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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12시, 펄어비스에서 게임 디자인을 맡고 있는 주재상 실장이 '아침의 나라' 개발 핵심 멤버의 일인으로서 서양 판타지 세계관과 중근세 조선의 조화라는 낯선 도전을 택하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조선을 선택한 이유는 어릴 적 '스트리트 파이터'를 보니 주인공이 일본인이고, 미국인과 중국인, 소련인, 브라질인, 인도인, 태국인도 등장하는데, 한국인만 없으며, '란마' 같은 만화에도 중국인은 나오지만 한국인이 없어 아쉬운 마음을 갖고 있다가 2013-14년 출시 전인 '검은사막'을 보니 '금수랑'이 있었다.
2015년 출시된 금수랑은 개량 한복을 모티브로 한 코스튬을 입고 있다. 그러나 우슈를 기반으로 해서 비공술을 펼치다 보니 한국 캐릭터라고 보기는 애매한 측면이 있었다.
이후 글로벌 진출 전에 나온 '무사'는 기본적인 액션부터 한국적인 검법을 구사하고, 쌍이 되는 '매화'도 등장해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글로벌에 진출하면서 이 셋의 이름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결국 MUSA와 MAEHWA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금수랑은 너무 어려워서 비스트 마스터로...)
2019년 대양이 도입되면서 항해가 시작됐다. 그래서 유저들이 바다를 건너면 무엇을 만나게 될까를 생각하다 동양적인 항구, '랏항구'를 만들었다.
이후 좀 더 동양적인 지역을 모험하고 싶다는 요청이 많아져 랏항구 개발 당시 사전에 확보한 넓은 땅에 한국 개발자가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조선'을 넣게 됐다.
일단은 조선 시대 학자가 머무는 성, 판옥선 등을 선보였더니 반응이 좋아 '남포항'으로 개명하게 됐다.
조선이 구현된 게임은 이전에도 여럿 있었으나 검은사막은 조선이라는 테마 하에서 몬스터, 스토리, 배경 등을 각자 자유롭게 디자인 하는 접근 방식을 취했으며, 처음으로 구체화된 배경 콘셉트 원화를 토대로 큰 그림을 그렸다.
몬스터는 해외 유저에게도 통할 수 있도록 처음에는 '구미호'와 '산군' 같은 대중적인 픽을 했다.
다음으로는 해외에 다소 덜 알려진 몬스터들을 설정했다.
구미호의 인간형 캐릭터 콘셉트 원화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는 예쁘게 나와서 많은 개발자들이 좋아했다고 한다.
아침의 나라와 걸맞는 한국적인 플레이어블 캐릭터로는 '우사'와 '매구'가 선정됐다. 둘이 된 이유는 모션 캡처 팀에서 둘까지 가능하다고 해서였고, 검을 쓰는 캐릭터가 많으니 이번에는 도사 캐릭터로, 비, 바람, 번개를 부리는 정통파 우도방, 귀신의 힘을 끌어 쓰는 사파 좌도방으로 설정했다.
우사와 매구가 처음 공개된 장소가 LA이다 보니 처음에는 걱정도 많았으나 의외로 열정적인 반응을 얻어 안심했다.
콘텐츠 적으로는 기존 대륙과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기존 대륙을 비게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아 사냥터 자체를 없앴다. 아침의 나라 개발 당시는 신규 사냥터에 대한 유저들의 피로도가 높은 상태였으며, 늘상 해왔던 것에서 탈피해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전투는 보스와의 1대 1에 중점을 두었다. 그러다보니 서사가 중요하게 부각되어 스토리를 보여주기 위한 컷신과 일러스트를 다수 제작하고 더빙을 실시, 이야기에 푹 빠져 즐길 수 있게끔 했다.
건물과 오브젝트 등의 그래픽은 고증을 위해 문화재청의 협조를 얻어 실제 건물을 그대로 구현했다. 금동 향로나 청자처럼 조선 시대 물건이 아닌 것도 있어서 여기에 영감을 얻어 조선 시대 이야기가 아닌 것도 추가했다.
한국이라는 생소한 배경의 스토리를 들려주기 위해 여러 구전 설화를 수집했으며, 생소한 배경이니 이야기 만큼은 클리셰에 집중, 첫 사랑이나 효처럼 우리 문화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이해하기 쉽고 인기와 재미가 보장된 설화를 적극 차용했다. 또 국내 유저를 위한 국뽕 요소로는 왕족의 성씨를 고씨로 정했으며, 사람을 부르는 호칭 등은 고증에 맞춰 사용했다. 여기에 금수랑, 무사는 관련 스토리를 넣어 고향에 온 느낌을 주었다.
낯선 땅에서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있도록 가이드 캐릭터도 집어 넣었는데, 충청도 출신임을 구현하기 위해 성우도 충청도 출신을 기용했다.
등장하는 캐릭터에 매력을 부여하기 위해 900살짜리 구미호는 아이처럼 행동하게 만들었다.
아침의 나라 출시 전 한국적인 캐릭터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우사와 매구가 선행 업데이트 됐다.
아침의 나라 출시 직후에는 부족한 점을 지적 받기도 했으나 보완했고, '우사 각성'은 저승사자 같은 느낌을 주었으며, '매구 각성'은 차별화에 신경을 썼다. 덧붙여 둘을 화해시킬 계획은 없다고.
수궁은 용궁의 모든 것을 담기 위해 노력했고, 우사와 매구의 뒷 이야기를 들려주는 오디오북을 제작, 조회수는 높지 않았으나 팬을 위한 선물이 될 수 있었다.
아침의 나라를 통해 배운 것은 한국적인 콘텐츠에 목마른 사람이 많다는 것이었다. 특히 스트리머들의 반응에 뿌듯했으며, 여러 지역에 서비스 되는 검은사막이 한국을 알릴 수 있다는 점도 기뻤다.
새로운 시도가 워낙 많았던 아침의 나라인지라 1회성 플레이라는 약점도 노출됐으나 좋아해준 사람이 많아서 계속 용기를 내려 한다.
서울에 대한 이야기도 많은데 다음 지역은 예쌍대로 '아침의 나라: 서울'(가칭)이고, 봉황 관련 장소, 동굴, 무신제 지역, 우사와 매구의 고향 등이 추가될 예정이다.
동해도를 넘어 황해도 편에서 공개될 구미호의 모습도 공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