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심플한 포켓몬으로의 변화, ‘포켓몬 마스터즈’ 체험
그런 만큼, 요 몇 년 사이 본가 RPG 작품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IP 확장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근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나 코믹스를 넘어서 이제는 실사화 극장판 영화나 ‘포켓몬 GO’ 같은 타사 개발 게임, 그리고 ‘렛츠고’ 처럼 외전격 작품도 나왔죠. 그만큼 DeNA 가 내놓은 ‘포켓몬 마스터즈’ 의 등장이 그리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 세상입니다.’
그렇다면 기존의 포켓몬스터 IP 게임들과 비교할 때 ‘포켓몬 마스터즈’ 가 다른 부분은 무엇일까요? 일단 방향성은 명확합니다. 바로 게임의 단순화죠. 사실 이는 포켓몬스터 IP 가 요즘 꾸준히 보여주는 방향성이기도 합니다. 코어 게이머들이 아닌 캐주얼 게이머들을 계속 공략하고자 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포켓몬 마스터즈’ 는 우리에게 이제 너무나 익숙한 두가지의 조합입니다. 포켓몬스터와 수집형 모바일 게임, 어쩌면 이 둘을 섞은 게임이 왜 이제야 나왔지? 라고 생각할 수 있을만큼 너무 당연한 조합이기도 하죠. 그래서 그 결과물도 너무 상상하기 쉬운, 당연한 물건입니다. 딱 예상한 만큼이고, 기대를 넘어서지 않아서 좋기도 아쉽기도 한 감흥이 교차하죠.
게임의 구조는 단순화 됐지만 난이도는 그렇지 않은데, 사실 게임이 얼마나 단순해지느냐와 게임이 얼마나 쉬워지느냐는 반비례 관계에 있습니다. 단순해진다는 건 그만큼 변수가 줄어든다는 것이고, 변수가 줄어든다는 건 그만큼 특정 부분에서 떨어지는 실력이나 스펙을 보완할 방법이 적어진다는 이야기죠. 사실 게임이 쉽고 어렵고를 떠나서 이는 요즘 모바일 게임, 특히 수집형 게임들이 많이 취하고 있는 전략입니다. 플레이어가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은 점점 줄이고, 성능이나 실력에 확실히 영향을 미치는 몇가지 요인을 정리해서 그 부분을 올리는데 많은 시간과 자원을 쓰게 하는 것입니다. 풀어말하자면 요즘 게임에서 보이는 캐릭터의 별이나 SSR 같은 등급, 고정된 스탯 등이 있겠죠.
그리고 포켓몬 마스터즈도 이런 같은 방식을 취했습니다. 트레이너와 포켓몬이 묶여서 하나의 캐릭터 카드를 구성하고, 별로 등급이 나뉩니다. 포켓몬 별 속성도 하나씩으로 통일되었습니다. 포켓몬을 교배해서 다양한 특성을 부여하고, 기술을 배우게 하고, 육성에 따라 여러 특화를 만들어내는 기존의 포켓몬 게임에서 통용되던 성장 방식을 벗어난 것은 새로운 변화일 수도 있죠. 여기서는 그 결론이 ‘레벨’과 ‘별’ 로 통일되어 있습니다. 별 개수에 따라 레벨의 상한선이 정해져있고, 별과 레벨 둘 다 소모품을 소비해서 올리는게 주력입니다.
전투는 3쌍의 포켓몬과 트레이너가 한 팀을 이루어서 반턴제로 진행합니다. 스킬 게이지가 계속 차오르고 그 게이지를 사용해서 스킬을 쓰면, 순서에 따라 스킬이 나가죠. 포켓몬들이 쓰는 기술은 스킬 게이지를 소모하고, 턴이 끝나면 쿨다운이 걸려 못쓰지만 트레이너가 쓰는 기술, 즉 아이템들은 전체 횟수 제한만 있고 그 수량 안에서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템을 쓰고 바로 포켓몬의 기술을 쓰는 것도 가능하고요.
포켓몬 마스터즈의 전투는 매우 단순합니다. 포켓몬+트레이너의 카드 조합에는 각자 속성 외에도 서포터, 탱커 같은 타입이 나뉘어 있고, 적의 인공지능은 무조건 탱커를 먼저 공격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핵심은 복잡한 수싸움보다는 빠르게 스킬을 속성에 맞춰 소모해서 버디즈 스킬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일종의 필살기인 버디즈 스킬은 그 위력이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일단 빨리 쓰는게 유리해지는데, 그 제한이 일정 량의 턴을 소모하는거라, 빠르게 넘어가기 위해서 가장 스킬 소모량이 적은 스킬을 난타하게 되는게 보통입니다. 사실상 상대와 플레이어 중에 누가 먼저 버디즈 스킬을 쓰냐에 따라서 승패가 좌우됩니다.
버디즈라고 일컬어지는 이 트레이너와 포켓몬의 듀오를 수집하는 주 수단은 역시 뽑기입니다. 수집형 가챠 게임이니까요. 여기서 게임 내에서 얻을 수 있는 무료 다이아와 유료 다이아가 각각 적용되는 뽑기가 다르고요.
결론적으로, 만약 포켓몬 IP 자체는 굉장히 좋아하지만 자신만의 색깔이나 특징이 있는 게임으로서의 포켓몬은 별로 미련이 없다면 괜찮은 게임입니다. 반대로, 포켓몬이라는 IP 자체보다는 본가의 게임 감각을 좋아했던 이들에게는 정 반대고요. 전투나 육성에서의 재미가 아닌 포켓몬과 트레이너의 조합을 수집하는데 주 목적이 있습니다.
포켓몬 프랜차이즈가 근래 몇 년 간 취하고 있는 전략은 아주 명확합니다. 글로벌 인지도가 막강한 IP 인 만큼, 코어팬 보다는 더 많은 캐주얼 IP 팬들을 끌어들여 수익을 내겠다는 겁니다. 포켓몬 GO 또한 그런 게임이었고, 이 게임도 그 전략을 따라서 만들어졌든 아니든, 어쨌건 그 전략에 아주 정확히 부합합니다.
철저히 PVE 콘텐츠에 맞춰진 만큼 성장 뿐만 아니라 엔드 콘텐츠도 멀티플레이어 PVE 가 중심입니다. 이 부분은 향후 어떻게 더 추가되고 발전할지에 따라 여지가 더 많이 남아있다고 봅니다. 8장, 9장 부터는 슬슬 전투와 성장에 신경을 쓰지 않으며 클리어가 점점 어려워지고요.
최적화는 다소 아쉽습니다. 플레이를 한 기기는 갤럭시 노트10 인데, 상당히 최신형의 고성능 스마트폰임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프레임이 떨어지고, 로딩도 잦고 시간이 걸리는 편이며, 특히 편성 화면에서는 눈에 띄게 프레임이 떨어지는게 보였습니다.
결론적으로, ‘포켓몬 마스터즈’ 는 그동안의 포켓몬스터 IP 확대의 방향성에 맞게 만들어진 게임입니다. 본가 시리즈 정도의 볼륨이나 복합적인 성장 요소 등은 빼버리고 수집과 가위바위보를 통한 단순화된 전투가 포인트라고 할 수 있죠.
앞서 말씀드렸듯, 이는 코어 팬들에게는 꽤 호불호가 갈릴 변화입니다. 물론 IP 파워를 반증하듯 ‘포켓몬 마스터즈’ 의 글로벌 다운로드는 벌써 1천만회를 넘어섰고, 얼마나 더 큰 성과를 거둘지는 더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캐주얼 팬들을 겨냥한 본격적인 스마트폰 타이틀로서 ‘포켓몬 GO’ 의 성공을 이어간다면 앞으로 이 변화의 방향은 지속될테니까요.
이명규 기자 sawual@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