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
“델타 어딨어, 델타?!?!?!”
오메가가 매우 신경질적으로 고성을 지르며 델타를 찾아다녔다.
이 곳은 미국 알래스카 주 페어뱅크스. 알래스카 주의 두 번째로 큰 도시이자 오로라의 도시로도 유명한 곳.
그리고 인류가 멸망한 지금, 펙소 콘소시엄의 공동관할구역인 곳이었다.
펙소 콘소시엄의 비서들인 각 레모네이드 비서 일곱 세력들이 각자의 관할 지역을 담당하여 회장님들의 부활을 준비하는 가운데, 미국 워싱턴 D.C, 뉴욕, 그리고 알래스카 페어뱅크스 이렇게 세 곳은 유일하게 레모네이드 비서들이 한 데 모일 수 있는 장소였다. 비유가 조금 이상하긴 하다만, 멸망 전 제3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기 전의 한반도의 공동경비구역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도 볼 수 있었다.
물론 국제법에 따라 중립국감독위원회와 유엔사령부에의해 철저하게 관리되었던 공동경비구역에 비한다면 기업 특성상 제멋대로인데다가, 실제로도 그러했다. 워싱턴 D.C와 뉴욕의 경우에는 공동관할구역이라고 해도 레모네이드 오메가의 세력권이 영향이 좀 더 센 곳인 반면, 페어뱅크스는 레모네이드 델타의 세력의 영향이 좀 더 센 곳이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이 곳 페어뱅크스에 멸망 전 문리버 회장의 초호화 별장이 세워진 곳이기도 하였기 때문이었다. 문리버 회장은 미적 감각을 추구하는 사람이었으며, 오로라의 도시라는 별명 답게 페어뱅크스의 아름다운 오로라를 보기위하여 문리버 회장은 멸망 전 이 곳에 자신의 별장을 세웠다.
그리고 인류가 멸망한 후인 지금은, 레모네이드 델타의 별장이기도 하였다.
물론 델타 본인은 회장님이 부활하시기 전까지 별장을 회장님의 유일한 비서였던 자신이 관리하고 지키기 위한 명목이라고 말하지만, 다른 레모네이드 비서들이 보기에는 그저 회장이 남겨놓은 유산에 떵떵거리면서 제 집마냥 사는 것처럼 비춰질 뿐이었다. 실제로도 거의 그러했고.
하여튼 오메가가 분노에 찬 고성을 질러대며 델타를 찾아대니, 델타가 안 나올래야 안 나올 수가 없었다. 클래식한 음악에 아로마테라피 마사지를 받으며 느긋한 오후의 한 때를 보내고 있던 델타는, 갑작스러운 난동꾼의 등장에 자신 만의 시간을 훼방받고는 잔뜩 화가나서 마사지를 받다 말고 알몸에 가운만 대충 걸친 채로 몸을 가리곤 오메가의 앞에 나타났다.
물론 가려봤자 다른 레모네이드 자매들에 비하면 빈약하기 그지 없는 몸이었지만 말이다.
“왜 난데없이 남의 별장에 쳐들어와서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고 지랼이야, 소리 지르고 지랄은?!?!?!”
“지랄??? 지라아알?!?!?!?!”
“지랄은 내가 아니고 니가 하는 거고!!!!”
“대관절, 너 나한테 말도 안 하고 병력 빼돌렸냐, 어???”
“뭔 소리야???”
“뭔 소리냐고? 이게 어디서 시치미를 뚝 떼고 있어?!?!?!”
“왜 말도 안 하고 공동관할구역에 있는 병력을 멋대로 빼냐고, 그것도 니 병력만?!?!?!”
“아아~ 그거...?”
오메가는 금방이라도 델타를 죽일 기세로 몰아부쳐세웠지만, 델타는 그녀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의기양양한 모습이었다. 마치 오메가가 모르는 것을 델타가 알고 있다는 듯이.
오메가는 자기가 할 말은 아니긴 하다만, 마치 그 모습이 자신의 눈에는 뻔뻔하기 그지 없게 느껴졌다.
“흐음~... 글쎄다...?”
“너... 뭐야, 그 의기양양한 태도는...?!”
“너, 아시아에 뭐가 있는지 모르지, 지금?”
“아시아에 알파랑 감마 그 년들 빼고 뭐가 있는데?”
“걔들이 관리하고 있다던 신흥 바이오로이드 조직 말이야.”
“거기 「인간」이 있어. 그것도 하나가 아니고 둘 씩이나.”
“뭐, 뭐...”
“뭐라고...?!?!?!?!”
“캄챠카 반도에서 남정네랑 여편네 둘이서 분위기 좋게 꼭 붙어있더라고.”
“너 거기로는 언제 또 병력을 보냈!!!...”
“하아... 됐다.”
“이야기나 계속 해봐.”
신흥 바이오로이드 조직이 있다는 것에 대해선 이미 오메가 뿐만 아니라 다른 레모네이드 비서들도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오메가는 진즉에 그들을 포섭하기 위하여 알파와 감마를 보내 그 곳의 바이오로이드 세력에게 접근하고, 펙소 콘소시엄의 휘하로 들어올 수 있게끔 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오메가는 새롭게 나타난 이 신생 바이오로이드 집단을 강압적인 수단을 이용하여 펙스에 흡수시키길 원했다. 가장 빠르면서도 가장 정확하고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뿐만 아니라, 힘과 억압에 의한 포섭은 상대방에게 펙스와 자신들의 힘을 과시할 수 있는 훌륭한 수단이기도 하였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자신 뿐만 아니라 당장 눈 앞에 델타도 그런 식으로 수 많은 바이오로이드 세력들을 자신의 휘하로 만들었다.
하지만 알파와 감마는 자신들과 비슷한 규모를 가지고 있을 세력에게 그런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결코 환심을 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오히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평화적으로 접근하여 유화적인 태도와 설득을 통해 그들을 포섭하겠다고 나섰다. 평화적인 접근이라니, 무슨 멸망 전 제1차 연합전쟁 이전 시대도 아니고. 더군다나 연합전쟁 이전 시대는 오메가가 가장 싫어하는 시대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연유로 오메가는 알파와 감마의 이런 유화적인 태도를 썩 내키지 않아하였으나, 아무리 오메가라고 할 지언즉 남의 관할 세력에까지 왈가왈부할 수는 없었기에 미심쩍긴 해도 그녀들을 믿어보기로 하였다. 그 마저도 그들이 말하는 “평화적인 방법” 을 통한 포섭이 시간이 제법 오래 걸리자 나중 가서는 그냥 방치에 가깝게 두며 레모네이드 정기 회의 때 보고를 듣는 것 외에는 굳이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다.
사실 오메가로서는 오히려 그녀가 가장 먼저 신경써야 할 것은 부활의 신호가 잡힌 회장님을 되살리는 것이었으니, 어느 순간부터 방치하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더군다나 몇 달 전부터 동면캡슐 속 회장님의 심박이 희미하긴 하지만 조금씩 뛰기 시작하였으니 말이다. 잘만 하면 적어도 올해를 넘기기 전이나, 혹은 아무리 늦어도 내년에는 펙스의 회장들이 부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다. 이러니 알파와 감마 쪽으로 신경이 덜 갈 수 밖에.
하지만 그와 별개로 오메가는 그녀들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아니하였다.
예전부터 정 많고 순둥이 호구인 알파에, 정의 바보에 우직한 근육뇌 패잔병 감마까지 영 믿을 만한 구석들이 하나 없었다. 그녀들을 아시아에 보내 신흥 바이오로이드 세력을 포섭하게 한 것도 각 레모네이드 세력들 중에서도 그녀들의 담당 권역과 가장 가까웠을 뿐이었다. 만약에 자신이었다면 처음부터 물리력 행사에 나서 진즉에 펙스의 세력아래 두었을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15년 동안이나 느긋하게 포섭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도 참 웃긴 일이었다.
그런데 이제와서 들어보니 사실은 인간이 있는 세력이었다고 하니, 놀라다 못해 어이가 승천하여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었다.
“그, 그렇다면 알파랑 감마가 서로 짜고 치고...?!”
“그년들 처음부터 우릴 속였던거야, 이 둔팅아. 아마 내가 안 찾았었으면 끝까지 우릴 속였을 걸??”
“이런 ㅆㅂ...”
“잘 생각했었어야지. 걔들이 누군데? 알파랑 감마가 우리 회장님들 부활하는 거에 한 번이라도 제대로 도움을 준 적이 있어??”
“가만 생각해보니 베타도 그렇고 앱실론도 그렇고 하나같이 뭔가 정상적인 년들이 없네, 여기는. 겁쟁이에, 잠탱이에...”
“여기서 믿을 거라곤 제타나, 나 밖에 없을 것 같은데...”
“... 안 그래, 오메가?”
“...”
오메가는 델타의 말에 뭐라도 반박해보려 했지만 말 문이 막혀 할 수가 없었다. 델타가 말은 저렇게 해도 그녀 말이 맞았기 때문이었다. 알파와 감마는 뭐 말할 필요도 없이 제1차 연합전쟁 이전에 태어나 아직도 인간이던 시절을 그리워 하는 머저리 노땅 똥차들이었고, 베타는 뭐 하나 제대로 내세우는 것이 없는 쫄보에 불과했으며, 앱실론은 이 년은 도대체 위성 궤도에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조차 의문이 들 정도로 존재감은커녕 존재 자체가 희미한 년이었다.
그나마 제타는 자신의 세력을 확충하는 데에만 관심있어 하면서도 알게 모르게 델타와 오메가에게도 협조를 하는 편이었다. 델타와 오메가의 세력인 문리버 그룹과 오메가 그룹의 전력에는 제타가 제공한 기술력이 제법 들어가있었으니깐. 애초에 펙소 콘소시엄의 AGS 병력 생산의 지분 80%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제타였다. 당장 델타 휘하의 병력들 중 AGS S7 데스스토커또한 제타가 복원해준 것이었다. 이해타산적인 면모가 강하지만, 도와줄 땐 확실하게 도움을 줬더
알파와 감마가 처음부터 신흥 바이오로이드 세력의 존재를 알고서 그랬을런지는 모르겠다. 어쨋건 그 세력을 발견하고 그 곳에 가서 그들을 포섭을 하라고 지시했던 것은 자신이었으니깐.
하지만 현재로선 델타의 말대로 저쪽 세력에 인간이 있다는 것을 알고서 알파와 감마가 자신들을 배신하여 전향한 것 자체는 사실이었다.
지난 15년 동안 레모네이드 정기 회의를 하던 때에도 오메가는 그녀들의 정기 보고를 듣고도 단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었다. 알파와 감마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아주 치밀하고 교활했다.
오메가는 설마 알파와 감마가 아무리 자신들에게 협조적이지 않더라도 설마 배신이란 걸 할까 생각했었는데, 기어이 배신을 했다는 사실에 분노를 억누르며 이를 꽉 깨무는 어조로 읊조렸다.
“끽해야 노땅 똥차들 주제에, 감히...!!!!”
“후우우...”
“... 그래서? 뭐 어떻게 할 생각인데?”
오메가가 묻자, 델타는 언제 담배를 가져왔는지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물어 연기를 한 모금 머금고는 고혹적이게 뱉으며 득의양양하게 말하였다.
“너도 알다시피 병력은 진즉에 출동시켰고, 이 뒤에는 내가 하는 거나 잘 봐두라고.”
“두 인간 놈년들을 이 곳으로 꼭 데리고 와볼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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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중 삽화로 사용되는 그림과 사진의 출처는 구글링과 핀터레스트입니다.
하여튼 델타는 물론이고 오메가도 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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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것들 하나같이 믿을 구석이 없어!!! | 23.12.20 17:3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