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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스타] 일흔에도 너끈히 현역, ‘드래곤 퀘스트’의 아버지가 바라보는 미래

조회수 829 | 루리웹 | 입력 2025.11.18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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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지스타를 찾은 전세계 게임인들 가운데 그 경력과 상징성에서 ‘드래곤 퀘스트의 아버지’ 호리이 유지를 넘어설 이는 달리 없을 터다. 어느덧 일흔을 넘긴 그는 여전히 현역 게임 개발자이자 게이머로 왕성히 활동 중이다. 최근에는 게임 개발자 최초로 욱일소수장(旭日小綬章)을 받으며 개인적 명예뿐 아니라 업계 전체의 위상을 드높이기도 했다. 그의 수훈이야말로 일본 사회에서 게임이 문화 예술로서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증명인 셈이다.


본지 기사로도 소개한 금번 G-CON 강연은 ‘드래곤 퀘스트의 창조와 유산’이란 화두를 내세웠는데, 실제로는 호리이 유지가 추구하는 게임 디자인 철학 전반을 두루 살피는 자리였다. 패미통 前 편집장 하야시 카츠히코와의 좌담회 형식을 취한 덕분에 자유로운 분위기 속 대화가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강연을 마친 후 본지 인터뷰에 응해주어, 게임 평론가 시절부터 JRPG가 나아갈 미래까지 폭넓은 주제로 업계 거장과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G-CON] 40주년이 목전, 호리이 유지에게 직접 듣는 ‘드래곤 퀘스트’ 개발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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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퀘스트'의 아버지, 게임 디자이너 호리이 유지(堀井 雄二)

 

● 게임 저널리스트로서 대선배를 뵙습니다. 과거 날카로운 게임 비평가로 활약하셨는데, 역으로 자신이 만든 게임을 세상에 내놓았을 때 부담감이 컸을 듯합니다


: 소년 점프라는 일본의 큰 만화 잡지에서 이란 게임 평론 코너 ‘패미컴 신권(神拳)’을 담당했죠. 당시에는 게임을 사서 해보기 전까지 재미가 있나 없나 알 수가 없었어요. 아이들이 거금을 들여 산 게임이 재미없으면 안타깝잖아요. 그래서 더 엄격히 썼던 거죠. 그 즈음 나는 완전히 플레이어 입장에서 게임을 즐기고 평했으니까, 같은 감각으로 ‘드래곤 퀘스트’가 분명 재미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다만 RPG 자체가 그때까지 아이들에게 미지의 장르였기 때문에, 소년 점프에서 그 코너를 맡았던 게 큰 도움이 됐어요. 출시에 앞서 RPG가 어떤 장르이고 어떻게 즐기면 되는지 등 여러 가지 쓸 수 있어서 다행이었죠.


● 최근 일본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으셨죠. 이는 개인적인 영예일 뿐 아니라, 게임이란 콘텐츠가 문화 예술로서 사회로부터 깊이 인정받았다는 상징처럼 느껴집니다


: 과거에는 게임이 좋지 않은 놀이로 폄훼되던 시절도 있었죠. 게임을 하면 머리가 나빠진다는 둥 여러 쓴소리를 들었는데, 그랬던 게 어엿한 문화로 인정받아 이렇게 훈장도 주어졌습니다. 앞으로 게임 개발자에게 이런 기회가 더 열리리란 점이 무엇보다 기쁩니다. 어디까지나 상상이지만, 이런 흐름이 계속되면 언젠가 유튜버, 코스플레이어 분들도 훈장을 받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 오늘 강연에서 게임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덕목으로 창의력, 인내, 버릴 용기를 꼽으셨습니다. 이 가운데 버릴 용기라는 게 무척 의미심장하군요


: 아이디어가 아무리 많아도 그걸 전부 담으려고 들면 좀처럼 게임이 완성되지 않아요. 우선 실제로 만들어보고 재미없는 건 과감히 버리는 용기도 중요합니다. 순서대로 설명하자면 첫째가 풍부한 발상이죠. 둘째는 발상을 형태로 만들어낼 끈기. 셋째가 그 끈기 위에 쌓아올린 결과조차 재미가 없으면 버릴 수 있는 용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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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천국에서 온 챔피언’과 ‘백 투 더 퓨처’, 데즈카 오사무作 ‘신비한 소년’ 그리고 여러 SF 작가들의 소설을 좋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로부터 게임에 적용할 영감을 받으시는 걸까요


: 그렇죠. 역시 사람에게 있어서 무엇이 즐거운가, 무엇이 재미있는가 하는 경험은 큰 도움이 됩니다. 오늘 강연에서 얘기했듯 한국 드라마를 종종 보는 편이에요. ‘펜트하우스’와 ‘내 남편과 결혼해줘’, ‘악의 꽃’, ‘폭군의 셰프’ 그리고 ‘오징어 게임’도 봤어요.


● 어린 시절부터 장난기가 많아서 자신이 만든 게임에도 플레이어가 놀랄 만한 요소를 넣는다는 얘기도 흥미로웠습니다. 출시 후 그렇게 숨겨뒀던 게 의도했던 반향을 일으키면 “해냈다”는 기분이 들 것 같습니다


: 가령 ‘드래곤 퀘스트 I’에서 용왕이 세계의 절반을 준다고 할 때 “예”를 고르면 벌어지는 일이라든지, 놀랐다는 반응이 많으면 내심 “해냈다” 싶죠. ‘드래곤 퀘스트 III’ 피라미드 지하에 보물상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보물을 챙기면 미라가 일어나 “나를 깨운 게 너냐”라고 묻잖아요. 그때 “아니요”로 답하면 “미안하다”며 곧장 인정해버리죠. 그렇게 플레이어의 의표를 찌르면 즐거워요.


● 과거 스페인 게임 전문지와의 인터뷰를 보면,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등에서 큰 영감을 받았다고 하셨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여쭙고 싶은데, 혹시 한국에서의 경험이 게임을 만드는 데 영감을 주기도 했나요


: 역시 한국 드라마를 많이 봤다는 답을 다시 해야겠네요. 아, 게장도 정말 좋아합니다.


● 40년 가까이 ‘드래곤 퀘스트’의 주인공은 곧 플레이어라는 원칙을 지켜오셨죠. 기술 발전과 함께 온갖 화려한 연출이 난립하는 오늘날, 플레이어의 상상력과 시각적 구체성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추시나요


: 요컨대 플레이어 = 주인공이니까, 그 주인공이 플레이어의 조작과 무관하게 마음대로 움직이는 건 지양하고 있어요. 다만 그렇다고 너무 철저히 제한하면 어떤 일에도 주인공이 반응하지 않아서, 또는 플레이어가 움직이지 않아서 좀 멍청해 보이죠. 그래서 지금은 어느 정도 상정 범위 내에서 주인공이 사건에 반응하도록 만드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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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래곤 퀘스트’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전체 이용가(CERO A)를 오랫동안 지향해왔습니다만. 현재 개발 중인 ‘드래곤 퀘스트 XII’는 보다 성인을 위한 테이스트로 개발 중이라 들었습니다. 이에 특별한 배경이 있을까요


: 지금까지 ‘드래곤 퀘스트’는 일본만을 겨냥했는데, 앞으로 전세계에 신작을 전개한다고 할 때 역시 해외 팬은 성인이 많다고 봅니다. 다만 ‘드래곤 퀘스트 XII’는 아직 말할 수 없는 것뿐이라 언젠가 발표 자리가 마련되면 좀 더 자세히 답하도록 하죠.


● 강연에서도 언급하셨듯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좋게 평가하신 것으로 압니다. 그래서 한때 ‘드래곤 퀘스트 XI’이 오픈월드 아닐까 하는 소문도 돌았죠. 언젠가 ‘드래곤 퀘스트’로서 오픈월드에 도전하고픈 바람이 있으신가요


: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오픈월드일까요. 관점에 따라선 ‘드래곤 퀘스트 8’도 오픈월드니까 말이죠. 게임 디자인의 경우 “뭐든 할 수 있어!”는 역으로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란 불안을 낳기도 합니다. 어느 정도 해야 할 일을 좁혀 알기 쉽게 만드는 편이 더 친절한 게임 디자인이죠. 따라서 오픈월드라도 어느 정도 레일을 깔아주는 편이 좋다고 봅니다.


● ‘드래곤 퀘스트 I&II HD-2D 리메이크’와 ‘드래곤 퀘스트 VII 리이매진드’ 모두 직접 검수 및 조언을 해주시는 것으로 압니다. 그럴 때 꼭 챙기는 기준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 두근거림과 알기 쉽게, 입니다. 역시 뭘 해야 할지 모를 때가 가장 힘들잖아요. “이렇게 하면 된다”고 먼저 이끌어주면 거기서부터 “이제 다음은 어떻게 할까”라며 스스로 몰입해 즐길 수 있죠.


● 작년 TGS에서 사카구치 히로노부 프로듀서를 뵈었는데, 신작 ‘판타지안’의 음성 수록 여부로 스퀘어에닉스와 작은 의견차가 있었다더군요. 사람마다 읽는 속도라 다르니까 음성은 되려 방해가 되기도 한다는 거죠. ‘드래곤 퀘스트’ 역시 풀보이스는 그다지 지원하지 않는데, 두 분이 비슷한 관점을 가졌기 때문일까요


: 메인 스토리는 제대로 지원합니다만, 마을 사람과의 대화까지 전부 음성을 넣으면 지나치게 시간이 걸리겠죠. 음성 수록 자체는 그 캐릭터의 성격을 더 잘 알 수 있어서 좋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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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래곤 퀘스트’를 포함한 그간의 작품은 늘 인간에 대한 따스한 시선과 재치가 느껴졌습니다. 삭막하고 경쟁적인 현대 사회에서 ‘드래곤 퀘스트’가 어떤 위로가 되길 바라시나요


: 나는 모니터를 게임을 개발합니다만, 실은 모니터 너머에 사람들을 떠올리며 만드는 것이죠. “이런 내용을 넣으면 플레이어는 어떻게 받아들일까”란 고민이 중심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단한 걸 만들었으니 해봐!” 같은 생각은 전혀 없고 어디까지나 플레이어의 존재를 의식하려 애씁니다.


● 숏폼으로 대표되는 짧고 빠른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JRPG라는, 어떤 의미에서 길고 느린 콘텐츠가 여전히 큰 사랑을 받고 있죠. ‘드래곤 퀘스트’의, JRPG의 대체불가능한 매력은 무엇일까요


: 역시 이야기 아닐까요? 이야기가 지닌 매력 덕분이라 봅니다. 잠깐의 재미도 나쁘지 않지만 역시 이야기를 즐긴다는 건 “다음에 어떻게 될까” 떠올리며 설레는 긴 체험이죠. 요리를 예로 들자면 가볍게 크 푸드로 때우고 싶을 때도, 진득하게 풀코스를 음미하고 싶을 때도 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드래곤 퀘스트’는 풀코스에 가깝겠죠.


● 어제 G-CON에서 아틀러스 하시노 카츠라 프로듀서가 JRPG 3.0이란 표현을 썼습니다. 초창기 JRPG가 1.0, 오늘날 JRPG가 2.0이라면 지금까지의 틀을 깨고 더 높은 단계를 지향해야 한다는 취지였죠. JRPG의 대부로서 앞으로 미래를 어떻게 보시나요


: JRPG의 미래라, 아마도 지금보다 훨씬 더 게임 속 세계에 빠져들 수 있으리라 봅니다. 캐릭터와 깊이 일체화해 게임에 몰입할 뿐 아니라 그게 다시 현실로 영향을 미치겠죠. 그때가 되면 현실과 게임의 경험이 사실상 동등해질 겁니다. 현실에서 “그때 저 산을 오르느라 고생했지” 같은 소리를 하듯 게임 또한 몇 년이 지나도 “정말 좋았어”라 떠올릴 수 있는 그런 추억을 선사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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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 몇 년간 AI 기술이 도입되며 게임 개발 환경도 급변하는 중입니다. AI의 발전이 게임 스토리텔링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또 우리가 경계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 보시는지요


: 오늘 강연에서 말했듯 나 역시 AI를 접하는 중입니다. 가령 세 단어를 주고 이야기를 만들라고 시키면 곧잘 해내더군요. 확실히 대단하죠. 다만 아직 AI는 기존의 이야기를 모으고 조합해 내놓을 뿐이니까. 진정성 어린 이야기는 역시 사람만이 떠올릴 수 있다고 봐요. 거기서 사람과 AI의 간극이 생기는 거겠죠. AI는 어디까지나 사람의 도구입니다.


● 은퇴에 대한 얘기하면 “전혀 생각한 적 없고 앞으로도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곧잘 말씀하시잖아요. 그토록 오랫동안 현역에 종사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 역시 게임 자체가 즐겁다는 것, 좋아한다는 게 첫째입니다. 플레이어로부터 재미있다는 반응을 얻거나 얼마 전처럼 상을 받는 것도 당연히 큰 원동력이 되죠. 오랫동안 함께한 작곡가 스기야마 코이치 선생은 무려 90세까지 일했어요. 나 역시 어떻게든 ‘드래곤 퀘스트’ 50주년까지 힘을 내고 싶습니다.


● 같은 맥락에서 여쭙고 싶습니다만, ‘드래곤 퀘스트’의 역사를 함께 그려온 토리야마 아키라 화백이 지난해 봄 타계하셨습니다. 많은 팬들이 슬픔에 잠긴 가운데 토리야마 화백이 남긴 유산이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 두 분 다 그림의 화풍, 곡의 느낌 같은 유산을 많이 남겨 주셨습니다. 가령 일본의 ‘도라에몽’과 ‘마루코는 아홉살’ 같은 작품은 원작자가 타계하셨음에도 여전히 이어지며 사랑받습니다. ‘드래곤 퀘스트’ 역시 그렇게 계속되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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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브 매치 테니스’, ‘포토피아 연속살인사건’으로 게임 개발에 막 뛰어들었던 젊은 시절과, 여전히 현역으로 활약 중이신 지금. 두 시점을 비교할 때 게임 개발의 즐거움이 달라지기도 했나요


: 옛날에는 게임 개발 자체를 사랑했습니다. 밤을 새우며 만들었을 정도니까. 모니터 속 캐릭터가 움직이는 모습만 봐도 가슴 뛰었죠. 그러다 점차 만드는 즐거움을 넘어서 플레이어 여러분이 게임을 즐기며 보여주는 반응이 기쁘더군요. 그게 좋은 의미로 압박이 되기도 하고요.


● 평생 게임 디자이너로서 ‘드래곤 퀘스트’를 만들기 vs 평생 플레이어로서 ‘드래곤 퀘스트’를 즐기기, 둘 중 하나만 가능하다면 무엇을 고르시겠어요


: 후자도 나쁘지 않습니다. 게임을 즐기는 건 그것대로 무척 좋아하니까. ‘드래곤 퀘스트’ 50주년을 넘기면 정말 그런 삶도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 40년 가까이 현역 게임 디자이너로 우뚝 서 계십니다. 끝으로 이 긴 모험을 함께한 한국 ‘드래곤 퀘스트’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 뭣보다 게임은 역시 즐겁잖아요. 게임을 통해 잠시나마 힘든 현실을 잊는다든지, 게임처럼 받아들임으로써 현실에 맞설 힘을 얻기도 하죠. 나는 우리가 게임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다고 믿습니다. 오늘날 한국의 게임 산업도 활발해졌고, 한국만의 게임이 점차 등장하는 중입니다. 모쪼록 즐거운 게임을 더욱더 많이 만들어주시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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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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