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제목]
어둠보다 더 어두운, 크래프톤 '다크앤다커 모바일' 시연
조회수 19167 | 루리웹 |
입력 2023.11.12 (17:00:00)
[기사 본문]
크래프톤은 지난 11월 1일, 올해 지스타 2023에서 선보일 모바일 신작 '다크앤다커 모바일'을 미리 체험해볼 수 있는 미디어 시연회를 진행했다.
'다크앤다커 모바일'은 크래프톤의 블루홀 스튜디오가 개발중인 모바일 게임으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올해 게임업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아이언메이스의 '다크앤다커'의 중세 로우 판타지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다.
다크앤다커 모바일
현재 다크앤다커는 개발사인 아이언메이스가 과거 넥슨이 개발하던 프로젝트 P3의 데이터를 무단으로 반출하여 개발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부정경쟁방지법으로 법정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며, 그로 인해 등급분류심사가 이뤄지지 않아 국내 서비스가 불가능한 상태다.
크래프톤이 그런 다크앤다커로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것은 다크앤다커에 대한 상표권 계약만 체결했을 뿐, 게임을 구성하는 모든 데이터는 직접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크래프톤의 설명에 따르면 다크앤다커 모바일은 원래 개발 중이던 '프로젝트 AB'라는 게임에 다크앤다커 IP를 접목시켜 탄생한 게임이고, 논란의 중심인 유출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았고, IP만 활용했을 뿐이니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기자는 개인적으로 다크앤다커 모바일은 이름만 가져왔고 게임 자체는 다른 형태로 꾸며졌을 것이라 예상했다. 다크앤다커는 앞서 언급했듯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중인 뜨거운 감자인 만큼, 그대로 꿀꺽 삼키진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본격적인 시연에 앞서 프로젝트 AB의 초기 개발 과정을 살짝 보여줬는데, 실제로 프로젝트 AB는 다크앤다커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게임이었다. AB는 '어드벤처러스 배틀그라운드(Adventurer's Battlegrounds)'의 약자로, 이름 그대로 모험가들을 위한 전장을 제공하는 게임으로 기획됐다.
프로젝트 AB의 핵심 키워드는 '배틀로얄', '탈출', 'RPG'으로, 탈출을 기반으로 하는 배틀로얄 생존 게임이라는 점에서 다크앤다커와 유사한 부분이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다양한 종족의 캐릭터가 등장하고, 선택한 종족에 따라 플레이 방식이 달라지거나, 레이드나 투기장 같은 즐길거리도 존재하는 등 나름 차별화 포인트가 존재했다.
하지만 그 다음 발표된 내용이 꽤나 충격적이었다. 프로젝트 AB를 다크앤다커 IP와 접목한 후를 보여줬는데, 프로젝트 AB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다크앤다커 모바일이라는 말 그대로 다크앤다커를 모바일로 옮겨온 것만 같은 게임이 등장한 것이다.
직접 시연까지 해보고 느낀 점은 사실 길게 말할 것도 없다. "다크앤다커를 모바일로 최적화해서 옮긴 게임"이다. 다크앤다커의 주요 재미 포인트를 모바일로 즐길 수 있는 것이 핵심으로, 어떻게 여기까지 다크앤다커 다울 수 있는지 두려울 정도로 캐릭터 디자인부터 던전 디자인까지 모든 것이 다크앤다커를 연상케 하며, 다크앤다커를 플레이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능숙하게, 아니 더 편하게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시스템이 유사하게 꾸며져 있다.
맵 곳곳에 나무통이나 항아리 등 부술 수 있는 오브젝트가 있고, 보물상자를 열어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고, 마주치는 적을 죽여 아이템을 빼앗을 수 있고, 죽으면 가진 모든 아이템을 잃게 된다. 살고 싶다면 맵 곳곳에 랜덤으로 생성되는 푸른 석판과 상호작용해 탈출하면 되며, 탈출에 성공하면 던전 내에서 획득한 아이템을 모두 얻게 된다. 실시간으로 크기와 위치가 변화하는 자기장(다크스웜)이 플레이어를 서서히 죽음으로 몰아 넣는다. 액션은 이동, 공격, 막기, 점프, 앉기, 스킬, 무기 교체, 횃불 들기, 휴식 등 다양해 다크앤다커에서 할 수 있었던 대부분 동작이 구현됐다.
타격 부위 별 대미지가 다르고, 무기가 너무 길면 휘두를 때 천장이나 벽에 막히거나, 방패를 착용하면 방패에 닿는 공격은 막을 수 있고, 나무통이나 항아리 등 부술 수 있는 오브젝트는 대형 무기로는 대충 쳐도 부숴지고, 중소형 무기로는 약점 부위를 정확히 노려야 부숴지는 등 물리 기반 논타겟팅 전투 액션 또한 모바일 치고는 대체로 잘 구현한 편이다.
시연 빌드에서는 파이터, 바바리안, 레인저, 로그, 클래릭 등 다섯 가지 클래스를 체험해볼 수 있었다. 위저드는 "Coming soon"이라는 문구와 함께 잠겨 있어 선택할 수 없었다. 맵은 1인 싱글 플레이가 가능한 고블린 동굴 하나만 제공됐다.
세세하게 따지자면 몇 가지 다른 점도 존재한다. 일단 클래스 별로 스킬이 한 개씩 밖에 없다. 예를 들어 파이터는 전력 질주, 바바리안은 격노, 로그는 은신, 레인저는 퀵샷, 클레릭은 성역을 가지고 있다. 투척 무기가 존재하지 않으며, 모바일 조작 특성상 정밀 조준이 힘들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활을 사용할 때 에임 보정이 붙는다는 점도 있다. 추가 스킬이나 투척 무기는 조율 중인 부분으로, 개발 방향 설정에 따라 향후 추가되거나 변경될 수도 있다고 한다.
또 모든 캐릭터는 이동 시 일정 시간 동안 발자국이 남고, 플레이어는 그걸 보며 싸움을 피하거나 반대로 추적할 수 있다. 휴식을 사용하면 그냥 앉아 있기만 해도 천천히 체력이 회복되며, 창고 공유가 가능해 캐릭터 간 아이템을 쉽게 옮길 수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3인칭이라서 시야가 더 넓고 답답함이 덜하다.
다크앤다커 모바일은 다크앤다커를 모바일 플랫폼에 어울리게 잘 최적화한 모습을 보여줬다. 모바일의 큰 단점 중 하나가 템포가 빠른 액션에 약하다는 점인데, 다크앤다커 특유의 느릿하지만 묵직한 전투가 모바일 액션에 잘 어울린다고 느껴졌다. 전투 자체는 느릿하지만, 전체적인 게임 흐름 자체는 빠른 편이라 한 판을 즐기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이 들지 않는다는 점도 모바일에 적합하다.
모바일 기기 한계상 UI가 작다는 점만 빼면 화면 구성이나 그래픽이 오히려 원작보다 낫다고 느껴진다는 점이 가장 무서운 점이다. 처음 선보이는 시연 빌드임에도 기세라면 이미 아이언메이스의 다크앤다커를 뛰어 넘고 있다.
시연 내내 드는 생각은 다크앤다커 모바일을 만들기 위해 소모된 프로젝트 AB가 너무 아깝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다크앤다커 IP와의 접목하지 않고 프로젝트 AB 그대로 가도 되지 않았냐는 생각이 들었다. 다크앤다커 모바일이 괜찮게 느껴질 수록, "그럼 프로젝트 AB는 얼마나 재밌을까"라는 영원히 풀 수 없는 호기심과 기대감만 커져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크앤다커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될 지는 예상할 수 없다. 하지만 그 결과가 어떤 형태로든 게임업계에 큰 파란을 몰고 올 것은 확실하다. 다크앤다커 모바일이 이름부터 다크앤다커를 내세우고 있는 이상, 그 영향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다. 아무리 개발에 사용한 에셋이 다르고 내부 메커니즘이 다르다고 해도 말이다.
관련하여 크래프톤은 지난 2023년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다크앤다커 모바일 관련하여 "100% 독자적으로 모든 에셋과 게임을 만들고 있다. 거기에 상표권 계약을 더해 다크앤다커 모바일이라고 부르고 있는 상황이고, (넥슨과 아이언메이스의 다크앤다커 관련) 법적 소송 결과는 당연히 지켜볼 것이다."라며 "사법적 판단에 대해서 존중하고, 판단에 대해 지켜보고 그에 따라서 운영 방안을 합리적으로 가져갈 생각이다."고 전한 바 있다.
다크앤다커 모바일은 내년 중 출시 예정이며, 올해 11월 16일부터 19일까지 4일 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지스타 2023 현장에서 체험해볼 수 있다.
| 안민균 기자 ahnmg@ruliweb.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