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대단원 향하는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 잭스의 다음 활약 기대하길
올해 지스타도 참 많은 현장 행사, 사전 체험, 질의응답, 강연을 보고 듣고 기사로 옮겼다. 누군가 필자에게 그 중 가장 좋았던 순간이 언제냐 물으면… 사실 하나만 꼽기 어렵지만, 강연으로 한정 짓는다면 스퀘어에닉스 키타세 요시노리 프로듀서와 하마구치 나오키 디렉터의 좌담회였다. 키타세P가 직접 27년 전 ‘파이널 판타지 7’ 제작 비화를 술술 푸는데 바로 곁에서 그 후계자가 리메이크에 대해 첨언까지 해주니 재미없을 수가 있나.
본지는 ‘파이널 판타지 7 리버스’가 출시되기 전 몇 차례 개발자 인터뷰를 진행했으나 게임이 나오고 나선 좀체 그러한 기회가 닿지 않았다. 에어리스의 운명은 이대로 좋은지, 잭스는 어쩌다 그 고생인지, 미니 게임에 만족하는지, 엔진을 버전업할지, 마지막 편은 대체 언제 나오는지 물을 게 산더미인데 말이다. 이에 ‘G-CON’ 연사로 내한한 키타세 요시노리 프로듀서, 하마구치 나오키 디렉터와 함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관련] 키타세 & 하마구치, 시대를 초월하기 위한 ‘리메이크’란
'FF7' 리메이크의 쌍두마차, 하마구치 나오키 디렉터와 키타세 요시노리 프로듀서
● ‘FF7 리버스’ 출시 후 9개월이 흘렀다.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하마구치: 앞서 발표했듯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1 헤드로서 조직 운영에 관여하게 돼 여러모로 바빠졌다. 아직 공개할 수 없지만 ‘FF7’ 리메이크뿐 아니라 내부적으로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여럿 있기에.
키타세: 나 역시 회사 임원으로 활약하게 된 하마구치를 돕느라 바쁜 나날을 보냈다. ‘FF7’ 리메이크 프로젝트도 여기서 끝이 아니라 마지막 편이 남았기에 해외 여러 나라서 열리는 오프라인 이벤트에 적극 참여하는 중이다. 아, 그리고 스튜디오가 시부야로 이사했는데 엄청 번쩍거리는 하이테크놀로지 빌딩이다. 다음에 꼭 놀러 오라.
● 미디어와 유저 평가를 다 살펴봤을 텐데, 잘한 점과 아쉬운 점을 자평한다면
하마구치: 여러 미디어서 크게 호평했고 우리가 뭇 유저에게 전하고픈 바도 제대로 받아들여진 듯하다. 특히 원작의 광활한 월드맵이 줬던 개방감을 최신 게임에 걸맞은 형태로 구현했다는 게 퍽 만족스럽다. 월드맵을 여행하기가 굉장히 즐겁고 콘텐츠 역시 풍성하다는 평가를 받았을 때 정말 기뻤다. 반면 그게 독이 되어 트로피 컴플리트가 어려워진 건 나의 불찰이다. 무리해서 모든 콘텐츠를 깨기보다 자유롭게 하고 싶으면 하라는 취지였는데 트로피까지 고려치 못했다. 이 문제는 다음 편에서 꼭 개선하겠다.
키타세: 평가도 평가지만 전체적인 스토리와 엔딩이 의미하는 바에 대한 고찰 영상이 굉장히 많이 올라오더라. ‘FF7’ 원작을 만들 당시에는 SNS랄 게 없었기에 이처럼 활발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이 상당히 놀랍다. 그 시절에는 느끼기 힘든 열기랄까. 여러모로 분위기가 뜨거워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시대가 굉장히 많이 변하긴 했구나.
● 오늘 ‘세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게임을 만드는 비결’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키타세: ‘FF7’ 리메이크 프로젝트의 신, 구 개발자가 함께 진행하는 강연이니 두 가지 관점을 들려주면 좋겠더라. 옛날이야 개발 규모가 지금보다 훨씬 작고 정신없이 만들었으니까. 일본에선 이미 많이 팔리던 시리즈지만 세계적인 인지도가 부족해 여러모로 챌린저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 게임의 인기가 무려 20년 넘게 지속돼 새로운 세대의 개발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루는지, 나로서도 굉장히 흥미롭게 지켜보는 중이다.
하마구치: 키타세 씨는 원작을 직접 개발한 입장이니 나와는 관점이 다른 측면도 꽤 있다. 그 차이를 정리하여 소개하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시간이 50분 뿐이라 어떤 내용을 잘라내야 하나 둘이서 굉장히 고민이 많았다.
● 멀티버스라는 게 참 흥미로우면서도 허무하더라. 잭스의 취급도 안타까웠다
키타세: 작중 세피로스가 말했듯 복수의 세계가 존재하는 건 맞다. 원작이 출시되고 20년 넘는 세월이 흐르며 유저들이 마음 속에 품은 스토리도 조금씩 바뀌었을 터다. 그것을 다층 구조의 세계관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다. 가장 중요한 점은 ‘FF7’ 리메이크가 당초 예상하던 흐름과 다르게 흘러갈지 모른다는 긴장감을 선사하는 것이다. 잭스는 무척 맑고 명랑한 사내지만 ‘크라이시스 코어’서 비극적 결말을 맞지 않나. 금번 리메이크를 진행하며 잭스야말로 프로젝트의 역점이 될 캐릭터라 생각하니 모쪼록 다음 활약을 기대해달라.
● 단 한 번 쓰이는 버섯 뽑기까지 미니 게임으로 만들 걸 보고 정말 놀랐다
하마구치: 모든 미니 게임은 기획서부터 실제 밸런스 조정까지 모두 내가 관리했다. 기획서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직접 고쳐 썼을 정도다. 덕분에 상당히 시간이 걸리고 말았으나 그만큼 여느 게임에 없는 다양성과 독창성을 갖췄기에 나름 애쓴 보람이 있구나 싶다.
● 테마송 ‘No Promises to Keep’이 정말 좋다. 제작 비화를 들려줄 수 있을까
키타세: 테마송의 컨셉과 보컬을 최종 결정하는 건 노무라의 역할이다. 이번에 ‘No Promises to Keep’ 역시 노무라가 장르는 발라드로, 노래는 로렌 올레드가 불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작의 ‘HOLLOW’가 남성 보컬로 클라우드의 상황을 풀어냈으니 이번에는 여성 보컬로 에어리스의 심경을 이야기해 대비를 이루려는 구상이었다.
거기다 소싯적 ‘Eyes on Me’ 같은 곡만 봐도 우에마츠 노부오 씨는 여성 보컬과 굉장히 궁합이 좋으니까. 하루에도 몇 번씩 샘플을 공유하는 걸 보며 굉장히 즐기며 작업하고 있구나 싶었다. 작중 삽입된 영어 버전은 사실 우에마츠 씨가 일본어로 쓴 가사를 번역한 다음 노래한 것이다. 그런데 곡이 너무 좋다고 일본어 버전도 따로 녹음해 개인 소장하다 얼마 전 본인 라이브서 깜짝 공개했더라.
● 벌써 두 차례나 게임을 완성시켰으니 세 번째는 좀 더 빨리 나오지 않으려나
하마구치: 지금 여기서 언제 나온다 확답하긴 어렵지만 ‘FF7’ 리메이크 프로젝트가 삼부작이라 많은 분들이 기다린다는 건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만족할 만한 완성도를 유지하는 한편으로 전력을 다해 속도를 내는 중이다. 4년이나 기다리지 않아도 되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
● 언리얼 4를 자체 개량한 엔진을 사용 중으로 안다. 마지막까지 그대로 가는가
하마구치: 처음부터 ‘FF7’ 리메이크 프로젝트에 사용하고자 굉장히 많은 개량을 거친 엔진이다. 기반은 언리얼 4지만 기능적으로 언리얼 5에도 지지 않을 엔진이라 자부하기에 마지막까지 그대로 간다.
● 내년 스위치 2(가칭) 출시가 강하게 예상된다. 첫 편은 이식이 가능할 법한데
하마구치: 그 신형 하드웨어에 대해선 닌텐도가 직접 발표한 게 거의 없는지라 우리로선 뭐라 답하기 어렵다. 그와 별개로 앞으로 더 많은 유저가 ‘FF7’ 리메이크를 즐길 수 있도록 보다 다양한 플랫폼으로 전개할 계획은 갖고 있다.
● 아직 머나먼 이야기지만 하마구치 디렉터 마음 속 ‘자신만의 FF’도 궁금하다
하마구치: 이제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1 헤드가 됐으니 나에게 기회가 온다면 물론 ‘FF’ 차기 넘버링을 담당하고 싶다. 혹은 소싯적 ‘파이널 판타지’와 ‘드래곤 퀘스트’가 그랬듯 완전히 새로운 시리즈를 구축하고픈 욕심도 든다. 다만 당장은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 프로젝트에 전력하는 중이라 구체적인 계획까진 없다. 해외 여기저기서 자못 많은 분이 “당신이 만들 ‘파이널 판타지’를 기대하겠다”는 이야기를 들려줘 감사할 따름이다.
● 출시 행사부터 강연까지, 여러모로 예전보다 한국 시장에 가까워진 듯하다
하마구치: 과거에 게임 시장은 일본이나 북미 중심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최근 한국 ‘스텔라 블레이드’와 중국 ‘검은 신화: 오공’서 보듯 이제 아시아 전역의 게임 개발자들이 굉장히 성장하고 시장도 커졌다. 특히 한국은 일본의 가까운 이웃으로서 앞으로 행보를 주목하는 게 당연하다.
● 끝으로 ‘FF7’ 리메이크를 성원하는 뭇 한국 게이머에게 인사 부탁한다
하마구치: “매번 한국에 방문할 때마다 게이머 여러분의 뜨거운 열정을 느낍니다. 최근 ‘스텔라 블레이드’를 통해 한국 콘솔 시장이 굉장한 성장세임을 실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한 흐름 속에 앞으로 나올 ‘FF7’ 리메이크 세 번째 작품도 한국서 사랑받길 바랍니다. 앞으로도 노력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키타세: “스퀘어에닉스가 전세계 게이머를 위해 게임을 만들긴 하지만 최근에는 특히 아시아 시장에 특히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게임 시장과 개발의 양면에서 무척 선도적인 국가입니다. 언젠가 일본과 함께 전세계 게임 시장을 주도하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