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PC 게임답다, 국산 핵앤슬래시 ‘언디셈버’ 정식 론칭 첫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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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즈게임즈가 개발하고 라인게임즈가 서비스하는 국산 핵앤슬래시 RPG ‘언디셈버(Undecember)’가 1월 13일(목) 정식 서비스에 돌입한다. 열세 번째 존재라 불리는 악신 서펜스에 맞선 영웅들의 어둡고 장중한 모험담, 클래스의 경계를 허물은 자유로운 육성, 기상천외한 연계가 가능한 스킬 조합, PC 및 모바일을 아우르는 멀티 플랫폼 전략까지. ‘언디셈버’는 앞선 경쟁작들과 차별화되는 여러 강점을 내세우며 국내외 핵앤슬래시 팬덤의 기대를 모아왔다.
뿐만 아니라 두터운 분량의 메인 시나리오, 극한의 파밍을 추구하는 카오스 던전, 협동 콘텐츠인 보스 레이드와 결계의 첨탑, 다양한 규칙으로 즐기는 PvP 영광의 성전 등 RPG서 기대할 법한 여러 콘텐츠를 충실히 갖췄다. 메인 시나리오는 다수의 스테이지가 하나의 액트를, 액트 다섯이 하나의 에피소드를 이루고, 론칭 시점에선 에피소드 2까지 열린다. 액트 진행 시 솔로, 파티 플레이가 모두 가능하며 인원이 늘어날수록 난이도와 보상이 함께 상승한다.
사전예약 300만을 돌파하며 화제를 모은 국산 기대작 '언디셈버'
과연 핵앤슬래시 팬덤에게 가문의 단비 같은 존재가 되어줄 것인가.
모바일은 모바일답게, PC는 PC답게
사실 ‘언디셈버’가 지닌 콘텐츠 측면의 얼개는 지난 10월 언박싱 테스트 당시 전체적인 윤곽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약 일주일간 액트 1~5로 구성된 에피소드 1 전체는 물론 보스 레이드, 영광의 성전, 최대 15명 정원의 길드 개설과 8vs8 길드 전장까지 체험 가능했으니까. 그 후 4개월간 니즈게임즈는 시스템과 콘텐츠 자체에 극적인 변화를 가하기보다, 그간 수용한 유저 피드백을 바탕으로 장점은 강화하고 단점을 개선하는 폴리싱 작업에 집중했다.
따라서 필자 또한 ‘언디셈버’에 대한 기초적인 소개 및 감상은 앞서 발행한 언박싱 테스트 체험기와 프리뷰로 갈음하겠다. 대신 본고에선 10월 언박싱 테스트와 론칭 빌드를 비교했을 때 어떤 부분이 중점적으로 개선되었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대표적으로 플랫폼별로 게임 환경의 최적화가 이루어진 점을 들 수 있는데, 기존에는 ‘PC 게임을 모바일로도 즐긴다’기 보단 ‘모바일 게임이 PC에서도 돌아가긴 한다’라는 그다지 좋지 못한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우리가 기대한 크로스 플랫폼은 모바일 게임을 PC로 돌리는 게 아니었다.
그리하여 PC와 모바일 버전의 리소스를 분리하여 각자 최척화를 진행했다.
이는 ‘언디셈버’가 ‘디아블로 3’나 ‘패스 오브 엑자일’의 대체제이리라 기대한 핵앤슬래시 팬덤에게 상당한 배신감을 안겼다. 온전한 PC 게임을 기대했는데 실상은 또 하나의 모바일 액션 RPG였으니까. 설령 실질적인 콘텐츠의 양과 질이 PC 게임에 견줄만할지라도 그래픽, UI, 조작감이 문제였다. 뭇 유저가 기대하는 크로스 플랫폼 서비스란 단순히 하나의 게임을 여러 플랫폼에서 할 수 있다는 수준이 아니라 각 플랫폼에 최적화된 경험을 얻는 것이다.
이에 니즈게임즈는 PC와 모바일 버전을 리소스 단계부터 완전 분리한다는 결단을 내렸다. PC는 PC대로, 모바일은 모바일대로 최적화하여 그래픽 품질을 끌어올렸다. 여전히 AAA급과 견주긴 어렵지만 확실히 때깔이 좋아졌다. 터치 조작에 맞춰진 UI도 키보드와 마우스로 다루기 편리한, 여느 PC 핵앤슬래시와 유사한 디자인으로 교체됐다. 자칫 앞으로의 작업량이 두 배로 불어날지 모를, 중소 게임사에겐 여러모로 부담스러울 조치를 과감하게 취했다.
AAA급 그래픽은 못 되어도 모바일 게임이란 인상은 확실히 사라졌다.
전체적인 UI도 키보드, 마우스나 게임패드에 최적화된 형태로 변경.
빠르고 호쾌하다, 핵앤슬래시의 손맛
상술했듯 ‘언디셈버’가 일개 모바일 게임이란 인상을 벗으려면 그래픽과 UI 외에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조작감, 속도감, 타격감 등 종합하자면 핵앤슬래시의 ‘손맛’을 살려야 한다. 이는 통신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고 실물 조작계가 존재치 않는 모바일로는 아무래도 제대로 구현하기 어려운 요소다. 물론 모바일로도 훌륭한 액션 게임이 여럿 출시되긴 했으나 키보드와 마우스, 나아가 콘솔 컨트롤러와 대등한 손맛을 느낄 정도는 못되었다.
‘언디셈버’도 모바일 버전의 경우 이러한 기기의 한계를 완전히 극복하기 어렵지만, PC 버전은 이야기가 다르다. 게임의 전반적인 흐름과 박자가 모바일 기준으로 만들어졌던 10월 언박싱 테스트와 달리, 론칭 빌드에선 여러모로 PC가 메인 플랫폼으로 올라섰음이 느껴지는 개선 사항이 많다. 일단 시야 거리가 확장되어 훨씬 더 많은 적을 볼 수 있다. 굳이 시야 거리가 좁았던 건 모바일의 작은 화면을 의식한 탓이었는데 이제 그 제약을 벗어난 것이다.
핵앤슬래시라면 무엇보다 조작감, 속도감, 타격감 즉 '손맛'이 중요하다.
시야 거리가 확장된 덕분에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적을 볼 수 있게 됐다.
전투 시 답답함을 유발하던 스킬 사용 후 딜레이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 역시 모바일 통신 환경을 고려한 설정이었던 듯하나 PC 버전에겐 족쇄일 뿐이었다. 특히 ‘언디셈버’ 자체가 스킬 쿨타임을 최소화하여 난사와 몰이사냥을 통해 쾌감을 얻는 핵앤슬래시인 만큼, 지나친 후 딜레이는 게임 컨셉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문제였다. 마찬가지로 속도감을 헤치던 이동 속도도 대폭 상향됐으며 움직임 및 타겟팅 정확도도 곧바로 체감될 정도로 나아졌다.
만약 그럼에도 조작감이 불만족스럽다면 게임패드를 활용하자. ‘언디셈버’는 PC와 모바일 버전 모두 게임패드를 완벽 지원한다. PC에선 콘솔 컨트롤러를 물리고 모바일은 스마트패드를 장착하는 식으로 양쪽 플랫폼에서 온전한 조작감을 누릴 수 있다. 혹은 콘솔 컨트롤러 상단에 모바일 기기를 고정하는 클립도 존재한다. 자동으로 물약을 먹거나 특정 스킬을 연속 시전하는 설정도 지원하여 비교적 버튼이 적은 게임패드로도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하다.
이동 속도가 확 체감될 정도로 빨라졌다. 베고 달리고 베고 달리고.
게임 컨셉에 정면으로 위배되던 후 딜레이도 더는 거슬리지 않는 수준.
착한 BM이란 초심, 끝까지 지키길
이외에도 타격감 강화, 긴장감 확보, 초반 동선 완화, 보스 난이도 조정, 튜토리얼 추가, 마우스 반전 지원 등, 10월 언박싱 테스트와 론칭 빌드 사이에 크고 작은 개선이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BM(수익화 구조)은 어떨까. 앞서 라인게임즈와 니즈게임즈는 연말 온라인 쇼케이스서 ‘본질을 해치지 않는 BM’이라 호언한 바 있다. 본질이란 표현이 다소 모호한데, 핵앤슬래시 RPG로서 게임성을 교란하지 않는 선에서만 수익을 추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실제로 ‘언디셈버’는 리니지류 MMORPG나 일부 수집형 RPG에서 볼법한 하드코어한 과금을 요구하진 않는다. 다만 기본 무료 게임인 만큼 유료 상품은 존재한다. 과연 어디까지가 본질을 해치지 않는 선인지 모르겠지만 성장 패키지의 경우 밸런스와 전혀 무관하다고 보긴 어렵다. 특정 재화로 운영되는 경매장도 오용될 여지가 있다. 이른바 ‘착한 BM’을 내세웠는데, 게임 속 경제가 순탄히 흘러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다. 모쪼록 그 초심을 쭉 지켜가길 바란다.
유료 패키지는 계정당 구매 횟수를 제한하여 'Pay to Win'을 방지했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