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시간 전.
합동참모본부 합동참모본부장 집무실.
“형, 다시 한 번 생각해. 이거 형이 가는 거는 옳지 못한 일이야.”
신원 미상의 무장병력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는 보고를 받자마자 곧 바로 민하준 원수와 칸 소장 일행을 구출하기 위한 구출작전이 입안 된 가운데, 라자르 대장도 분주하게 어디론가로 향하였다. 그리고 지휘통제실을 빠져나가는 라자르 대장의 뒷모습을 보며 벨리코프 원수는 그의 뒤를 ↗았다. 지휘통제실을 나온 라자르 대장이 향한 곳은 자신의 집무실이었고, 그는 곧장 집무실에 들어가자마자 개인 관물대를 열어 군복과 체스트리그, 플레이트 캐리어, 옵스코어 방탄모 등을 꺼내어 군장을 갖춰 입기 시작했다.
딱 봐도 라자르가 어떤 행동을 하려는지 직감한 벨리코프 원수는 집무실 문에 팔짱을 낀 채 기대어 라자르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였다. 하지만 라자르는 어떠한 대꾸도 하지 아니하였다. 그러자 벨리코프 원수는 라자르 대장에게 다가가 방금 전보다 살짝 완고하고 높은 언성으로 그에게 말하였다.
“나이를 생각해, 형. 애들도 있는데.”
“그게 아니면 뭐 이제와서 객기라도 부리겠다는 거야, 뭐야??”
“그런 거 아니야.”
“그럼 뭔데??”
“그 녀석한테 빚진 거 갚으려고 하는 거지.”
“뭔 빚?”
“... 저번에 내 아이들 구해줬던 거.”
라자르 대장은 벨리코프 원수의 물음에, 지난 번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치러진 순항훈련 때 펙소 콘소시엄의 본의 아닌 함정에 걸려들어버린 아이들을 구하기 위하여 민하준 원수가 직접 하와이로 건쉽을 끌고 행차한 것을 말하였다.
물론 정상적인 일의 범주는 아니었다.
하준이 벌인 행동은 엄연히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행동들이었다. 근무지를 무단으로 이탈하고, 거기에 육군본부를 거치지 않고 항공작전사령부에 무단으로 월권행위를 저질러서 AC-130 건쉽을 띄운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었으니깐.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그가 그렇게까지 행동한 이유는 그저 순수하게, 태평양 바다 건너 이역만리 떨어진 이국의 땅에서, 혹시라도 위험에 쳐해있을 자신의 아이들을 구하기 위함에서 벌인 행동이었다.
그래서 라자르 대장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그토록 싫어하고, 죽이고 싶어하며, 증오해 마다않는 민하준 원수의 징계를 막고, 변호하고자 하였다. 비록 여전히 연합전쟁의 전범이오, 민하준 원수의 친동생을 죽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또한 자신의 아이들을 구하러 다녀와준 하준에게 감사의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정작 당사자가 그 감사 인사를 걷어차서 문제였지.
오히려 감사 인사를 걷어찬 걸로도 모자라, 원래 민하준은 라자르家의 아이들은 죽던지 말던지 쏙 빼놓고 오려고 했었다는 점에서 라자르가 되려 그를 더욱 미워하고 싫어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자르 대장이 하준을 구하러 가겠다 하는 것은 어쨋건 그가 자신의 소중한 아이들을 구해주었다는 점에 대한 보답이오, 단순히 가족 그 이상을 넘어서 그의 인생의 반쪽이었던 그의 동생을 죽인 살인마로서의 반성이자 속죄의 행동이었다.
물론 지금 현 시점에 하준에게 미운털을 제대로 꽂고 있는 유진의 입장에선 라자르의 행동이 고깝게 보일 수 밖에 없었다.
“형, 그런다고 그 새끼가 형한테 고마워 할 거 같아?? 왜? 그냥 자기 죽게 내버려두지, 내가 너한테 굳이 살아서 구조를 받아야 되겠느냐며 되려 형한테 화낼 걸???”
“너 그런다고 해서 니 마음의 위안 조금이라도 얻으려고 하는 거라면 꿈 깨라, 하면서 면전에 대고 무안이라도 안 주면 차라리 다행이겠다.”
유진은 딱히 필터링을 걸치지 않으며 라자르에게 하준에 대하여 모질게 말하였다. 다만 라자르는 지금의 유진 또한 하준에게 받은 상처가 다 풀리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그럴 수 있노라며 모질게 말하는 것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뿐이었다. 유진이 암만 말해봤자 자신을 물리적으로 막지 않는 이상, 이미 라자르는 하준을 구하러 가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끝마쳤고, 어쨋건 하준을 구하러 나갈 것이기 때문이었다.
의외로 잘 안 알려져서 그렇지, 라자르도 유진처럼 특수부대 복무 경험이 있는 사람이었다.
아예 육군으로 입대하여 야전에서 특수전 전문가로 활약하였던 하준에 비한다면 겨우 명함 정도만 내밀 수 있을 정도겠지만, 이래보여도 라자르는 유진처럼 대령 시절에 해군특전단장을 역임했던 적이 있었다. 해군의 지상전 특수 분야 전문인 네이비 씰 제2특전단장을 역임했었던 유진과 다르게, 라자르는 바닷가나 해안 등 수상 및 연안 지역에서의 특수 작전을 담당하던 SWCC의 단장 출신이었다. 그리고 SWCC은 수상에서의 높은 기동성과 강력한 화력을 바탕으로 네이비 씰 같은 특수부대의 화력 지원 및 주요 요인 및 적진에 낙오된 아군에 대한 구조/구출작전의 임무를 담당한다.
그러니, 이번 구출작전에 있어서 라자르는 적합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말 해 뭐하나. 라자르도 하준 처럼 어차피 제 말을 듣지 않을 것을 직감한 이상, 유진은 땅이 꺼져가라 짙게 한 숨을 내쉬며 한탄하였다.
“... 하아아아...”
“형, 모르겠다, 이제 나는. 난 아직도 잘 모르겠어, 어느게 맞는지, 어느게 틀린 건지. 무단 이탈을 넘어서 탈영에, 지가 놀러가놓고 일은 지가 저질러 놓고...”
“여기서 옳고 그른 건 없어, 벨.”
“중요한 건 그 친구가 지금 위험에 쳐해있다는 거고, 나는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직접 그 녀석을 구하러 다녀올 거라는 거지.”
“처우 문제는, 구하고 나서 생각해도 늦진 않을 거야.”
“... 나 형네 부인들한테 말 안 해줄거야. 갈 거면 형이 직접 말해.”
“이미 다 말했어, 앤 한테.”
“앤이 누군데?”
“마키나. 내 새 와이프.”
“무슨 이름이냐고 물어보니, 당신 엄마 이름 따라서 개명했다 그러더라고.”
“이야, 그새 개명을 하다니, 적응속도 빠르네...”
답답해하는 유진.
그런 그에 비해 제법 홀가분해 보이는 라자르.
하준이 벌인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불거진 지금, 각자가 처한 감정적 상황은 사뭇 달라도 너무 달랐다. 아예 둘이 처한 상황이 바뀐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걱정마, 나도 명줄 긴 거 알잖아.”
“다녀온다, 그럼.”
“...”
여하튼 라자르 이 양반도 한 번 고집 부리는 건 쉽게 꺾을 수가 없으므로, 유진은 문틀에 기대어 가로막고 있던 그의 집무실 문을 비켜주었다.
“형!!!”
“음?”
그러다가 군장을 챙기고 나서려는 라자르를 향해, 유진은 뒤돌아서 라자르에게 다가가 당부하였다.
“가서 그 새끼를 구하게 되거든 내 부탁 하나만 좀 해도 될까?”
“뭔데? 내가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뭐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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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중 삽화로 사용되는 그림과 사진의 출처는 구글링과 핀터레스트입니다.
탕아 하준이 돌아왔습니다.
이걸로 일단 급한 불은 껐군요.
더 큰 불이 남아있지만...
사실 그와 별개로 라자르를 앞으로는 약간 벨과 하준을 돌보는 남자 마망 같은 느낌으로 좀 더 묘사해볼까 합ㄴ...<<퍽퍽퍽
네, 뭐...
예쁘고 귀엽잖아요, 라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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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좋은 소재... | 23.12.18 16: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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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12.18 23:2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