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툼 PC판이 나오고 나서 다소 좀 비싼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주저없이 구매해서 즐겼습니다.
리부트를 재밌게 한 경험이 있었으니까요. 즐겁게 본 영화 후속작을 평점 확인안하고 그냥 냅다 가서 보는 그런 느낌이기도 하고
올해들어 첫 빅타이틀 블록버스터 게임이기도 하고요. (맞나?... 아마 맞을겁니다...)
여하튼 3일에 걸쳐서 플레이를 마쳤습니다.
시베리아 어느 지역에서의 험난한 모험을 마친 3일동안의 저만의 플레이 후기를 한줄로 요약하자면
라오툼은 대작은 분명하나 명작은 될 수 없다.
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대작에서 명작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이 원인을 극복못하면 앞으로 나올 후속작들도 아마 그리 될것 같습니다.
일단 게임은 자본이 대거 투입된 대작답게 부족함 없는 기술력을 뽐내고 있습니다.
나무랄데 없는 그래픽과 치밀한 레벨링, 게임구성, 인터페이스 디자인. 다 만족스러웠습니다. 노련한 제작진들이고 노련하게 만들어 내었습니다.
게임성은 괜찮습니다. 개인적으로 전작 리부트부터 가장 마음에 들어했던 대자연과 유적, 시설물 사이를 시원시원하게 날아다니듯이 빠르게 오가는 프리러닝이 라오툼에선 더욱 규모도 커지고 즐길 기회도 많아졌습니다. 전작은 간혹 장애물 캐치인식범위?가 안맞는 버그가 있어 분명 충분히 거리가 되는데도 불구하고 낙사하거나 하는 짜증나는 시기가 있었는데 이번작은 그런점도 없고 시원시원하게 처음 만나는 구간에서도 실패없이 장애물들을 돌파하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재미있습니다.
인터페이스는 친절하게 딱히 공략을 보지 않아도 플레이어가 어떠한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적절히 암시를 던져줍니다. 레벨링은 그에 맞춰 짜임새있게 구성되어있습니다. 적들의 인공지능은 바보같지 않아 제법 긴장감 있는 전투를 즐길 수 있습니다. 마지막에 다다르는 때까지 잠행위주의 전투를 이어가게끔한 요소도 나쁘지 않습니다. 먼길을 돌아가야 하는 때가 간혹 있었지만 이정도 플레이타임 확보 꼼수는 용인될 수준입니다. 캠프의 워프 시스템이 있어서 아주 지루하지도 않고요
하지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을 클리어하고 난 직후의 기분은 아 돈이아깝다. 그냥 할인크게 때리면 그때나 해볼걸...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당장 어떤 즐거움과 감동, 경험을 선사해줄지 기대하면서 지를만한 금액은 안되었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게임내내 집중을 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원래 저는 이런 블록버스터 싱글 위주의 타이틀은 한번 시작하면 엔딩을 볼때까지 수면도 줄이며 짬을내서 끝내버리는 스타일인데 중간중간 다른게임도 하고 대충 내일의 일과를 위해 늘그랬듯이 정해진 취침시간에 수면을 취하였습니다.이게 맞는건데?
왜 그랬는지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스토리가 문제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니 정확히 얘기하면 인물들의 심리묘사와 행위의 당위성에 대한 불충분한 설명, 그리고 개연성이 없는 설정구멍들, 그리고 그 구멍이 크다는것이 몇가지가 있다는게 명작이 되지 못하는 이유라고 봅니다.
라오툼의 스토리는 플롯전체를 놓고보면 사실 전형적인 탐험물의 클리셰를 따르고 있고 크게 문제삼을만한 거리는 아닙니다.
아주 오래된 원작이나 인디아나존스 같은것들처럼 말이죠.
주인공은 뭔가 미지의 세계나 물건에 강력한 호기심을 갖고 여행을 떠나고 그 미지의 세계는 주인공에게 적대적인 환경을 보여주며 또 그 미지의 무엇을 노리는 악당들도 주인공을 위협하며 시시각각 경쟁을하고 결국 최종에는 그 미지의 무엇을 두고 각축전을 벌이며 이야기를 끝냅니다. 새로울것은 없죠.
하지만 커다란 이야기를 내실있게 다져주는것은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생각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것을 고려하면 등장인물들이 얼빠진 구석이 좀 많아보이는 라오툼은 커다란 문제가 있습니다.
비록 배우가 직접 출연하진 않는 가상의 게임이라해도 연기가 매우 중요하다는걸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가장 문제인건 주인공 라라입니다.
전작 리부트에서는 짧은시간동안 평범한 여대생에서 급격히 학살자 여전사로 거듭납니다. 그래도 이건 납득이 됩니다. 많은 시간을 함께 지내왔던 동료들을 사고도 아닌 타인들에게 살해되어 잃었고 당장 스스로 극복해내지 않으면 자신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 놓이면 자기자신이 변화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리부트 툼레이더는 기존 툼레이더와 다르게 평범한 일반인이 어떻게 대담한 탐험가이자 여전사가 되는지 충실하게 보여준 편이었고 관객(?)들에게 설득력을 주었으며 명작 타이틀로 오를 수 있었습니다.
좋습니다. 여대생 라라가 여전사 크로프트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자 이제 라오툼에선 여전사로서의 대담한 크로프트를 보여주시죠' 이런 흐름이 보통 자연스럽지 않을까 하는데 게임을 시작해보니 일상으로 돌아온 시간이 길었나 다시 물러터진 라라가 보입니다. 자비없던 학살자는 자기집안에 쳐들어온 괴한에게 너무나도 너그럽습니다. 혼자 여행을 떠나다 만난 매우 수상한 집단들에게 한치의 의심도 없이 대화의 제스쳐를 취하고 불리한 포지션을 자처합니다.
낯설고 혹독한 오지에서 살아나온 라라가 이번엔 게임내내 틈만나면 자꾸 아빠만 찾습니다. 가족을 배신하고 통수를 친 주적에겐 한없이 관대합니다.
아빠만 찾을 수 있고 통수를 친 주적에게 관대할 수 있습니다. 그러지 말아야 하는건 아닙니다. 하지만 분명 이렇게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지 않으려면 그런 라라의 행동에 충분한 설명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왜 그렇게 라라가 아버지에 대한 생각이 각별한지, 또는 그런 아버지와 자신을 배신한 아나에게 관대한지 그런 설명이 너무나도 부족합니다. 아나가 리부트에서 비중있게 다뤄졌던 것도 아니고 말이죠.
보통 아버지에 대한 생각이 각별했다면 통수를 맞았을때 더더욱 분노해야 하는데 오히려 라라의 반응은 뜨뜨미지근 합니다. 성우의 연기가 힘을 얻질 못하는데 아마 이러한 부실한 인물들간 관계설정이 부실한 연기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런 라라의 알수없는 감정선이 마지막에 가선 정말 어이없게 만듭니다.
수단이 굉장히 잘못되었다지만 나름 평생 불치병에 고생해서 지긋지긋하니 내 몸좀 고쳐볼란다 하는 충분한 목적이 있는 아나에게 그러지 말자 라고 하며 신성의 원천 어쩌구를 부수려면 그에 대한 부작용이 무엇인지 제이콥이라도 충분히 얘기해줬어야 합니다. 그게 세상에 나와서는 안되는 이유라든지 그것으로 인한 폐해가 어떤것인지.
오래오래 살아온 고대인들인지 뭔지 고대병사들은 그 신성의 원천 어쩌구에 대한 부작용의 결과물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빈약했지요.
라라는 그런 불치병을 치료하기 위해 이런짓을 벌여온 아나에게 '죽음도 삶의 일부니 그냥 죽음을 맞이해라' 같은 뜬금없는 자기 신념을 설파합니다. 설득력이 없는건 알았는지 감정에 호소하며 말이죠. 평생을 불치병에 시달려온 사람한테 그런호소가 먹힐리가 없겠지만
물론 이야기를 그렇게 끝낼순 있지만 그렇게 스토리를 전달하려면, 라라는 게임중반에 제이콥을 만나면서 신성의 원천 어쩌구를 찾고 찾은후엔 어떻게 할것인지 직접적인 언급은 하질 않더라도 암시는 했었어야 합니다. 라라가 마지막 순간까지 제이콥에게 나 그거 찾는이유 이거임ㅋ (트리니티에게 안주고 아빠가 찾던것이라 찾는다. 이건 둘다 궁극적으로 라라가 찾는 이유가 아니긴 하죠)이런 얘기 한번도 안하고 제이콥이 몇번이나 물었지만 대답을 회피하다가 마지막에 이러니 엉뚱한 느낌을 받을 수 밖에요. 그런 라라를 뭘믿고 계속 도와주는지 제이콥도 이해가 안되는 것이구요.
여기서 허접한 연기력이 또 돋보입니다. 마지막 전투때 보스전의 난이도를 위해 라라에게서 무기를 없애는 설정은 좋지만 그런 설정을 만드는 액션이 너무나도 빈약합니다. 갑자기 뒤에서 한대 쥐어박아 습격후 무기를 빼앗은후 총질이라니, 무기 뺏을거 없이 쏴버리면 되잖아...?
뭐 그러면 게임진행이 안될테니 함정을 만들어서 무기를 뺏는 그림을 만들던가요... 이건 그냥 연기력이 너무 부족해 보이게 만드는 악수라고 봅니다. 코쟁이들이 블록버스터 게임을 만들때 액션자문을 구하는게 다 이유가 있는거지요.
이런 답답한 그림은 사실 게임 내내 진행됩니다. 처음 라라를 잡고나서 살려둘때는 목표물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는 이유가 있었지만 추후에 제이콥과 라라가 콘스탄틴과 아나의 대화를 엿보게 될때 그들은 이야기를 거기서 충분히 끝낼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목표는 자기자신들을 위한 침략에 지나지 않는다는걸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대화를 더 엿들어서 나을게 없는 상황이었죠. 물론 거기서 암살해버리고 이야기 끄읏~ 할수는 없다는거 저도 압니다만, 그러려면 좀 어디 환풍구라든가 뭐 그런 닳고닳은 클리셰라도 써서 '대화는 엿들을 수 있으되 놈들은 죽일순 없는 상황' 뭐 그런거라도 조성해 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겁니다.
이런 억지스러운 '연출'은 조나가 콘스탄틴을 역관광할 기회가 있었을때도 한번 그려지구요.
이런 인물간 상황의 연출묘사가 너무나도 부족했고 그걸 설명해줄 인물의 심리묘사도 너무나도 부족했습니다.
제가 볼때는 라라가 처음엔 아버지를 추억하며 아버지의 뜻을따라 탐험을 하면서 목표에 집착하다가 나중에 가서 목표에 대한 집착이 아닌 신념을 지켜야 한다. 뭐 그런 스토리 텔링을 위해 꾸준히 신성한 그 무엇을 찾다가 마지막에 파괴하는 그림을 그린것 같은데, 라라가 일정하든 아니면 내적갈등을 격든 감정선을 뚜렷히 그려주고 이에 대해 사색하고 제이콥과 설전을 벌이는 그림을 충분히 확보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마냥 '하하 아빠는 말이다. 이런걸 찾았었단다 하하하' 이런 사족같은 회상만 넣어줄게 아니라 말이죠.
여하튼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다음 작품때는 작중 인물의 묘사를 외적근데 외적 묘사도 너프같은 머리만 엘라스틴이면 다냐 아줌마 라라 얼굴아웃뿐만이 아닌 내적으로 좀더 내밀하게 다듬어서 나왔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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