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New 포켓몬 스냅 | 출시일 | 2021년 4월 30일 |
개발사 | 반다이남코 | 장르 | 액션 |
기종 | 닌텐도 스위치 | 등급 | 전체 이용가 |
언어 | 자막 한국어화 | 작성자 | Mustang |
1999년 HAL 연구소에서 개발한 ‘포켓몬 스냅’은 포켓몬의 사진을 찍는다는 컨셉을 따라 기획된 타이틀이다. 지금은 작고한 이와타 사토루 대표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타이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컴퓨터로 사진의 좋고 나쁨을 평가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에서 시작하여 최종적으로는 포켓몬을 찍으러가는 게임으로 만들어진 셈이다.
디지털화가 이루어지며 모두가 주머니속에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현재 시점에서는 크게 와닿지는 않을테지만. 1999년 당시 사진을 찍고 현상하고. 감상하는 전반적인 과정에 오랜 시간이 걸렸음을 생각해보자. 이러한 배경 하에 포켓몬 스냅이 보여준 컨셉은 그 자체 만으로도 특별한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그리고 포켓몬 스냅이 보여줬던 이같은 특별한 감정선은 21년만에 새로운 비주얼과 새로운 기기로 다시금 태어났다. 반다이남코가 개발한 ‘New 포켓몬 스냅(이하 뉴 포켓몬 스냅)’의 등장이다.
뉴 포켓몬 스냅은 과거 닌텐도64로 출시되었던 포켓몬 스냅과 마찬가지로 ‘사진을 찍는다’는 개념을 게임으로 풀어냈다는 근본적인 부분은 변화하지 않았다. 요즘 게임들로 보자면 포토 모드만을 따로 떼어 게임을 구축한 것처럼 보이기 쉽다. 이 부분만을 떨어뜨려 두고 게임을 판단하면, 뉴 포켓몬 스냅은 제대로 갖추지 못한 타이틀처럼 보일 수도 있다.
기기의 성능이 올라가고 포토 모드에서 여러 기능들을 제공하는 타이틀이 늘어나는 만큼, 요즘 게임들의 포토 모드는 촬영 자체를 위해서는 그 완성도가 생각 이상으로 준수하다. ‘멋진 스크린샷’을 찍기 위해서 필요한 필터 기능 / 각도 조정 / 이외 더 멋진 스크린샷을 만들기 위한 이펙트 등을 제공한다.
과거 원작도 그러했지만, 포켓몬 스냅은 이 부분에서 단순히 ‘포토모드’로 부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포토모드에 중점을 맞춰서 진행되는 타이틀이라기 보다는 아케이드 레일슈터-버추어 캅과 같은-를 기반으로 구축된 타이틀이어서다.
인질이 더 많이 기억에 남는 버추어 캅.
총을 쏘지 않는데도 포켓몬 스냅을 레일 슈터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는 정해진 레일을 따라서 자동으로 이동하며, 이 과정에서 목표에 초점을 맞춰 셔터를 누르는 행위(Camera Shot)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총을 발사한다’는 행위를 셔터를 누르는 행위로 치환한 것이며, HAL 연구소가 개발했던 원작은 이 문법을 스스로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
단, 포켓몬 스냅은 ‘적이 쓰러지고 점수를 획득한다’는 보상과 결과물을 보다 평화로운 형태로. 그리고 컨셉에 맞춘 형태로 재배치하며 다른 게임에서 볼 수 없던 스스로의 정체성을 만들어냈다. 컨셉은 사진 촬영에 두고 있으나 게임 플레이 모두가 단순히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에 집중한 것이 아니다. 사진을 찍는 과정. 그리고 레일을 따라가며 플레이어가 만나는 경험과 시선의 확장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원작도. 그리고 이번에 다시 부활한 ‘뉴 포켓몬 스냅’ 모두를 관통하는 것은 바로 이 아이디어들이다. 어떻게 플레이어들이 시선을 돌리게 만들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다양한 발견을 하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기기의 성능이 올라가면서 모든 부분은 크게 변화했고 원작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도화되고 밀도 있는 결과물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뉴 포켓몬 스냅’은 몇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볼 가치가 있는 타이틀이다. 첫 번째는 게임 디자인 측면에서. 그리고 플레이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장치들에 대해서 생각해볼 여지를 남긴다.
그저 찍는 것 만이 포켓몬 스냅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다.
● 숨은그림 찾기와 피사체 가이드라인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포켓몬 스냅은 레일슈터의 문법에 뿌리를 두고 있다. 플레이어는 정해진 코스만을 따라가며 사진을 남기는 흐름을 벗어날 수 없다. 자유로이 제공되는 조작은 오직 시선의 변화 뿐이며, 이를 통해서 어떤 것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를 스스로가 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동의 자유가 없고 오직 시선의 자유만 주어진 셈이며, 이러한 명확한 한계를 바탕으로 게임이 설계되어 있는 상태다. 하지만 게임의 흐름이 시선의 변화만으로도 극적으로 달라질 수 있는 몇 가지 장치를 안배해 뒀다. 플레이어들이 최소한으로 집중할 수 있는 일종의 흐름과 같은 것들이다.
과거 아케이드 레일 슈터를 생각해보자. 해당 게임들은 시선과 이동의 자유를 제공하지 않는 대신, 플레이어들을 알아서 등장하는 적과 오브젝트를 제거하는 것으로 이끌었다. 한정된 시간에서 최대한 많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결과물이며, 여러가지 패턴과 갑작스레 나오는 인질(썸바디 헬프미~) 등으로 변주를 가했다. 시선과 이동에서 제한을 둠으로써 개발자의 설계 의도가 거의 대부분 반영되었고 집중할 수 있는 대상(주로 적)과 배경의 차이를 극명하게 만듦으로써 플레이어를 몰입하게 만드는 것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 포켓몬 스냅은 다르다. 시선의 자유는 곧, 이를 그대로만 둔다면 플레이어들이 하나에 집중할 수 있는 무언가를 특정할 수 없다는 말과 같다. 특히나 방대한 자연을 배경으로하는 원경. 다수의 야생 포켓몬과 같은 요소들. 풀과 나무 등 어지러이 배치된 오브젝트를 보자면 더욱 그러하다.
실제 자연에서 야생동물이나 곤충 등을 촬영해본 사람이라면 이해가 쉬울지도 모른다. 작고 잘 숨는 동물을 촬영하는 과정은 곧, 숨은그림 찾기와 같은 경험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 지 모르는 무언가를 기다리거나. 직접 수풀을 뒤져가며 찾아야만 피사체를 필름 안에 담을 수 있어서다.
코스 레벨이 오르면 더 많은 포켓몬을 만날 수 있다 = 찾을 포켓몬이 늘어난다.
물론, 포켓몬 스냅은 직접 찾는다는 부분에 있어서는 현실과 같지는 않다. 단, 과거 원작과 비교해서 훨씬 현실적으로 변한 풀과 나무. 자연환경으로 인해서 찍을 포켓몬을 찾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의 퍼즐 요소가 늘어났다고 생각할 수 있다. 투박한 폴리곤과 원색 위주로 구성된 1세대 포켓몬 디자인을 생각하면, ‘찾고 초점을 맞추는 행위’가 더 강하게 요구된다. 사진으로 담기 이전에 찾는다는 행위. 어느 하나에 초점을 맞추도록 유도하는 과정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가 기반이 되기는 하지만, 실제 게임에서 플레이어들이 ‘무엇을 찍을 것인가’를 결정하게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 됐다. 셔터를 누르기 이전에 수반되는 단계가 강화되면서 플레이어를 유도하고 시선을 모으는 방법론이 필요해졌다. 시선을 모으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없다면 혼란을 야기할 것이고. 너무 많아도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 분명하기에, 적절한 선에서 피사체를 배치할 필요성이 있었다.
다행히도 개발진은 이를 매우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해결했다. 이동하는 피사체와 고정된 피사체의 구분. 그리고 코스 하나를 관통하는 일종의 흐름을 부여하는 것을 통해서 말이다. 뉴 포켓몬 스냅의 모든 스테이지는 ‘이동하는 피사체’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플레이어의 시선을 일차적으로 모은다. 처음 코스에 진입했을 때 플레이어의 시선에는 어디론가 이동하는 포켓몬이 무조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자연스레 플레이어는 해당 피사체에 초점을 맞추고 셔터를 누르게 되어 있다.
좌로 우로. 상하로. 코스 내부에서 포켓몬이 움직이는 동선과 시선은 이리저리 얽힌다.
이어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끈 대상 주위에는 다시금 시선을 옮길 수 있는 대상이 배치되며, 초점을 그리로 옮겨 사진을 남긴다. 그 다음은 수평이 아닌 수직적인 요소가 추가된다. 시선의 정 중앙을 기준으로 외곽 쪽에서 무언가 날아오거나. 이동하는 것을 보여주며 시선을 수평이 아닌 다른 다른 방향으로 전환시킨다. 당연하게도, 시선이 옮겨간 곳에는 다시 플레이어의 시선을 끄는 무언가가 배치되어 있다.
각 포켓몬의 동선이 얽히면서 어디서 시작해 어디로 시선을 옮기느냐에 따라 발견할 수 있는 포켓몬이 달라지는 구조인 셈이다. 이와 같은 동선 배치는 개인적으로는 빈틈이 없게 짜여졌다는 평가를 내리고 싶다. 시선을 돌리면 항상 있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어떻게 시선을 옮길 것인지를 예상한 결과물이다. 시선 앞에서 뒤로 이동하는 포켓몬을 따라서 시점을 돌렸을 때도. 자연스레 위아래로 시점을 이동했을 때도 찍을 피사체들이 등장하며 수많은 셔터 찬스를 제공한다.
더불어, 코스 전체를 관통하는 약간의 이야기도 마련되어 있다. 필연적으로 주어지는 반복 플레이에서의 지루함을 덜어내기 위한 장치다. 코스의 레벨이 올라갈 때마다 새로운 포켓몬이 등장하는 것은 물론, 이야기는 조금씩 확장이 이루어진다. 처음에는 도망가던 흥나숭과 피츄는 레벨이 올라갈수록 플레이어에게 호의를 보인다. 다시금 방문한 코스에서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덜 도망하는 모습을 보이며 이전에는 찍을 수 없었던 새로운 포즈와 행동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게 된다.
플레이어를 반김과 동시에, 새로운 시선으로 유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자세히 관찰해보면 이들이 코스 전반을 가로지른다는 사실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코스 입장과 동시에 이동하던 포켓몬은 코스 중반과 후반에도 얼굴을 비추며 플레이어와 함께 이동한다는 느낌을 준다. 일종의 스토리텔링도 이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코스 초반 친구들 앞에서 불꽃킥을 자랑하던 염버니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코스 최후반부에 토대부기의 등 위에서 잠을 자고 있거나. 낮 시간대에 피츄와 놀던 흥나숭이 밤에는 토대부기 아래에서 잠을 자는 등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코스의 레벨이 올라갈수록 이전 레벨에서 이야기가 조금씩. 다양한 층위에서 진행되며 반복 플레이를 위한 목적을 부여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아주 조금씩 변화하는 코스 속에서 몇몇 포켓몬들은 자그마한 이야기를 갖기도 한다.
● 게임 플레이를 반복하게 만드는 요소들
뉴 포켓몬 스냅은 약 10~12시간 분량의 메인 이야기를 가지고 있지만, 이보다 더 많은 시간을 즐거이 반복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에 성공했다. 사진을 찍어서 도감을 채운다는 전제가 있지만, 최종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코스 한 번을 돌 때 하나의 포켓몬에 하나의 사진만을 제출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도감에 ★별로 4개의 사진을 제출해야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최소한 포켓몬 도감 하나를 완성하는 데에는 네 번의 출사를 나가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반복 플레이가 자연스레 필요해진 만큼, 코스의 레벨마다 변화를 주고 새로운 포켓몬을 등장시키는 것도 이러한 이유로 보인다.
최소 4회는 다른 포즈를 찍어야만 완성되는 도감.
파고들 수 있는 콘텐츠도 준수하게 마련되어 있다. 상호작용을 이끌어내는 방법도 전작과 비교해서 늘어났다. 전작이 잠을 깨우거나 포켓몬을 춤추게 만드는 피리 / 먹이를 주는 푸드 / 숨은 포켓몬을 꺼내는 볼 정도만이 있었다면, 뉴 포켓몬 스냅을 이를 갈무리하고 다른 방향으로 적용하도록 설계됐다. 포켓몬 하나 당 여러 장의 포즈를 찍어야 도감을 완성할 수 있기에, 멜로디 / 말랑사과 / 일루미나 오브 / 서치까지 네 개의 요소를 통해서 포켓몬의 새로운 모습을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흥미로운 점은 새로운 포즈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퍼즐 요소가 가미된다는 것이다. 자연적인 관찰만으로 획득하는 사진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대신 높은 별 수를 가진 행동 /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주위를 관찰하고 주어진 도구와 환경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는 자고 있는 포켓몬을 깨우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사용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과정을 이야기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사과를 던져서 물리적으로 깨우는 방법이 있을 것이고. 다르게는 멜로디를 트는 방법을 시도해볼 수 있다. 간접적인 방법으로는 벽에 매달려 있는 데구리를 사과로 맞춰 떨어뜨리려 깨우는 방법 등도 사용된다. 주위 환경과 플레이어가 가진 도구를 통해서 고민하고 문제가 해결되었을 때 새로운 포즈라는 보상을 얻는 구조는 전반적으로 퍼즐 게임의 문법을 떠올리게 한다.
새로운 포즈를 찍기 위해 고민하는 것이 게임의 파고들기 요소다.
덕분에 반복 플레이는 컴플리트를 노리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즐거운 경험이 된다. 조금씩 다른 피사체를 제공하는 구조. 고득점을 주는 사진을 노리기 위해서 이리저리 해결 방법을 바꿔보는 고민의 시간. 코스 전체에서 만날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 등이 있기 때문이다.
단, 기본적으로 문제 풀이의 과정은 플레이어의 호기심에 기반한다. 즉, ‘이렇게 하면 될까?’를 가정함에 있어서 호기심 없이는 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저 흘러가도록 내버려 둔다면 플레이어의 진행 과정에서 큰 발전을 만들어내기는 어렵다. 따라서 개발진은 이러한 정체를 간접적인 방식으로나마 해결하기 위한 단서를 슬그머니 제시하고 있다. 바로 리퀘스트의 존재다.
리퀘스트는 말 그대로 부탁이라는 의미와 함께, 플레이어가 이러한 퍼즐을 풀어내기 위한 최소한의 단서와 계기를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배치된 포켓몬의 모습을 촬영하는 것부터 특정 행동을 플레이어가 시도하도록 단서를 주거나. 새로운 포켓몬이나 행동이 있음을 알려주는 시스템이 된다.
리퀘스트는 새로운 행동을 볼 수 있는 단서를 직접적으로 주는 역할을 한다.
달성 시에 주어지는 보상도 실제 게임 플레이 외적인 꾸미기 요소만 있기에 해결함에 있어 큰 부담으로 작동하지는 않는다. 그 수도 매번 전부 다 해결하고 가기에는 너무도 많기 때문에, 전부 다 해결한다는 가정 하에서는 많은 시간 소모를 예정하고 만들어진 시스템에 더 가깝다.
그렇다고 ‘사진을 찍는 행위’만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아니다. 사진 촬영에 방점을 맞추기 보다는 행동을 이끌어내는 과정에서의 퍼즐 풀이. 그리고 이를 통한 발견에 더 비중을 둔다. 사진을 판정하는 과정에서 구도를 보지 않는 것도 발견에 더 치중한다는 것을 방증한다.
점수로 환산되는 것은 포켓몬의 포즈 / 크기 / 방향 / 위치 / 다른 포켓몬의 출연 등이 영향을 미친다. 정리하자면, 얼마나 꽉 차게. 정 중앙에. 해당 포켓몬의 표정과 행동을 담아내는 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플레이어의 위치를 고정시킨 만큼, 구도를 점수 측정 기준에서는 제외시키면서 뉴 포켓몬 스냅에서 찍히는 결과물은 오직 포켓몬의 행동과 주위 환경을 담아내는 것을 중요한 사항으로 삼았다.
자칫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 영역을 덜어낸 것은 전체 이용가 게임이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에는 긍정적인 판단으로 보인다. 필요한 부분만을 점수 판단 기준으로 잡아나가면서, 사진 촬영의 개념을 유지함과 동시에 적절한 수준에서 플레이어가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개념으로 자리하기 시작했다. 사진이 조금 어긋나더라도 코스 종료 이후 추가적인 촬영 기회를 줄 정도다.
일단, 목표를 가운데 놓고 셔터 스위치를 누르면 된다는 말.
● 포토 모드를 넘어서 - 사진을 찍는다는 것의 의미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에 접근하는 개발자의 시선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뉴 포켓몬 스냅은 이 지점에서 다른 게임의 포토 모드와 완벽하게 구별된다. 사진(스크린샷)을 찍는다는 행위를 두고 포토 모드의 목적과 포켓몬 스냅의 목적. 촬영 과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게임의 포토 모드를 생각해보자. 포토 모드는 기본적으로 ‘멋진 장면을 스크린샷으로 남기는 것’에 목적이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타이틀이 포토모드로 돌입하면 게임이 정지상태로 전환된다. 순간적으로 고정된 화면 위에서 캐릭터의 모션을 변경하거나 필터를 추가하는 형태가 된다.
이런 형태에서 게임 화면은 고정된 피사체로만 작동한다. 흘러가는 시간을 순간적으로 사진이라는 형태로 잡아내는 것이 아니라 고정된 무언가에서 직접 연출하는 것이다. 피사체가 고정되고 연출하게 되면서 포토 모드는 형태만 사진으로 자리한다. 흘러가는 것을 담는 것보다는 순간적인 무대 연출의 영역 또는 그림을 그릴 때에 조금 더 가까워진다.
이와 달리, 포켓몬 스냅은 순간을 한 장의 사진으로 담아내는 행위에 기반한다. 포켓몬 스냅에서 사진을 찍는 과정 모두는 움직이는 환경을 순간적으로 촬영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작은 차이처럼 보이지만, 그 결과물이 도출되는 과정이 내포하는 의미와 결과물이 갖는 의미는 다르게 작동한다. 촬영 주체부터 대상. 그리고 의미를 투영하는 모든 과정에서 차이를 해석할 수 있다.
포켓몬 스냅의 피사체는 본인의 캐릭터가 아닌 환경과 포켓몬이라는 대상으로 정해졌다. 가상의 자연물로 촬영이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포켓몬 스냅은 피사체와 촬영자(플레이어)의 관계를 관찰자로 정의한다. 포토 모드는 플레이어가 상황 안에 자리하지만 포켓몬 스냅은 관찰자이기에 상황 외부에서 이를 바라보는 역할로만 남는다.
동시에 플레이어가 지켜보는 관찰은 하나의 기록이자 발견의 과정이 되고, 이는 포켓몬 스냅을 관통하는 핵심으로 발전하기 시작한다. 게임 디자인 측면에서도 이야기했던 부분이지만, 포켓몬 스냅은 플레이어의 관찰자적 시각을 극대화하여 활용하고 있다. 플레이어가 시연자가 아닌 관찰자이기에 같은 상황을 두고도 사람마다 관점의 차이가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사람마다 갖는 관점의 차이는 말 그대로 카메라와 렌즈가 어디에 맞춰지는가로 이어진다. 언제.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셔터를 누를 것인가가 중요해지는 셈이다. 여기서 ‘언제’를 ‘어떤’을 결정하는 기준이 다르기에, 같은 상황과 피사체를 두고도 사람에 따라 다른 결과물이 나오는 것이다.
사람 개개인이 다르기에, 같은 행동을 담더라도 사람마다 다른 결과물이 나온다.
사진을 통해 나오는 결과물은 순간을 고정시킨 것임에도 충분한 의도와 의미를 갖는다. 다른 매체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사진이라는 매체의 특징이기도 하다. 필연적으로 우연을 동반하고 우연을 고정시키면서 구도와 대상에 의미가 부여된다. 우연과 의도라는 특징은 포켓몬 스냅도 마찬가지다.
의도적으로 행동을 연출할 수 있는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 또한 고정된 형태를 찍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포켓몬의 포즈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플레이어가 만나는 스토리텔링. 퍼즐 풀이로 인해 플레이어가 남긴 사진 한 장은 개인에게 있어 의미를 갖게 된다. 사진을 찍기 위한 과정까지 걸리는 모든 경험이 하나의 이야기이자 개인마다 달라지는 경험이 되는 셈이다.
물론, 뉴 포켓몬 스냅은 어디까지나 게임이다. 그러므로 포켓몬들이 보여주는 동선은 모든 플레이어에게 같은 형태로 제공된다. 하지만 이를 언제 만날지는 플레이어의 선택의 영역에 둔다. 이동 속도를 빠르게 하는 ‘터보’ 기능에서도 설명되지만, 이동 속도를 빠르게 가져가는 것 만으로도 촬영하는 시점과 타이밍은 달라질 수 있다.
일반적인 타이밍으로는 만나기 어려웠던 포켓몬 등을 조금 더 빠르게 코스를 이동하는 것으로 만날 수 있다. 동시에 다른 각도에서 포켓몬을 비추게 되거나. 새로운 표정을 보기도 하는 등 터보 기능을 얼마만큼 유지하느냐에 따라서도 다른 결과물이 도출되기도 한다. 이러한 지점은 자연스럽게 제공되기에, 플레이어가 잘 느끼지 못하는 부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얼마나 오래 빠른 이동을 하느냐. 그리고 어떤 각도와 어떤 타이밍에 셔터를 누르느냐에 따라서 플레이어가 사진을 통해서 담아내는 관점과 이야기가 달라지게 된다.
● 온라인 요소 - 공유를 통해 사진으로 생각해보기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곧, 사람의 관점을 반영하는 것이 된다. 그렇기에 사진은 해석할 수 있는 것이 된다. 사진에 찍힌 피사체가 보여준 고정된 행동과 시선. 촬영자의 의도와 생각들이 얽혀 이를 감상하는 사람에게 새로운 판단의 여지를 남긴다. 사진의 감상과 관련해서는 이광수 교수의 ‘사진의 인문학’에서 몇 구절을 인용하고자 한다. 이광수 교수는 해당 책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사진 안에 담긴 생각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우리는 사진 안에 담긴 생각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우리는 사진을 봄과 동시에 그 이미지 안에 은닉되어 있는 어떤 관계 속으로 들어간다. 그 관계는 두 가지 측면에서 만들어진다. 우선 그 관계는 이미지 안에 담겨 있는 여러 기호들을 통해 형성된다” - 이광수, 사진의 인문학
사진은 시간의 고정이기에.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이라는 문구로 대표되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Bresson)과 마찬가지로 사진에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남기게 된다. 촬영한 사람의 시선은 물론, 피사체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수용자에게 사진을 통해 전달한다. 순간을 촬영함으로써 사진 자체에 직접적인 의미가 부여되는 것이 아니고 이를 통해서 수용자가 어떠한 감정이나 생각. 또는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느끼게 만드는 것에 사진 감상의 의의가 생긴다는 시각이다.
뉴 포켓몬 스냅은 바로 이 전달 부분에서 발전한 온라인 환경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특기할 만한 점은, 플레이어가 아직 만나보지 포켓몬을 촬영한 사진을 동의 전까지 보여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플레이어는 자기가 만나지 못한. 즉, 한 번이라도 관찰하지 못한 포켓몬을 촬영한 사진을 우연히 볼 수는 없다. 이러한 점은 피사체인 포켓몬의 행동을 최소한 한 번. 혹은 그 일부라도 관찰해야 함을 의미한다.
정해진 행동 구조, 이야기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포켓몬 스냅의 피사체라면. 무조건 한 번은 그 이야기를 경험하라는 의미도 된다. 게임 내에 등장하는 포켓몬들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와 행동을 안다는 것 만으로도 다른 사람이 촬영한 영상을 감상하는 시선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점수와 랭킹을 노리는 사람이라면 ‘어떻게’가 될 수도 있고, 보다 아름다운 사진을 보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언제’가 더 중요해질 수도 있다. 혹은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한 사진임에도 구도를 비틀거나 다른 각도로 찍은 사진을 통해 개인적인 경험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아주 직접적인 편집의 영역이기는 하지만, 스티커나 이펙트를 추가하는 후편집의 결과물에서 포켓몬을 향한 애정을 찾아볼 수 있는 가능성을 남기기도 한다.
별거 아니면서도 묘하게 신경이 쓰이는 랭킹.
● 발견과 기록 그 사이에서
정리하자면, 뉴 포켓몬 스냅은 원작이 가지고 있던 ‘사진을 찍는 컨셉’을 계승하고 현 세대에 맞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강화한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다. 포켓몬 팬들에게 있어서는 세밀하게 구성된 포켓몬의 생태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 구매 여부를 가르는 포인트가 될 것이 분명하다. 게임의 무대와 플레이어의 동작을 한정하면서 퀄리티와 포켓몬을 만났을 때의 감정선을 준수하게 구현해 냈다.
포켓몬이라는 이름에 기댄 타이틀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전투와 육성이 배제된 외전작이라고는 하지만,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 있어서 들어간 디자인 측면의 의도와 배치. 고민들을 엿볼 수 있어서다. 특히나 단순히 포토모드 이상의 즐길거리,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 두면서 여러모로 살펴볼 요소들이 가득한 게임이 됐다.
사진에 담긴 표정과 사진 하나로 나름의 이야기,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물론, 뉴 포켓몬 스냅이 모든 층위의 플레이어가 즐거이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 아니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우선적으로 포켓몬이라는 IP에 친숙할 필요가 있는데다, 게임이 더 큰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1999년 발매된 원작을 플레이 했다는 전제가 필요해서다. 또한, 게임 외부적으로는 포켓몬 사진을 찍는다는 컨셉이 먼저 드러나기에 실제 게임 플레이가 일종의 스테레오 타입으로 구성되기 시작한다.
게임 플레이에 있어서는 레일 슈터에 어느 정도 정체성을 두는 만큼, 셔터 찬스를 놓치지 않기 위한 피지컬. 희귀한 포켓몬과 포즈를 이끌어내기 위한 퍼즐 요소. 그리고 시각적으로 플레이어의 호기심을 자극함과 동시에, 청각적 측면에서도 다양한 소리를 섞어내며 게임 시작부터 끝까지 여러 방향으로 피사체를 살펴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등 발견과 탐험을 기준점으로 삼아 만들어낸 게임 디자인은 눈여겨볼 만한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뉴 포켓몬 스냅은 ‘포켓몬 사진을 찍는 게임’이라는 한 마디의 문장으로 정리하기는 어려운 게임이다. 크게 튀는 부분없이 잔잔하게 이어지는 정적인 플레이임에도, 꾸준히. 그리고 오랜 시간을 들여서 플레이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선입견을 떼어내고 접근한다면 개발진이 만들어낸 세밀한 디자인과 시스템에서 오는 몰입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작성 및 편집 정필권 기자 (Mustang@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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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소개는 초보입니다 해놓고 랭킹은 한국 2위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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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 어린이날 선물로 사줬는데 진짜 좋아함. 만약 내가 플레이한다고 한다면 절대 안 샀겠지만... 딸래미가 포켓몬 하나하나 발견하고 사진꾸미고 올리고 사과메달받고 하면 되게 기분좋게 게임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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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숲이나 초창기 포켓몬 고 같은 느낌이듭니다. 포켓몬 원래의 게임 시스템을 원하는 사람들한텐 안맞았지만 해당 게임에서 메인으로 미는 컨텐츠를 즐기고 소소한 목표 달성에서 즐거움을 얻는 종류의 게임인거 같네요. 어린이들이 더욱 좋아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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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헌 라이즈에서도 사진찍는거 넘 재밌어서 어케해야 얘는 역동적으로 잘 찍힐까 돌아다녔었는데.. 저한텐 이 게임이 딱인거같네욬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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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분 글의 짬밥을 보아하니 오리지널 스냅도 다뤄본 고인물 같으신데 아니나 다를까 국내 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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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 어린이날 선물로 사줬는데 진짜 좋아함. 만약 내가 플레이한다고 한다면 절대 안 샀겠지만... 딸래미가 포켓몬 하나하나 발견하고 사진꾸미고 올리고 사과메달받고 하면 되게 기분좋게 게임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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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님이 몇살인가요? 포켓몬 원래 알고 좋아했엇나요? | 21.05.18 23:4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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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숲이나 초창기 포켓몬 고 같은 느낌이듭니다. 포켓몬 원래의 게임 시스템을 원하는 사람들한텐 안맞았지만 해당 게임에서 메인으로 미는 컨텐츠를 즐기고 소소한 목표 달성에서 즐거움을 얻는 종류의 게임인거 같네요. 어린이들이 더욱 좋아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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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헌 라이즈에서도 사진찍는거 넘 재밌어서 어케해야 얘는 역동적으로 잘 찍힐까 돌아다녔었는데.. 저한텐 이 게임이 딱인거같네욬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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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죠 (엄근진) | 21.05.06 23: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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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소개는 초보입니다 해놓고 랭킹은 한국 2위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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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초보 보는것 갔다 | 21.05.09 07:5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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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자랑 하려고 쓴 글 같음 ㅋㅋㅋ | 21.05.18 23:4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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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 2위인 초보라...스타1을 보는 기분이네요... | 21.05.23 15:0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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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전 포켓몬 다 안나오나요? | 21.05.07 14:4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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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종 정도 나온다고 하네요 | 21.05.07 14:4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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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분 글의 짬밥을 보아하니 오리지널 스냅도 다뤄본 고인물 같으신데 아니나 다를까 국내 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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