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피그로맨스 | 출시일 | 2024년 7월 25일 |
개발사 | 외계인납치작전 | 장르 | 퍼즐 어드벤처 |
기종 | PC | 등급 | 12세 이용가 |
언어 | 완전 한국어화 | 작성자 | Graz'zy |
필자는 식성으로 따지자면 열렬한 육식주의자에 가깝지만 동물은 대체로 다 예뻐하고 강아지도 한 마리 동거 중이다. 그래서 애지중지 키우는 동물과 잡아먹는 동물 사이에 놓인 문자 그대로 생사의 기로가 묘하게 느껴지곤 한다. 어디 필자만 그럴까. ‘치킨런’이나 ‘파닥파닥’처럼 식용 동물이 탈출하는 이야기서 주인공-인(人)은 아니지만 여하튼-을 응원하고 생업에 종사할 뿐인 도축업자는 밉상인 게 보통의 사람 심리다. 때문에 오늘날 축산, 육가공은 내심 보기 불편한 부분이 드러나지 않도록 발전해왔고 봉준호 감독의 ‘옥자’ 등 그걸 끄집어내 고발하는 작품도 여럿 나온 바 있다.
여기서 소개할 ‘피그로맨스’는 명패부터 참 인디스러운 외계인납치작전서 만든 사이드뷰 퍼즐 어드벤처다. 텀블벅 펀딩과 스팀 얼리 액세스를 거쳐 지난 7월 정식 발매됐는데 그사이 각종 인디 행사 및 시상식을 통해 상도 좀 탔다. 스팀 소개문은 자못 간결하다. <도전적인 퍼즐과 까다로운 플랫폼! 소시지가 될 운명을 거부한 수퇘지의 모험!>이라. 즉 식용 돼지가 소시지 공장서 탈출한다는, 그러니까 ‘치킨런’이나 ‘파닥파닥’이 떠오르는 컨셉. 다만 ‘옥자’처럼 공장식 도축에 대한 생명윤리적 고찰을 들이미는 심각한 작품은 아니니 걱정 마시라. 제목이 왜 피그’로맨스’겠나. 이건 나름 사랑 이야기다.
그래, 이 정도 명패는 되어야 작금의 치열한 인디 씬에서 주목받을 수 있지
소시지가 될 운명을 거부한 수퇘지의 모험, 사이드뷰 퍼즐 어드벤처 '피그로맨스'
글 대신 그림과 음악으로 풀어낸, 로맨스 활극
게임은 돼지 한 마리가 축사를 탈출하며 시작된다. 우리의 주ㅇ… 주돈(豚)공 수퇘지 미틀렛이 아니라 조그만 암퇘지 포클렛이 말이다. 그런 포클렛을 잡으려 연신 도끼를 휘두르던 도축업자 커팅맨이 실수로 울타리를 부수자 마침내 미틀렛을 비롯한 수많은 돼지가 뛰쳐나간다. 포클렛은 미틀렛보다 조금 앞서 달리며 뭔가를 뛰어넘거나 아래로 지나거나 끌어다 활용하는 법을 알려준다-즉 튜토리얼이다-. 한참 동안 치닫던 둘은 어쩌다 서로 다른 길로 들어서고 안타깝게도 포클렛이 커팅맨에게 붙잡힌다. 정육의 달인 커팅맨은 순식간에 포클렛을 조각내 컨베이어 벨트로 실어 보낸다.
이쯤에서 어지간한 범부는 슬픔을 뒤로하고 도망칠 텐데 미틀렛의 사랑은 어지간하지 않았으니. 저 용감한 수퇘지는 포클렛을 구하고자 공포스런 소시지 공장에 뛰어든다. 즉 앞서 언급된 식용 돼지가 소시지 공장서 탈출한다는 게 실은 제 발로 들어갔다 나온다는 뜻이었다. 벌써 도축 당한 돼지를 무슨 수로 구하느냐고? 일단 공장 여기저기로 흩어진 신체 부위를 찾아낸 다음… 먹어야지 뭐. “업진살 살살 녹는다~”가 아니라 달리 보관할 곳이 없으니까. 그러다 일이 어떻게 풀릴지는 게임 본편서 직접 확인하시라. 사랑 이야기에 응당 기적이 함께하기 마련이니 너무 박정히 따지면 안 되겠다.
육가공업자의 건실한 생산 활동이 다른 누군가에게 끔찍한 비극이 되었으니
급한 대로 조각난 암퇘지를 뱃속에라도 챙겨가자, 이것이 바로 인'배'토리인가
사실 여기까지 내용은 게임 내에서 자세히 설명되지 않는다. 상황 자체는 직관적으로 보이나 대사가 없기 때문이다. 미틀렛이나 포클렛 같은 이름도 리뷰를 위해 따로 찾아봤다. 포클렛은 크기가 좀 작을 뿐 머리칼이 길거나 핑크색인 건 아니라-요새 이런 묘사가 위험하기도 하고- 한 눈에 암퇘지라 알기 어렵다. 모르고 보면 부모 자식이라 생각할 여지도 있는 셈. 그 외에 공장은 왜 이리 큰지, 어쩌다 직원은 둘 뿐인지, 종종 도와주는 늙고 거대한 돼지는 누군지 등등. 구구절절 설명을 늘어놓는 대신 상상의 영역으로 남겨두는 편이 되려 받아들이기 쉽다. 어차피 진행 방향은 명확하기도 하고.
이처럼 대사를 최소화한 구성은 ‘피그로맨스’가 본래 동화책으로 기획된 영향일 터. 외계인납치작전의 팀원 중 한 명이 바로 올해 초등 교과서에도 실린 ‘코끼리가 꼈어요’ 한담희 작가다. 독자 연령상 동화책은 으레 그림책이라 한 권 다 훑어봐야 글이 몇 줄 되지 않는다. 대신 지면 가득히 형형색색 그림들로 이야기를 수놓는 것이 작가의 감각이요, 실력인 셈. 마침 최용찬 대표 또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해 그림책 특유의 핸드 드로잉 감성이 잘 담겼다. 인디 팀이 챙기기 힘든 음악 역시 게임 전반에 훌륭히 어우러지며 주요 장면마다 쓰인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감동을 배가한다.
극초반 튜토리얼 외에 대사가 일절 없다. 오직 그림과 음악으로 풀어내는 이야기
미틀렛이나 포클렛이란 이름도 따로 찾아봤다. 이 분이 누군지는 상상에 맡긴다
영리하게 짜인, 그러나 다소 막연하기도 한 퍼즐
‘피그로맨스’는 XBOX 컨트롤러 기준으로 아날로그 스틱-이동-과 A-점프-, X-달리기 및 잡기-, Y-캐릭터 전환- 세 버튼만 쓰인다. 여기다 평평한 표면에 몸을 숙여 달라붙는 일명 스티키 모드까지 알면 미틀렛의 조작은 다 익힌 셈. 조작 체계가 단출한 만큼 미틀렛 자신이 새로운 능력을 얻거나 변화하는 대신 주변 환경이 점점 더 복잡해지는 방식을 택했다. 가장 흔한 퍼즐은 컨베이어 벨트와 레버, 불 뿜는 파이프, 자석 달린 수레인데 2~3시간짜리 게임인지라 단 한 번 나오는 기믹도 적잖다. 그 외 분량은 커팅맨과의 숨막히는 쫓고 쫓기기와 크게 어렵지 않은 플랫포밍 구간으로 채워졌다.
퍼즐 장르 특성상 이렇게 적어봐야 잘 와닿지 않을 듯하니 구체적인 예시를 들겠다. 한 쪽을 막으면 다른 쪽에서 불길이 치솟는 파이프와 컨베이어 벨트 위 네모난 쇳덩이가 있다고 치자. 우선 미틀렛은 쇳덩이로 파이프의 앞쪽을 막고 통과한 뒤 중간 지점에 설치된 레버를 당긴다. 그러면 컨베이어 벨트가 반대로 움직이며 쇳덩이가 멀어지고 파이프 뒤쪽 불길이 사그라질 터. 요컨대 눈앞에 난관을 극복하려 할 때 먼저 그 물성, 작용 방향, 순서를 따져 적절히 피해가는 퍼즐이 많다. 갈수록 수위 조절과 부력까지 동원되는 등 기믹이 난해해져 귀여운 돼지만 보고 접근했다 머리에 쥐나기 십상이다.
각종 기기의 물성, 작용 방향, 순서를 따져가며 안전히 피할 방법을 찾는 퍼즐
'오드 월드'처럼 뭇 돼지의 영도자가 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되려 방패로 쓰기도
보통 이런 상황이면 ‘치킨런’마냥 달아난 돼지끼리 힘을 합칠 법한데 아무리 찾아다녀도 멀쩡한 녀석이 없다. 가끔씩 산 돼지가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오지만 약을 맞았는지 무기력할 뿐. 몇몇 퍼즐서 이들을 고기 방패로 써야 한다는 데서 본작이 ‘옥자’ 부류가 아님은 확실히 알겠더라. 뭐 꼭 동족이어야 친구가 되는 건 아니니까. 대신 게임 중반쯤 자의 반 중력(?) 반으로 구해준 까마귀가 여정에 합류한다. 끽해야 점프가 고작인 미틀렛과 달리 까마귀는 자유롭게 날며 뭔가 물어오거나 작은 버튼을 누를 수 있다. 캐릭터 전환-Y-을 통해 한 번에 한 마리만 조작하므로 손이 바빠지진 않는다.
게임이란 콘텐츠가 대저 그렇듯 퍼즐 장르 역시 꼭 고도의 지적 유희가 아니라도 문제 풀이 자체로 얻는 만족감이 크다. 그리고 수월한 문제 풀이는 반복 숙달로부터 나온다. 그렇기에 기믹 하나를 놓고 아주 간단한 수준에서 복잡다단한 응용까지 점진적으로 나열하는 게 퍼즐 레벨 디자인의 정석. 반면 ‘피그로맨스’는 짧은 게임 특성상 반복되는 기믹이 적어 더 어렵다는 느낌이 든다. 도입부 외에 튜토리얼이 없는 만큼 자석 수레나 환풍구 같은 기믹이 추가됐을 때 활용법을 몰라 헤매기 쉽다. 대형 게임사 작품이라면 불친절하다 지적했겠으나 이 또한 인디의 매력이니 넘어갈만하다.
중반부터 까마귀와 캐릭터 전환이 가능해지며, 퍼즐 역시 좀 더 복잡다단해진다
조작 체계가 단출한 편임에도 너무 설명이 없어 막연할 때가 가끔 있긴 하다
한 편의 이야기로서 종합된 아트, 사운드, 플레이
한편으로 어떤 기믹은 게임 끝자락에 다다라서야 그 진기가 드러난다. 초반부터 줄곧 나오는 스캔 시스템이 막판에 돼지는 컷팅라인이 지워지고 인간은 찍혔을 때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째서 커팅맨의 가족 사진이 잠시 비춰지는지 등등. 필자 나름대로 해석을 덧붙이고 싶기도 하나 게임 리뷰의 영역을 벗어난 사족이 될 테니 이만 줄이겠다. 어쨌든 중요한 건 대사 한 줄 없이도 미틀렛과 함께 겪는 숱한 난관 자체가 이야기의 부속으로 훌륭히 기능한다는 점이다. 마치 소시지 공장서 여정 와중에 주워 삼킨 등, 허리, 가슴, 엉덩이, 다리, 머리가 마침내 온전한 포클렛을 이루듯 말이다.
결국 ‘림보’와 ‘인사이드’, ‘리틀 나이트메어’처럼 본작 역시 퍼즐과 플랫포밍은 창작자가 전하고픈 이야기를 위해 복무할 따름이다. 즉 개별 요소에 천착하기보다 아트, 사운드, 게임 플레이의 종합적인 체험으로 받아들이길 추천한다. 그래야 다소 난잡스러운 레벨 디자인이 이해되고 ‘E.T.’를 오마주한 하이라이트 장면서 기성품과 다른 인디 게임의 감성을 오롯이 향유할 수 있다. 이런 작품에 곧잘 따라붙는 가성비 논란-가격이 싸긴 싼데 분량은 더 적은-도 한 편의 괜찮은 애니메이션이나 동화책을 감상했다 여기면 어떨까. 반대로 후원이 하고픈 게이머는 사운드트랙 DLC를 판매 중이니 참고하시라.
분량은 짧고 난삽한 점도 없잖으나 그 안에 빛나는 순간이 존재하는 게 인디니까
이 팀, 공장식 도축에 대한 생명윤리적 고찰은 몰라도 대머리 혐오는 의심스럽다
물론 인디 게임이라고 이런저런 어설픔이 죄 낭만으로 선해될 순 없다. 꽤 오랫동안 스팀 얼리 엑세스를 거친 데다 필자의 경우 출시 후 5개월이 지나 플레이했음에도 여태 버그가 좀 걸린다. 다행히 구간별 불러오기를 지원해 크게 불편하진 않으나 문제는 게이머 스스로 왜 막혔는지 모를 때다. 상술했다시피 단 한 차례 쓰이는 기믹이 적잖은 터라 버그로 막혔는데 애꿎은 자기 IQ만 탓할 가능성이 크다. 가장 최근 패치가 10월 2일자던데 앞으로 쭉 게임을 만들 요량이라면 사후지원에 철저하기 바란다. 지금 여기서 뭇 게이머와 신뢰 관계를 지키는 게 차기작을 위한 최선의 투자일 수 있다.
컨트롤러 키 배치도 살짝 아쉬운 지점이다. 스팀 구동 시 컨트롤러로 즐기길 추천한다는 안내가 뜨는 것치고 관련 지원이 미비하다. 플랫포밍 구간서 달리다 뛰어올라야 할 때가 잦은데 알다시피 A → X는 썩 편안한 조작감이 못된다. 엄지 손가락이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문제. 요즘은 스위치 조이콘은 물론이고 모바일 기기에 연결하는 블루투스 컨트롤러조차 트리거 버튼이 있는데 뭣하러 이리 몰아놨는지. 혹여 엄지 손가락 하나로 플레이하는 모습을 기대했으려나. 모르긴 몰라도 최용찬 대표와 한담희 작가가 평소 콘솔 게임을 그리 많이 즐기긴 않으리라 예상되는 대목이다.
심각한 오류까진 아니나, 하필 설명 없음 + 버그 있음이라 답답함이 배가된다
컨트롤러를 지원하나 키 배치는 다소 어색하다. A → X라 엄지 손가락이 피곤
용감한 수퇘지의 여정에 다시 함께할 수 있기를
흔히 인디 게임이라면 뭔가 실험적인 도전을 기대하기 쉬우나 사실 꼭 그렇진 않다. 어디까지나 자본의 간섭 없이 창작자가 원하는 바를 개발한다는 뜻이니까. 아니, 작금의 시장을 보면 이조차 적절한 정의는 못된다. 인디 게임도 어쨌든 상품인지라 유행을 탄다. 뉴트로, 메트로배니아, 덱빌딩, 로그라이크, 뱀서라이크 등등.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늘 특정 장르로 쏠림 현상이 있음은 부정하기 힘들다. 때문에 외계인납치작전처럼 씬의 유행에 둔감한 이들이 퍽 반갑게 느껴진다. 올해 출시된 여러 훌륭한 국산 인디 게임 가운데 ‘피그로맨스’ 역시 충분히 스포트라이트 받을만한 가치를 지녔다.
어느 기사를 보니 최용찬 대표에게 ‘피그로맨스’ 시리즈화를 위한 몇 가지 아이디어가 있다더라. 프리퀄도 시퀄도 가능하다고. 냉정히 시장 상황을 짚자면 여지껏 세 편씩 시리즈화된 국산 인디 게임은 없다시피 하다-해외도 잘 없다-. 아쉽지만 ‘피그로맨스’가 엄청난 상업, 비평적 성공을 거둔 것도 아니고. 그럼에도 ‘피그로맨스’가 지닌 고유한 이야기, 세계관, 아트를 더 보고 싶어할 게이머는 분명 존재한다. 실제로 스팀 유저 리뷰가 51개에 불과할지언정 98% 호평으로 ‘매우 긍정적’ 성적표를 받았다. 모쪼록 게임으로든 동화책으로든 미틀렛과 포클렛의 사랑 이야기가 이어지길 바란다.
유저 리뷰 98% 호평 '매우 긍정적' 수작이나 그 모수가 51개라는 게 아쉬울 따름
최용찬 대표의 구상대로 '피그로맨스'가 계속되길 바란다. 웬만하면 게임으로
작성 및 편집: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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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 혐오라니 과연 어떤 메세지를 담고있길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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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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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로맨스 왜드 콘솔로 발매하길 기다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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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의외로 스피디해서 놀랐어요. 그래서 그런지 재미도 있고.. 의외로 게임속 스토리도 재밌고 ㅎ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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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흥미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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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로맨스 왜드 콘솔로 발매하길 기다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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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의외로 스피디해서 놀랐어요. 그래서 그런지 재미도 있고.. 의외로 게임속 스토리도 재밌고 ㅎ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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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12.19 13:3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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