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초반의 김은주가 살해되었다.
김은주는 반도체에 관련된 첨단장비를 생산하는 회사를 운영해왔다. 작지만 알찬 회사였다. 그런데 얼마 전 그녀의 회사가 부도났다. 새로운 반도체장비 개발에 많은 자금을 투입해 신제품 개발이 거의 완료된 상태였는데 공장에 화재가 나며 자금줄이 막혀 부도가 난 것이었다.
김은주가 운영하는 회사의 부도소식을 들은 국내외의 첨단기술 브로커들과 산업스파이들이 그녀에게 접근해왔다. 그녀의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첨단기술을 팔라는 유혹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기술을 팔지 않고 다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녔다. 하지만 부동산 등의 담보가 전혀 없는 부도난 회사의 기술력만을 믿고 막대한 자금을 빌려주거나 투자를 할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결국 김은주는 생각이 바뀌어 개발해 놓은 기술들을 팔아먹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접촉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어젯밤 9시경 누군가에게 살해된 것이었다.
그녀가 살해된 곳은 그녀의 집 거실이었다. 아래위로 입은 잠옷 위에 스웨터 하나를 걸친 채 소파에 기댄 채 죽어 있었는데 목에 전화선이 감겨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찻잔이 두 개 놓여 있었는데 하나는 전혀 입을 덴 흔적이 없었다. 아마도 범인의 찻잔 같았다.
범인은 소파 뒤에서 소파에 앉아있던 김은주의 목을 김은주가 평소 사용해 오던 전화선으로 감아 졸랐다. 그녀가 살해된 뒤 시체를 건드린 흔적은 전혀 없었다. 시체가 발견되었을 때에도 목에 전화선이 그대로 감겨 있었다. 범인은 그녀를 죽이고 나서 노리던 것만을 찾아가지고 급히 자리를 뜬 것 같았다.
죽은 김은주의 집에서 사라진 것은 갖은 자료가 저장되어 있던 노트북뿐이었다. 테이블 쪽으로 늘여져 있는 콘센트,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몇 장의 CD 등, 여러 흔적들로 보아 사건이 나던 시간 테이블 위에 노트북이 놓여 있었던 것 같은데 그 노트북이 사라지고 없었다.
김은주는 독신으로 혼자 살고 있었는데 그녀가 살해되던 지난밤 누군가가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은 없었다. 범인은 김은주가 열어준 현관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와 그녀와 함께 차를 마시며 어떤 협상을 하다 그녀를 살해한 것이 틀림없었다. 어젯밤 누군가가 갑자기 신기술을 구매하겠다며 찾아왔고 김은주가 노트북을 이용해 신기술에 관련된 자료를 보여주던 도중 사건이 일어난 것 같았다.
용의자는 다음과 같았다.
스메끼리: 44세의 남자. 일본인브로커. 최근 반도체장비 신제품 설계도를 10억에 사겠다며 김은주와 몇 번 만났음. 하지만 말도 안 되는 낮은 가격이라면 김은주에게 무시를 당해옴.
김배정: 35세의 여자. 한국인브로커. 최근 반도체장비 기술을 비싼 값에 팔아주겠다며 몇 번 김은주를 만났음.
탕슈: 34세의 남자. 중국인사업가. 최근 반도체장비 설계도를 사겠다며 몇 번 김은주와 만남. 역시 서로 생각하는 가격차가 커서 협상 중이었음.
제임스돈: 40세의 남자. 미국인사업가. 최근 김은주의 반도체장비공장에 투자하겠다며 몇 번 김은주와 만남. 하지만 그의 목적이 투자가 아니라 적대적인 인수합병이라는 것을 알고 만남을 기피해옴.
[문제] 네 사람 중 과연 누가 범인일까?
(IP보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