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뉴스 기사

[기사 제목]

㈜플래직, 진솔 지휘 ‘말러리안 시리즈 8’ 지난 26일(일) 종료

조회수 141 | 루리웹 | 입력 2025.10.31 (14:25:44)
[기사 본문]

- 슈베르트 ‘죽음과 소녀’와 말러 교향곡 4번으로 직조한 삶과 초월의 서사


- 절제와 명료한 진솔의 지휘, 말러의 투명한 빛깔로 재해석된 말러


- 소프라노 김효영, ‘천상의 삶’에서 구현한 무구한 영혼의 목소리


- 아르티제와 라파시오나타, 한·이탈리아의 감성을 잇는 섬세한 조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가득 채운 청중은 지난 26일 밤, 지휘자 진솔과 말러리안 오케스트라가 빚어낸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4번을 통해 마치 동화 속을 거니는 듯한 음악적 여정을 경험했다. 이번 ‘말러리안 시리즈 8’ 공연은 말러가 편곡한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와 교향곡 4번 G장조를 함께 배치해, 죽음에서 천국으로 이어지는 존재의 서사를 완결된 서정으로 그려냈다.


공연의 문을 연 곡은 슈베르트의 현악사중주 14번 d단조 ‘죽음과 소녀’였다. 진솔이 선택한 말러의 오케스트라 편곡판은, 실내악의 응축된 긴장을 집단적 운명으로 확장시킨다. 특히 진솔은 직접 악보 편곡에도 추가적으로 참여해 더블베이스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몇몇 음악적 수정을 가함으로써 음향의 저편에 깔린 ‘운명선(運命線)’을 명확히 드러냈고, 현악의 보잉(bowing)을 통일감 있게 정돈하며 음의 결을 조각하듯 빚었다. 또한 그녀는 서주의 질감을 종결부에서 다시 소환함으로써, 곡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호흡으로 관통하는 수미상관(首尾相關)적 구조를 정교하게 설계했다. 초입의 긴장과 종결의 침잠이 서로를 비추듯 맞물리며, 삶과 죽음, 시작과 끝이 한 원 안에서 순환하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이러한 구조적 순환은 연주 전반의 정서에도 깊이 스며들었다. 바이올린과 첼로는 단순한 선율 교환을 넘어, ‘죽음과 소녀’가 내면에서 주고받는 속삭임처럼 미묘한 호흡의 밀도를 오가며 인간 존재의 불안과 평화를 교차시켰다. 과장 없는 제스처와 극도로 절제된 다이내믹은 그 긴장을 더욱 응축시켜, 마침내 깊고 잔잔한 서정의 파동으로 귀결되었다.


인터미션 이후 이어진 말러 교향곡 4번 G장조는 ‘죽음 이후의 세계’를 향한 빛의 서사였다. 진솔의 해석은 감정의 유희보다는 구조적 투명성을 강조했다. 제1악장의 유려한 리듬감은 지나친 감상성을 배제한 채, 오케스트라의 각 성부를 정교하게 투명화시켜 지휘자 진솔만의 “유리 같은 사운드 텍스처”를 선보였다. 제2악장에서는 음조의 불협화와 변주 리듬이 기괴한 저승의 이미지로 그려졌고, 진솔은 “저승사자와의 조우”를 암시하듯 바이올린 솔로의 스코르다투라(조율 변경) 음색을 의도적으로 선명히 드러냈다. 그 음색의 이질감은 천국으로 향하기 전 소녀가 겪는 마지막 통과의례처럼 들렸다. 3악장에 들어서며 말러는 전통적인 변주 형식을 통해 ‘천국의 정지된 시간’을 노래한다. 진솔은 현악의 레가토를 길게 호흡시키며, 말러 악보에 표기된 “Ruhevoll(평온하게)”의 본뜻을 고요하게 실현했다. 이 악장은 단순히 악장이 아니라, ‘죽음과 소녀’의 어두움을 정화해 천상의 세계로 나아가는 과정으로 읽혔다. 마지막 4악장에서 등장한 소프라노 김효영은 ‘천상의 삶(Das himmlische Leben)’을 노래하며 이 여정의 끝을 맑은 빛으로 봉인했다. 김효영은 음색의 질감을 과시하지 않고, 순도 높은 순결함으로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노래를 풀었다. 말러가 요구한 “단순하고 진실한 소리”를 정확히 구현했으며, 절제된 비브라토 속에서도 어조는 늘 밝았다. 그 목소리는 천국의 초월을 관념으로가 아니라, 인간 안의 순수로 환원시켰다. 관객은 장시간의 침묵과 집중 끝에 터져나온 뜨거운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이번 공연은 2017년 시작된 진솔의 ‘말러 교향곡 전곡 프로젝트’의 아홉 번째 무대이자, 완주를 향한 마지막 두 걸음 전이다. 민간 오케스트라로서는 전례 없는 시도이며, 특히 이번 무대에는 진솔이 이끄는 젊은 한국 연주 단체 ‘아르티제’와 이탈리아 체임버 오케스트라 ‘라파시오나타’가 공동 수석진으로 참여해 한·이탈리아의 음향 감성을 정교하게 교직(交織)했다. 라파시오나타의 날렵한 보잉과 아르티제의 유려한 선율감은 대비를 이루면서도, 하나의 유기체처럼 호흡했다. 이는 말러가 “교향곡이란 세상을 담아야 한다”고 한 명제를 실현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공연 후 진솔은 “말러 교향곡 4번은 가장 맑은 빛깔 속에 가장 깊은 철학을 품고 있다. ‘죽음과 소녀’에서 죽음이 소녀를 품고, 교향곡 4번에서 그녀가 천국으로 건너는 그 여정이야말로 인간 존재의 이야기이자, 우리가 음악을 통해 건너는 동화”라고 말했다. 그녀의 말처럼 이날 무대는 거대한 스케일이나 감정의 폭발이 아닌, 진솔한 인간학적 시선으로 관객의 마음을 울렸다.


이날의 ‘말러리안 시리즈 8’은 단순한 연주회를 넘어, 음악이 어떻게 인간의 생과 사, 구원과 초월의 문제를 품을 수 있는가를 증명한 여정이었다. 진솔과 말러리안이 빚어낸 이 ‘동화’는 현실의 고통을 넘어서는 천상의 위로로 남았으며, 한국 클래식계에 또 한 번 깊은 울림을 남겼다.


한편, 지휘자 진솔은 한국예술종합학교와 독일 만하임국립음대를 졸업하고, 현재 아르티제·말러리안·플래직 예술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모차르트 레퀴엠 프로젝트’를 비롯해 게임·서브컬처 음악과의 융합 작업 등으로 클래식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으며, 이제 그녀가 완주를 앞둔 말러의 교향곡은 ‘부활(2번)’과 ‘천인교향곡(8번)’ 두 곡뿐이다. 진솔은 “남은 두 작품은 말러가 인간의 절망과 구원을 노래한 정점"이라며, "마지막까지 진심으로, 음악이 품은 생의 의미를 관객과 함께 완성하고 싶다”고 전했다.

 

 

img/25/10/31/19a38ba7b04afd4.jpg


img/25/10/31/19a38ba7c37afd4.jpg

 

 

이명규 기자   sawual@ruliweb.com




관련게임정보 목록

관련 정보

기     종

기타

발 매 일

장     르

가     격

제 작 사

㈜플래직

기     타

댓글


뉴스 리스트






BEST 게시글
게임
애니/책
갤러리
커뮤니티
게임
애니/책
갤러리
커뮤니티
게임
애니/책
갤러리
커뮤니티
게임
애니/책
갤러리
커뮤니티
BEST 뉴스
PC/온라인
비디오/콘솔
모바일
PC/온라인
비디오/콘솔
모바일
PC/온라인
비디오/콘솔
모바일

BEST 유저정보
콘솔
PC
모바일
취미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