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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1Days 」
스토리부터 캐릭터까지 무엇하나 부족한 게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근데 완결남..ㅠㅠ)
특히 안젤로와 네로의 심리묘사는 끝내줬고,
11화에 와서는 안젤로의 빅픽쳐계획에 환호할 지경...
하지만 완결이 난 지금도 생각합니다...
「 안젤로는 죽었을까? 네로는 살아남을까... 」라구요
다른 분들도 저랑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열린 결말이니 마음대로, 편한대로 생각하면 된다고 하지만...
대부분 안젤로와 네로 둘 다 죽는 결말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그래서 전 열린 결말을 제 개인적인 해석으로 써보려 합니다
이런 결말이 취향인 분들이 있길 바라며...
「 그 남자의 91일 」
「 91Days 」의 시작은 이 편지로부터 시작됩니다
그 누구와도 접촉하지 않고,
산송장같이 살던 남자 「 아빌리오 브루노 」에게 비가 오던 그날, 한통의 편지가 도착하죠
그것도 본명인 「 안젤로 라그자 」 앞으로 말입니다
편지 내용은 어린 날, 자신의 집을 습격한 3인조에 대한 정보가 담겨있었고,
이를 계기로 안젤로는 복수라는 삶의 이유 갖게 됩니다
:: 산 송장의 남자 ::
─ 삶이란, 감정 ─
아빌리오 브루노는 시체같은 남자입니다
1화에서 집주인이 『 살아있는건지, 죽어있는건지... 』 라며 말하기도 하죠
이뿐만이 아니라, 5화에서는 코르테오가 『 복수보다 자기가 살아남는 게 중요하잖아! 』 라며 질책하지만,
오히려 『 복수를 그만두면 살아가는 의미가 없다 』 라고 답변하기도 합니다
그런 아빌리오에게 살아가는 이유를 처음으로 준 것이
아버지의 지인이라는 발송인을 모르는 편지였고, 거기에 담긴 이름이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안젤로는 복수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이후, 자신의 가족을 해친 반노 크레멘트를 비롯해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데려갑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중반으로 넘어가며, 아빌리오의 감정과 인간성은 조금씩 바뀌어갑니다
그저 복수만을 알고 있는 아빌리오에겐 점점 다른 감정이 더해져가죠
... 조금이나마 인간다워진 아빌리오
이를 가장 먼저 눈치 챈 것은 안젤로의 형제인 코르테오였습니다
코르테오는 아빌리오의 변화를 점점 알아갑니다
아빌리오가 보인 감정은 때때로 분노였기도 했지만, 때때로는 알 수 없는 감정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 수록
코르테오는 더 이상 아빌리오를 막을 수도,
아빌리오를 도와줄 수도 없으며... 아빌리오에게 그 무엇 하나 알려줄 수 없음을 알 게 됩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어중간한 위치에 서버린 코르테오...
7화 이후, 아빌리오의 형제 선언을 듣게 된 코르테오는 초조해하기 시작합니다
그 후 코르테오는 팡고와 내통을 시작하며, 네로를 죽일 마음을 먹게 되죠
이는 아빌리오가 복수르 행하지 않은 것도, 코르테오가 마피아와 연결되기 싫어서도 아닙니다
아빌리오를 마피아에게서 멀어지게 하려는 마음보다
아빌리오의 변화를 유일한 형제인 자기자신이 주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크게 작용됬죠
이런 코르테오의 모든 감정은 10화에서 해방됩니다
『 당신은 아빌리오가 방해되는 거겠지, 네로의 오른팔 자리를 빼앗기는 게! 』
이 대사는 바르베로 뿐만 아니라, 대사를 내뱉은 코르테오에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코르테오는 네로에게 아빌리오의 옆자리를 뺏길까 두려워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르테오는 아빌리오가 유일하게 지키려고 했던 존재지만요
아빌리오는 코르테오를 지키기 위해, 위협을 무릅쓰고 몰래 그를 빼내오기까지 합니다
아빌리오와 코르테오는 며칠간의 생활로 모든 감정이 청산됩니다
아빌리오를 더 알게 되고, 대화를 통해 헝크러진 관계도 곧 회복합니다
『 로레스에 돌아갈꺼지? 』
『 응, 시카고에 들렸다가 바로 돌아갈꺼야 』
『 돌아올거지...? 여기로 』
『 ...그래 』
대답을 하지만 눈이 흔들리는 아빌리오...
코르테오는 그런 아빌리오를 알지만, 모르는 듯 무심하게 인사를 하며 아빌리오를 돌려보냅니다
아마 아빌리오는 이때 처음으로 죽음을 각오하고 받아들이려 했을 겁니다
복수가 아니라, 유일한 형제를 위해서 말이죠
하지만 이 또한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안젤로가 죽으러 간 걸 알고있는 코르테오는 무턱대고 바넷티 패밀리로 돌아옵니다
간조의 전화를 하지 않았어도, 코르테오는 아빌리오를 위해 돌아왔겠지요
결국 코르테오는 아빌리오의 손에 죽게됩니다
아빌리오는 코르테오를 위해 죽으려 했건만, 결과는 아이러니하게 반대로 나와버립니다...
코르테오의 죽음은 아빌리오에게 두가시 감정을 다시 가져다 줍니다
슬픔과 분노를 말이죠
그러나 아빌리오의 분노의 감정은 차갑게 식어버립니다
슬픔은 차오르고 터질 것만 같은데, 뜨겁게 타오르던 분노는 차가운 물안에 가라앉아 버립니다
...코르테오는 초조했습니다
아빌리오에게 새로운 감정을 알려준 게, 자신이 아니라 네로 바넷티라는 사실에 말이죠
그리고 그건 더욱 아나가 『 아빌리오가 네로를 죽일 수 없다 』 는 사실이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아빌리오에게는 해야할 일이 남아있고, 그건 곧 내일로 다가오게 됩니다
홀로 남은 아빌리오는 이리 중얼거립니다
『 계속 이날만을 기다려왔어... 아니, 진짜로 기다리고 있었던 건지...
이젠 모르겠다... 대체 무엇을 위해 돌아왔는지, 무엇을 위해 죽여왔는지... 』
지킬 존재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죽일 존재는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 그것(복수)이 정말로 살아가는 이유가 되었던가...? 」 아빌리오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런 아빌리오의 마음을 알고 있는 건 네로 뿐...
『 ...녀석은 이미 빈 껍데기 같은 존재야 』
아빌리오는 편지를 받기 전, 산송장 같이 살아가던 처음으로 돌아갔습니다...
밤은 깊어졌고, 극장은 열리게 되고, 아빌리오의 복수는 시작됩니다
하지만 아빌리오는 모든 것이 그저 허무할 뿐...
그렇기 때문에 일부러 바르베로에게 모든 진실을 보이게 만듭니다
간조는 계획이 틀어진 것만을 신경 쓸 뿐, 아빌리오가 어째서 실수를 했는지 알려하지 않습니다
『 망했구만, 어디서 실수를 한거야? 』
『 아니... 오히려 안성맞춤인 상황이잖아? 』
아빌리오는 오히려 자신이 죽어가는 상황과 네로가 이동했다는 사실에 만족해 합니다
복수의 밤은 끝났지만, 아빌리오는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아직 죽이지 못한 이들이 있지만, 아빌리오는 코르테오에게 「 해냈어 」 라고 말합니다
아빌리오가 죽이지 못한 다른 이들은 어차피 가르시아 패밀리에 의해 죽임을 당하겠지요
그렇게 된다면, 적어도 아빌리오는 네로가 죽는 장면을 직접 보지 않아도 됩니다
모든 것은 아빌리오의 계획대로 입니다
...하지만 삶은 어째서인지 아빌리오를 놓아주지 않습니다
또 다시 살아남은 아빌리오...
이걸로 세번째 입니다
처음에는 가족을 죽인 3인조로부터 살기 위해 도망쳤고,
두번째는 유일한 형제를 위해 죽음을 각오했으며,
세번째는 모든 것이 허망해 실의에 빠져 죽으려 했습니다
『 왜 구해줬지? 』
『 보답을 하고 싶어서 말이야... 다음 보스는 나야! 네 덕에 꽤나 일정이 당겨졌지 』
별 시덥지도 않은 이유로 또 살아남은 아빌리오
『 바넷티 녀석들은 아일랜드로 도망쳤어, 네가 잠자는 동안에 말이지 』
『 곧 금주법도 끝나, 저런 마을엔 아무런 가치도 없어지지... 왜 굳이 (죽이려하지)? 』
『 네로는 로날드의 원수야...
하지만 네가 (로날드 보다) 더 쓸모 있을것 같아! 쓸데없는 야심도 없고...
저기 있는 누군가(네로)를 죽이면 너는 자유가 돼... 같이 (패밀리로) 오겠나? 』
『 이제... 어찌되든 상관없는 일이야... 』
네로가 죽으면, 가르시아 패밀리로 들어오라는 말에 상관없다고 대답하는 아빌리오...
그런 아빌리오의 눈에는
저 멀리있는 아일랜드와 더불어 잡지 한권이 들어옵니다
아빌리오에겐 아직 해야할 일이 남아있습니다
:: 91일 후 ::
─ 숨겨진, 진심 ─
어째서 제목은 「 91Days 」 일까?
이 애니를 본 사람이라면 한번 쯤은 생각했을 궁금증일 겁니다
「 91Days 」 라는 제목은 생각외로 단순한 곳에서 나옵니다
2화 바넷티 패밀리의 결혼식에서 네로의 동생 프라테는 이런 말을 합니다
『 첫 상영회때는 돈 가르시아도 오게 됐어, 앞으로 3개월 뒤야 』
(이뿐만이 아니라, 코르테오도 3개월에 대한 내용을 꺼냅니다)
극장 완성에 걸리는 기간 3개월...
즉, 「 아빌리오가 로레스에 도착해서 복수를 시작하고 끝내는 기간이 91일 」 이라는 겁니다
다른 말로 바꿔 말하면 「 아빌리오가 네로와 만나고 그 만남이 파탄나는 기간 」이기도 하죠
하지만 애니 1화부터 12화 중,
12화는 유일하게 91일에 포함되지 않은... 즉, 91일 후의 이야기가 됩니다
이야기는 다시 호텔 로레스로 돌아갑니다
불타는 아일랜드를 바라보는 아빌리오
그런 아빌리오의 앞엔 분노에 찬 네로가 등장합니다
그런 네로의 등자에 어떠한 불안이나 공포는 커녕, 기다렸다는 듯이 웃는 아빌리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또 불청객이 있습니다 세르벤테 시체소실 사건의 귀환
『 그럼 어디로 갈까?
...그래봤자 가르시아에게선 못 도망치겠지만 말이야 』
『 왜 니가 여깄냐 』
예상치 못한 불청객에 불만을 토하는 아빌리오
하지만 오히히려 체롯토는 그런 아빌리오에게 불만을 토해냅니다
『 발신인은 누구냐? 』
『 간조 』
체롯토의 말을 다 무시하고, 네로의 질문에 대답하는 아빌리오
『 하... 여럿이서 속이고 있었단거구만...
테스타 라그자의 아들이 이 편지를 받고, 로레스에 돌아왔다... 그리고... 』
『 프라테도, 보르페도, 데르트로도, 바르벨로도, 반노도... 다 내가 죽였어 』
『 이 편지에 쓰여있는 사람들 중에 살아있는 건 나밖에 없어... 왜 안 죽인건데? 』
하지만 네로의 질문에 아빌리오는 말을 돌려 대답합니다
『 빈센트는 저택에 틀어박혀서 나오질 않아. 먼저 그 아들한테 접근하는 건 당연하잖아? 』
『 그날 극장에서 이제 나를 살려둘 필요는 없었을텐데? 』
다시 똑같은 질문을 던진 네로...
그날 극장에서 네로는 자신을 죽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가버린 아빌리오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아빌리오는 진심을 말하지 않습니다
『 너랑 빈세트한테는 나랑 같은 고통을...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을 줄 생각이었어...
풋... 안타깝게도 빈센트는 뒈져버렸지만... 』
아빌리오의 대답에 결국 분노를 터트린 네로
하지만 이것이 아빌리오의 도발이라는 것도 네로는 알고 있습니다
네로는 복잡하게 얽힌 감정을 추스르고 아빌리오를 때려 눕힙니다
『 ...보류다 』
시간이 지나, 체롯토를 마을에 내버리고 네로와 아빌리오는 여행을 시작합니다
이걸로 이 둘이 같이 여행을 떠다는 건 두번째가 됩니다
식도락을 제대로 즐기는 네로...
반대로 아빌리오는 제대로 된 식사는 커녕, 물도 입에 대지 않습니다
호텔 로레스에서 깨어난지 며칠이 지난지는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먹지 않은 아빌리오
...아빌리오에게서는 살려는 의지가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다만 숨은 쉽니다.. 살 의지가 있는건지, 없는건지...
네로는 그런 아밀리오가 신경쓰입니다
추격자가 온 것을 직감한 네로는 자리를 떠납니다
체롯토의 말대로 어딜가든 가르시아의 손에선 벗어날 수 없습니다
급하게 밤 중에 떠나려니 지리도 모르겠고, 지도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네로가 그렇게 전전긍긍하는 사이 아빌리오가 입을 엽니다
『 ...오른쪽이야, 남쪽으로 가면 41번 길이 나와 』
『 어딜 갈 생각인데? 』
『 ...바다 』
예상외의 답변에 살짝 놀란 네로
『 본 적 있어? 』
『 아니 』
네로는 곧 차를 몰고 41번 길을 따라 내려갑니다
바다를 가고 싶어하는 아빌리오
「 91Days 」에 있어, 물이란 어떤 의미로 가장 중요한 소재입니다
5화에서 위험에 빠진 티그레를 돕기 위해 강을 건너 아이랜드에 도움을 청하러 가기도하고
10화에서 코르테오를 빼내기 위해 함께 바다를 건너기도 합니다
그리고 코르테오가 술을 버리며 아빌리오와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며 맹세하는 장소이기도 하며...
12화에선 아빌리오가 처음으로 마신게 물이기도 하죠
이들은 모두 생과 연관됩니다
물은 모든 것의 시작, 모든 것의 생명이지요...
물은 살아가는 것, 즉 「 삶 」 이라고 생각됩니다
안젤로에게 처음으로 삶의 의미를 건내준 편지가 온 것도 비가 오던 날이었지요
그런 아빌리오가 네로에게 바다로 가자고 말을 합니다
저문 밤...
네로는 아빌리오에게 다시 한번 질문을 합니다
『 어째서 마을을 바로 안나갔지? 』
『 ...복수를 마지막까지 지켜보기 위해서 』
아빌리오의 대답에 네로는 모든 것의 시작이 됬던 편지를 태우며 말합니다
『 만족했냐...? 』
『 복수를 끝마치고, 가족의 죽음에 보답한다면...
사는 이유를 되찾을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아무것도 남지 않았어...
...모든 것은 헛된 일』
네로는 아빌리오의 대답에 억분할 뿐입니다
빈센트 바넷티,
즉 네로의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했던 유언과 함께 아빌리오에게 죽임을 당한 동료와 가족을 떠올립니다
모든 것이 헛된 일...
자신의 동료와 가족의 죽음은 그저 개죽음이라는 걸까?
차라리 만족했다고 대답했다면 이런 기분이 들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 개소리하지마...
그런 말로... 끝내지말라고...
그 녀석들은!! 그 녀석들의 죽음은 대체 뭐였던 건데!!! 』
네로의 진심은 여기서 터져나옵니다
『 어째서 나를 안 죽인건데...
너를...
믿고 있었다고!!!!!!!! 』
의심은 했었습니다
반노가 세르벤테와 싸우고 죽었다는 아빌리오의 말을 의심했지만, 믿었습니다
동생 프라테가 죽고, 홀로 패밀리를 지키기 위해 따라와 달라 부탁했을 때 대답해 준 아빌리오를 믿고 있었습니다
스스로의 손으로 친구인 코르테오를 쏴죽인 아빌리오를 믿고 있었습니다자신을 몇번이고 구한 아빌리오를 끝까지 믿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자신의 아버지를 구하는 것이 아닌, 아빌리오를 막으려고 했습니다
네로는 자신을 죽이지 않은 아빌리오보다, 자신을 배반한 아빌리오가 너무나 밉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아빌리오 또한 자신의 진심을 퍼부어냅니다
『 그럼 그때 날 죽였으면 됐잖아!! 』
생각지도 못한 아빌리오의 진심에 네로의 표정은 굳어갑니다
『 7년 전 그날 밤... 네가 나를 쐈었더라면... 』
아빌리오는 눈물을 흘릴 뿐,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허무합니다
...복수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살아가는 의미라 생각했던 복수는 아무것도 아니였습니다
아빌리오의 삶은 아무것도 아니였습니다, 아빌리오의 삶은 의미조차 없었습니다
...모든 것은 헛된 일이었습니다
그날 일을 회상합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 처음으로 총을 손에 쥔 날...
처음으로 사람을 죽인다는 중압감과 그 죄책감이 너무 무거웠던 탓일까,
네로는 그날 그 누구도 죽이지 못했습니다
...도망가는 아빌리오를 죽이지 못했습니다
혼자 살아남은 네로, 혼자 남겨진 아빌리오...
네로는 그날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아빌리오는 그날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이날 이후 이 둘에겐 변화가 생깁니다
같이 밥을 먹기도 하고, 아빌리오가 차를 운전하기도 하고...
때때로 고장난 차를 고치며 쉬기도 하고, ...그리고 곤히 잠을 청하기도 합니다
앞서 「 91Days 」의 뜻은
「 아빌리오가 로레스에 도착해서 복수를 시작하고 끝내는 기간 」과
「 아빌리오가 네로와 만나고 그 만남이 파탄나는 기간 」 이라고 설명드렸습니다만...
그렇다면 91일에 포함되지 않은, 91일 후인 12화는 「 대체 무엇을 위해 남겨뒀냐... 」 가 제일 중요합니다
애니 「 91Days 」는 그저 사람과 사람의 복수와 인간성, 심리묘사 그리고 허무주의를 담은 게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12화는 91일 후의 이야기...
즉, 「 아빌리오와 네로의 사람과 사람의 관계성 회복 」에 대한,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에 대한 인간다운 마무리를 담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1화부터 11화는 「 아빌리오의 복수에 대한 이야기 」 입니다
아빌리오에겐 복수란 삶의 이유, 살아가는 이유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단 91일 만을 살고 죽지 않습니다
바다에 도착한 네로와 아빌리오
이들의 여행은 해변가에서 끝이 납니다
아빌리오는 총 3번의 여행을 떠나는데,
네로와의 여행, 코르테오와의 여행, 그리고 복수자와의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여행은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회복(힐링)해줍니다
그렇기에 바다에 도착한 아빌리오와 네로의 관계는 대부분 회복되었다 봐도 과은이 아닙니다
『 사는 거에 이유같은 건 필요없어... 그저, 살아갈 뿐이야 』
네로는 아빌리오에게 그렇게 말합니다
삶에 대한 이유를 찾지말라고 합니다, 삶에 대한 의미를 두지말라고 합니다
그저 사람은 살아있기에 살아갈 뿐...
복수를 위해서도, 죽음을 위해도 사는 게 아닙니다
보름달이 떳던 그날 밤, 네로는 생각했을 겁니다...
자신이 끝내 죽이지 못한 이 남자를 「 어디로 이끌어 갈 것 인가 」 를요...
둘은 묵묵히 모래사장을 걸어갑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아빌리오는 네로에게 말합니다
『 네가 너를 죽이지 않았던 건, 너를 죽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야... 』
아빌리오의 진심은, 아빌리오가 무덤까지 가져가려고 했던 속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1화 때 처럼 바닥만을 보고 걷은 아빌리오는 처음으로 똑바로 앞으로 걸어갑니다
시선을 곧게, 정면을 바라보며 걸어갑니다...
아빌리오는 네로의 말에 삶의 의지를 되찾고, 「 살아가는 것 」을 선택하게 됩니다
하지만 네로는 삶의 의지를 되찾은 아빌리오의 등에 총을 겨눕니다
삶의 의지를 되찾은 아빌리오를 드디어 죽이려는 걸까요?
아빌리오가 선택했던 것 처럼, 네로 또한 선택을 할 차례...
하지만, 네로는 다시 눈을 감고 마음을 잡습니다
아빌리오는 네로가 총을 겨누는 걸 모르는 지 아는지 걸어갈 뿐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총은 발사됩니다
왔던 길을 돌아가는 차 안에는 아빌리오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네로만이 있습니다
아빌리오는 죽은걸까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네로의 옆자리엔 파인애플 통조림이 있습니다
이 파인애플 통조림이 암시하는 건,
「 아빌리오는 살아있고, (네로가 죽이지 않았고)
이 둘의 관계는 회복되었지만, 결국 서로 헤어졌다... 」 를 뜻합니다
어째서 이런 결말이 나왔냐? ...라는 질문에
파인애플 통조림이 유일하게 등장한 4화에 이런 대사가 있습니다
『 뭐야, 이건? 』
『 통조림이야 』
『 보면 알지! 파인애플 케이크라도 만들 셈이야?
야! 놀지만 말고 총 손질 좀 해둬 』
『 차에 두고 왔어 』
『 뭐?! 두고 올 거면 이걸 두고 왔어야지! 』
4화에서 총 대신 파인애플 통조림을 가져온 아빌리오
그리고 12화에서 총 대신 파인애플 통조림을 가져간 네로
「 91Days 」에서 총이란, 「 사람을 죽이는 도구 」 입니다
하지만 또 다른 의미는 「 사람과 이별을 하는 도구 」이도 하지요
많은 이들이 총에 죽고, 그 총에 의해 많은 이들과 이별하게 됩니다
반대로 파인애플 통조림은 「 무언가를 채워줄 도구 」입니다
그건 때로 허기를 채워주기도 하고, 때로는 누군가와의 추억을 채워주기도 합니다
아빌리오와 네로... 둘은 서로 같은 길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선택은 하지 않았습니다
아빌리오는 네로의 말에 의해 「 살아가는 것 」을 택했습니다
하지만 네로는 아빌리오를 위해 「 스스로 죽는 길 」을 택하게 됩니다
네로가 스스로 죽는 것엔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둘이 같이 있지 않다는 점
둘째, 왔던 길을 돌아갔다는 점
셋째, 모래사장에서 아빌리오는 앞으로 나아가고, 네로는 뒤에 멈춰슨 점
암살자에게 쫓기고 있는 네로에게 왔던 길을 돌아가는 건 자.살 행위 입니다
하지만 네로는 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드디어 살아가는 것을 선택한 자신의 동료를 위해... 안젤로를 위해서 말이죠...
둘이 만약 같은 길을 선택한다면,
결국 네로와 아빌리오 둘은 암살자에게 살해당하거나,
혹은 아빌리오가 다시 마피아의 길에 들어 설 수 밖에 없게 됩니다
(반대로 네로 혼자 도망갔다면, 아빌리오는 결국 죽거나, 마피아로서 비참한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네로는 암살자를 아빌리오에게 뿌리쳐내기 위해
스스로 왔던 길을 돌아가고, 아빌리오와 헤어지게된다고 생각됩니다
둘은 결국 헤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네로는 아빌리오에게 총을 겨눠 이별을 고했다고 생각됩니다
네로는 자신의 선택에 후회는 없습니다
누군가는 분명 잘못된 선택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지요
하지만 네로에게 있어,
자신의 결정이 옳지않을지 몰라도... 적어도 「 틀리지 않았다 」는 것 만은 명백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죽으러 가는 길도 두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모든 것이 후련합니다
12화의 제목 「 더러워진 하늘을 빠져나가며 」
네로와 아빌리오는
서로 다른 선택을 통해 이 더러워진 하늘... 즉, 마피아의 길에서 빠져나옵니다
아빌리오는 살아가는 길을, 그리고 네로는 스스로 죽음으로 가는 길을 통해 말이죠
하지만 두명에겐 더 이상 분노도, 후회도, 상실감도 없습니다
12화에서 아빌리오는 사실 처음엔 네로를 살리기 위해 바다로 향했다고 생각됩니다
(플로리다 주)
자신이 죽이지 못한 네로를 위해서 말이죠
하지만 역으로 네로에게 구원받고 아빌리오는 스스로 살아가는 길을 택하게 됩니다
살기위해 도망쳐왔지만 복수를 살아가는 이유로 택한 것...
친구를 위해 죽음을 각오했건만 스스로 친구를 쏴죽였던 것...
상실감에 빠져 죽으려 했지만 어이없게 살아남은 것...
그리고 구원하려던 자에게 구원받게 된 것 까지도...
──삶은 언제나 자신의 선택대로 되지 않습니다
두 사람이 있던 장소에남은 발자국은 바다에 쓸려 사라집니다
두 사람이 살아왔던 과거는 아무것도 아니기에 그저 쓸려 사라집니다
두 남자의 91일 간의 이야기는 그렇게 끝납니다
:: 남은 이야기 ::
─ 구원받은 사람들 ─
- 오프닝에서 나왔던 그림
진짜 있는 그림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그림은 네로와 아빌리오 그 둘 그 자체
살아온 행적도, 모습도 다른 두 사람이 동등한 위치에 서서 물건을 교환한다
물건은 칼과 방패, 그리고 붉은 천을 감은 막대기...
이는 그대로 네로와 아빌리오에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살아온 행적도, 모습도 다른 네로와 아빌리오는
91일 후에 드디어 동등한 위치에 서서 물건을 교환하는데, 이 둘은 서로의 삶과 죽음을 교환합니다
- 엔딩에 가사가 없는 이유
처음부터 끝까지 「 라라랄- 라라랄- 라- 」로 끝나는 엔딩 곡은 무척이나 잔잔합니다
1절엔 전혀 가사가 없지만, 2절에는 가사가 있는데,
2절 가사를 들어보면 왜 엔딩에 가사가 없는지 알 수 있습니다
짧은 가사의 대부분이 「헤어지는벗을 용서한다 」를 알리는 가사..
특히 『 배반자에게는 입맞춤을 』 이라는 가사를 보면...
아빌리오와 네로의 인생사는 뭔가 참 잔혹한 느낌이 강합니다
그래서 둘다 죽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결국 누군가는 죽지 않으면 누군가는 살 수 없는 관계
결국 「 네로가 아빌리오를 위해 희생하고, 아빌리오는 살아남는다 」 는 게 제 나름의 결말입니다
「 91Days 」 같이 좋은 작품을 언제 또 볼 수 있을까요... 후...
당분간 이 여운은 가시지 않을 것 같습니다...
10월 신작애니 시작했는데 손도 못대겠네요 허허...ㅠㅠ
그럼 이 글은 여기서 끝맞칩니다... 나중에 수정할 부분이 생기면 되돌아올지도 모르겠네요..
다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타깝지만 요약본은 없습니다...
「 91Days 」 두번보세요, 꼭 보세요, 쭉 보세요...!
:: 끝난 이야기, 남겨진 그들 ::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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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3분기 최고의 명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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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 리뷰글 ㅊㅊ.. 모든 면에서 흠 잡을 곳 없는 금분기 수작입니다. 저 같은 경우엔 어디선가 본 이야기의 느낌이 들어서 그렇게까지 명작으로 생각하고 있진 않지만, 느와르 장르에 입문용으로 참 좋은 정통파 애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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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열린결말이라 그렇게 알고 생각해서 이렇게 글썼습니다. 둘다 살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님도 열릴결말이니까 둘다 죽었다고 생각해주시면 되겠네요. 그리고 질문인데 댓글이 왜이렇게 날카롭죠? 어디서 시비털릴 일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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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 리뷰글 ㅊㅊ.. 모든 면에서 흠 잡을 곳 없는 금분기 수작입니다. 저 같은 경우엔 어디선가 본 이야기의 느낌이 들어서 그렇게까지 명작으로 생각하고 있진 않지만, 느와르 장르에 입문용으로 참 좋은 정통파 애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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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네로도 사실상 얼마 살기 힘들죠... 가르시아파 추격자가 계속 따라붙으니.. | 16.10.06 00:0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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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열린결말이라 그렇게 알고 생각해서 이렇게 글썼습니다. 둘다 살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님도 열릴결말이니까 둘다 죽었다고 생각해주시면 되겠네요. 그리고 질문인데 댓글이 왜이렇게 날카롭죠? 어디서 시비털릴 일 있으신가요? | 16.10.14 22:5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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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형제같은 느낌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친구를 뛰어넘는 그 이상의 무언가죠 | 21.06.17 12:0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