만들어진거같은 단도를 손에 들고 있었다. 아무래도 말로 해서 평화롭게 넘어갈수 있을거같진 않았다.
"듣자하니 이 길을 지나 우리의 마을에 들렀다 돌아갔다고 하던데...무슨 속셈이지?"
카라스 텐구 하나가 입을 열었다.
"그닥. 별 뜻은 없었어. 너희 수장이 우릴 불렀..."
테루의 말은 카라스 텐구가 신경질적으로 휘두른 단도에 의해 막혀버렸다. 테루는 가뿐히 단도를 피해 뒤로 물러났다. 테루는 '쯧'하고 혀를 찬 다음 허리에 메어진 한 쌍의 아밍 소드를 꺼내들었다. 아름답게 음각이 새겨진 단도는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카라스 텐구들을 모두 비추고 있었다.
"거짓말"
카라스 텐구가 이죽거렸다.
아무래도 쉽게 끝내기는 글러먹은듯 했다. 다른 백랑 텐구들도 그것을 직감한것인지 모두 하나같이 무기를 꺼내들었다. 슈고키는 한숨을 내쉬고는 '이럴줄 알았지'라고 작게 중얼거린 다음 등에 메어진 두꺼운 대검을 뽑아들었다. 대검을 들고 자세를 잡는 슈고키의 팔뚝에 근육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천랑 또한 어이가 없다는듯 고개를 가로젓고는 칼을 뽑아들었다.
나는 가만히 상대방을 응시하고 허리춤에 메어진 검집에서 검을 뽑아들었다. 도신의 제일 아래쪽에 狼자로 음각이 새겨져 있었다. 마을의 제일가는 대장장이가 다시 제련한 아름다운 검이였다. 검 끝이 조금씩 떨려오기 시작했다. 양 텐구들은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가 슈고키가 우레와 같은 함성을 내지르며 앞쪽으로 달려나갔다. 그것이 신호라도 되듯 양 텐구들이 기합을 내지르며 서로를 향해 죽일 기세로 튀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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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이런 내용쓰는게 이젠 재미있네요.
고통스럽게 죽이는것보다는 어떻게 써야 더 잔인하게 묘사가 나올지 연구중입니다.
하지만 과장되지 않고 어느정도 현실감이 있는 느낌으로 써야 보기 좋을거같아서 최대한 과장되게는 쓰지 않으려 합니다!
어쨋거나 재미지게 읽어주셔서 늘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요즘들어 댓글 하나 달릴때마다 감사의 눈물을 흘리는 저입니다.
그도 그럴게 요즘 댓글이 너무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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