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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이 개발 중인 좀비 생존 탈출 게임 '낙원: 라스트 파라다이스'(이하 낙원)가 클로즈 알파 테스트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만난 '낙원'은 더욱 탄탄해진 기본 시스템과 몰입감을 높여주는 유기적인 콘텐츠 연결로 기대 이상의 재미를 보여줬다.
'낙원'은 지난 2023년 말 진행됐던 프리 알파 테스트와는 크게 2가지가 달라졌다. 무력화만 가능했던 좀비를 확실히 죽일 수 있게 됐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맵을 조여오던 독가스가 제거됐다.
두 요소는 플레이어의 행동을 크게 제한해 수동적인 탐색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호불호가 강했던 시스템이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보다 자유로운 탐색을 보장하기 위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세계관 몰입 측면에서도 설득력이 부족한 연출이라고 생각했기에 좋은 변화라고 느껴졌다.

지난 테스트에서 제시했던 방향성은 유지하되, 단점은 줄이고, 장점은 크게 부각하는 형태를 보여줬다
익숙한 풍경, 암울한 배경
'낙원'은 대한민국 '서울'을 배경으로 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생존 탈출 게임이다. 모종의 사건으로 심각한 바이러스가 퍼져 폐허가 돼 버린 서울. 거리에는 '좀비'라고 불리는 괴물들이 배회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무질서한 세상이 돼 버린다.

좀비 바이러스 창궐로 엉망이 돼 버린 거리

한국인이라면 익숙할 대한민국 서울을 배경으로 한다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여의도를 중심으로 모여 '낙원'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사회를 구축하게 된다. '낙원'은 무너진 질서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낙원운영위원회'를 조직해 시민들을 관리하기 시작하고, 좀비 바이러스가 내부에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하게 통제하기 시작한다.
'낙원' 밖 사람들은 '낙원'을 말 그대로 안식처라고 믿으며 들어가기 위해 발버둥 치지만, '낙원'은 감염 배제를 이유로 외부인의 출입을 허락하지 않는다. 브로커와 접선해 대가를 지불하고 밀입국을 시도하는 이들도 있지만, 운과 실력이 따르는 일부만이 성공할 뿐, 대부분 좀비의 먹이가 되고 만다.
플레이어는 그런 '낙원'에 밀입국한 생존자가 되어 위험천만한 서울을 탐색하고, 가치 있는 물건을 긁어 모아 더 나은 삶을 꿈꾸는 것을 목표하게 된다.

'낙원' 밖 사람들은 '낙원'이 이름 그대로 안식처일 것이라 상상하며 들어가길 소망한다

하지만 철저하게 외부 유입을 통제하고 있어 밀입국 하는 수 밖에 없는 상황

혹자는 브로커에게 대가를 지불하고 '낙원' 밀입국을 시도한다

대가를 지불한다고 모두가 '낙원'의 시민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운이 좋은 이만 간신히 '낙원'에 도달할 수 있다

모두가 본인이 그 행운아일 것이라 기대하며 밀입국을 시도한다

좀비 무리를 따돌리고 간신히 '낙원'의 출입구에 도달해 보지만

'낙원'은 이들을 쉽게 받아주지 않고

결국 밀입국자가 좀비에게 희생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마지막으로 프롤로그가 끝이 난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
좀비 무리를 떨쳐내고 끝내 '낙원'에 밀입국하는 데 성공한 이들도 마냥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행복한 유토피아가 아닌, 사람을 쓸모에 따라 철저하게 등급 별로 분류하고 철저하게 차별하고 관리하는 디스토피아다.
바깥 사람들의 상상과 달리 '낙원'은 꿈 같은 안식처는 아니다
인간 다운 삶을 보장 받는 것은 일부 기득권 세력 뿐
대부분의 시민은 '낙원관리위원회'라는 조직의 철저한 감시와 관리를 받으며 살아간다
권총 하나 구하기 어려운 세상에서 소총을 들고 다니는 것을 보면 힘의 차이를 분명히 느낄 수 있다.
'낙원'에 들어온다고 꼭 생존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플레이어는 '낙원'의 시민이 되는 것은 성공했으나, 브로커 일당에게 "말을 듣지 않으면 위원회에 밀입국 사실을 알리겠다"는 협박을 받고 온갖 궂은일을 도맡게 된다. 그 과정을 퀘스트 형태로 진행하게 되는데, '낙원' 내부 상황, 세력 구도, 어째서 플레이어가 '낙원' 밖을 탐색해야 하는지 등 다양한 설정을 나름의 스토리를 통해 잘 풀어 설명하고 있어 게임에 대해 알기 쉬우면서도 설득력 있게 다가와 더욱 흥미롭게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운 좋게 '낙원' 입성에 성공한 플레이어

주민등록증에 나올 사진 한 번 찍어주고

낙원 주민 등록 성공☆

하지만 기다리고 있던 것은 더 나은 삶이 아닌, 살고 싶으면 노예가 되라는 브로커의 협박이다

겨우 기어 들어왔건만, 다시 위험한 바깥 세상으로 나가서 위험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신세가 된다

'낙원'이 정상적인 공간이 아니라는 것은 여러 이벤트를 통해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흔히 좀비물에서 볼 수 있는 클리셰들이 많았는데, 모든 게 게임 플레이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서 재밌었다
퀘스트는 어느 정도 힌트만 주고 플레이어가 직접 추리하며 진행하도록 짜여져 있다. 보통 대략적인 장소 표시에 힌트가 되는 사진 몇 장이 첨부돼 있는데, 그걸 보고 정확히 뭘 해야 하는지 추리해 나가는 식이다. 주변을 관찰할 여유만 있다면 쉽게 해결이 가능하도록 시각적인 힌트를 많이 줘서 크게 어렵지 않았다. 힌트는 커녕 기본적인 맵조차 제공하지 않는 게임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정도면 친절한 편이다.

좀비 밭을 뚫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화살표나 쪽지 등을 확인 후 간단한 추리를 통해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다

너무 노골적이지 않은 선에서 시각적 힌트를 많이 줘서 적당히 몰입할 수 있었다
'낙원'을 즐기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탐색을 반복해 내 캐릭터가 누리는 삶의 질이 달라지는 것을 체감하는 것과 좀비 아포칼립스 세상에서 벌어지는 유저들 간의 역할극을 감상하는 것이다.
캐릭터는 시민 등급에 따라 할 수 있는 것이 달라진다. 시민 등급이 낮을 때는 각종 시설 이용에 제한이 생기고, 집도 비좁은 컨테이너 박스를 배정받아 생활하게 된다.
반대로 시민 등급이 높아지면 보다 다양한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며, 구매할 수 있는 아이템도 더 많아진다. 집도 반지하, 지상, 아파트 식으로 거주 환경이 점점 더 좋아진다. 여기서 더 여유가 생기면 패션에도 신경 쓸 수 있게 되는데, 인간다운 삶을 되찾아 가는 재미가 있다.

햇볕이 제대로 들지 않아 어두운 반지하에서 살아가다

열심히 노력해 시민 등급을 올리고 나면
더 나은 거주 환경을 제공 받게 된다. 이사 서비스는 덤

노력의 대가로 점점 더 나은 삶을 보장 받다 보면 '낙원'에 점점 적응해 나가는 기분이 든다
시민 등급을 높이기 위해서는 '탐사자'가 되어 '낙원' 밖 위험천만한 서울 거리를 탐색하고, 가치 있는 물건을 찾아 무사히 복귀할 필요가 있다. 주민센터에서 요구하는 물건과 돈을 납부하면 공로를 인정받아 시민 등급이 올라가는 구조다.
게임에는 기본적으로 배고픔과 정신력이라는 상태 게이지가 존재한다. 배고픔이 떨어지면 인벤토리 용량이 줄어들고, 정신력이 떨어지면 면역력이 떨어져 더 쉽게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 좀비에게 공격 당할 때마다 감염도가 오르고, 100이 되면 즉사하는 식이다. 배고픔과 정신력은 각종 음식을 통해 회복할 수 있다.

탐사 중 일어나는 문제에 대한 책임은 모두 본인에게 있다

건너편 방의 사람이 협력자가 될 지 경쟁자가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출발 대기 시간 동안 탐사 경로를 정해보는 것도 좋다

매 판마다 등장하는 핵심 자원 종류와 위치가 바뀐다. 주로 총이나 음식 같은 것들이 핵심 자원으로 통한다.

게임 속에서 생각보다 우호적인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좀비를 피하거나 처치하고 주요 건물에서 아이템을 잔뜩 파밍한 후

정해진 탈출구로 무사히 탈출하면 된다
한 번 탐색을 나갔다 들어오면 배고픔이 일정량 소모된다. 배를 채우려면 음식을 먹어야 하는데, 쉽게 구할 수 있는 오래된 통조림이나 상한 음식은 먹을 때 정신력이 감소한다. 배고픔과 정신력이 부족하면 다음 탐색에 큰 지장이 가므로, 평소에 꾸준히 음식을 확보하고, 배고픔과 정신력 게이지를 적절히 관리해줄 필요가 있다.
보존식이 아닌 음식에는 유통기한이 존재하고, 유통기한이 지나면 음식물 쓰레기가 돼 버린다. 탐색 한 번에 하루가 지난 것으로 계산한다. 음식을 영원히 보관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꾸준히 탐색을 나가 새로운 음식을 보충해줄 필요가 있다.

냉장고를 설치해서 안에 음식을 보관하면 유통기한을 늘릴 수 있다

보통 보존식은 유통기한이 길고, 자연식이거나 요리 상태의 음식은 유통기한이 짧다

음식은 많을수록 좋다. 유통기한 없이 보존할 수 있는 요리 재료가 가장 좋다

무료로 포만감을 채울 수 있는 이벤트가 주기적으로 발생하지만 한정적이다
배고픔이나 정신력이 0이 된다고 캐릭터가 죽거나 하진 않지만 다음 탐색에서 명확한 패널티를 주는 식으로 최소한의 '삶'을 연출하려고 한 모습이 인상 깊었다. 다만, 음식마다 습득일을 기준으로 유통기한이 발생해 하나하나 따로 관리해줘야 한다는 점은 직관성이 떨어져서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좀비보다 무서운 것은 사람
좀비가 더 이상 무적이 아니게 되고, 독가스가 사라져서 압박감은 다소 희석됐으나, 분위기가 주는 쫀쫀한 긴장감은 여전하다. 길거리 곳곳에 배치된 좀비는 각오하고 맞서 싸울지 우회해서 돌아갈지 양자택일을 강요하며, 랜드마크에서 마주치게 되는 특수 좀비는 죽음을 각오하게 만든다.
좀비를 상대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조용히 뒤로 돌아가 암살할 지, 벽돌이나 빈 병을 던져 소음을 유발해 멀리 떨어진 곳으로 유도하고 우회할지, 물론 충분한 장비를 갖추고 정면으로 맞서 싸울 수도 있다. 장비에 내구도가 있어서 보통은 정면으로 맞서 싸우기 보다는 암살하거나 우회하는 방식을 사용하게 된다.

좀비와 정면으로 싸우는 것은 기본적으로 손해다

뒤에서 암살하면 편하게 제거할 수 있다

암살도 어렵다면 조용히 지나가는 것이 상책이다
좀비는 소리에 예민하다. 소리만 조심하면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다. 실수로 소리를 내서 좀비에게 발각돼도 당황하지 말고 주변 차량에 충격을 줘서 경보음을 발생시키고 도망치는 식으로 떨쳐낼 수 있다.
특수 좀비는 소리뿐만 아니라 시야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암살이 불가능하고, 체력이 일반 좀비의 수십 배에 달할 정도로 높아 고등급 장비로 무장한 것이 아니라면 교전을 피하는 것이 좋다.
기본적으로 좀비는 정해진 패턴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상대가 어렵지 않다. 어느 정도 게임 시스템에 익숙해지면 좀비한테 죽을 일이 거의 없게 될 정도다.

특수좀비도 결국 특정 패턴이 반복되는 거라 공략이 크게 어렵진 않았다
아포칼립스물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언제나 사람이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낙원'은 기본적으로 도망치는 쪽이 유리하도록 설계돼 있다. 달리는 것과 공격하는 것 모두 스태미나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추격하는 입장에서는 달리기와 공격 모두 고려해서 스태미나를 써야 하지만, 도망치는 입장에서는 달려서 거리를 벌리는 데만 신경 쓰면 돼서 보통 작정하고 도망치는 상대는 잡기 어렵다.
도망치지 않고 맞서 싸우고자 한다면, 상대의 장비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안목이 중요하다. PvP에 유리한 튼튼한 방어구를 착용하면 방어력이 높은 대신 이동속도가 느려지고, PvE에 유리한 가벼운 방어구를 착용하면 반대로 이동속도가 빠른 대신 방어력이 낮다는 나름의 합리적인 전투 밸런스가 적용돼 있다. PvE 세팅으로 PvP 세팅에 덤비는 것은 어떠한 어드밴티지가 없이는 무모하다.

보통은 좀비와 싸우고 있을 때 다른 유저에게 공격 당하는 경우가 많다

좀비와 싸우고 있는 유저를 도울 지, 아니면 좀비와 협공해서 유리하게 싸울 지... 본인의 양심에 달렸다

그런 양심 문제와는 별개로, 분쟁을 유도하는 퀘스트 라인이 따로 존재하기도 한다
탐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재료를 모아 직접 제작한 장비 아이템은 상점에서 구매한 아이템과 달리 추가 능력치가 붙는다. 여기에 철이나 가죽 등 소재를 더해 개조하면 공격력, 방어력, 내구도 등 기본 능력치가 상승하기도 한다. 서로 딱 붙어서 난타전을 펼치는 경우가 많아서 대부분의 교전에서는 방어구 성능이 좋은 쪽이 유리한 편이다.

장비 성능 영향이 큰 편이라, 추가 능력치가 붙는 제작과 개조는 중대사항이다
이러한 장비 위주 전투 밸런스를 뒤집는 변수가 있다면 바로 스킬이다. 플레이어는 레벨 업을 할 때마다 얻을 수 있는 포인트를 소모해서 스킬을 배우면서 자신만의 전투 스타일을 정립해 나갈 수 있다.
스킬은 '신체단련', '근접격투', '특수공작', '야전생존' 등 네 가지 스킬트리로 나뉘며, 어떤 스킬 위주로 찍는지에 따라 플레이 스타일이 달라진다. 액티브 스킬은 2개까지 장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신체단련은 장기전을 상정하는 스킬트리다. 방패를 든 채 공격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위기를 기회로', 타격한 장비의 내구도를 더욱 크게 깎는 '장비파괴자' 등을 통해 나를 보호하면서 상대의 여력을 소모 시키는 스킬 위주로 구성돼 있다.
근접격투는 말 그대로 근접격투에 특화돼 있다. 상대를 발로 차서 그로기 상태에 빠뜨리는 '프론트킥',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는 '풋워크' 등 파고들어 적극적으로 공격하는 스킬 위주다.
특수공작은 무기가 없어도 좀비를 암살할 수 있는 '암살', 앉아 이동속도가 빨라지는 '하체훈련', 골판지 박스를 뒤집어 써서 숨는 '박스 숨기', 좀비는 물론 사람을 교란하는데도 유용한 '비상연막' 등 은밀 행동 스킬 위주로 구성돼 있다.
야전생존은 도주에 특화돼 있다. 밟은 대상에게 피해를 주는 '곰덫', 이동과 달리기에 버프를 받는 '심폐지구력', '효율적인 달리기', '두 개의 심장, 지치지 않아' 등 상대를 따돌리고 기만하는 스킬 위주로 구성돼 있다.

스킬을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 마치 직업을 바꾸는 것처럼 색다른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다
몰입도 높은 생존, 간절한 탈출
'낙원'을 플레이하면서 가장 재밌었던 부분은, 실제로 좀비 아포칼립스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는 점이다. '한국에 좀비 아포칼립스 사태가 일어났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할까?'라는 관점에서 게임을 즐기게 된다고 해야할까.
최대한 배고픔과 정신력 게이지가 떨어지지 않게 유지하고 있자면, 정말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며 살아가는 아포칼립스 세상 속 생존자의 기분을 맛볼 수 있다. 매일 상한 빵이나 오래된 통조림만 먹다보면 뭔가 요리다운 요리를 먹고 싶어지는데, 가치 있는 아이템을 뒤로 하고 요리 재료를 구하러 각종 식료품 매장을 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매일 상한 음식만 먹다 보면 자연스럽게 요리에 관심이 생기게 된다

멀쩡한 요리를 먹어 보고 싶어서 귀금속 매장이 아닌 식료품 가게를 털게 된다
난장판이 된 서울을 탐색하다 보면 다른 플레이어와 마주치게 되는데, 그들과 협력하거나 경쟁하면서 정말 다양한 일들이 일어난다. 주먹이 곧 법인 무법지대에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고 상호 생존에 협력을 아끼지 않는 사람도 있는 반면, 자신의 이득을 위해 언제든지 배신할 준비가 된 사람, 애초에 모두를 경쟁자로 보고 타협의 여지 없이 폭력부터 휘두르는 사람 등 온갖 인간군상을 만나볼 수 있다.

다른 플레이어와 만나 벌어지는 다양한 변수가 이 게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무작정 경쟁을 벌이기 보다는 적절한 타협과 협력이 더 쉬운 게임이기도 하다
많은 익스트랙션 게임에서는 다른 플레이어와 마주치는 순간 높은 확률로 전투가 벌어진다. 대표적으로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가 있는데, TTK(타임 투 킬)가 짧은 게임은 먼저 공격하는 쪽이 절대적으로 유리해 대화를 시도하는 것보다 상대를 즉시 제압하는 편이 훨씬 안전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려는 시도도 등장했다. 예를 들어 '아크레이더스'는 '돈 슛(Don’t Shoot)' 같은 상징적인 의사 표현을 도입해 불필요한 교전을 줄이려 했다. 다만 이런 장치는 결국 플레이어의 선택에 맡겨지는 부분이 크다.

'낙원'에도 제스처 시스템이 있지만,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설정 때문인지 소리 없이 몸짓만 한다

해칠 의도가 없다는 듯이 춤을 추며 다가오길래, 나도 춤을 추며 다가가는 것으로 화답했다
반면 '낙원'은 원거리 무기를 제한하고 TTK를 길게 설정하는 방식으로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려 했다. 세계관 설정상 총기 규제가 엄격한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총기를 구하기 어렵고, 자연스럽게 근접 공격 중심의 육탄전이 전투의 주류가 된다.
어렵게 총을 얻었다고 해도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 맞추는 것부터 쉽지 않고, 발포 순간 총성이 울리면서 주변 좀비가 몰려들기 때문에 정말 필요할 때만 사용하게 된다. 또 총을 쏘는 순간 ‘나쁜 사람(?)’으로 낙인 찍혀 다른 플레이어의 표적이 될 수도 있어 사용에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낙원'에서 총은 진짜 어쩔 수 없을 경우 사용하는 필살기 같은 느낌이다

건물 안에 못해도 사람이 8명은 있었고, 그 중 총을 가진 사람이 있었음에도 싸움은 일어나지 않았다. TTK가 길다 보니 서로가 억제력이 되어준 탓이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싸움을 벌이면 보통은 나쁜 사람 취급 받으며 쫓겨난다
이처럼 '낙원'은 상대를 빠르게 제압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되다 보니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싸움을 시작해 양쪽 다 손해를 보기 보다는 가능한 소통과 협력을 통해 서로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온화한 방향으로 가고자 하는 경향이 크다.
특히 유저가 밀집된 지역에서는 교전이 더욱 드물었다. 먼저 싸움을 시작한 플레이어는 '나쁜 사람'으로 낙인 찍히기 쉽기 때문이다. 악당보단 영웅이 되고자 하는 심리가 작용해, '착한 사람'끼리 협력해 '나쁜 사람'을 제압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인게임 음성 채팅이 자유로워서 길가다 마주친 플레이어끼리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게 되면서 일종의 역할극에 빠지게 된다는 점도 크다. 대화를 시도했을 때 내 말을 긍정적으로 받아주면 공격하기 꺼려지기 마련인데, 반대로 말을 제대로 받아주지 않으면 그걸 빌미로 공격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인게임 음성 채팅 중심 플레이는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 하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거나, 너무 진심으로 몰입하는 이들에게는 오히려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는 호불호 요소이기도 하다. 가끔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이라도 당하면, 충격이 더 크게 다가온다.

가끔 선의를 베푸는 척 다가와 공격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이 게임은 친목 도모 온라인 채팅 게임이 아니라, 좀비 생존 탈출 게임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보통 익스트랙션 장르에서 아이템을 파밍할 때는 금전적 가치를 우선하게 되는데, '낙원'에서 탐색을 통해 획득한 아이템들은 환전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는 점도 흥미롭다. 각종 아이템은 장비를 제작/개조하는 재료로 쓰이기도 하며, 집을 꾸미는 치장 용도로 쓰이기도 한다.
'낙원'의 하우징 시스템은 상당히 자유로워 수집 가능한 모든 아이템을 원하는 위치에 배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커피 머신과 원두, 머그컵을 얻었다면 팔지 않고 테이블 위에 장식해서 집을 한층 화사한 분위기로 꾸밀 수 있다. 그 때문에 집을 꾸미려고 그다지 돈이 안되는 물건을 소중하게 품에 안고 복귀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처럼 '생활감'이 느껴지는 시스템은 플레이어를 캐릭터의 삶에 몰입하게 만들고, 탐색과 생존에 특별한 이유를 부여한다. 나만의 스토리와 퀘스트가 생긴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인지 매 판 탈출이 더 간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소중하게 품에 안고 탈출해 방 안에 장식한 커피 머신과 원두. 값비싼 아이템을 먹은 것보다 더 기분이 좋았다
인간군상, 드라마에 집중하다
'낙원'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익스트랙션 장르 특유의 반복적인 파밍 구조를 몰입과 드라마로 충당하는 형태로 풀어냈다. 특히 원거리 교전을 극히 제한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유저들끼리 직접 마주쳐 전투보단 대화가 우선시 하도록 유도한 점도 인상 깊다.
아직 클로즈 알파 단계인 만큼 세부 설정이나 콘텐츠, 시스템에서 다듬어야 할 부분도 눈에 띄었지만, '낙원'이 단순히 좀비 생존 게임을 넘어 독특한 사회 구조와 인간 군상을 담아낸 익스트랙션 게임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게 드러났다. 한국인이라면 익숙할 서울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생존 드라마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 기대해볼 만하다.
평소에 익스트랙션 장르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지만 가차 없이 죽고 죽이는 하드코어한 분위기가 맞지 않아 적응하지 못했던 플레이어라면 '낙원'을 첫 익스트랙션 게임으로 삼아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살벌한 게임 분위기에 걸맞지 않게 생각보다 인류애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이다.

아직 클로즈 알파 테스트 단계인 만큼 개선점도 여럿 보였지만, 짧은 테스트 기간이 아쉬워질 만큼 몰입도 높은 게임이었던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