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 | 아라가미 | 발매일 | 2018년 5월 19일 |
제작사 | 린스 웍스 | 장르 | 잠입 액션 |
기종 | PC, PS4, XONE | 등급 | 청소년 이용불가 |
언어 | 자막 한국어화 | 작성자 | PforP |
◆
예술계엔 의외로 대학교 과제에서 출발해 유명해진 경우가 많다. 1990년대 후반 스코틀랜드 챔버 팝을 대표하는 벨 앤 세바스찬도 과제로 만난 학생들이 결성한 밴드가 프로 음악가로 데뷔한 경우고, 윤종빈 감독의 첫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역시 대학교 졸업 영화로 시작했다. '아 오지마 그림체 묻는다고', 라는 대사로 유명해진 모 일본 단편 만화 역시 대학 과제로 제출한 걸 교수가 인터넷에 올리면서 유명해졌다.
린스 웍스의 '아라가미' 역시 대학교 게임학과 과제에서 출발한 게임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폼피우 파브라 대학에서 게임을 공부하던 몇몇 학생들은 과제로 파일럿 게임을 만들어야 했고, 팀을 결성했다. '패스 오브 섀도'라는 제목을 내세웠던 과제는 수업 시간에서 생각보다 좋은 반응을 얻었던 모양이다. 반응에 고무된 학생들은 진짜로 개발사 린스 웍스를 차리고 과제로 상용 게임을 만들기로 결정한다. 과제는 '트윈 소울즈'를 거쳐 '아라가미'로 제목을 변경하고 추가 개발을 거쳐 2016년 발매되었다.
새로이 제목이 된 아라가미荒神는 용맹스러운 신을 말하는 일본어다. 또한 한자를 음독으로 읽은 코우진은 일본 신화에서 이승과 저승을 관장하는 조왕신, 혹은 남을 수호하는 신을 의미한다. 제작진들은 일본어 사전에서 이 뜻을 흥미롭게 봤던 걸로 보인다. 이야기는 가상의 고대 동양풍 대륙을 배경으로 한다. 중화풍 복장을 하고 있는 빛의 나라인 카이호와 어둠의 나라인 닛쇼쿠는 오랜기간 전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세는 카이호 쪽으로 기울게 되고, 끝내 닛쇼쿠는 패해 카이호에게 지배 받게 된다. 카이호에게 감금된 닛쇼쿠의 무녀 야미코=상은 고대부터 내려오는 (왠지 혼자서 닌자 차림인) 복수復讐를 담당하는 영혼 아라가미=상을 부른다. 기억이 사라진 닌자 소울 아라가미는 야미코의 환영과 함께 해가 뜨기까지 복수의 여정을 떠나게 된다. 플레이어는 이 아라가미를 조작해 야미코를 자유롭게 하고 카이호에게 복수를 해야 한다.
시놉시스에서 눈치챘을지 모르겠지만, '아라가미'는 잠입 액션 게임이다. 그것도 하드코어한 축에 속하는. 린스 웍스 제작진들은 '시프', '스플린터 셀', '천주', '디스아너드', '히트맨', '메탈 기어 솔리드'의 팬이다. 특히 '시프'와 '천주'의 영향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자명하다. 게임 전반에 깔린 와패니즘은 닌자 잠입 게임이었던 '천주'의 색목인들의 번안에 가까우며, 정면 전투가 불가능한 허약한 캐릭터와 빛과 그림자의 대조, 소리의 활용은 '시프'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허약한 플레이 캐릭터와 동시에 적의 수로 밀어붙이는 디자인라든가, '디스아너드'의 블링크를 베껴온 (실제 이렇게 밖에 말할 수 밖에 없다.) 순간이동과 스킬, '메탈 기어 솔리드'식 아케이드 게임을 연상케 하는 레벨 디자인도 있다. 이렇게 놓고 보자면, '아라가미'는 참신함은 없는 게임처럼 보인다. 실제로 '아라가미'는 장르를 그윽하게 재정의하는 레볼루션적인 게임은 아니다. 다만 '아라가미'는 상술한 게임들이 했던 요소들을 가지고, 선배들이 하지 않았던 틈새를 파고든 게임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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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해두자면, '아라가미'는 어려운 게임이다. 일단 적 AI 디자인과 배치가 상당히 빽빽한 편이고 적을 정면으로 상대할 수 없는지라 피해 다녀야 한다. 적 동선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다가는 금세 들켜 다시 시도해야 하기 십상이다. 중간 난이도 기준으로도 적들 소리나 시야 탐지력, 판정도 은근히 민감해서, 높은 곳에 올라가도 횃불 주변에 있으면 금세 들킨다. 게다가 체크포인트식 자동 세이브만 되는 데다 후반부로 갈수록 적 주변을 돌며 빛을 밝히는 도깨비불 같은 추가적인 난이도 상승 요소들이 있다. 수집 요소 모으기라던가 타임어택, 비살상 플레이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끈기와 실력, 무수한 체크포인트 리로드가 필요할 것이다. 고우랑가!
'아라가미'의 핵심은 바로 어둠이다. 작중 세계에서 주인공 아라가미는 그림자 속에서 살아가는 말법적 닌자 소울이다. 중요 기술 역시 그림자 아우라를 사용한다. 반대로 빛에는 약한 편인지라 심지어 작중에서도 아침이 되면 사라져버린다 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이런 설정은 게임 디자인하고도 연계되고 있다. '아라가미'는 빛과 그림자를 잠입용 레벨 디자인뿐만 아니라 플레이의 도구와 장애물으로 삼고 있다. 다른 잠입 게임인 '시프'나 '천주', '스플린터 셀'에서 빛은 위치가 노출되긴 해도 이동이나 능력엔 큰 페널티를 부여하진 않았다.
하지만 아라가미는 오로지 그림자에서만 순간 이동이 가능하고, 강한 빛 근처에서는 상당한 페널티를 받는다. 나무삼! 빛 근처에 있으면 스킬 사용 기회는 물론이고 아우라마저 사라져버리는 데다, 적들에게 대번 노출되 버린다. 심지어 이 게임엔 횃불이나 등을 끄는 능력은 없기에, 강한 빛 근처는 최대한 피해야 한다. 때문에 '아라가미'에 익숙해지려면 스테이지 내 광원 효과가 어떤지, 그 광원 효과에 순간 이동 범위가 포함되는지 어느정도 숙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아라가미'는 그림자를 일종의 플랫폼 구조물로 삼는게 개성이자 핵심인 게임이다.
기술 해금은 게임 도중 숨겨져 있는 두루마리를 모아서 한다. 이 두루마리는 기술 포인트나 다름없는데, 의외로 꼼꼼히 숨겨져 있어서 기술을 전부 찍으려면 발품을 팔아야 한다. 한편 기술 같은 경우,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아라가미의 기술, 방어 기술, 공격 기술. 아라가미의 기술은 아우라를 사용하지만, 사용 횟수엔 제한이 없는 기술이다. 순간 이동과 암살, 시체 숨기기, 위치 파악 및 마킹이 배정되어 있다. 기술 제한이 없고, 전부 유용한 기술이기에 플레이하면서 자주 사용하게 될 것이다.
방어 기술과 공격 기술은 아우라 뿐만이 아니라 사용 횟수가 제한되어 있기에 다 쓰면 사당을 찾아 초기화 해야 한다. 방어 기술은 분신 세워두기라던가, 투명화 같은 은밀한 행동에 특화된 기술들이 배정되어 있다. 공격 기술은 좀 특이한데, 이름에서 연상할 법한 전면전 기술는 없고 대신 쿠나이나 그림자 모래 같은 기습/은신 공격 기술에 집중되어 있다. 허약한 체력과 더불어 공격 기회를 제한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아라가미'에서 학살 플레이는, 정면 돌파식 학살 플레이가 가능한 '디스아너드'랑 달리 '시프'처럼 살상을 자제하거나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이는 쪽에 가깝다.
전반적으로 기술 디자인은 소규모 인디 게임의 한계로 어쩔 수 없이 정형화된 부분이 있다. 벤치마킹 모델이 되었을 '디스아너드'가 스킬 가짓수도 다양한데다 스킬과 스테이지 간의 연계가 꼼꼼해 플레이어가 기행을 하도록 유도했다면, '아라가미'는 그보다는 가짓수가 적고 스테이지와 스킬 연계도 예측 가능하다. 예를 들어 그림자 암살 기술을 쓰려면 플레이어는 적의 뒤에서 살해하거나 정면에서 재빠르게 그림자 모래로 시야 차단 후 암살 기술을 써야 한다. 사념 같은 경우 함정 기술 특성상 유도를 해야 하기에 스킬 연계가 다양하긴 하지만, 쿠나이는 다른 기술과 연계가 적은 편이다.
굳이 스킬로 넣어야 할 필요가 있었나 싶은 것도 있다. '아라가미'는 여타 잠입 게임들이 그렇듯이 시체가 들키면 경보가 울리기 때문에, 숨겨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 게임에선 시체를 들어서 숨기기가 불가능하기에 그림자 은폐 스킬을 필수적으로 찍어야 한다. 다른 잠입 게임에서 시체 은폐가 기본 조작이었던걸 생각해보면 굳이 이렇게 해야 할 필요가 있었나 싶기도 하다. 그래도 제작 환경을 생각해보면, 아쉬울지 언정 그럭저럭 구색은 갖춰 둔 편이다.
미션 디자인 같은 경우 후반부에 등장하는 세 개의 보스전을 제외하면 보호막 구슬을 깨거나 부적을 훔쳐오는게 대부분이다. 때문에 잠입 자체의 긴장도를 빼면 비슷한 패턴을 반복하는 인상이 강하다. 중간에 트랩을 피하는 페르시아의 왕자 풍 레벨이 등장하긴 하나, 딱 한번만 쓰여서 아쉽다. 반대로 보스전은 최종보스전을 제외하면 타이밍이 심하다 싶을 정도로 빡빡한 편이고, 와중에 잡병들도 돌아다녀서 상당히 어렵다. 특히 두번째 보스전 같은 경우 보스가 유리한 고지로 계속 순간이동하는데다 시야도 넓고, 순간 이동 가능한 그림자가 상당히 적은지라 재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레벨 디자인 같은 경우, '울티마 언더월드'에 영향을 받은 던전풍의 좁고 복잡한 공간에서 눈치싸움식 잠입을 추구하는 '시프'나 '스플린터 셀', '디스아너드'보다는 '메탈 기어 솔리드'나 '울펜슈타인'처럼 적과 구조물, 동선을 평면적이고 폭넓게 배치하고 그 과정을 파악하도록 하는 아케이드 게임 풍 레벨 디자인에 가깝다. 실외 맵 비중이 높다는 점도 한 몫 한다. 때문에 최대한 높은 곳에서 레벨 전체를 조감한 뒤, 파악한 적의 위치를 염두에 두고 움직여야 한다.
전반적으로 '아라가미'는 인디 게임 제작사의 첫 게임 치고 레벨 디자인에서 넘어야 할 산과 과감한 야심이 엿보이는 게임이다. 일단 스테이지 규모가 생각 이상으로 큰데다, 다른 문화권 건축물들을 참조할 수 밖에 없는 구조물 디자인부터 시작해 (사실상 잠입 동선 디자인이나 다름 없었을) 조명 설계까지 신경 써야할 구석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다행히도 린스 웍스는 어느 정도 해내고 있다. 다소 중구난방 콘셉트긴 하지만, 고대 동양 판타지를 지향한 프로덕션 디자인과 동양화와 카툰, 망가를 배합한 그래픽은 독특한 개성을 뽐내고 있으며, 조명 설계는 몇몇 헛발질을 제외하고는 잠입 동선에 따라 잘 배치되어 있다. 지붕이라던가 토리이 난간, 돌담을 활용한 엄폐 포인트들 역시 기본에 충실하다.
그러나 레벨의 창의성이라던가 명료함에서는 어쩔수 없이 다소 처진다. '아라가미'의 레벨 디자인은 무난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반대로 통제가 안 되서 산만해지는 부분도 보인다. 실외 레벨 비중이 높은 것치고 복층 개념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등 고심한 티가 나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일직선 플레이에 가까운지라 다양한 길이나 방법을 찾는 재미는 적은 편이다. 11장이 대표적인데, 마치 초반에 두 개의 길을 선택 할 수 있도록 해 뒀지만 정작 목적지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정문 하나뿐이다. 차라리 억지를 무릎 쓰더라도 처마를 통한 침투가 가능했다면 재미있었을 듯 하다.
반대로 다소 과하게 우겨 넣은 부분도 보인다. 개별 성채에서 방어막을 깨고 네 개의 원소 부적을 훔쳐야 하는 6장이 대표적이다. 이 레벨 같은 경우 성채마다 배치된 구조물과 통로가 많아 헷갈리기 딱 좋다. 정작 그렇게 우겨 넣은 레벨 디자인과 잠입 시스템 간의 조화는 평범한 편인지라, 실체에 비해 다소 산만하다는 인상도 준다. 쿠로스로 대표되는 목표 안내 시스템 역시 그리 깔끔한 편은 아니어서 플레이어를 헷갈리게 만든다. 정리하자면 레벨 디자인 자체는 제작 규모를 감안하면 실제 평범한 편인데, 이것저것 우겨 넣다가 산만해진 부분들이 결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멀티플레이 같은 경우, 일반적인 싱글 미션 협동 플레이에 가깝다. 플레이어는 멀티플레이 서버를 골라서 방을 만들거나 다른 방에 들어가 다른 사람과 함께 스토리 모드를 협동으로 플레이 할 수 있다. 협동 플레이 자체는 아이디어가 나쁘지 않은 편이다. '스플린터 셀' 시리즈처럼 잠입 게임은 협동 플레이를 통해 얻는 이득과 매력이 있는 편이다. 다만 현 시점에서 서버상에서 같이 할 사람이 없 다는게 단점이다. 한국어판 발매 시점에서 멀티플레이를 같이 하고 싶다면, 친구 목록에서 초청하는 방법밖엔 답이 없다. 그리고 어쩔 수 없었겠지만 협동 모드 전용 미션 같은 게 한 두개 있었으면 좋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도 있다.
자잘한 단점들도 있는데, 기술적인 결함이 제일 눈에 띄는 편이다. 암살하려면 적들이 1-2초정도 부자연스럽게 멈춰서 멍때린다던거나 암살 및 액션 모션이 단조롭다든가, 유니티 엔진 특유의 까다로운 최적화에서 비롯된 프레임 드랍이 자주 나타나는 편이다. 한국어화 같은 경우 새로 감수한 번역이라던가 정식으로 다듬은 UI 글꼴은 괜찮은 편이지만 튜토리얼이라던가 버튼 조작 설명 같은 경우 제작사 측에서 한국어 번역본을 적용하다가 스크립트가 엉켜서인지 다소 어색한 모습을 보인다. 이외 장에 번호가 누락되어 있는 실수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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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제형들도 눈치챘겠지만, '아라가미'의 가장 기묘한 부분은 서사일것이다. 동양풍을 전면으로 내세우고 있는 이 게임을 만든 나라는 놀랍게도 일본이 아니라 스페인 (그것도 카탈루냐 지역)이다. 다만 그들은 고증이나 정합성을 따르기 보다는 욕망과 판타지를 선택했고, 그 결과는 무국적에 가깝다. '아라가미'의 세계는 카이호와 닛쇼쿠, 무녀와 닌자라는 일본풍 단어와 문화가 다크 대거라는 영어 명칭, 중화풍 국가 체계와 복식이 서로 공존하는 곳이다. 작중 닌자가 마구 썰어 대는 슈퍼 히어로보다는 좀 더 은밀한 잠입 요원에 가깝긴 하지만, 그래도 실제 닌자하고 거리가 먼 건 당연하다. 한편 컷신으로 등장하는 만화들은 유럽식 방드데시네와 일본식 망가 간의 기묘한 혼종처럼 보인다. 우에다 후미토식 의미 없는 의성어로 이뤄지는 대사 역시 이런 그윽함에 한 몫하고 있다
'아라가미'는 일본이 만들어낸 창작물 속 일본과 약간의 중국을 가이진이 보고 상상한 일본에 가깝다. 실제 그윽한 이 와패니즘 애트모스피어는 '나루토'나 '천주', 같은 일본의 닌자를 다루는 작품들에다 '삼국지'나 '수호지' 같은 중화풍 왕조 문화와 거대 세력 간 나와바리 배틀을 결합한 것처럼 보인다. 이 게임을 일본에서 만들었다면 카이호와 닛쇼쿠의 대립은 지방 다이묘들의 이쿠사 배틀 같은, 좀 더 국지적인 관점에서 묘사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 점에서 '아라가미'와 제일 가까운 작품이라면 '사무라이 잭'이나 '아바타 시리즈'일 것이다. 물론 성인용 등급 게임답게 포위해서 경봉으로 때리는 폭력/유혈 묘사가 돋보이긴 하지만. 어떤 지점에서 '아라가미'는 명백히 세계화 시대의 게임이며, 자국 미술 사조와 문화에 경의를 바쳤던 똑같은 스페인산 게임 '라임'하고는 정반대의 태도로 작품을 만들어 나간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복수를 다루는 지점에서는 지중해권/라틴 문화 특유의 기질이 남아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면, '아라가미'의 야미코가 보이는 결단적인 증오와 복수심이 '디스아너드'의 코르보나 (이탈리아가 배경인) '어새신 크리드 2'의 에지오의 그것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잠깐 '디스아너드' 얘기를 하자면, 이 게임이 발매 직후 서구권 게임 언론에서는 흥미로운 지적이 나왔다. 복수에 집념을 보이는 주인공 코르보의 행동과 감수성이 그리스톨과 던월의 모티브가 된 빅토리아 왕조 영국의 우아하고 격식을 차리는 문화와 대립된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작중에서 코르보는 이탈리아를 위시한 지중해권 남유럽이 모티브인 서코노스 출신으로 묘사된다.
관련 연구들에 따르면, 이탈리아를 비롯한 지중해 근방 남유럽에는 특유의 복수 문화가 있다고 한다. 이 문화는 벤데타라는 단어로 압축되어 있다. 한마디로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개인 대 개인 나아가 집단 대 집단으로 피의 복수를 해대는 말법적 감수성이다. 살벌! '어새신 크리드 2'에서 에지오의 몇 십년에 걸친 복수라던가,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대부'와 '고모라' 같은 이탈리아인들을 내세운 범죄 영화를 연상하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벤데타 자체는 이탈리아어이긴 하지만, 스페인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관측된 걸 보면 지중해 문화권인 스페인 역시 이런 피에 절은 아트모스피어를 공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야미코의 원한과 복수심은 그 점에서 표면적인 동양 문화 속에 용해된 남유럽적 감수성의 발현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점에서 보자면 복수를 행하는 주인공 아라가미가 의외로 백지 상태의 대리인에 가깝다는 점은 흥미롭다. 초반부 아라가미는 딱히 복수에 대해 별 감정을 가지지 않는다. 그냥 소환되었으니 따른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야미코와 기억을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야미코의 복수심에 물들고 따르려고 하는 과정은 작위적이라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흥미로운 지점을 남긴다. 이 과정이 플레이어가 게임에 몰입하는 과정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복수를 동참하게 만드는 과정이 아픔에 대한 공감이라는 지점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후반부의 반전은 그 점에서 그 복수의 허망함이라던가, 상대에 대한 이해와 존중 같은 주제의식을 의외로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아라가미'는 신화적인 비극으로 증오의 연쇄를 끊을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게임이다. 그 과정이 다소 기계적인 회상과 여유 없는 전개에 기대고 있다는 단점도 있지만, 결말의 간결함과 이해를 동반한 선적인 사려 깊음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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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가미'는 장르 평균치를 뛰어넘는 수준의 게임은 아니다. 기본에 충실한 레벨 디자인이라던가 그림자를 이용한 발판 디자인을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모습은 좋게 평가할 수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게임 자체가 딱히 엄청난 걸 보여줬다고 하기엔 힘들다. 가끔 과욕이 지나쳐 산만해진 부분이라던가 종종 발생하는 기술적인 결함 같은 부분은 걸린다. 하지만 대학 과제로 출발한 게임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나쁘지 않은 데뷔작이긴 하다. 분량이라던가 게임 플레이 자체는 어렵긴 해도, 그 가격대에 할 만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간만에 하드코어한 잠입 게임을 하고 싶다면, 1순위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 고려할 만한 게임이다. 린스 웍스가 게임 개발 카라테를 열심히 연마한다면 언젠가 뉴비에서 벗어나 달인급 게임 메가코퍼레이션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럼 독자 제형 여러분, 오탓샤데.
편집: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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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인살어 아트모스피어가 그윽한 리뷰라니... 코와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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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리웹 헤즈들은 조용히 실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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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살어에 오염된 뉴런으로 이러한 훌륭한 리뷰를 적다니! 글쓴이는 실제 닌자가 아닐까?」밥은 의심했다. 음 글쓴 분의 어휘적 카라테 레벨은 실제 스고이급이라 존경스럽습니다만(...) 닌자 슬레이어 관련작이 아닌 게임의 리뷰에서 닌살어를 구사하는 것은 대비 없이 글을 읽으러 들어온 非 헤즈들의 뉴런을 태워버릴 수 있는 위험행위이므로 故 미러 쉐이드-san의 케지메 안건이라 생각합니다. 얀나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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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사람만 아는 드립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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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붓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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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와붕가는 옆동네 거북이들이 사용하는 말일텐데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당신? 자기폭풍 때문에 일어난 오류가 아닌 이상 이런 실수는 케지메 안건이 될 수 있습니다. | 18.06.07 10:5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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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예 | 18.06.07 12:1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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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 개발력 무엇;? | 18.05.28 20:2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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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게는 대학생들이 과제로 만든 게임이 아니라, 대학 과제를 계기로 모인 팀이 이후에 실제 회사를 차리고 약 1~2년 정도의 개발 기간을 걸친 후에 출시된 게임입니다. | 18.05.30 13:2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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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사람만 아는 드립이라 .... | 18.05.29 14:3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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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자 슬레이어 라는 소설에 쓰이는 인살어 입니다. | 18.05.29 17:2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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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닌자슬레이어 하나도 모르지만 와페니즈게임에 한본어 자체만으로도 웃긴 ㅎ | 18.05.30 11:3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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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오덕 자격증이 필요한건가 이제 | 18.06.05 20:1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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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자 슬레이어 정발판 소설부터 보고나서 엄청 웃겨하는 사람과 정색하는 사람으로 딱 갈리는지라... 근데 그렇게 번역 안하면 도무지 원작의 웃기게 파괴된 일본어의 느낌을 살릴 수가 없거든요 | 18.06.25 16:2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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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요나라- | 18.06.02 01:2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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