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바사와 백랑 텐구들은 한개의 거대한 조를 이루어 마을로 향했다. 다행이게도 아직 카라스 텐구의 피해는 크지 않은 상태였다. 츠바사의 우려와 달리 인간들은 카라스 텐구의 공격을 막아냄은 물론 역습을 가해 거점에 큰 피해까지 입혔다는 소식까지 가져왔다.
이누바시리 키요는 이에 대해 크게 기뻐했다. 그간 안좋은 소식과 연이은 패전에 대해 내심 예민해있던 이누바시리였기에 더욱 기뻐하지 않을수 없었다. 이누바시리는 이 기세를 몰아 카라스 텐구의 본진까지 치고 올라가야한다고 주장했다. 인간들은 요괴들과 달리 아직까지는 자신의 마을을 지키고 싶고, 카라스 텐구의 공격에 대비하여 다른 백랑 텐구의 마을까지 지원해주겠다고 했다.
이누바시리는 이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며 인간들의 의견을 존중해주었고, 다음날 아침까지 모든 준비를 마친 후 역습을 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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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점을 제대로 공략한다면 아마도 중심부까지 치고 올라가는 길이 수월할것이다. 여기는 인간과 다른 텐구들이 함께 지낼때 유일하게 카라스 텐구들과 왕래가 가능한 지역이였기 때문이지"
"그렇다면 이쪽 수비도 적잖이 굳셀텐데...가능할까?"
이누바시리가 츠바사의 질문에 웃으며 답했다.
"무엇을 그리 걱정하는가? 나에겐 동료들이 있다. 빋고 따라와줄 동료들이. 카라스 텐구들을 베어 넘기는데에 거리낌이 없는 친구들이지..."
이누바시리의 말에 다른 백랑 텐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몇몇 백랑 텐구는 손을 들어보이며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츠바사는 그런 백랑 텐구들 덕분에 조금이나마 걱정을 덜 수 있었다.
"믿고 따르지..."
츠바사는 그 말을 끝으로 막사를 나섰다. 츠바사가 막사를 나감을 시작으로 하나 둘 막사 밖을 나섰고 작전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막사 안에서 츠바사는 자신의 검을 꺼내 들었다. 랑(狼)자가 선명히 새겨진 도신 위로 자신의 모습이 언뜻 비쳤다. 몰라보는 사이에 머리도 길어져 있었다. 처음 환상향으로 떨어졌을 당시에 비하면 매우 길어진 머리였다. 지금은 살짝 끈으로 묶어도 나름 자연스럽게 묶이는 머리가 되어버렸다.
'그만큼 시간이 흐른거겠지'
1년이라는 시간도 지나지 않았지만 그 짧은 시간 안에 엄청나게 많은 일들이 폭풍처럼 지나갔다. 만약 조금만 더 느리게 지나갔다면 츠바사는 제정신을 유지하지 못하고 미쳐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자신마저 실감하지 못할정도로 폭풍같았던 시간속에서 츠바사는 제정신을 유지할수 있었다.
슈고키의 죽음, 테츠의 죽음과 테루의 이탈. 앞으로 더 얼마나 많은 일들이 남았을지, 이 전쟁동안에 얼마나 많은 일을 겪어야 할지 츠바사는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더욱 긴장되었다.
"아얏..."
검을 닦던 손이 움찔하고 멈춰버렸다. 손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고, 검을 닦던 천은 반으로 잘려져 있었다. 너무 집중을 한 탓에 계속 한쪽 면에만 힘을 줘서 닦던것이 그만 천을 잘라버린것이였다.
자신의 상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깊게 베이진 않았지만 피가 흐르고 있었다. 뜨거웠다. 기분나쁠정도로... 츠바사는 손에 들려있던 천을 질끈 잡고 천에 피가 배어나오게 했다.
"츠바사님. 손님입니다"
"손님? 나한테?"
손님이라는 말에 조금은 기대감을 품고 막사 안으로 들이게 했다.
막사 안으로 들어온것은 유미에였다. 평소와는 다르게 검은 기모노를 입고 있었다. 길게 풀어헤친 머릿결이 촛불을 은은히 반사시켜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었다.
"유미에..."
"이렇게 빨리 뵙게 될줄은 몰랐네요."
"그러게요. 카라스 텐구가 이쪽을 목표로 삼을줄은 예상하지 못했죠"
"카라스 텐구들은 백랑 텐구들에게 호의적인 저희 마을에 대해서 좋지 않게 보고 있었던가봐요. 그래도 인간 마을을 건드리는것은 인간들 자체에게 선전포고를 하는것이나 다름없어서 작은 시비만 있었었는데..."
"아마 텐마의 명령이겠죠. 마을을 공격해서 백랑 텐구들을 자극시킨다..."
유미에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잘 막아주었어요. 유미에씨도 고생하셨어요"
"고생이라뇨...단지 아버지를 도와서..."
유미에가 배시시 웃었다. 그러더니 옷소매로 얼굴을 가려버렸다. 츠바사는 유미에를 바라보았다. 검은 기모노에 수놓아진 보라빛 꽃잎이 눈에 띄었다.
"그러고보니 츠바사님은...이전에 본명을 알려주신다고 했었죠?"
"본명은...더 다음에요. 이 전쟁이 끝나고...마을에 돌아올때요"
"그렇군요...얼마나 걸릴지 모르는데. 아마 죽을때까지 모를수도 있겠네요"
유미에가 생긋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 츠바사도 유미에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러게요. 그러니까 빨리 이 싸움을 끝내야죠. 더 늦기전에요..."
유미에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벌서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요. 저는 먼저 돌아가볼게요..."
"예. 어서 들어가세요"
유미에가 돌아간 후. 츠바사는 유미에가 떠나간 문을 바라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유미에의 말은 농담이 아니였다. 분명히 진심이였다. 애써 멋쩍게 웃었지만, 가슴을 죄여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그냥 알려줄걸 그랬나...'
츠바사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금세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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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사와 다른 백랑 텐구들은 카라스 텐구의 거점까지 손쉽게 갈수 있었다. 카라스 텐구들은 예상치 못한 습격에 당황했고, 그 굳건한 수비를 뽐낼 틈도 없이 와해되어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한놈도 살려두지 마라! 모조리 죽여버려라!"
이누바시리의 외침에 백랑 텐구들은 함성을 지르며 거점의 요새 안쪽으로 돌진했고, 카라스 텐구들은 별 다른 저항도 못한채 무참히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요새가 무너지는것을 저 멀리 백랑 텐구 하나가 지켜보고 있었다. 붉은 눈동자가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백랑 텐구의 상징과도 같은 흰 옷은 너덜너덜해져 넝마가 되었고, 머리또한 며칠간 관리를 못한듯 산발이 되어있었다.
백랑 텐구는 요새의 문이 열리자 쏜살같이 요새의 내부로 달려갔다.
츠바사는 그 모습을 똑똑히 확인 할 수 있었다. 너무나도 낮익은 그 모습은...
테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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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쓰고싶은데!
시간이 없네요
다음주부터 훈련인데다 엄청 바빠져서 8월동안에는 사지방 사용이 불가능할거같은데...
에이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