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까요.......
일단 전 이 게임에 평점을 매기라고 한다면 매기지 않을 것입니다.
우선 전 코지마 히데오가 누군지 몰랐습니다.
해본 게임이라고 한다면 메기솔 4 단 하나뿐이었죠. 하지만 그 게임은 제게 있어 가장 처음 접했던 콘솔게임이었습니다.
그리고 충격의 도가니였죠. 수십 회차를 전전하며 빅보스 칭호를 받는 것도 2시간이면 충분할정도로 고인물이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이 게임의 제작자가 코지마 히데오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몇 년이 흘러 수많은 게임들을 해온 저는 라오어를 기점으로 게임에 어떠한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대단한 게임이여서인지는 몰라도 이후로는 어떤 게임도 저를 만족시켜주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하게 된 게임이라면 문명이나 스텔라리스같은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같은 것들이었죠.
하지만 이마저도 다른 게임들보다 길게 잡기만 했을 뿐 결국 손을 놓았습니다.
예, 저는 게이머의 천적이라는 게임 불감증에 걸린 것입니다.
PS4를 사두고 단 한번도 쓰지 않은 지 2년이 넘게 지났습니다. 결국 게임은 저와 멀어지던 중 우연히 이 게임을 보게 됩니다.
'이거라면......!?'
1년 전부터 알게 된 게임이었습니다. 트레일러를 보자마자 바로 느꼈습니다. 아, 이거라면 기대해볼만하다.
게임에서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이 게임이라면 분명 저를 다시 게이머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리고 그 제작자의 이름도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히데오 코지마였습니다.
그의 2015년 이후 일대기를 들여다보며 게임에 대한 확신은 높아만 갔습니다.
그렇게 뒤도 안돌아보고 스페셜 에디션으로 예구를 박아 8일날부터 열흘간에 거쳐 게임을 진득하게 달린 끝에 엔딩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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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과 단절
데스 스트랜딩의 주제는 연결. 이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초연결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터넷만 있으면 누구와도 연결되어 지구 반대편까지도 구석구석 소통할 수 있는 그런 시대말입니다.
하지만 누구와도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누구와도 단절되어 있는 시대입니다. 바로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도 확실히 모르는 그런 시대말입니다.
저는 게임에서 바로 이 감정을 느꼈습니다. 이것이 코지마 히데오의 의도라면 완벽한 성공일 것입니다.
단절된 세계를 홀로 탐험하며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누군가와 연결되어 함께 탐험하면서도 단절되어 있다는 느낌.
데스 스트랜딩은 이러한 감각을 맛보게끔 굉장히 잘 설계되어 있습니다.
다른 어떤 게임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감각이고 이것이 데스 스트랜딩의 백미입니다.
소셜 스트랜드 게임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액션 게임.
이를테면 초인적인 힘으로 적을 섬멸하거나 혹은 잠입해서 미션을 수행하는 그런 류는 결코 아니지만 이 게임은 확실한 액션 게임입니다.
황폐한 세계를 그저 패드의 L스틱만으로 주구장창 돌아다니며 택배나 배송하는 그런 게임이 아니라 매 순간순간 쉴새없이 조작하고 맵을 확인하며 계획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액션 게임입니다.
하지만 이 게임의 메인 컨텐츠는 보편적으로 우리가 기대하던 전투도 이동도 아닌 스트랜드 시스템에 있습니다.
우선 데스 스트랜딩은 조작 자체만으로 게임성이 추구된다고 느낄만큼 묵직하면서도 비교적 현실적인 지형 돌파와 그걸 몰입감 있게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훌륭한 그래픽과 사운드 퀄리티가 압권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스트랜드 시스템을 확실하게 즐기게 만들기 위한 부가적인 요소에 지나지 않습니다.
연결과 단절을 동시에 느끼게끔 디자인된 스트랜드 시스템은 황폐화된 세계를 전혀 비어있다고 느끼지 않게 만들어주는 화룡점정이고 백미입니다.
유저들을 연결하고 좋아요로 대동단결하면서 동질감까지도 느끼게 만드는 스트랜드 시스템의 힘은 실로 거대했습니다.
여러모로 소셜 스트랜드 게임이라 불리우는 새로운 장르의 탄생이라는 말은 결코 빈말이 아니었으며 플레이하면서 이 장르의 강점을 더욱 와닿게 만들어주는 훌륭한 게임 디자인도 한몫했습니다.
독특한 세계관과 스토리 구성
작품의 최대 강점 중 하나 세계관입니다.
첫 공개 때부터 큰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매우 흥미로운 요소이며, 고유명사가 남발하는 좋게 말하면 독창적이고 조금 나쁘게 말하면 생소한 세계관을 가진 게임입니다.
게임이 세계관부터 게임플레이까지 전체적으로 매우 개성적이다보니 여타 게임 중 비교할만한 게임이 사실상 없다시피하며 다른 길을 걸어간 게임이 되는데에 일조한 것이 바로 이 세계관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독특한 세계관이야말로 게임을 계속 플레이하는데에 큰 흥미를 돋구게 하는 많은 장치들 중 하나이며, 설명없이 초반부부터 고유명사를 남발하는 초반의 전개도 아예 도움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게임플레이 도중 느낄 수 있는 세계관의 분위기를 훌륭하게 느낄 수 있도록 구현해낸 것은 이견의 여지가 없습니다.
다만, 이야기를 전개할 때 눈으로 보는 연출 자체보다 귀로 듣는 음성대화의 대사로 굉장히 많이 읊으며 전달하는 것은 물론, 추상적이고 은유적이며 직관적이지 않고 난해하게 구성하여 늘어지는 느낌을 받게하는 것은 게이머의 입장에서는 쉽게 피로하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구성이 저에겐 스토리를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는 했습니다.
상당히 난해한 구성이고 특정 사건에 대해 추측성 결론으로 마무리하며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스토리가 흘러가는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쉽게 예측하지 못하게 만들고, 이는 극적인 연출을 완성시키는데에 이바지합니다.
덕분에 흩어져있는 이야기의 조각들을 모두 연결시키는 엔딩에서는 그 어떤 매체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거대한 여운과 함께 성인이 되고서 가장 크게 울었던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순간에 도달하기까지는 꽤 많은 조건들을 충족하여야 합니다.
저는 취미로 글을 쓰고 독서도 좋아하는 사람이어서인지 몰라도 이러한 구성과 전개에도 마지막 순간까지 몰입을 잃지 않았지만, 결국은 게임플레이는 물론 스토리마저도 게이머의 성향에 의해 갈리는 모양새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겠습니다.
데스 스트랜딩은 A HIDEO KOJIMA GAME 하나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메기솔 4에서의 익숙한 느낌은 분명 코지마 히데오였습니다. 데스 스트랜딩은 자신만의 게임을 완벽하게 구현해낸 작품이고 대규모 자본이 들어간 인디게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굉장한 희귀성을 가진 독창적인 게임입니다.
만약 제가 온갖 희귀한 것을 수집하는 수집가 기질이 있었다면 단연코 데스 스트랜딩은 평가는 둘째치고 그 자체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작품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데스 스트랜딩은 여태껏 해온 문화생활 중에서 제게 독보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게임 불감증은 어디로 사라지고 엔딩까지 몰입해서 달렸다는 것만으로도 의미있지만 이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저를 어떠한 단단한 틀의 바깥으로 끌어내었습니다.
책, 영화, 게임 등 어떠한 작품들을 많이 구독, 관람, 플레이해왔지만 그 작품의 제작자와 연결되었다는 느낌은 처음 받았습니다.
게임의 주제는 연결입니다.
코지마 히데오는 코나미를 퇴사하면서 회사를 차려 게임을 만드는데에 이 연결이 중요한 역할을 했고, 그래서 그가 지금 당장 만들어야 할 게임이 데스 스트랜딩이 된 것입니다.
연결은 인간을 인류로 만들어주는 핵심 요소입니다.
연결이 없다면 인류는 존재할 수가 없을테죠.
끈은 막대기와 공존했고 지금 우리는 막대기보다 끈이 우세해 보이는 시대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 막대기가 다시 기승을 부릴지 모르는 시대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게임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 길을 나아가기 위한 첫 걸음으로 이 글을 남깁니다.
이 글로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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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하~~ 제가 하고 싶은 말들을 줄줄히 써내려 가셨네요... 잘 보고 갑니다.. 끝을 본 저로썬.. 님과 같은 감동 그자체입니다.. 여러분 안해보셨나면 아주아주 강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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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하~~ 제가 하고 싶은 말들을 줄줄히 써내려 가셨네요... 잘 보고 갑니다.. 끝을 본 저로썬.. 님과 같은 감동 그자체입니다.. 여러분 안해보셨나면 아주아주 강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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