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들과 드래곤 라자는 사바인 계곡 바닥까지 내려왔다. 병사들은 모두 땀을 닦으며 씩씩거리고 있었다. 그들은 나처럼 간단한 옷이라 아니라 갑옷을 입고 사바인 계곡을 타고 내려와서 모두 제정신이 아니었다.
하드 리더는 가벼운 가죽 갑옷이라고 흔히 말하지만, 그것은 다른 갑옷에 비해 가볍다는 말일 뿐 보통의 옷보다 훨씬 무겁다. 그리고 하드 리더 쯤 되면 입고 뛰어다닐 만한 옷도 아니다.
특히 할슈타일공(公)께서는 기절할듯한 모습이었다.
나는 한 마디 건네보았다.
"힘드시죠. 드래곤 라자."
"헉헉. 아, 예. 헉."
"이제 다 온겁니다. 앉아서 쉬십시오. 바로 저 둔덕이거든요."
할슈타일공은 말도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나는 조용히 물러나 병사들을 재촉했다.
"아, 뭐해요! 어서 일어나 민트를 향해 돌격!"
병사들은 숨을 푸푸 몰아쉬면서 일어났다. 그리고 각자 준비해온 자루를 꺼내어 들었고, 나는 휘파람을 불며 그들을 둔덕으로 데려갔다. 둔덕에는 민트가 가득 나 있었다.
샌슨은 세 명으로 하여금 횃불을 들고 서게 했고, 나머지 병사들은 민트를 채집했다. 난 그 옆에서 팔짱을 끼고 감상했다.
"임마, 후치! 너도 좀 도와라."
"내 역할은 여기까지의 안내."
"관두자, 관둬."
"달빛 좋은 밤, 우리의 용사들. 가슴에 품은 정렬, 민트에 내뿜는다."
병사들은 킬킬거렸다.
난 기세가 올라 더욱 목청껏 소리를 지르기 위해 고개를 들어 올렸다. 밤하늘 동편에서 이제 서서히 하늘 중앙으로 떠오르고 있는 셀레나의 보름달이 기가 막히도록 시원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하늘엔 셀레나, 용사들의 롱소드를 서슬푸르게 비추니."
"그 어떤 민트라도 용사들의 손길을 피할소냐."
"보름달 아래 채집한 것들, 최상의 향기가 함께 하리니."
"라이칸스롭(Lycanthrope)을 축복하는 보름달이여. 용사들을 축복하소서."
샌슨이 고함을 꽥 질렀다.
"임마! 우리보고 늑대로 변하라는거야? 이렇게 고함지르며? 아우우…"
우우우… 아우우우우…
온 몸의 털이 곤두섰다. 너무 시간을 잘 맞춰서 늑대가 울어 젖힌 것이다.
놀란 나머지 몸의 균형을 잃고 주저앉아 버리는 병사도 있었다.
"우와, 하, 놀래라. 샌슨, 친구들이 부르네?"
샌슨도 굳어버린 채 서 있었다가 내 말에 간신히 웃음을 띄었다.
"깜짝이야. 원참 녀석들. 정말 타이밍 잘맞추네."
그때였다.
우워어어… 크르르… 우워워워워!
아까보다 더 소리가 가까워져 있었다.
병사들의 얼굴빛이 바뀌었다.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며 이윽고 돌멩이를 걷어차는 좌르륵! 하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다가오고 있었다. 늑대가 횃불로 달려들다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데 달려오다니. 보통 늑대가 아니다.
샌슨은 급히 롱 소드를 뽑았다.
"네 녀석의 그 노래대로라면 곤란한데."
병사들도 제각기 롱 소드를 뽑아 들었다.
난 파랗게 질려버렸고, 어떻게 달아나야 될지 주위를 둘러보았다. 드래곤 라자의 모습이 보였다. 그 꼬마도 역시 엉거주춤한 모습으로 겁을 집어먹고 있었다.
샌슨은 급히 지시했다.
"모두 할슈타트공과 후치를 둘러싸라. 그리고 자렌, 해리… 또 누가 코팅 된 검을 가졌지?"
"나야."
양조장 장남 터너가 앞으로 나섰다. 샌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곧 샌슨과 세 명의 병사가 앞에 서고 나머지 병사들은 나와 드래곤 라자를 둘러쌌다. 나는 겁에 질려 어쩔 줄을 몰랐다.
발자국 소리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한 놈인 것 같다. 하지만 엄청난 발자국 소리인데?
"저, 저기!"
우리 앞쪽 약 70큐빗 위쪽의 언덕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달빛을 등 뒤에 받고 있어 실루엣으로 보이는 그 몸은 5큐빗은 되어 보였다. 늑대가 아니다.
그것은 두 발로 서 있었고, 구부정한 허리 위로 머리를 한 두서너 개 더 올려도 충분히 여유가 남을만한 어깨가 보였다. 어깨 양쪽으로 늘어진 팔에는 달빛을 받아 번뜩이는 대거(Dagger) 같은 발톱들이 보였다.
"워울프(Werewolf)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