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S] 친절히 가필된 대서사시, 로맨싱 사가 2 리벤지 오브 더 세븐
舊 스퀘어가 1993년 슈퍼 패미컴으로 선보인 RPG ‘로맨싱 사가 2’는 여러모로 독특한 작품으로 기억된다. 게임의 근간은 당시 ‘사가’ 시리즈를 비롯한 여느 JRPG와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이른바 전승법을 통해 수천 년간 이어지는 장대한 싸움이 굉장한 비장미와 규모감을 선사했다. 덕분에 시리즈 최고작을 꼽을 때면 빠지는 법이 없어 일찍이 코믹스 출간은 물론 무대화까지 성사된 바 있다. 국내의 경우, 비교적 최근 한국어화 정식 발매된 리마스터 버전으로 새롭게 접한 분도 상당수 될듯하다.
유니티 기반의 ‘로맨싱 사가 2 리마스터’는 모범 사례라 불러도 좋을 만듦새였으나, 원작이 90년대 기준으로도 어렵고 불친절한 작품인지라 한계가 명확했다. 기술 및 술법 개발을 위한 소위 노가다와 일부 직업, 진형에 편중된 성능 등 리마스터만으로 해결하기 힘든 부분이 있으니까. 대륙 전토를 가로지르는 모험담을 3D로 감상하고픈 바람도 컸고. 이에 ‘성검전설 3 ToM’의 타츠케 신이치P와 외주사 xeen이 함께 만드는 리메이크가 성사, ‘리벤지 오브 더 세븐’이란 부제로 오는 10월 24일 출시된다.
3년 전 리마스터 버전이 정식 발매되기도 한 명작 '로맨싱 사가 2'
'성검전설 3 ToM' 개발진이 담당한 리메이크 '리벤지 오브 더 세븐'
세대를 거듭하여, 칠영웅에 맞서 싸워라
지난주 체험판이 나와 벌써 많은 분이 끝마쳤지 싶은데, TGS 2024 미디어 프리뷰 이벤트를 통해 그 이후 분량을 좀 더 플레이 가능했다. 체험판이 도입부터 레온 황제의 죽음까지, 금번 빌드가 바로 이어서 크진시 토벌까지 진행되니 아울러 다루겠다. 남 롱깃 침몰선서 또다른 칠영웅 스비에와 맞서는 고레벨 세이브 데이터도 주어졌으나 전투 일변도라 특기할 만한 신규 시스템, 콘텐츠는 없었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점은 기술, 술법이 해금될수록 체험판보다 훨씬 박진감 넘치는 전투가 펼쳐진다는 거다.
이야기는 이러하다. 언제부턴가 늘어난 마물들로 골치를 썩던 바렌 제국 황제 레온은 정체모를 마녀 오아이브로부터 그 배후에 칠영웅이 있다는 정보를 얻는다. 세상이 위태로울 때 고대의 일곱 영웅이 귀환하리란 전설과 정반대로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위협이라는 것. 실제로 레온이 둘째 황자 제라르와 함께 원정을 떠난 사이 칠영웅 중 하나인 크진시가 습격해 태자 빅토르에게 치명상을 입힌다. 격분한 황제는 크진시와 자웅을 겨루나 그조차 필살기 소울 스틸에 희생되고 유약한 황자 제라르만 남겨진다.
요컨대 전설 속 영웅으로 추앙받는 이들이 어째서…에 관한 이야기
칠영웅 크진시에게 패한 황제 레온은 힘과 유지를 후대로 전승한다
물론 황제씩이나 되는 인물이 단지 복수심으로 크진시를 도모하려 든 건 아니었다. 미리 오아이브에게 비술 전승법을 배워 자신이 죽으면 제라르에게 모든 힘과 유지가 이어지도록 안배한 것. 소울 스틸은 말 그대로 필살(必殺)이라 스스로 희생해 기술을 간파한 후 전승하는 차선이자 최선의 수를 택했다. 후계자 제라르 역시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칠영웅 토벌에 일생을 받쳐 자식이 없으니 이때부터 황위는 혈연이 아닌 전승법을 통해 대물림된다. 그래서 최초 생성하는 게이머의 아바타가 최종황제인 것.
여기까지 내용은 그저 배경 설정이 아니라 실제 게임 시스템이다. 메인 스토리를 얼마간 진행할 때마다 수십 ~ 수백 년씩 세월이 흘러 매번 황제, 즉 주인공이 달라진다. 그 와중에 전투서 승리하면 캐릭터 경험치뿐 아니라 기술 포인트가 합산되는데, 앞서 사용한 무기 및 술법 계통만 성장한다. 또한 명칭 옆에 전구 모양 UI가 뜬 기술을 사용했을 때 특정 확률로 머리가 번뜩(閃き)이며 신기술을 얻기도. 이렇게 끌어올린 무기, 술법 레벨과 획득한 신기술을 다음 세대에 전승하길 반복하는 게 핵심이다.
레벨업이 다가 아니다. 일정 확률로 신기술을 익히는 번뜩임이 핵심
이러한 노가다노력이 수천 년간 쌓이고 쌓여 최종황제를 완성시킨다
자유로운 파티 편성, 진형으로 더 뾰족이
전승법 자체는 원작과 대동소이하지만 파티 편성 및 전투 방식은 시리즈 최신 사양에 맞춰 윤색이 이루어졌다. 원작은 일단 파티에 합류하면 죽어야 빠지는 터라 초반 중장보병 베어를 처치(…)하는 게 난항이었는데, 이제 그냥 주점서 간편히 교체 가능하다. 모든 캐릭터는 두 무기와 여섯 부위 장비를 착용하고 완력, 체력, 민첩성, 재주, 마력 수치를 갖는다. 전투 종료 시 HP만 회복되고 MP에 해당하는 BP는 충전되지 않는다. 패퇴하더라도 역시 부활 및 회복되나 LP가 줄어들어 0이 될 경우 영구히 사망한다.
전투는 턴제로 진행되며 각자 행동 속도에 따라 차례가 돌아오는 타임라인 배틀을 채택했다. 이때 행동 속도와 장비 중량, 즉 방어력은 반비례한다. 기본적으로 상대가 취약한 무기, 술법 계통을 찾아 찌르고 화면 우측 하단 게이지를 높여 연계기로 끝내는 식. 그와 더불어 번뜩임까지 챙겨가는 게 본작의 묘미다. 적이 강할수록 번뜩일 확률이 상승하는지라 보스전서 일부러 시간을 끌다 전멸하는 불상사도 종종 터진다. 참고로 한 명이 습득할 수 있는 기술, 술법은 최대 8개에 간파할 수 있는 기술은 4개가 한계다.
이것이 리메이크의 가치, 중장보병 베어를 빛의 속도로 제외시키자
기본은 약점 찌르기와 연계기다, 최신 사양에 근접한 타임라인 배틀
파티 총원은 황제를 포함하여 5인으로 전투에 앞서 미리 진형을 설정할 수 있다. 각 진형은 저마다 일장일단이 있는데, 가령 임페리얼 크로스는 전위 방어력이 상승하는 대신 대상 확률이 높아지고 후위는 대상 확률이 낮아지나 민첩성까지 감소한다. 다 같이 민첩성을 높이고 수비야 포기하는 래피드 스트림이나 중앙에 방어력을 몰아주는 봉천무의 진처럼 극단적인 진형도 존재. 여느 JRPG에 비해 소위 탱딜힐 구조서 자유로운 만큼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과 어울리는 동료, 진형이 무얼까 고민하며 즐기기 바란다.
왕도 아발론을 비롯한 필드 및 던전은 전체적인 느낌만 살리고 완전히 다시 만들었다. 특히 던전의 경우, 새롭게 도입된 점프를 활용할 만한 지형과 샛길이 많아져 원작보다 훨씬 파고들 맛이 난다. 월드맵서 들어갈 지역을 선택한 후 내부에선 심볼 인카운터로 적과 싸울지 피할지 어느 정도 고를 수 있어 원치 않는 전투로 인한 피로는 적은 편. 상대가 뒤돌았을 때 필드 공격을 가하며 전투에 돌입하면 초기 피해는 물론 적의 행동 속도 저하, 아군 연계 게이지 상승 등 이로운 효과가 따르니 적극 활용하자.
몇몇 진형만 쓰인 원작과 달리, 전체적으로 일장일단이 명확해졌다
점프와 선제공격 등 필드 플레이 역시 어느 정도 발전을 이룬 모습
신세대 게이머에게 ‘사가’를 전승해주길
가장 중요한 세대 전승을 확인한 게 아니라 아쉽지만 일단 크신시 토벌까지의 인상은 확실히 여로모로 친절해졌다는 것. 번뜩임, 간파 같이 다소 낯설법한 시스템도 튜토리얼이 잘 갖춰져 쉬이 파악할 수 있다. 뚜렷한 계획 없이 방만하게 무기나 술법 레벨을 관리한 대가는 나중에야 치르기 마련인데, 이 부분은 어느 정도 난이도 완화가 병행되지 않을까 싶다. 어차피 ‘로맨싱 사가 2 리벤지 오브 더 세븐’ 난이도는 이지, 노멀, 하드가 아닌 캐주얼, 노멀, 오리지널이라 올드 팬은 자존심상 알아서 불지옥으로…
그래픽은 ‘파이널 판타지’ 넘버링처럼 스퀘어에닉스의 하이엔드 타이틀과 견줄 순 없어도 보기에 불편하지 않을 정도는 된다. 타츠케 신이치P와 xeen의 전작 ‘성검전설 3 ToM’와 비슷하지만 작업량은 이번이 훨씬 많았을 터다. 지원 기기에 닌텐도 스위치가 있음을 참작하면 그럭저럭 이해할 만한 품질. 사실 리마스터 버전의 경우 국내서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모쪼록 ‘로맨싱 사가 2 리벤지 오브 더 세븐’은 ‘성검전설 3 ToM’가 그랬듯 신세대 게이머를 잔뜩 끌어들여 ‘사가’ 시리즈에 활기를 더하길 바란다.
원작의 정수를 계승하며 친절히 가필된 대서사시, 라는 인상이다
모쪼록 본작을 통해 '사가' 시리즈에 새로운 활기가 돌기 바란다
※ TGS 2024 미디어 프리뷰 빌드에 기반한 내용으로 일부 사양이 제품판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