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의회 비서실장 겸 통령 특별 보좌관인 알파, 저항군 해군본부 2인자 해군참모차장인 감마 대장은 급히 080기관으로부터 급히 호출을 받았다.
“보좌관님, 해참차장님. 오셨군요.”
“무슨 일이시죠? 저희를 또 급하게 부르시고.”
“직접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080기관의 대외공작 담당인 시라유리는 그들에게 디스플레이 패널을 보여주며, 신호감청부대가 포착한 주파수 신호를 보여주었다.
이미지로 나타난 주파수와 신호 대역을 보며, 알파와 감마는 한 눈에 그것이 어디에서 왔는지 파악했다.
“이건...”
“확실하군.”
“네, 펙스에서 보내온 신호네요.”
“확실한가요?”
“예, 이 신호는 오메가가 사용하는 VTC 회의용 통신 주파수입니다.”
“그럼 지금 저희에게 통신 요청을 걸어오는 것도 ‘그’ 레모네이드 오메가일 가능성이 높겠군요.”
“오메가가 저나 감마에게 직접적으로 연락을 취하지 않고 이러한 방법을 취했다는 것은...”
“저항군의 존재와 저희의 배신을 알았으니, 저희를 거치지 않고서 직접 저항군과 이야기를 하겠다는 뜻이라고 밖에 풀이할 수 없겠군요.”
“그렇다면 지금 저 쪽에서 원하는 건 ‘인간’ 님과의 대화일 거예요.”
“그 인간이라는 것은...”
“단순히 ‘우리 같은 사람들’ 과의 대화를 말하는 것이 아니겠군요?”
“네, 맞습니다.”
“오메가는 저희 같은 바이오로이드 출신 인간들이 아닌, 합참의장님을 포함한 합동참모본부 세 분을 포함한 순수한 의미에서의 인간 과의 대화를 원할 겁니다.”
“난 반댈세. 저 쪽에서 원하는게 평화던 휴전이던 협상을 하자는 의미면서, 지들이 말하는 진짜 인간과의 대화를 원하는 거라면 아예 협상의 전제 자체부터가 틀려먹었어.”
“애초에 알파의 말대로 오메가가 단순히 평화 협상 따위를 위해서 우리에게 통신을 건네오는 것이 아닐 거다. 그 녀석이 원하는 건 진짜 인간의 존재 유무지. 잘만 하면 곧 그토록 원하는 회장께서 부활할 마당에, 새로운 인간의 존재는 자기네들 존재의 정당성을 뿌리 째 뒤흔드는 것이니깐.”
“하지만 다짜고짜 전쟁을 터뜨리기에는, 우리가 전력 상 만만하게 볼 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저 쪽도 분명히 알고 있을 걸세. 이러니 오메가 입장에서야 당장에 무슨 수를 써야만 하겠지.”
“가령 자기네들 쪽으로 넘어오라는 회유라던가?”
“가장 흔하지만, 가장 쉽고 접근성이 좋은 방법이지.”
“아마도 분명 처음에는 펙스의 새로운 회장으로 추대해주겠다라던가, 그 곳에서보다 더 많은 부와 명예를 주겠다, 뭐 그런 식으로 회유를 할 게 안 봐도 비디오야.”
“하지만 협상은 유리한 쪽이 이끌어 나가야 하는 법일세. 이건 합참이 아니라 무조건 통령 각하께서 대면해주셔야 할 일이야.”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감마와 시라유리는 오메가가 분명 오르카의 인간을 만나기를 원한다고 추측했다.
물론 현재 오르카 저항군의 모든 대원들은 모두 인간이다. 오르카에서 인간 아닌 자는 없었고, 설령 AGS 대원들이라 할 지라도 인격체를 가진, 그에 준하는 대우를 받고 있으면서 살고 있었다. 애초에 바이오로이드 기업들에 의해 벌어진 제1차 연합전쟁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바이오로이드도 엄연히 법적으로 명시된 인간이었으며, 사회문화적으로도 그냥 인간과 바이오로이드 인간의 차이는 단지 시험관에서 태어났냐 아니냐 정도의 차이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그런 바이오로이드 인간들의 인권을 빼앗아간 것이 바로 펙스를 비롯한 기업들이었다. 기업들은 바이오로이드를 인간이 아닌 돈이 되는 하나의 사업으로 보고 전 세계의 정부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켜 승리하였다. 전쟁에서 이긴 기업들은 자신들의 제품인 바이오로이드는 인간이 아니라고 법적으로 명시하여 그것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강제하였을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그런 풍조가 들게끔 기업이 앞장섰다.
단순히 물건이나 노예 따위로 대우를 하게끔 강제할 뿐 아니라, 쓸데없이 힘을 써서 바이오로이드들을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괴롭히는데에 앞장섰다.
이 때의 기업들이 얼마나 악랄했냐면 아예 바이오로이드 인권 말살 사업이라고 하여 전쟁 직후 초창기에 진행하였는데, 그 악행의 내용을 일부 나열하자면 작게는 제1차 연합전쟁 당시 기업군에 맞서 싸웠던 NATO군의 고위급 장교 및 장성급 바이오로이드 군인들을 데려다가 그녀들의 상훈을 모조리 빼앗고, 감히 인간에게 반항하였다며 조리돌림을 시켰고, 크게는 전 세계의 적지 않은 수의 수 많은 바이오로이드 혼혈아이들에 대한 의료적 지원을 모조리 끊음으로서 아이들이 고통 속에서 죽게끔 만들었다.
이들의 악행은 인류가 멸망한 후에도 계속되었고, 지금도 펙스 휘하의 수 많은 바이오로이드들이 여전히 멸망 전처럼 고통을 받아야만 했다.
심지어 오메가는 펙소 콘소시엄과 회장들의 존재의 정당성 확립을 위하여 회장들이 부활할 때를 대비하여 휘하 바이오로이드들에게 미리 사상 교육을 시키고 있다고까지 하였다. 원래 바이오로이드는 인간의 노예이며, 오로지 자신들이 모셔야 할 것은 바로 유일한 인간이실 펙스의 회장들이고, 제1차 연합전쟁은 기업이 정부의 폭정에 대항에 일으킨 숭고한 전쟁이었으며, 종전 후 살아남은 수 많은 인간들은 기업의 공헌을 모르는 무지하고 우매한 민중이라고.
마치 독재국가의 전형적인 세뇌 교육을 보는 것 같이 느껴질 정도다.
그런 상황에서 오메가가 또 다른 인간의 존재의 유무를 알게 되었으니 어떻게든 조치를 취하려고 하려는 것임은 당연했다.
더군다나 펙스가 여지껏 세력 확장을 위하여 집어삼켜온 여타 군소 바이오로이드 집단과 달리, 오르카는 정식 군대를 가지고 있는 조직이다 보니 제 아무리 오메가라 할 지라도 무력으로도 함부로 어찌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지난 번 페어뱅크스 대공습 작전 성공 직후 오메가가 평화 협상이던 뭐던 연락을 취해올 것이라는 알파의 말이 현실이 된 것이었다. 만일 오메가가 진짜 물 불 안가리고 싸우기 위한 의도였다면 통신을 취할 것도 없이 바로 병력들을 보냈을 테니깐.
“보좌관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흐음...”
오메가의 통신 요청에 시라유리가 물었다.
시라유리와 감마는 오메가가 오르카의 순수한 인간인 합동참모본부 3인을 만나게 하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였다.
오메가의 의도가 분명해 보였고, 오메가 쪽에 그 어떠한 여지를 주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허나 알파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 차라리 이렇게 하는 것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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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잠시 뒤, 평의회 본청 대회의실.
때마침 본청에는 알파가 필요로 하는 사람 모두가 모여있었다. 통령과 부통령, 의장과 각 평의회 위원장들.
합동참모본부의 최선임 지휘관들과, 그리고...
“어, 어머...!”
“서, 설마 합참차장님??”
“오랜만입니다, 비서실장님.”
“몰라보게 달라지셨네요! 너무 아름다우세요!”
“좀, 그렇게 되었습니다.”
“정말~ 누가 보면 의장님이랑 남매인 줄 알겠어요.”
“어우, 듣기에는 별로 좋은 소리는 아닌 거 같습니다.”
“저도 그러거든요??”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지만, 알파 또한 거의 한 달 만에 처음 보는 민하준 원수를 보며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바뀌어진 인상에 단아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 과연 자신이 알고 있던 그 무대뽀 민하준 장군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어찌나 인상이 달라졌는지, 까딱하면 고진아 의장과 남매사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물론 당사자인 진아는 별로 안 좋아하는 눈치였지만.
하여튼 VTC와 연결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있는 회의실에 모인 그들의 앞에서, 알파는 오메가가 보낸 대역의 주파수 신호를 보여주었다.
“펙스의 오메가로부터의 통신입니다. 아직은 통신 요청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정말로 평화협상이라도 걸어볼 심산으로 통신을 요청해온 건가요?”
“명분상으로는 그럴 겁니다.”
“실질적으론 진짜 인간의 존재의 유무겠지요.”
“이번 페어뱅크스 대공습으로, 간접적으로 오메가가 눈치를 챘을 겁니다. 인간의 명령 없이 바이오로이드가 저런 거대한 전력을 갖추고 공격을 해올 수 없을 테니까요.”
“애초에 저랑 감마가 오르카에 인간이 있을 것이라 추측을 했던 이유도, 해군 항공군의 스텔스기인 다크스타의 존재 때문이었으니까요.”
“그게 아니면 이미 캄차카 반도에서 델타 병력들이 합동참모차장님과 칸 소장님을 습격했을 때, 이미 눈치챘을 가능성도 있구요.”
“그들 입장에서 우리 모두 다 뇌파를 뿜는 인간들이니, ‘그렇게 착각할’ 수는 있겠군.”
“오메가는 인정하지 않을테지만요.”
“그래서 추정하건데, 필시 합동참모본부의 세 분을 분명히 꼭 보길 원한다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알파의 설명이 끝나자 이번엔 시라유리가 부연 설명을 하였다.
“최초 오메가의 통신 요청 신호를 포착하고 두 분을 부른 뒤, 저랑 해군참모차장은 무조건 통령 각하만 대면시켜야 한다는 의견이었습니다만...”
“보좌관께서는 이렇게 된 거 아예 그냥 모두를 오메가와 대면하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하였습니다.”
“오메가에게 동등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래봐야 같은 레모네이드 자매들이 전부입니다. 그 마저도 서로 상호 간에 필요에 의해 존재하는 사무적인 관계일 뿐이고, 회장들이 아직 부활하지 않은 지금으로선 펙스의 유일한 리더이기도 합니다. 사실상 펙스를 혼자서 독식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반면에 우리는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 모두가 권리를 가지고 동등하게 평등하게, 서로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 않습니까?”
“그 모습을, 우리의 사는 모습을 오메가에게 보여주자는 겁니다.”
“일종의 기선제압이로군요?”
“네, 그렇습니다.”
“하는 김에 충격도 좀 받게 하구요.”
알파의 설명에 벨리코프 원수가 맞장구를 치며 물었다.
나아가서 알파는 아예 처음부터 오르카의 모든 것을 보여주어 오메가가 충격을 좀 받기를 원했다. 아마도 오메가가 원하는 것은 분명 인간과의 화해교섭 혹은 휴전협정일 것이다. 물론 그런 논의를 함에 있어서 오메가는 오르카 쪽에서 그런 논의를 같이 나눌 만한 대등한 상대가 나오길 원할 것이다. 최소한 오메가가 생각하는 그런 순순한 인간을 말이다.
그런 중요한 논의가 쌍방에서 오갈 자리에서, 상대편에서 나온 바이오로이드 모두가 인간이라고 하며 나온다면 오메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아마 알파가 생각하기로는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할 지언즉, 속으로는 꽤나 충격을 받을 것이라 예상했다. 오메가는 그런 사람이었으니깐. 허나 아무리 그런 오메가라 할 지라도 명령 모듈이 사라지고 제1차 연합전쟁 이전처럼 인간으로 살아가는 바이오로이드들을 본다면 어떻게 해서든 적잖게 충격을 받을 게 분명했다.
아예 더 나아가서, 회장들의 존재와 펙스의 존속에 큰 위기감을 느낄 것이다.
“좋아요, 오렌지. 그럼 연결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보좌관님!”
알파의 지시에 오렌지가 이름답게 상큼한 매력을 터뜨리며 대답하였다.
오렌지 에이드가 펙스의 통신 요청 신호를 연결하자, VTC 회선과 연결된 디스플레이 화면이 치지직 거렸고, 곧 이어서 화면 너머로 고혹적인 분위기로 꾸며진 집무실을 배경으로, 알파와 똑같이 생긴 검은 머리의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톡 까놓고 말해서 머리 색이랑 점 위치만 뺀다면 진짜 알파 본인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똑같이 생긴 여인이었다. 물론 첫 인상부터 전혀 별개였지만 말이다. 치켜 올라간 눈꼬리로 인한 날카로운 눈매, 가운데 이를 살짝 드러낸 입술 모양은, 순한 인상을 가진 알파와는 달리 딱 봐도 교활해보이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실제 그녀의 성격이기도 하였다.
저 여자가 바로 알파의 자매이자 레모네이드 비서들의 막내인 오메가였다.
펙소 콘소시엄 세력을 구축하여 펙스의 일곱 회장들을 부활시키고, 전 세계를 펙스가 지배하는 세상으로 만들려고 하는 사악한 음모를 꾸미고 있는 여인.
그녀가 바로 레모네이드 오메가였다.
오메가는 짐짓 여유있고 점잖은 미소를 지으며 모습을 드러냈만, 화면 너머로 비춰지는 V자 모양의 책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을 보고 순간 조금 당황한 듯한 반응을 내비췄다.
그러다 이내 곧 바로 침착함을 유지하였다.
- “... 만나서 반갑습니다, 신흥 군벌 세력 여러분.”
- “펙소 콘소시엄의 회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는, 레모네이드 오메가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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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중 삽화로 사용되는 그림과 사진의 출처는 구글링과 핀터레스트입니다.
낙원에 이은 분늑송까지, 민하준 챕터가 드디어 끝났습니다... 만...
이거 후일담이 꽤 길어질 것 같습니다... 하준이가 전역하란다고 해서 오르카에서 진짜 전역을 시켜줄리는 만무하기 때문에...
후일담 이후 인 게임 이벤트 스토리인 흐린 기억 속의 나라, "두 도시 이야기" 가 곧 바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키리시마 스캔들"의 도쿄.
"은하수의 쿠데타" 서울.
가상 현실 속 두 도시에서 벌어지는 역사적 사건 속으로 오르카의 대원들이 들어갈 예정입니다.
많은 기대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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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당 | 24.01.03 01:4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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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아예 철왕자를 뺴기로 했읍니당. | 24.01.03 01:4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