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테러리스트의 기습 이후쯤인가? 였을것이다.
알래스카 호텔 뒷수습 하느라 정신 없는 와중에 덴센츠사가 아버지에게 연락을 해서 자신들과 함께 일해볼 생각이 없냐는 제안을 한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이번 테러리스트 진압에 가장 큰 공을 세운것이 어린이들의 우상이자 친구, 나의 메이드이자 동시에 현재는 내 마누라인 모모였는데.
테러리스트 기습 때문에 호텔 이미지가 더럽혀져 폐쇄될 위기를 어떻게든 모면하려 했던 아버지는 승낙하게 되었다. 테러리스트의 타겟이 아닌 매지컬 모모가 나타나 악당을 물리치고 어린이들과 약자들을 구한 장소라는 성소(?)를 만들 기회라면서 말이다.
그놈의 망할 현실감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덴센츠의 회장은 이 기회를 놓칠수가 없었겠지. 현실적인 장소를 얻었어, 그것도 고급 호텔에, 막대한 이득이 들어오는것은 안 봐도 뻔한 일이니까.
"나참..."
아무리 봐도 참 익숙하지가 않다니까. 성숙하고 엄중했던 호텔이 어느세 모모 천국이 되었으니. 모모 동상, 모모 굿즈 상점, 큰 스크린에 모모 애니메이션을 켜 심지어 모모 코스프레 파티에...
그때 생각해 보면 참 웃픈 일이었다.
오죽하면 나는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래도 되려나 라면서. 현재는 호텔이 아닌 카페테리아를-그것도 애니메이션에나 볼듯 한 성격과 모습의 웨이트리스들과 같이 우당탕탕한 하루를 보내고 있어서 지금은 그러려니 하지만...
"실례합니다. 혹시 그쪽 성함이 남궁태철 입니까?"
"네?"
누군가가 말을 걸길래 고개를 돌려보니 검은머리에 비즈니스 복장을 한 남성이 서 있었다. 처음에는 뭐지? 라고 생각했다가 그의 손에 들어진 비즈니스 카드에 덴센츠 마크가 그려진것을 보면서 덴센츠 사람인가? 라는것을 알게 되었고.
그것도 Director 라고 감독이라고 적혀져 있었고. 그것도...
"아 몰라뵈서 죄송합니다."
현재 매지컬 모모의 영상물의 감독을 맡고 있는. 그것도 거장이 내 눈앞에 나타난것이다.
"거장 감독님이신줄 모르고. 자주 매지컬 모모를 보는데도 몰라뵜네요."
"하하하 아닙니다, 초면인데 모를수 밖에 없지요."
웃으면서 손을 내밀길래 나는 서로 악수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저는 거장까지는 아닙니다. 감독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으니 편안하게 대하시길."
겸손하게 대하는 그를 보면서 그때의 나는 어느정도 흥분한 상태인듯 하였다. 다른 누구도 아닌 모모 감독님을 직접 눈으로 보게 될줄을.
"저를 뵈러오신 용무가..."
"아아 두가지 이유로 왔죠. 하나는."
그는 옆에 있던 직원에게 눈빛으로 상자 하나를 건네주었다. 덴센츠 마크가 그려진 딱 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상자를.
"요시미츠 회장님이 꼭 전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모모 한정 피규어를 말입니다. 세상에 100개 밖에 없을 정도로 희귀한 피규어죠."
"지난번에도 다른 분에게 받았는데 너무 받게 되는것이 아닌가 합니다만."
"그만큼 남궁태철씨가 회장님에게 그리고 회사에게 거대한 이득을 주었기 때문이죠. 안그래도 다음 극장판 장소중 마땅한게 없어서 고민하셨는데 이렇게 떡하니 해결해 주었으니 말이죠."
"제가 해결한게 아니라 모모가 해결해준거지만요."
그때 감독의 얼굴이-미약하지만 변한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처음에는 "왜저러시지?" 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크흠-하는 기침 소리와 함께 말을 이어갔다.
"저는 모모를 옆에서 보조해 준거 외에는 아무것도 안했습니다. 모든것은 모모를 비롯해 발할라 대원분들이 도와주셨죠. 그러니-"
"그 모모 개체, 혹시 남궁태철씨가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지요?"
"네?"
뜬금없는 질문에 내 말이 멈추었다. 저분 갑자기 왜이래? 라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내 생각을 읽었는지 그는 말을 이어갔다.
"그 소유권 그쪽이 가지고 있냐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경호원으로 쓰고 있고."
"....어떻게 그것을."
"모모는 그전에 우리 덴센츠사의 소유물입니다. 아무리 폐기된 개체라도 뭐하고 있는지 회사가 다 알고 있죠. 아아 혹시나 해서 말인데 소유하신 모모를 빼돌릴 생각 없으니 안심하시길. 소유하신 바이오로이드를 다시 빼갈정도로 저희 덴센츠 사는 사악하지 않습니다."
꿀꺽 하는 소리가 내 귀로 들러왔다. 어릴적 퍼레이드때 테러리스트의 습격 이후 얼굴에 난 상처 때문에 모모는 폐기처분 될 예정이었다. 그 전에 내가 모모를 구하기 위해 아버지에게 생일 선물이라는 명목으로 모모를 사달라고 해서 간신히 구해낼수 있었고.
"말이 너무 셌군요. 아까 언급한 그 두번째 이유인데..."
감독은 몇초동안 침묵을 지키더니...
"모모에게 너무 정을 주지 마십시오."
".....네?"
방금 잘못들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금 정을 주지 말라고 한건가? 라고 생각이 오고 갔을때...
"그쪽이 모모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수 없지만 가능하면 정 같은것을 주지 않는것이 좋을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엄청 후회 하게 될것이니까."
"갑자기 오자마자 뜬금없이 그 소리를 하시는지 그전에?"
울컥한 마음을 억 누른 체 나는 감독을 노려보았다.
"오자마자 모모에게 정을 주지 말라느니 하시는 이유좀 들어봐야 겠습니다 그전에. 초면인 사람에게 그것도..."
"이것이 그녀의 행복이 아니기 때문이죠."
그는 한발자국 나아갔다. 스크린에 떠오른 모모 애니메이션을 바라보면서.
"제가 감독일을 하면서 깨달은것이 하나 있습니다. 모모를 비롯해 다른 마법 소녀들의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말이죠. 일단 확실한것은..."
모모가 마공룡을 베어버리고 무지개색 피가 나오는것까지 본 뒤 나에게 고개를 돌아보았다. 의미 심장한 미소와 함께.
"적어도 메이드일 하는것이 그녀들이 바라는 행복이 아니라는것을 말이죠."
"......"
"기억해 두셨으면 하는것이 당신이 데리고 있는 모모는 행복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거짓입니다. 그녀들과 같이 일해온 저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요. 그녀들이 진심으로 원하는게 무엇인지."
거만함이 서서히 묻어져 오고 있었다. 저 특유의 기분 나쁜 미소에서 더욱 더 광기를 띄우고 있었고.
"그녀들이 진심으로 원하는것은 화려한 죽-"
"얘기 끝났습니까?"
나는 손목 시계를 힐끗 바라 본 뒤 쓰윽 그의 곁을 지나갔다.
"얘기 마저 안듣고 가시렵니까?"
"조만간 미팅이 있어서 가봐야 합니다. 늦으면 안되고요."
"후회 하시게 되실건데도요?"
마치 나를 붙잡으려는 듯 다급한 목소리로 나한테 외쳤다.
"반드시 후회 하게 되실겁니다. 나중에 그녀들의 진정한 모습을 보게 되면. 그대가 알고 있는 모모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고요-나중가서 상처 받지 말라는 소리를 하는-"
"감독님."
그때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아 저 ㅅㄲ 정말 거슬리네.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연인을 지 멋대로 평가하고 그래? 마음같으면은 손에 든 서류가방으로 머리를 휘날리고 싶었지만...
이 말과 함께 나는 그대로 걸어 나갔다. 감독이라 불리우던 인간은 흠칫-하면서 뒤로 조금 물러 갔고 나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뒤 돌아 보지 않은 체 그대로. 한 발자국 무거움을 느끼면서.
"허 저 친구..."
뒤에서 나지막하게 들려왔다.
"사람 죽일 눈이었네."
"여보!"
"응?"
눈을 떠 보니 집사람이 옆에 서 있었다. 한참동안 일하다 왔는지 여전히 웨이트리스 복장을 입은 체.
"뭘 그리 멍때리시나요? 불러도 아무 반응도 없으셨고?"
"아 뭐..."
고개를 들어보니 나는 페이시오에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다는것을 알수 있었다. 눈앞에는 바다와 함께 그 바다위를 항해하는 배들이 여러 척 보였었고.
"그냥 옛날 생각 나가지고."
"옛날 생각이요?"
"그냥 있어. 개인적인 일."
남겨진 홍차를 마저 마신 뒤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웃샤 하면서.
"라임하고 민트는 모모? 아직 학교에서 안 왔어?"
"으응-아직 안왔어요. 콘스탄챠 언니네 집으로 놀러가기로 해서 조금 늦을거래요."
"하여간...요새 엄마 아빠보다 콘스탄챠랑 있는게 많네 두 녀석. 아쉽네."
"저도요...덕분에 엄마로서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나 라고 생각중이에요."
"있다가 우리도 콘스탄챠에게 방문하자고. 케이크 들고."
"찬성-언니 꿀케이크 좋아하시잖아요."
그때 그 감독이란 사람이 나한테 경고 했던것들. 지금 와서는 모모가 배우 시절때 무엇을 했는지 알게되면서 왜 그 말했는지 어느정도 이해하고 있지만 동시에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나와 모모의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했다는것을. 그곳에서 무엇을 봤는지 나는 어느정도 알고 있지만 불쾌한 기분을 버릴수가 없었다. 왜 자신의 사상을 나한테까지 와서 강요를 하는건지. 뭐 덴센츠 직원이니 자기 세계에 빠져있는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바라는것은 그저 모모와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것이다. 귀여운 두 딸들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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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예전부터 공식 만화에서 나온 감독하고 도련님하고 만나는 내용을 써보고 싶어서 이렇게 올립니다.
넵. 웨히히님이 그리신 모모 공식 만화에서 나온 신입사원하고 동일인물이에요.
도련님하고 비슷하게 우상이 모모였지만 너무나도 다른길을 걸어버린 내용을 쓰고 싶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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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12.04 23:3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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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술 더 떠서 도련님 입장으로서는 저 감독이란 사람이 자기 가족이자 연인을 욕한거나 다름 없었죠. 저때 도련님 엄청나게 화를 참은거에요. 위에 묘사 했듯이 서류가방으로 머리를 날려버릴뻔 했고요. | 23.12.05 08:4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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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되었든 간에 저 감독이라는 사람은 도련님 심기를 건드려버렸죠. 사실상 애인인 모모를 자기 앞에서 험담한 셈인데. | 23.12.06 14:1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