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듀크 뉴켐 포에버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아가씨에게 아낌없이 돈을 주던 옛 시절의 게임을 떠올리기보다 지독하게도 오래도록 제작한 게임이라는 사실을 먼저 떠올릴지도 모릅니다. 듀크 뉴켐 포에버는 제목 그대로 영원히 제작될 것이라 여겨졌던 타이틀이었고, 환상으로만 남을 것이라 생각되던 타이틀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젠 게임 자체보다는 제작 기간에 관련한 이슈로 더 눈길을 끌게 되었습니다. 1997년부터 월드컵은 네 번이나 개최되었고 그 사이에 가정용 콘솔은 PS1을 거쳐 PS2를 지나 PS3 세대로 이어졌고, PS3 역시 출시된 지 4년째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97년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녀석은 이제 예비군 7년 차가 되어 이 글을 쓰고 있을 정도로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너무나 많은 시간을 이리저리 프로젝트가 표류하는 동안 제작사인 3D 렐름은 2년 전 사라지네 마네 뉴스가 나왔고 게임 엔진 또한 몇 번 교체되었습니다. 이제는 첫 발표 시의 흔적은 찾아보기도 어려워졌습니다. 결국 듀크 뉴켐 브랜드는 3D 렐름 출신 개발자인 랜디 피치포드가 대표로 있는 기어박스 소프트웨어로 넘어갔습니다. 기어박스 소프트웨어는 FPS 장르에 있어 인상적인 커리어를 쌓아온 제작사로, 2009년에는 신규 IP인 보더랜드가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내면서 이제는 듀크 뉴켐 포에버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끌어 올렸습니다. 그리고 많은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기어박스 소프트웨어는 듀크 뉴켐 포에버를 북미 지역은 5월 3일, 그 외의 지역은 5월 6일 발매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기에 이릅니다.
듀크 뉴켐 3D로부터 오랜 시간이 흐르며 수많은 제작 버전이 게이머들을 설레게 했다. |
기나긴 제작 기간 동안 나온다 아니다 말이 많았고, 이제는 오히려 나오는 게 더 신기한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는 것도 어쩌면 듀크 뉴켐 포에버의 대단한 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원 제작사인 3D 렐름의 상황은 게이머들로 하여금 더이상 현실적으로 듀크 뉴켐 포에버를 만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정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어떻게든 듀크 뉴켐 포에버는 기어박스 소프트웨어가 제작을 담당하고 2K 게임즈가 퍼블리싱하는 형태로 출시를 앞두게 되었고, 이번에야말로 양치기 소년의 허무한 외침이 아닌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 2월 9일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한 클럽에서 전 세계 기자단을 대상으로 상당히 큰 규모의 프리뷰 버전 체험회가 개최되었습니다.
듀크 뉴켐 포에버의 기자 체험회가 열린 라스베이거스의 한 클럽. |
듀크 뉴켐 포에버를 접한 첫인상은, 역시나 지독하게 뻔뻔한 게임이란 것입니다. 다른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는 최소한의 격식이나 일반적인 상식은 데모 버전의 첫 보스전에서 듀크가 미식 축구장 골대 너머로 보스의 눈알을 날려버린 것마냥 호쾌하게 날렸고(물론 이 장면에서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는 유저도 적지 않을 듯합니다), 그 빈 자리에는 걸진 화장실 개그와 야릇야릇한 상황 설정, 피와 육편, 그리고 각종 패러디가 자리 잡았습니다. 등장 캐릭터에 깊고 복잡한 설정을 부여하지도 않았고 당연히 주인공 듀크는 자기 과신에 가득찬 대사와 욕설만을 뱉을 뿐, 고뇌에 가득찬 대사는 읊지 않습니다. 매우 알기 쉬운 캐릭터와 게임 배경은 제작진들마저 새삼 뻔뻔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말 그대로 대놓고 화장실 개그. |
이번에도 역시나 나오십니다. |
멋진 포스를 자랑하던 듀크 뉴켐 포에버 차량. |
거대한 성조기가 나부끼는 타이틀 화면에 굳건하게 서 있는 듀크의 모습은 전형적인 B급 미국 영화 속 영웅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외계인을 공격해 무력 상태로 만든 뒤 접근해서 머리통을 날리는 처형식을 거행하기도 하며, 걸걸한 대사를 거침없이 날리는가 하면 양쪽에는 섹시한 쌍둥이 자매를 끼고 다닙니다. 위쪽 십자 방향키를 누르면 어두운 곳에서도 사물을 확인할 수 있는 듀크 비전(그냥 선글래스에 가깝지만)을 사용할 수 있으며, 맥주를 마시면 술에 취한 듯 시야가 흐려지지만 방어력이 올라갑니다. 일종의 체력 게이지라 할 수 있는 EGO 게이지는 거울을 보면서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거나 농구 골대에 공을 집어넣고 운동을 하는 등의 다양하고도 생뚱맞은 행동을 통해 조금씩 올릴 수 있습니다.
듀크 뉴켐 포에버의 타이틀 화면. |
영 좋지 않은 곳을 가격당하며 참혹한 최후를 맞이하게 될 녀석. |
짓궂은 제작사는 프리뷰 버전을 시작하자마자 바로 화장실에서 소변을 누는 화면을 게이머에게 들이댑니다. 물론 직접적인 신체 기관 묘사는 안 나오지만 리얼한 사운드와 적나라한 액체 표현과 함께 이리저리 방향을 틀면서 트리거 버튼을 누르면 원하는 만큼 적재된 액체를 방출할 수 있으며, 그 이후로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을 사소하면서도 개구진 짓을 하며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심각하게 회의를 하는 사이에 껴서 화이트 보드에 낙서를 할 수도 있고 쥐를 잡아다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려 터트리거나 듀크의 뻔뻔함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어째서 나는 이다지도 잘났는가" 라는 제목의 책을 들고 사인을 요청하는 아이에게는 아날로그 스틱을 돌려가며 개발괴발 사인을 해줄 수도 있습니다.
이 화이트 보드는 내가 접수한다. |
지렁이에 소금 뿌린 듯한 필력을 자랑하는 듀크. |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듀크의 왕국이자 보금자리에는 온갖 패러디로 치장한 포스터를 감상할 수 있으며, 본 게임의 분위기를 적절하게 표현한 다양한 조형물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또한 외계인이 침공하기 시작하면 본격적으로 호텔을 돌아다니며 듀크와 제작진의 악취미를 절절하게 느낄 수 있는 각종 장치를 직접 체험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게임을 게임 안에서 직접 플레이하는 동시에 허리하학적인 행위에도 매우 힘을 쏟는 듀크가 되어 적을 공격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단순한 FPS 게임과는 그 거리가 아주 멀어 보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부분이 제작사가 강조하는 본 게임의 특징이자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게임 안의 게임. 화면에는 안 보이지만 게임을 하는 동시에 매우 허리하학적인 상황도 진행 중이다. |
프리뷰 버전에서는 다양한 챕터로 구성된 게임 초반부를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FPS 장르로 정의하기에는 적과의 전투의 비중은 비교적 적은 편이었고, FPS 장르 만큼이나 큰 비중으로 다양한 장르가 등장하면서 마치 버라이어티 장르를 하나의 게임으로 모아놓은 듯한 인상이었습니다. 프리뷰 버전을 플레이하는 도중에 어떤 장치로 인해 몸집이 작아진 듀크가 장난감 자동차를 타고 호텔 이곳저곳을 내달리면서 야릇한 포즈를 한 조형물을 향하여 점프하기도 하며, 때로는 아주 약간의 고전적인 점프 액션도 즐길 수 있었습니다.
거대한 외계인 모선과의 전투도 유저를 기다리고 있는데다 퍼즐 요소도 등장해서 플레이어들을 이리저리 굴립니다. 프리뷰 시연 전 랜디 피치포드 대표가 "제한된 시간 동안 보다 많은 요소를 체험하기 위해 모쪼록 쉬운 난이도로 플레이하길 바란다"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아닌게 아니라 누워서 떡 먹기(Piece of Cake) 난이도로 플레이했음에도 일반적인 FPS 장르의 쉬운 난이도와는 다르게 체감적인 난이도는 꽤 높은 편이었습니다. 이번 듀크 뉴켐 포에버 체험회에서 플레이할 수 있었던 파트의 간략한 스토리는, 외계인에게 쌍둥이 자매를 납치당하자 순간적인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 듀크가 욕설을 난무하며 마치 폭력 게임의 주인공처럼 변해 외계인을 때려잡는다는 내용입니다.
프리뷰 버전에서는 외계인 모선과도 싸우게 된다. |
공식 트레일러 역시 범상치 않은 포스를 자랑한다. |
체험회에 사용된 기기는 Xbox360 버전이며, 그래픽 자체는 현 세대의 최고급 수준을 자랑하는 게임들과 비교하면 다소 평범하게 느껴집니다. 다른 게임과는 달리 묘하게 번들거리는 느낌의 오브젝트가 많이 등장하며, 게임의 배경이 되는 라스베이거스의 호텔의 분위기는 제법 잘 살린 편입니다. 눈에 띄게 화려하진 않지만 적어도 듀크 뉴켐 포에버의 게임 분위기를 표현하는 데에는 문제 없는 비주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부 과격한 연출이나 특정 상황에서는 조금 끊기지만 평상시에는 프레임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편으로, 체험회에 사용된 버전은 아직 채 해결되지 못한 문제가 많은 제작 도중 버전이기에 제품판에서는 그래픽 요소의 상승이 있을 거라고 랜디 피치포드 대표가 밝히기도 했습니다.
듀크 뉴켐 3D도 그러했지만 외계인을 물리치고 지구를 구한다는, 지극히 뻔하고 어쩌면 빈약하기까지 한 이야기 구조는 매우 놀랍게도 이번 작품에서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세월이 흐르며 그래픽은 월등히 발전했고 게이머들의 예상과 상상력을 비웃는 듯한 복잡하면서도 감탄스러운 스토리를 자랑하는 게임이 수없이 쏟아지지만, 듀크 뉴켐 포에버는 오히려 너무나 당당하게 변치 않는 모습을 자랑합니다. 그리고 제작사는 이것저것 브레이크를 걸기 보다는 북미 지역에서는 M 등급을 맡을 만큼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요소를 아낌 없이 게임 안에 풀어냈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그러한 부분이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그저 폭력적이나 선정적으로 비치기보다는 결국에는 코믹한 요소로 받아들여지게 됩니다.
너무나 전형적이고 너무나 뻔뻔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
듀크 뉴켐 포에버의 초반부 스테이지를 약 3시간에 걸쳐 플레이해봤을 때의 느낌은, 온갖 신작 게임의 현대적인 요소를 가미한 최신 느낌의 게임이라기보다는, 여전히 듀크 뉴켐 그대로의 뻔뻔하면서도 호쾌한 느낌을 현대의 기술력을 거쳐 그대로 재현한 듯한 인상에 가까웠습니다. 물론 이러한 제작사의 결정은 두 가지 반응을 이끌어낼 것입니다. 그러한 요소에 환호하는 게이머도 있을 것이며 반대의 평가를 내리는 게이머들도 있을 겁니다. 이제 발매일은 채 3개월이 남지 않았고 게임 자체의 화제성보다 그 외의 부분에서 화제성을 몰고 오며 발매될 듀크 뉴켐 포에버는 최근 들어 이 정도로 단순하면서도 호쾌한 진행의 게임이 있었나 생각이 들 정도로 전형적인 팝콘 무비를 보는 듯한 게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forever is nearly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