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별 볼일 없던 녀석이었다. 탄두를 코팅한 은과 여러 부적, 한약재등 비싸고 돈 되는 녀석들은 죄다 갈아넣은 총탄 3발에 녀석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흐물흐물 녹아내려버렸다.
"목표 달성이야. 이제 돌아가서 쉬어도 되나?"
모코우는 핸드폰을 들어 간단히 자신의 희망사항을 내비쳤다. 하지만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맑은 목소리는 모코우의 혈압을 높히기에 충분한 답변을 해주었다.
"아직. 의뢰 하나가 더 남아있어. 이번에는 동유럽이야"
모코우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는 입에 담배를 꼬나물었다. 엄지 손가락 끝에서 자그마한 불꽃이 생겨났다.
"이봐. 카구야...적당히 하지 그래? 이걸로 벌써 일주일째라고...난 집에 가서 쉬는것도 못해?"
"정 그렇다면 의뢰 취소하고 의뢰비도 돌려주면 되겠네. 참고로 의뢰 취소 하나당 계약 기간도 1년씩 늘어나는거 알지?"
모코우는 전화기 너머의 카구야의 목소리에 물고있던 담배를 땅바닥에 내던진 뒤 신경질적으로 비벼서 꺼버렸다.
"그건 사양하지...아무리 내가 불사라서 안죽는다고는 하지만 너의 얼굴을 1년이나 더 보면 그 불사고 뭐고 다 쓸모가 없어질것같거든"
모코우의 비아냥이 가득 담긴 농담에 카구야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와그르르 웃음을 터뜨리더니 다시 모코우에게 이야기 했다.
"지금은 시간이 늦었으니 오늘 하루정도는 쉬어도 되. 어디 여관방 잡고 푹 쉬어. 하지만 날이 밝고 눈 뜨는 즉시 출발하고"
"뒈져버려라"
"유감스럽지만 그럴수 없네요~ 나도 너처럼 오래 오래 살거거든"
카구야의 반격에 할 말을 잃은 모코우는 핸드폰을 닫고 이것마저 땅바닥으로 집어던질까 생각했다.
잠깐의 생각후 모코우는 안정을 되찾았다. 싸구려라고는 하지만 아직 할부가 3개월이나 남아있었기 때문에 모코우는 심호흡을 하고 핸드폰을 굳세게 쥐고 있던 손을 힘 없이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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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구야가 보낸 전용기에 몸을 실은 뒤 자신이 있던 지역의 완전 반대편으로 날아간다. 파일럿의 말에 의하면 12시간의 긴 비행이 될거라며 한숨 자는게 빠를거라고 한다.
모코우는 긴 수면 뒤 부스스한 모습으로 낮선 타국 땅을 밟았다.
또 다시 시간이 지나 밤이 되기를 기다리며 모코우는 여관방에서 자신의 무기를 손질하고 있었다.
꼴에 잘나가는 기업의 사장이라고 카구야는 모코우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고 있었다. 기업의 사장이라는건 어디까지나 표면적인것, 조금만 더 깊게 파고들어보면 카구야는 그쪽계열에서는 꽤나 유명한 축에 속했다.
하지만 이쪽 계열에서는 완전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누군가와 회의를 하며 사케를 들이키다 일상이 끝나는 즉시 카구야는 또 다른 일상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나이트 헌터. 카구야가 만든 조직이자, 현재 모코우가 몸담고 있는 사냥꾼들의 길드이다.
각 지역마다 유명한 맹수, 쓰레기 이하의 인간을 처리하기로 유명하지만, 이 길드가 희소성을 띄는 이유는 바로 인간이 아닌 존재들을 사냥하는 길드이기 때문이다.
괴물들은 인간이나 맹수와는 달리 뛰어난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사냥꾼들도 처리하기 힘든 종이기에 사냥꾼들중에서도 괴물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직종은 보기 드물었다.
장사수완이 뛰어난 카구야는 이 점을 파고들었다. 전문적으로 괴물을 사냥하는 집단을 따로 만들어 높지 않은 의뢰비로 한번에 많은 의뢰를 받아들여 사냥꾼들을 널리 퍼뜨리는 방식을 고수했다.
덕분에 괴물 사냥꾼들이 카구야의 길드에서 머무는 경우는 의뢰를 받으러 오거나, 의뢰 완료 보고를 하는 경우 의외에는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모코우도 그런 이들중 하나였다. 어디까지나 일방적인 계약에 얽매여있는점이 그들과 확연히 다른점이긴 했지만.
모코우는 마지막으로 손질을 끝낸 자신의 무기를 죽 둘러보았다.
순은으로 도금처리를 한 10발들이 7.62x54mm 탄창 3개와 무식하게 큰 500 Magnum M500탄 30발
그리고 그 탄들을 무식하게 잡아먹을 무자비한 자신의 주무기들.
OTS-04 AS와 S&W M500 10.5인치식 모델 한 정. 그리고 혹시나 모를 위협에 대비한 두 자루의 짧은 단검. 단검의 날부분에는 은도금 처리가 되어있으며, 날 끝의 조그마한 구멍에선 일정 압력을 받을시 수은이 흘러나오게 되어있었다.
모두가 모코우가 길드에 들어오기 전부터, 일명 프리랜서 헌터 시절부터 애용하던 물건이었다.
그때는 탄 한발한발의 가격이 어마어마했기에 탄도 아껴쓸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카구야가 전폭적으로 모코우를 도와주고 있기에 아무 걱정 없이 탄을 쏴제낄수 있다.
10발짜리 OTS-04 AS는 그나마 반자동이기에 괴물에게 빗나간다 해도 다시 정신을 차리고 쏜다면 문제는 없지만, 문제는 이 길쭉한 리볼버다.
탄의 구경도 무식할뿐더러 그에 따라 무게와 반동도 상당하기에 쏘는게 너무 힘들어 잘 쓰게 되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부무장을 구하려 해도, 이미 이쪽에 너무 손이 길들여져있어 다른 총을 쏘기가 매우 힘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설령 쏘게 되더라고 큰 맘을 먹고 쏘거나, 마무리 일격용으로 끝낼때 쓰게 되니 그렇게 탄도 많이 챙겨가지 않게 된다. 사실상 리볼버 약실에 들어갈 5발과 예비용 1발이면 충분하다.
이걸 버티는 녀석은 아직까지 한놈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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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카구야가 찍어준 좌표에 도착했다. 울창한 숲 안쪽에선 어린 여자아이가 달빛에 취해 이리저리 빙빙 돌며 춤을 추고 있었다.
모코우가 다가가자 인기척에 춤을 멈추고는 어린 여자아이는 모코우를 바라보았다.
"이 늦은 시간까지 뭐하고 있는거지?"
"달이 너무 늦어서...그러는 언니는?"
꼬마아이의 질문에 모코우는 조금 당황하는가 싶더니.
"누군가를 만나러."
라고 짧게 대답했다. 그러고는 어린아이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덧붙였다.
"이 늦은 시간까지 있으면 안돼. 이 숲에는 무서운 괴물이 산대."
"괴물? 언니는 그 괴물을 죽이러 온거야?"
모코우는 꼬마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티없이 깨끗한 붉은 눈동자가 모코우를 응시하고 있었다.
모코우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더니 빠르게 리볼버를 꺼내어 아이의 머리에 조준했다.
"맞아. 죽이러온거야."
요란한 격발음이 귓전을 때리고, 총성에 놀란 새들이 서둘러 어두운 하늘을 향해 도망치듯 날아갔다.
머리의 절반이 부숴진 꼬마아이는 비틀거리더니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그리고 이윽고 온 몸이 녹아내리듯 땅 속으로 스며들어갔다.
"저항도 못하고 말이야...이런 약한놈도 내가 잡아야 하나?"
모코우는 주머니에 있는 담배를 한 개비 물고 불을 붙였다. 담배 연기가 폐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에 모코우는 조금 기분이 좋아지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는 일이 끝났겠지! 집에 가서 쉬어볼까나..."
모코우는 등을 돌려 마을로 걸어가려다 걸음을 멈추었다. 눈 앞에 보이는 여자아이가 너무나도 낮익었기 때문이다.
"하...씨X...이거 실화냐"
여자아이는 싱글벙글 웃으며 모코우를 향해 다가왔다.
"미리 카구야년에게 전화를 안해서 다행이군! 하마터면 별별 이유를 들먹이며 계약 기간을 연장하려 했을테니까!"
모코우는 등에 매어진 저격용 소총을 꺼내 여자아이를 겨누며 말했다.
"어서 덤벼! 뭘 그렇게 기다리고 있는거야?"
여자아이는 끔찍할정도로 소름돋는 미소를 짓더니 말을 걸었다.
"내가 괴물인지 어떻게 안거야? 변장은 완벽했는데?"
"그게 말이지 위장이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이상했지. 이 늦은 시간대에 어린 금발 미소녀라니 말이야. 영화냐? 그리고 말이야..."
모코우가 씩 웃으며 손가락을 코에다 가져다댔다.
"냄새로 알았다 얼간아. 너희 괴물들은 피 냄새 지우는 법을 모르는거냐?"
모코우의 말에 여자아이는 웃으며 박수를 치다 또다시 총알 한발에 머리가 박살나고 말았다.
"그만 웃고 덤벼라. 뭘 그리 헤실헤실 쳐 웃고 앉아있냐? 약이라도 했냐?"
"그래...이렇게 달이 예쁘니까..."
여자아이는 절반만 남은 머리로 말을 했다.
"피를 뒤집어 쓴 모습도 꽤 예쁠거야!"
여자아이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모코우를 향해 달려갔다. 모코우는 소총을 쏘아댔지만 한발도 맞지 않는다는 모습을 보고 혀를 차며 총을 바닥에 집어던지고 주머니에 걸린 칼을 꺼내들었다.
여자아이가 그림자처럼 어딘가에서 튀어나와 팔로 모코우의 가슴을 꿰뚫었다.
"헤헤. 사냥 끝!"
모코우는 그런 여자아이를 보며 씩 웃고는 여자아이의 가슴에 단도를 깊숙히 찔러넣고는 말했다.
"그래. 게임 오버"
여자아이는 화들짝 놀라 뒤로 연기처럼 물러났다. 여자아이의 손이 빠져나가자 모코우는 피를 토하며 주저앉았다.
"마지막 저항이야? 하지만 이런 상처는 나에겐 별로 치명적이지도 않으니까"
여자아이는 은에 닿은 부위를 쓱 문지르자 아무것도 없던것처럼 상처하나 없는 모습이 되었다.
"그렇게 빨리 낫길 바랬다...!"
여자아이가 모코우를 향해 걸어오다 움찔하며 멈춰섰다. 잠시 모코우를 바라보다 재빨리 자신의 상처가 났던 배쪽을 바라보았다.
여자아이는 급히 윗옷을 걷어올려 자신의 상처를 바라보았다. 상처가 있었던 부위를 중심으로 검은 자국이 천천히 혈관을 타고 번져흐르고 있었다.
"수은이 피와 함께 빠져나가면...안되니까...헤헤"
여자아이는 표정이 굳어 모코우를 향해 다가갔다.
"이런...빌어먹을 자식이!"
"여자아이는 그런 험한말 쓰는거 아니다"
모코우는 자신을 물어뜯기 위해 다가온 여자아이의 입에 총구를 쑤셔넣고는 방아쇠를 당겼다.
또 다시 요란한 격발음과 함께 여자아이의 머리가 산산조각이 났다. 머리가 달아난 여자아이는 아까전과는 다르게 목에서 피분수를 뿜으며 천천히 뒤로 걸어갔다.
비틀대고 움찔대며 뒷걸음질치던 여자아이는 자신의 목을 더듬더니 이윽고 땅바닥에 완전히 쓰러지고 말았다.
"아아...이겼다...이걸 2발이나 쓸줄이...야..."
모코우는 어이없다는듯 웃다가 이윽고 숨이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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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때도 없는 진동소리에 눈을 떴다. 어느새 비행기 안에 들어와있는 모코우였다.
"어. 카구야. 의뢰 완수다. 잡았어"
"수고했어 모코우. 완수 비용은 계좌로 보냈으니 돈걱정은 하지 말고"
"그래. 이젠 쉬는거지?"
"아니 이번에는 한국이야"
모코우가 두 눈을 번쩍 뜨고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소리쳤다.
"무슨 소리야! 일은 끝난거 아니야? 쉬게 해준다며!"
"너 없는 사이에 의뢰가 하나 더 들어왔어. 다른 사냥꾼을 보낼까 했는데 그 괴물이 네가 잡았던 녀석이랑 비슷한 타입이더라고. 어둠속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놈. 그래서 너가 경험도 있겠다. 보내게 된거지"
"너...이...새끼..."
"앗. 다른 의뢰인이네. 그럼 잠시 실례"
카구야가 핸드폰을 끄자 모코우는 이성을 잃고 핸드폰을 비행기 바닥에 힘껏 집어던졌다. 핸드폰이 박살나며 요란한 소리를 내자 모코우도 퍼뜩 정신이 들었다.
하지만 정신을 차렸을때는 이미 할부기간이 3개월이 남은 핸드폰은 산산히 부서진 상태였다.
모코우는 무릎을 꿇고 핸드폰 파편을 집고는 소리쳤다.
"카구야아아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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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에서 할거 없어서 핸드폰으로 생각없이 쓴 짧은 단편입니다.
손가락 아파서 죽겠네요.
핸드폰의 최고 단점은 분량 확인이 너무 힘들어요.
시간도 pc에 비하면 배로 걸리다보니 묘사부분도 간소화하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1시간동안 폰 붙잡고 쓴만큼 실망적인 내용은 아니군여.
장편 생각하다 머리식힐겸 쓰려고 한 소설인데 오히려 이 내용 쓰느라 더 힘들어졌습니다.
여담으로 모코우 무기는 제 개인적인 취향이 듬뿍 담긴 물건입니다.
시간적 여유가 되신다면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는것도 나쁘지는 않을것같습니다!
저는 그럼 손가락에 경련이 오고있으니 슬슬 돌아가보겠습니다.
수고하세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