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야에서든 유저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두는 것은 최근에는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 되었습니다. 사람에게는 자신의 성과물을 타인에게 내세우고 싶은 욕구가 적든 많든 있게 마련이며,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이러한 욕구를 마음껏 풀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글을 써서, 그림을 그려서, 혹은 영상물을 만들어서 자신의 창작물을 다른 사람에게 자랑할 수 있게 되었고 또 공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사용자 창작 콘텐츠는 많은 분야에서 대세가 되었으며, 이제는 게임에서도 UCC의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했습니다.
그간 게임에서 자신의 업적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방법은 지극히 제한적이어서, 먼 옛날에는 기껏해야 하이 스코어를 기록해서 자신의 이름 약자를 새기는 정도였습니다. 그나마 PC용 게임은 유저가 게임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합법적, 불법적 루트가 다양하게 존재했지만 가정용 콘솔 게임은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게다가 PC용 게임은 게임 데이터에 대한 다양한 접근 방식과 더불어 네트워크 환경의 발달로 인해 유저가 스스로 창작, 혹은 개조한 데이터를 다른 사람과 쉽게 공유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해 가정용 콘솔 게임은 스맥다운 시리즈나 위닝 일레븐 시리즈 같은 게임을 통해 유저 창작물을 만든다 해도 전 세계의 게이머와 공유하기는 많은 어려움이 존재했습니다.
본격적인 캐릭터 제작을 가능케 한 스맥다운 시리즈. |
블리자드는 과연 무슨 게임을 만들어버린 건가. |
어떻게든 유저가 자신의 창작물을 만든다 해도 공유라는 측면에서 하드웨어적인 벽에 막혀 있었고, 기껏해야 주위 사람들과 알음알음으로 결과물을 돌려보는 정도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UCC라는 개념에 대해 익숙해져 갈 무렵, 가정용 콘솔 역시 하드웨어의 성능이 획기적으로 올라가고 네트워크 환경이 좋아지면서 이제는 제작사가 직접 유저들이 참여할 만한 길을 적극적으로 열어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6월 25일 PS3와 PSP를 통해 한국에 정식 발매된 모드네이션 레이서는 창작 모드를 통해 유저가 직접 게임에 사용되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유 모드를 통해 그 결과물을 전 세계 사람들과 쉽게 공유할 수 있는 대표적인 게임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PS3와 PSP로 발매된 모드네이션 레이서. |
유저들은 취향에 맞게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
사실 모드네이션 레이서는 얼마 전 발매된 세가의 소닉 & 세가 올스타 레이싱과 마찬가지로 닌텐도의 마리오 카트 시리즈와 같은 맥락의 게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장르적 의미로 접근하자면 그리 특출날 게 없는 게임이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모드네이션 레이서는 게임의 제목부터 MOD가 강조된 타이틀인 만큼 유저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제작사가 구축해놓은 것이 큰 특징입니다. 2008년 PS3로 발매되어 가정용 콘솔 게임에 UCC와 공유 요소가 적극적으로 융합된 대표적인 케이스로 꼽히는 리틀 빅 플래닛의 레이싱 버전이라고 보면 더 이해가 빠를 듯합니다.
위험한 아저씨가 타고 있지만 일단은 레이싱 게임. |
제작-공유라는 요소를 강조한 리틀 빅 플래닛. |
메인 메뉴에는 레이스 모드와 함께 \'창조\'와 \'공유\' 모드도 존재합니다. 창조 모드에서 유저들은 직접 만든 결과물을 공유 모드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으며, 다른 유저의 창조물을 내려받아서 플레이할 수도 있습니다. 유저가 게임 안에서 직접 제작할 수 있는 부분은 캐릭터와 카트, 그리고 트랙의 세 가지입니다. 캐릭터는 그야말로 리틀 빅 플래닛이 생각날 정도로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그 재현도 또한 어설프게 구현된 게 아니라 그야말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또한 공유 모드를 통해 전 세계 유저들이 제작한 다양한 창작 결과물에 대해 평점을 줄 수도 있고 그로 인한 순위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흔히 이런 대전형 캐주얼 레이싱 게임은 인기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올스타 매치 레이싱의 성격이 강한데, 모드네이션 레이서는 특이하게도 모드네이션 레이서만의 오리지널 캐릭터나 기존 게임의 인기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유저들이 직접 제작한 캐릭터가 주인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기 캐릭터를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전혀 들지 않는 것은 모드네이션 레이서의 캐릭터 창작 모드를 통해 완전하게 해소되며, 오히려 다른 캐주얼 레이싱에서는 볼 수 없는 환상의 올스타 매치까지 가능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스스로 원하는 캐릭터와 카트를 디자인할 수 있고… |
다른 사람의 창작물을 감상하고 평점을 매기고, 직접 사용할 수 있다. |
마우스와 키보드가 아닌 컨트롤러로 제작해야 하는 가정용 게임이기에 입력 도구로 인한 제약을 최소화하기 위한 편의성도 엿보입니다. 아날로그 스틱을 이용해서 손쉽게 코스 조절이 가능하며, 어느 정도 코스를 제작하고 나머지는 자동으로 생성되는 부분도 불필요하게 어려운 조작을 피할 수 있게 해줍니다. 전문가 수준으로 파고들 수도 있고 적당히 알아서 끊을 수도 있는, 기존 가정용 게임과는 달리 충분히 제작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무한에 가까운 유저 제작 콘텐츠로 인해 게임의 수명도 길어져서 취향에만 맞다면 1~2주 플레이하고 접을 게임이 아니라 직접 제작도 하고 다른 유저가 만든 경악할 만한 수많은 콘텐츠도 즐겨보면서 오래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되었습니다.
광활한 대자연을 느끼며 코스를 제작하자. |
위엄 돋는 상위권 캐릭터들. |
그리고 이러한 유저 제작 과정이 어렵지 않도록 자막 한글화가 이루어졌다는 것도 모드네이션 레이서의 강점입니다. 사실 모드네이션 레이서가 조금 뜬금없이 한글화 타이틀 리스트에 올라 있던 게임이긴 하지만 북미 시장 발매일과 크게 차이 나지 않은 시점에서 자막 한글화를 통해 정식 발매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환영할만한 부분입니다. 자막 한글화로 인해 보다 게임에 쉽게 익숙해질 수 있으며, 창조와 공유 요소도 쉽게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드네이션 레이서는 특이하게 PS3 버전과 PSP 버전이 동시에 발매되었는데, PSP 버전 역시 자막 한글화를 통해 발매되었으며, PS3 버전에 비해 다소 생략이 되었지만 PSP 버전 역시 모드네이션 레이서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수준입니다.
센스 넘치는 대사는 레이스 도중에도 계속 흘러나온다. |
동시 발매된 PSP 버전 역시 한글화되었다. |
게임 방식은 기존 대전형 레이싱과 동일하다고 봐도 됩니다. 정해진 코스를 정해진 랩만큼 주행하면서 랜덤 아이템을 획득하고, 아이템을 사용해서 공격하고 방어하면서 순위를 정하게 됩니다. 레이스에 앞서 몇몇 목표가 도전과제로 주어지며, 이를 완수했을 경우 추가 아이템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다만 커리어 모드의 난이도는 그리 만만한 게 아니어서 캐주얼 레이싱이라고 가볍게 보고 덤벼들었다간 몇몇 극악한 난이도의 미션 앞에서 자기 자신이 이렇게나 분노 조절이 안 되는 사람이었다는 것에 새삼 감탄하기도 합니다.
기본은 대전형 카트 레이싱. |
레이싱에 앞서 몇몇 도전 과제가 주어진다. |
위에서 언급했던대로 유저가 직접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고, 그러한 부분에 초점이 잡혀 있는 타이틀이지만 본질적으로 모드네이션 레이서의 장르는 대전형 레이싱 게임입니다. 결국 레이싱 게임으로서의 재미가 보장되어야만 하고, 모드네이션 레이서만의 특징 또한 뚜렷하게 구분되어야만 합니다. 그리고 본 게임에서 내세울 수 있는 시스템은 바로 드리프트 시스템과 아이템 시스템이라 할 수 있습니다.
드리프트는 버튼 하나로 쉽게 구사할 수 있으며, 드리프트로 부스트 게이지를 모은다는 개념은 모드네이션 레이서에도 적용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모은 게이지로 방어막을 생성할 수 있는 것은 조금 색다른 부분입니다. 드리프트로 게이지를 모으고 적절한 타이밍에 방어막을 활용하면 보다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는 확률은 높아집니다. 이러한 요소 덕분에 드리프트는 부스터를 사용하기 위한 공격적인 주행과 방어막을 사용하기 위한 방어적인 주행 모두 가능하게 하며, 제대로 된 주행을 위해서는 반드시 익숙해져야 할 시스템이기도 합니다. 물론 드리프트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도 게이지를 모을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게이지를 모을 수 있는 방법으로 레이스를 해야 합니다.
드리프트로 게이지를 모아 부스터를 사용하는 것이 기본. |
게이지로 방어막을 사용할 수도 있다. |
조작 체계는 다른 게임들과 비슷한 편. |
코스 도중에 널려 있는 랜덤 아이템을 획득해서 다른 캐릭터를 공격할 수 있고, 공격 아이템의 성능 역시 다른 대전형 레이싱 게임에서도 볼 수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아이템 운용에 있어서는 모드네이션 레이서만의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레벨업의 개념을 아이템에 적용했다는 것입니다. 같은 계열의 아이템을 얻으면 최대 레벨 3까지 아이템의 레벨을 올릴 수 있으며, 레벨이 올라가면 미사일의 경우 미사일의 개수가 늘어나거나 사정 거리가 늘어나는 식으로 아이템의 공격력이 강화되거나 특수 효과가 추가되기도 하며 레이싱에 많은 도움을 주게 됩니다. 레이스를 하면서 당장 눈 앞에 있는 라이벌을 공격하지 않고 지나가기란 그리 쉽지 않겠지만 아이템이 강화될수록 보다 강력한 도움을 얻을 수 있기에 그렇지 않아도 정신 없는 레이스 도중에도 적절한 상황 판단 하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합니다.
아이템 레벨을 올리면 위력이 올라가거나 아예 기술의 성격이 달라지기도 한다. |
일반적인 레이싱 게임과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레이스 모드와 타임 트라이얼 모드, 온라인 레이스 모드를 플레이할 수 있으며, 게임 플레이를 통해 다양한 아이템을 획득해서 캐릭터를 꾸밀 수 있습니다. 접대용 게임으로는 당연한 소양인 화면 분할 모드를 지원해서 최대 4명의 플레이어들이 오프라인으로 대결할 수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다양한 모드가 부스 형식으로 준비되어 있는 일종의 대기실 격인 앞마당을 돌아다니며 각종 모드에 진입할 수 있고, 굳이 이동하지 않고도 메뉴 버튼을 불러 바로 해당 메뉴로 진입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게임을 시작하면 기본적으로 온라인에 접속되기에 다른 플레이어와 함께 앞마당에 범퍼카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앞마당에는 최고 평점을 받은 카트와 캐릭터가 전시되어 있기에 게이머의 원초적인 본능이라 할 수 있는 순위 경쟁을 은근히 부추기며, 자신의 창작물이 모든 게이머들이 무조건 모이게 되는 앞마당에 전시된다는 기쁨도 느끼게 해줍니다. 게임 플레이를 통해 아이템을 획득하고 자신의 오리지널 작품(비록 상위권 캐릭터들 대부분은 원작이 있는 캐릭터들이 대부분이긴 하지만)을 제작하고 공유하고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흐름이 매우 자연스러우며, 모드네이션 레이서의 앞마당은 그 효과를 극대화한 형태라 표현할 수 있습니다. 게임 도중 언제라도 게임 화면을 캡쳐해서 불러올 수 있다는 것도 소소하지만 색다른 재미를 제공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다른 의미로 앞마당 멀티. |
많은 인기를 얻은 캐릭터와 카트가 전시된다. |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진 말고. & #4314;( & #9593; & #9697; & #9593; & #4314;) |
아기자기한 분위기의 게임이지만 의외로 카트나 배경의 표현은 꽤 사실적으로 묘사되었고, 전체적인 그래픽의 수준 또한 수준급입니다. PS3용 게임의 새로운 지평을 열 정도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발매된 캐주얼 레이싱 게임 중에서는 최고 수준으로 꼽을 만하며, 높은 코스를 달리다 코스 아웃되어 떨어지는 와중에도 화면에 드넓게 펼쳐지는 아름다운 코스를 보며 새삼 감탄할 정도로 배경이 멋지게 제작되었습니다. 또한 레이스 게임에서 특히 중요하다 할 수 있는 프레임 문제 또한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서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다만 본 작품에서 누구나 다 지적을 하고, 실제로 플레이를 하면서 가장 안타깝게 느낄만한 부분은 바로 로딩 문제입니다. 처음 게임을 기동하고 나서 걸리는 로딩이야 어떻게 참을 수 있다 치더라도 시합에 들어갈 때 발생하는 로딩은 출시 전 많은 매체에서 지적할 정도로 문제시되고 있습니다. 그나마 도전과제 달성을 위해 재시도를 하면 긴 로딩 처리 없이 바로 시작한다는 것에 새삼 고마워질 지경입니다. 지난 5월 PS 블로그를 통해 로딩 단축 패치를 제작한다는 발표를 했고, 로딩 문제만 처리되면 게임 자체에는 큰 흠을 잡을만한 문제가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7월에 접어든 지금까지도 로딩 문제를 해결한 패치 배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건 아쉬운 부분입니다.
시원시원한 느낌의 배경이 많다. |
로딩이 날 힘들게 해. |
패키지 뒷면에 쓰인 \'다음 세대를 위한 카트 레이싱\'이라는 광고 문구가 약간 과장이 섞인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레이싱 게임뿐만이 아니라 모든 게임 장르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UCC라는 요소를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준비해두고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해놓았다는 것만큼은 확실합니다. 아이언맨과 배트맨, 조커가 함게 레이스를 펼치며, 마리오와 루이지가 크레토스와 함께 치열하게 순위경쟁을 하는 와중에 구석에서는 오바마 대통령(...)까지 레이스를 펼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난잡한 느낌도 들겠지만 캐릭터 제작 장인이 온라인을 통해 공개한 고유 캐릭터들은 제작사에서 직접 제작한 것만큼이나 위화감 없이 멋지게 재현되어 있습니다.
게임 자체의 완성도와 시스템적인 부분도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드리프트 게이지를 활용한 부스터와 방어막 시스템, 그리고 랜덤 아이템의 강화 요소로 인해 수많은 대전형 레이싱 게임과는 달리 모드네이션 레이서만의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시스템 자체는 다른 게임들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약간의 변형과 추가만으로도 충분히 신선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도 모드네이션 레이서의 영리한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캐주얼 레이싱 게임은 기본적인 부분만 충족해주면 접대용 게임으로도, 혼자서 파고들 만한 게임으로도 만족스러운 장르라 할 수 있으며 모드네이션 레이서는 장르적 완성도는 물론, 유저가 스스로 게임 안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해주는 게임으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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