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산업스파이들이 ‘제3세계 경제인대회’라는 그럴듯한 모임에 참석한다는 명목으로 중국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산업스파이들은 해마다 장소를 변경해가며 모임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모임에서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정보를 얻거나 훔쳐낸 기술을 즉석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판매도 하고 있었다.
산업스파이들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은요일 요원도 산업스파이로 가장하고 모임에 참석했다.
모임장소는 중국 북쪽의 어느 산악지역이었다. 숙소는 띄엄띄엄 떨어져 있는 방갈로였다. 저녁에 파티가 있은 뒤 주최측의 일방적인 배정으로 방갈로 하나에서 두 명씩 잠을 자게 되었다.
아침에 눈을 뜨니 밤사이 눈이 내려 있었다. 눈 구경을 하고 있는데 100미터쯤 떨어져 있는 위쪽 방갈로에서 무슨 일로 소동이 일어난 것이 보였다.
위쪽 방갈로로 달려가 보니 방갈로에서 잠자던 두 사람이 밤사이 죽어 있었다. 칼에 찔린 것이었다.
출입문 앞의 눈 위에 핏방울이 몇 개 떨어져 있었다. 핏방울이 떨어져 있는 쪽으로 발자국을 추적해 보니 산속으로 이어져 있었다. 발자국을 따라가니 길이 없는 험한 산속을 2km쯤 내려가서 다시 방갈로 입구로 이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곳부터는 사람들이 많이 다녀 발자국을 알아볼 수 없었다.
범인은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험한 산을 통해 사건이 일어난 방갈로까지 올라갔다 내려와 출입구 쪽에서 큰길을 이용해 자신의 방갈로로 돌아간 것이 틀림없었다. 범인은 스파이대회에 참석한 사람 중에 있었다. 현장 입구에 핏방울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보면 범인의 옷에 피가 많이 묻었을 테니 사람들의 옷을 조사해보면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중국의 수사기관이 나서서 방갈로에 묵었던 사람들을 조사했다. 그리고 드디어 덩치가 크고 살집이 좋아 ‘호박’이라는 별명을 가진 한 사람을 용의자로 지목했다. 그 사람의 옷에서 죽은 사람들의 것으로 보이는 다량의 혈흔이 검출되었다.
그러나 호박은 자신은 절대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밤에 술을 마시고 깊은 잠에 빠졌다 일어나 보니 자신의 옷에 피가 묻어 있었다는 것이었다.
은요일이 호박의 옷을 조사를 해보니 누군가 일부러 피를 묻힌 것은 아니었다. 흔적을 보면 누군가가 호박의 옷을 입고 범행현장으로 가서 살인을 저지르고 돌아온 것이 확실했다.
호박은 같은 방갈로에서 잠을 잔 ‘땅콩’을 용의자로 지목했다. 땅콩은 호박과는 달리 매우 키가 작고 빼빼 마른 사람이었다.
“땅콩은 나와도 사이가 안 좋지만 죽은 사람들과는 치열한 경쟁관계에 있었습니다. 분명 땅콩이 내가 잠자리에 들며 벗어 놓았던 양복을 차려입고 범행을 저지른 겁니다. 그들을 죽이고 나에게 혐의를 뒤집어 쓰이면 돌 하나를 던져 두 마리의 새를 잡는 거 아니겠습니까? 땅콩과 나, 우리 두 사람은 덩치 차이가 매우 크지만 덩치가 큰 사람이 작은 사람의 옷을 입기는 어려워도 덩치가 작은 사람이 큰 사람의 옷은 입을 수 있잖습니까?”
그 말을 듣고 있던 은요일 요원이 다시 피가 묻어 있는 호박의 옷을 꼼꼼히 살폈다.
“땅콩, 당신의 옷도 한번 봤으면 좋겠는데…”
그러나 땅콩의 옷은 아침에 세탁 서비스를 맡겨 이미 깨끗이 세탁이 끝난 상태였다.
은요일 요원은 다시 호박의 옷을 살폈다. 그리고 곧 호박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은요일 요원이 중국 경찰에게 설명을 하자 중국 경찰도 은요일 요원의 설명이 일리가 있다는 반응을 보이며 땅콩을 범인으로 체포하고 땅콩의 옷을 압수해 증거조사에 나섰다. 그리고 곧 필요한 증거를 찾아냈다.
[문제] 은요일 요원은 호박의 옷에 있는 흔적 중에 어떤 것을 보고 범인이 아니라고 생각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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