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리뷰에는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에 대한 강력한 누설이 있습니다.
1. 내가 온 길은 엉망진창 길. 네가 날개를 달아 주기 전까지.
어드벤처 게임이라는 장르는 사실상 PS2로 대표되는 6세대 콘솔로 넘어오면서 사멸한 장르라 여겨왔다. 2000년대 초중반 '롱기스트 저니'와 '사이베리아'가 장르의 불꽃을 마지막으로 화려하게 지피고, 꿋꿋이 이어오던 '미스트' 시리즈가 온라인 게임화에 실패한 뒤 종결되면서 게임 회사들은 어드벤처 게임에 돈을 들이려고 하지 않았다. 어드벤처 게임은 사실상 소규모 제작사와 개인 개발자들 사이에서 숨을 이어가며 퀀틱 드림이 제시한 '인터랙티브 필름'에게 판도를 넘겨주는 듯 했다. 루카스아츠에서 독립한 텔테일 게임즈라는 회사가 홀연히 '샘 앤 맥스(1993년 발매)'의 후속작 '샘 앤 맥스 세이브 더 월드(2006년 발매)'라는 게임을 들고 오기 전까지 말이다.
샘 앤 맥스 세이브 더 월드는 게임의 경제학이라는 개념을 선취한 어드벤처 게임이었다. 물론 에피소드식 판매 방법은 2000년대 초반부터 여러 게임을 통해 선행되어왔지만, 텔테일 게임즈는 AAA급 게임의 DLC 판매 전략에 가까웠던 '하프 라이프 2' 에피소드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갔다. 비교적 짧은 기간에 적은 비용으로 이뤄지는 실속적인 제작과 드라마를 연상케 하는 분절적이면서도 연쇄적인 구조를 취한 게임 디자인에 첨단 기술로 가능해진 다운로드 배급망의 저렴함/신속함을 접목해서 매머드급 게임 제작과 다른 대안적인 게임 제작 방식을 선취했다.
텔테일 게임즈는 게다가 새로운 질서를 짜기에 적합한 안목과 PR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조지 루카스의 비호를 받으면서 게임 업계에 뛰어든 사람들이 주축이 된 회사답게, 그들은 자신들의 방법론을 게임 업계에 어떻게 홍보할지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단순히 루카스아츠 시절 게임뿐만 아니라 타 매체의 유명한 작품을 자신의 회사로 끌어왔으며 그 유명한 작품을 자신들만의 경제학에 도입해 파급력 있는 게임을 만들어냈다.
'원숭이 섬의 이야기'를 거쳐 DC 코믹스 산하 버티고 코믹스의 만화 원작을 게임화하면서 '에피소드'라는 구조를 '선택과 변화'라는 게임 디자인에 접목시켜 화제를 불러일으킨 '울프 어몽 어스', 지금까지 해온 실험들을 종합하면서 텔테일 게임즈를 메이저 제작사의 반열에 올린 '워킹 데드'가 그랬다. 그런 면에서 텔테일 게임즈는 1980년대 영국 신스팝 밴드 뉴 오더가 취했던 전략을 떠오르게 한다. 뉴 오더는 저렴하고 신속하게 제작/배포 가능한 싱글 매체와 신시사이저라는 첨단 기술을 통해 자신들의 음악적 재량을 매우 효율적으로 뽑아내 지역 인디 신을 부흥시키고 스타가 되었는데, 텔테일 게임즈는 모바일과 인디 게임 제작자들과 더불어 게임 업계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낸 회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운로드 판매로 나온 에피소드식 어드벤처라는 점에서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는 텔테일 게임즈의 노선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
프랑스의 게임 제작사 돈노드 엔터테인먼트가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라는 작품을 통해서 텔테일 게임즈가 개척한 '새로운 질서'를 취했다는 것은 매우 기회주의적이라고 비판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돈노드 엔터테인먼트가 처음으로 내놓은 '리멤버 미'는 스탠드 얼론 패키지로 나온 게임이었지만 과도한 QTE와 DLC, 인상적인 배경과 설정을 살리지 못한 평범한 이야기로 제목의 호기와 달리 잊혀버렸기 때문이었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라는 제목과 개발 당시 제목이 'What If?'이었다는 사실은 어찌 보면 '리멤버 미'의 실패에 대한 돈노드 엔터테인먼트의 코멘트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인생은 이상하다'. 자신들이 열심히 만든 게임을 대중은 '기억하지' 못했다. '만약에' 성공했다면…, 라는. 물론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는 말장난이지만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가 쓰라린 실패와 절치부심 끝에 태어난 게임이라는 사실은 명백하다.
서울 전자 음악단의 동명 앨범에서 타이틀을 따온 것은 당연히 아니다. |
2. 가는 곳은 모두 다르지만 지금 같은 곳에서 만났네.
포장을 뜯어보면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는 그야말로 '리멤버 미'에서 작정하고 멀어지기로 한 것처럼 보인다. 미래의 파리는 현대 미국 서북부 어촌으로, 강인한 흑인 전사는 이제 막 입학한 사진가 지망 힙스터 백인 고등학생으로, 기억 조작은 시간 여행으로 대체되었다. 당연히 화려한 액션이나 비주얼은 배제되어 있으며 QTE에 대한 박한 평가가 트라우마가 되었는지 '리멤버 미'와 달리 QTE 요소는 찾아보기도 힘들다. 하지만 몇몇 부분에서는 그들의 관심사가 여전하다는 걸 알 수 있다.
피X포크 미디어와 라이언 맥긴리나 로버트 메이플소프에 열광할 것 같은 주인공이라니 좀 신선하긴 했다. |
오리건 주가 배경인 게임답게 특유의 무성한 침엽수림이나 '파라노이드 파크'를 연상케 하는 스케이트 보드족도 등장한다. |
우선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에 등장하는 시간 여행이 제작진의 전작 '리멤버 미'의 기억 조작과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걸 지적해야겠다. '리멤버 미'에서는 주인공 닐린이 남이 품고 있는 과거의 기억에 들어가 중요한 소품의 배치를 바꾸는 것으로 변화를 일으켰다면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의 주인공 맥스는 현재의 자신은 그대로 둔 채 시간을 되돌리면서 자신의 선택을 바꾸거나 인물들의 행동을 조작해 변화를 일으킨다.
한마디로 '인과율의 조작과 그 연쇄'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할까. 다만 전뇌화라는 SF적 설정과 맞물려 이미 존재하고 있는 기억 이미지를 사후적으로 조작/편집하는 쪽(포스트 프로덕션)에 가까웠던 '리멤버 미'와 달리,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는 시간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현재를 끊임없이 변하게 한다는 점에서 훨씬 현장 연출(프로덕션)에 가깝다.
전반적으로 시간 여행에 대한 설정이나 묘사는 독창적이라기보다는 익숙한 클리셰를 가져와 쓰는 쪽에 가깝다. |
등장 캐릭터 대부분이 힙스터나 너드이다 보니 온갖 영화나 소설이 언급되고 인용된다. 시간 여행에 대한 영화가 언급되는 건 덤. |
기본적으로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는 카오스 이론이나 평행우주부터 시작해 기존 과학 이론들을 유용하고 있긴 하지만 그 이론들을 심도 있게 파고들거나 확장하기보다는 기본적인 뼈대를 세우고 엮는데 만족하고 있다. 중핵이 되는 시간 여행 능력 자체도 강풀의 웹툰 '타이밍'처럼 우연히 얻은 정체 불명의 초능력에 가깝게 묘사된다. 대체적으로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는 플레이어들에게 익숙하고 편안한(박하게 이야기하면 공장 생산된) 시간 여행 판타지에 몸을 기댄 채 이야기를 진행하는 편이다. 등장 인물들이 온갖 영화나 소설, 만화를 꿰뚫고 있는 힙스터이다 보니 언틸 던 만큼이나 소재에 대한 메타 코멘트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게임이기도 하다.
중반부부터 맥스가 찍거나 찍힌 사진을 통해 특정 순간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설정을 도입해서 다소 느슨하게 이어져왔던 예술가 맥스의 일상과 시간 여행 능력 초능력자 맥스의 비일상을 본격적으로 연결하기 시작한다. 이런 설정과 묘사는 그리 신선하진 않아도 롤랑 바르트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진은 "시간을 압축해 정지된 순간에 대상물의 과거와 보는 나의 현재, 그리고 사라질 것이 확실한 대상물의 미래를 동시에 담는" 매체이며, 그 매체에 담긴 고정된 이미지는 보는 사람의 특정 감정과 순간을 환기시킨다는 점에서 나름 논리적이고 효과적인 은유라 볼 수 있다. 다만 에피소드 5 최후의 선택에 등장하는 사진은, 선택한 이유는 알겠지만 지금까지 이뤄왔던 논리가 다소 흐트러지는 것 같아서 아쉬웠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나 로버트 카파 같은 유명 사진작가들이 언급되며, 사진사 퀴즈도 등장한다. |
그런데 사진, 나아가 예술을 바라보는 시선엔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에는 특성상 제법 많은 사진들이 등장하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소위 예술적이라 불리는 사진들은 매력이 없거나 추악한 비밀을 지닌 것으로 묘사된다. 반대로 조롱받는 셀카를 위시한 평범한 사진들은 사건 진행의 중요한 장치로 등장하며 심지어 맥스가 부끄럽게 여기고 제출하지 않았던 사진은 다른 세계선에서 빅토리아나 네이선의 '예술적'인 사진을 제치고 미술관에 걸려 사람들이 어떻게 찍었냐고 물어보는 위치로 올라가게 된다. 소위 '예술을 위한 예술'로 찍힌 사진은 부정적인 것으로 묘사하고 평범한 사진은 긍정적으로 묘사함과 동시에 전개를 위한 강렬한 소도구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본 작품이 어떤 식으로 사진을 바라보고 있으며, 나아가 전체적인 캐릭터와 서사를 어떻게 만들어가는지 알 수 있는 중요한 힌트라 생각한다.
예술 지망생들이 주인공인 게임답게 재능과 노력에 대한 이야기도 은근 자주 나온다. |
3. 나의 아픔들도 다 잊어버렸어. 그 자리에 메워진 부드러운 너. / 너는 나를 찾게 했어. 잃어버린 나를 찾아 주었어. 그러니 하라면 뭐든지 하겠어. / 나는 널 위해 여기 있어. 나의 꿈에 들어와. 이 꿈들이 끝나지 않게 나와 함께 있어줘.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는 마을을 붕괴시킬 폭풍우라는 떡밥을 초반에 던지고 시치미를 뚝 뗀 채 이야기를 전개한다. 주인공 맥스는 초반부만 하더라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소녀이고, 맥스가 겪는 사건의 고민도 그에 맞춰져 있다. 심지어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얻은 뒤로도 맥스의 고민과 문제 해결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단적으로 중요한 선택지를 고르고 난 뒤 '방금 전에 했던 말이나 행동을 되돌릴 수 있다면/그때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다면 더 나아졌을 건데…' 라는 섬세하지만 절실한 고민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주류 게임에서 보기 힘든 타입의 캐릭터를 조명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게임이기도 하다. |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는 그 섬세한 고민에 TV 드라마 '트윈 픽스'나 '브로드처치' 스타일의 닫힌 사회를 소재로 한 미스터리와 영화 '도니 다코' 같은 소외된 10대를 소재로 한 침침한 초능력물을 뒤섞은 플롯으로 서서히 맥스를 비일상의 수렁으로 밀어넣는다. 그리고 이런 전개는 가면 갈수록 가속도를 밟아 마지막 에피소드 5에 이르면 에피소드 1의 평온한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게 된다.
미국 교외에 사는 감수성 예민한 10대가 미스터리한 사건을 겪는다는 점에서 전반적인 분위기는 |
재미있는 점은, 그런 전개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감정의 결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맥스에게는 미스터리의 답이나 자신의 안위 만큼이나 친구들의 행복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뭐든지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심지어 비일상적인 사건을 다룰 때도 맥스와 클로이의 거의 동성애적이다 싶을 정도로(혹은 동성애적인) 애틋한 감정에 초점을 맞춘다. 이런 섬세하다 싶을 정도로 부드럽고 애잔한 감정의 결을 강조하는 어법은 독특한 부분이 있다. 분명 독창적인 감수성은 아니지만 마초적인 감수성과 폭력이 주인 게임 업계에서 보기 드문 감수성이라는 건 분명하다.
이런 독특한 감수성을 통해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는 게임 업계의 트렌드와는 다른 대안적인 여성 캐릭터 중심의 게임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맥스는 낮고 조용한 목소리에 튀지 않고 연약해 보이는 주인공이지만 그 속에 휘몰아치는 온갖 감정과 의지는 웬만한 양산형 마초 주인공들의 공장 생산된 으르렁거림보다 강렬하며, 클로이를 위시한 조역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인간적인 깊이나 의외성은 흥미진진하다. 남성 캐릭터 역시 마초적인 남성상과 거리가 멀기에 흥미로운 부분들이 있다. 캐릭터 메이킹이라는 부분에서 시에라 엔터테인먼트에서 출발해 '롱기스트 저니'나 '사이베리아', '비욘드: 투 소울즈'로 이어지는 비-여전사형 캐릭터들을 내세운 어드벤처 게임의 명맥을 잇고 있다.
감정선 이라던가 전개가 여성 캐릭터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에 백합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오아시스 같은 작품이 될 거라 생각한다. |
다만 클로이의 캐릭터 특징이 지나칠 정도로 '가장 따뜻한 색, 블루'의 엠마를 닮았다. |
4. 모든 걸 다 잘할 순 없잖아.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어.
게임 디자인 면에서 보자면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는 전반적으로 평범한 편이다. 기본적으로 2000년대 초반에 나왔던 3D 어드벤처의 영향력 하에 인벤토리/아이템을 최대한 지양하고 대화 위주로 풀어가는 디자인, 개별 에피소드의 선택이 누적되어 전개가 달라지는 부분은 '울프 어몽 어스' 이후 나온 텔테일 게임즈 게임들에 영향을 많이 받은 부분이 보인다.
|
|
핫스팟 배치이나 퍼즐 디자인은 전반적으로 평균. 종종 작위적이거나 짜증나게 하는 부분이 있긴 하다. |
하얀 선 위주로 이뤄진 UI 및 핫스팟 디자인 자체는 분위기에 맞게 팬시하고 깔끔한 편이지만 어떤 게 핫스팟인지 알기 위해서는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확인해야 하기에 다소 성가신 감이 있다. 대화 파트는 무난하게 디자인되어 있지만, 아무래도 선택지를 통한 변화가 많은 게임이다 보니 백로그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대신 문자 메시지와 일기장을 통해 맥스의 심정이나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꼼꼼히 기록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괜찮은 디자인이라고 본다. 특히 문자 메시지는 막판에 짧지만 섬뜩하게 쓰이기도 한다.
|
|
일기장이나 휴대 전화 기능은 좋았지만 대화가 중심인 게임이다 보니 백로그 기능이 없는 건 좀 불편했다. |
텔테일 게임즈의 게임과 차별되는 디자인을 꼽으라면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단도' 시리즈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시간 여행을 꼽을 수 있다. 실제로 돌릴 수 있는 시간은 2~3분 정도이고 대단한 차별점이라고는 할 수 없긴 하지만, 대화나 이벤트 스킵은 편하며 미래에 알아낸 정보를 이용해 새로운 대화 포인트를 찾아내 반응이 달라진다거나 절묘하게 행동 타이밍을 조작해 퍼즐을 푸는 등 소소하게 활용한 부분은 나름 묘미라고 할 법하다. 다만 이를 너무 강조한 나머지 작위적인 퍼즐이 드러나는 부분이 종종 있다. 예를 들어 챕터 1에서 카메라 수리에 필요한 드라이버를 꺼내기 위해 식기 세척기를 써야 하는 부분은 '처음부터 그렇게 했으면 됐잖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위적인 티가 심했다.
선택과 그 결과가 나름 에피소드 전반에 세세하게 영향을 미치는 편이긴 하지만.... |
무엇보다도 게임 디자인이라고 할 부분이 생각보다 얕다. 선택이 누적되어 변하는 부분은 저번에 리뷰한 '언틸 던'보다 훨씬 꼼꼼하게 처리되어 있지만 큰 결말은 에피소드 5에 일어나는 마지막 선택에서 결정된다는 점에서 결국 본 작품 역시 큰 틀이 정해진 '시네마틱' 어드벤처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스토리와 상호작용한다는 부분에서 과감하게 도전하지는 못한 채 안전 범위 내에서 머무는 쪽을 선택했다.
결국 마지막 선택에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그렇게 혁신적이진 못한다. |
그래픽은 안타깝게도 저예산 티가 난다. 색감이나 캐릭터 디자인, 미국 북서부 어촌 마을의 분위기를 살린 프로덕션 디자인은 합격점이지만 전반적으로 폴리곤으로 대표되는 표현 부분은 그렇게까지 인상적이지 못하다. 선배 어드벤처 게임들나 '울프 어몽 어스'나 '워킹 데드'가 한정된 리소스로도 독특한 개성을 확보했던 것과 달리 본 작품은 반대로 실사와 카툰의 애매한 경계에서 헤맨다는 느낌이 강하다.
특히 실사풍의 얼굴과 물리 법칙조차 무시하는 '떡진' 카툰풍 머리카락은 기묘한 위화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어차피 실사 위주의 그래픽으로 승부할 것이 아니었다면 좀 더 과감한 변화를 줘도 괜찮았을 것 같다. 이 외에도 정규 해상도가 아니어서 미묘하게 거슬린다거나 모델링 외에도 표정 묘사나 동작 등에서 어색한 부분이 발견되기도 한다.
정규 해상도도 아니고 모션이나 폴리곤 등에서 저예산의 기운이 느껴져 아쉬웠다. 특히 엑스트라 캐릭터들이 심한 편. |
반대로 사운드트랙은 여러모로 '힙스터(웃음)'스럽지만 게임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편이다. 프랑스 뮤지션인 조나단 모랄리가 제공한 곡들부터 시작해 소위 인디 록/포크들이 중심으로 이뤄진 사운드트랙인데, 로컬 네이티브, 브라이트 아이즈, 모과이, 아만다 파머, 호세 곤잘레스, 폴즈, 스파클호스 같은 인디 록계의 유명 인사들이 참여했다.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몽환적인 느낌의 선곡이 많으며, 섬세하고 부드러운 감정선이나 배경을 생각해보면 괜찮은 선택이다.
로컬 네이티브나 스파클호스 같은 뮤지션들은 일반적인 게임 사운드트랙에서 발견하기 힘든 이름이었던지라 좀 놀랐다. |
5. 온 세상이 필요 없다고 나를 밀어내도 난 괜찮아. 웃으면서 노래해봐. 고양이의 고향 노래를.
'특색 없는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이어서 팔리지 않을 것이다'라는 이유로 퍼블리셔들에게 거부당하다가 정작 출시 이후에는 상당한 판매고를 올렸다는 이야기는 꽤 유명하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가 나오기까지 겪어야만 했던 수난과 성공은 게임 업계의 남성편향과 성차별적 문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짐 스털링이나 얏지, 아니타 사카시안 같은 사람들이 꾸준히 지적해왔듯이 여성 게임 디자이너는 적고, 대부분의 여성 게임 캐릭터 역시 성적 대상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그에 반하는 시도는 상업적으로 팔리지 않고 사장되는 양태를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돈노드 엔터테인먼트의 행보가 이 문제에 대해 상당히 진지하게 고민하고 도전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의 첫 작품 '리멤버 미'는 여전사 캐릭터를 주인공 삼아 돌파하고자 했으며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는 한층 더 과감하게 전사 캐릭터도 버리고 대안적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와 서사를 들고 나와 경제적인 제작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으려고 했다.
물론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가 선택한 방법론이 아주 선구적이진 않고, 게임 디자인 면에서는 여전히 아쉬운 부분을 보이지만 전작 '리멤버 미'보다는 훨씬 안정적으로 자신들의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는지라 대작 액션 게임보다는 이쪽 방면에 소질이 맞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돈노드 엔터테인먼트의 차기작은 '뱀피르'라는 롤플레잉 게임이 되었기 때문에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에서 보여줬던 모습이 일회성으로 끝날지 아니면 계속 이어질지는 시간을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과연 돈노드 엔터테인먼트의 차기작은 어떻게 될 것인가? |
장점
● 대안적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와 플롯, 감정선.
● 시간 여행과 어드벤처 게임 퍼즐 디자인을 유기적으로 엮으려고 하는 시도.
● 인디 록 뮤지션들을 대폭 기용한 몽환적이고 따스한 사운드트랙.
● AAA급 예산과 판매 전략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사례를 남김.
단점
● 핫스팟을 위시해 다소 결점을 보이는 게임 디자인.
● 그래픽 콘셉트나 구현 방식이 애매한데다 저예산 티가 남.
● 결국 '마지막 선택이 모든 걸 좌우한다'는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함.
● 전체적인 인상은 신선하기보다는 익숙한 쪽에 가깝다.
요약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의 미덕은 게임 디자인 자체보다는 캐릭터나 서사 등에서 나온다. 전반적으로 게임 디자인은 2000년대 초반에 나왔던 3D 어드벤처의 전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판매 전략 역시 선구자들이 선취한 길을 따라가고 있다. 하지만 여성 캐릭터를 다루고 배치하는 방식에서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는 '대안적'인 면모를 보이며 작금의 게임 업계에 시사하는 부분이 많다. 그리고 그러한 요소를 선구자들이 선취한 게임의 경제학과 결합시켜 흥행에 성공해 파급력을 남겼다는 점에서 충분히 주목할 만한 게임이라고 본다.
(IP보기클릭).***.***
게임리뷰라고 하기에는 좀 별로인듯 하네요;; 그리고 결국 본 작품 역시 큰 틀이 정해진 '시네마틱' 어드벤처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스토리와 상호작용한다는 부분에서 과감하게 도전하지는 못한 채 안전 범위 내에서 머무는 쪽을 선택했다. 이건 진짜 아닌듯;; 초반부 선택에 따라 에피소드 초반에 메인급 캐릭터 하나가 통째로 사라지기도 하는데... 게임 제대로 해보신건지 의문이 들기도함.
(IP보기클릭).***.***
게임 다 클리어 해본 입장에서 저 의견에 동의합니다만... 죽는다고 해봐야 끽해야 케이트랑 에피4의 그 강아지 델꾸 있는 ㅁㅇ상 둘 밖에 없지 않나요. 그렇다고 그 둘이 스토리상에 큰 영향을 주나요? 딱히 그렇지도 않죠. 무엇보다 엔딩은 결국 앞에서 내가 뭘 했건 결국 마지막 선택지 딱 하나에 갈리죠.
(IP보기클릭).***.***
그래픽이 저예산티가 나다니;; 나름 카툰렌더링같은 동화느낌으로 실사와 경계를 아주 절묘하게 잡아서 저는 참 참신하다고 생각했는데 머리카락이 찰랑거려야 만족하시는거?
(IP보기클릭).***.***
그래픽 컨셉자체가 그거 맞아요.... 절대 저예산이라서 그렇게 티낸거 아닙니다
(IP보기클릭).***.***
ㅋㅋ 에피 다해본 입장에서 리뷰입장에 동감합니다. 님말씀대로 메인급캐릭터 하나가 통째로 사라지거나 사라지지 않거나 하는데, 문제는 그 이후에 전혀 영향이 없음......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게임리뷰라고 하기에는 좀 별로인듯 하네요;; 그리고 결국 본 작품 역시 큰 틀이 정해진 '시네마틱' 어드벤처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스토리와 상호작용한다는 부분에서 과감하게 도전하지는 못한 채 안전 범위 내에서 머무는 쪽을 선택했다. 이건 진짜 아닌듯;; 초반부 선택에 따라 에피소드 초반에 메인급 캐릭터 하나가 통째로 사라지기도 하는데... 게임 제대로 해보신건지 의문이 들기도함.
(IP보기클릭).***.***
게임 다 클리어 해본 입장에서 저 의견에 동의합니다만... 죽는다고 해봐야 끽해야 케이트랑 에피4의 그 강아지 델꾸 있는 ㅁㅇ상 둘 밖에 없지 않나요. 그렇다고 그 둘이 스토리상에 큰 영향을 주나요? 딱히 그렇지도 않죠. 무엇보다 엔딩은 결국 앞에서 내가 뭘 했건 결국 마지막 선택지 딱 하나에 갈리죠. | 15.11.09 03:19 | |
(IP보기클릭).***.***
ㅋㅋ 에피 다해본 입장에서 리뷰입장에 동감합니다. 님말씀대로 메인급캐릭터 하나가 통째로 사라지거나 사라지지 않거나 하는데, 문제는 그 이후에 전혀 영향이 없음...... | 15.11.09 10:58 | |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그래픽이 저예산티가 나다니;; 나름 카툰렌더링같은 동화느낌으로 실사와 경계를 아주 절묘하게 잡아서 저는 참 참신하다고 생각했는데 머리카락이 찰랑거려야 만족하시는거?
(IP보기클릭).***.***
그래픽 컨셉자체가 그거 맞아요.... 절대 저예산이라서 그렇게 티낸거 아닙니다 | 15.11.09 08:32 | |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