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으으윽...”
“괜찮나, 태 소령?”
“아직도 다리에 감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걱정말게, 지금이 어느 땐데 하반신 마비도 못 고치겠나.”
“그래도 돌아가면 한 동안 병상 신세 좀 치르겠군...”
“운디네 대위, 자넨 괜찮나?”
“예, 저는 괜찮습니다.”
“미안하군, 우리가 좀 더 상황을 빨리 파악했어야 하는데...”
“그보다도 놀러 나온 거 데리러 와달라고 한 거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면목 없네, 제군들...”
칸과 하준은 적들이 오기 전에 미리 헬기 추락 지점으로 가서 부상자들을 구출하는데 성공하였지만, 불행스럽게도 킹스텔리온의 주조종사인 태미소 소령은 헬기가 지면과 추락할 때 받은 충격을 척추로 그대로 받는 바람에 다리를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으로, 부조종사였던 187번 운디네 대위는 찰과상 조금 입은 정도로 그쳤다.
현재 하준과 칸은, 조종사들을 데리고 무장병력으로부터 도망치는 중이었다. 지금 자신들한테는 무장이라고 해봐야 조종사들이 들고다니는 MCX 카빈 소총 두 정이 전부였으며, 겨우 탄창 세 번 교체할 수 있을 정도의 탄약으로 1개 연대 규모에 S7 데스스토커 20기로 무장한 병력을 상대할 수는 없었다. 사격을 위하여 가지고 온 총들은 탄약을 애저녁에 사냥하느라 다 써버리고 말았다. 그나마도 다행이도, 무장병력의 S7 데스스토커 레일건에 격추된 헬기가 무장병력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지점으로 추락한데다가, 헬기가 추락하자마자 하준이 재빠르게 헬기 잔해 속으로 들어가 완력으로 강제로 프레임을 벌려 태미소 소령과 187번 운디네 대위를 재빠르게 구출한 덕분에 무장병력으로부터 도망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하준과 칸 일행은 현재 랑데부 지점을 변경하여 캄차카 반도의 최대한 남쪽 끝으로 향하고 있었다. 무장병력으로부터 탈출을 좀 더 수월하게 하고, 만일에 있을 아군의 지원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단축해보기 위한 계산이었다. 그들에게 항공 유도 지원을 위한 레이더 장비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오호츠크해 바다에 떠있는 항모전단에 지상 투입 병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현재로선 최대한 무장병력들부터 거리를 떨어뜨리는 것이 중요했다. 현재 오르카에선 호드를 위시로 한 지상병력이 그들을 구하기 위하여 출동한 상태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장병력을 따돌리며 도망쳐온 칸과 하준 일행은, 캄차카의 화산과 광할한 들판이 어우러진 평야 지대를 지나 어느새 나무가 빼곡이 자라난 침엽수림인 타이가 숲 지대로 들어섰다.
그렇게 그들은 숲을 좀 더 지나가다 살얼음판 낀 깨끗한 개울물이 졸졸- 흐르는 작은 계곡을 보곤 잠시 잠시 자리에 멈춰서 숨을 고르기로 하였다.
“여기다 내려주면 되겠나?”
“예, 그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대위, 자네는 아직 견딜만 하지?”
“멀쩡합니다, 저는.”
“좋아, 일단 다들 여기서 숨을 좀 고르자고. 가기 전에 우리 위치를 다시 한 번 확인해보지.”
“여기가 현재 우리가 있는 위치고, 오르카랑 협의해서 새로 설정한 랑데부 지점까지의 거리는 대략 17km 정도 된다.”
“페이스 조절해서 가면 3시간 안엔 도착하겠군.”
“오르카에서 지원부대가 오기로 한 시간은?”
“부산에서 방금 출발했고, 오호츠크해상에 있는 항모전단을 경유하여 항공단과 재정비해서 온다고 했으니, 오는데 약 다섯 시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가 탈출할 타이밍에 맞춰서 놈들도 아예 같이 청소해버리겠다 이런 심산이로군...”
“공격도 우리가 먼저 당했으니, 명분은 충분하다.”
“근데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어떤게?”
“저 무장병력들 말입니다.”
“분명 생긴건 바이오로이드인데...”
“좀비같이 생겼다고?”
“어... 예.”
“아니, 그 뭐랄까. 겉모습만 그런게 아니고 뭔가 좀 움직이는 것도 그렇지 않았습니까?”
운디네 대위는 아까 추락하고 나서 도망치면서 봤던 무장병력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였다.
자신들을 공격하고 쫓아오는 무장세력. 분명 생긴 것은 자신들과 똑같은 인간 내지 바이오로이드 인간들이었지만, 실제로 그들을 자세히 보면 지성을 가진 인간이라고 부르기에는 이질감이 느껴지는 불쾌한 외모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 모습은 시체. 소위 말하길, 살아 움직이는 시체로, 좀비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기괴하게 뒤틀린 모습과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여러 시체를 꿰고 엮어다가 만든 것 같은 피부, 관절과 물리법칙을 무시한 듯 부자연스럽게 뒤틀려 있던 팔과 다리, 그리고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딱딱하고 일말의 감정조차 느껴지지 않는, AGS보다도 훨씬 더 딱딱한 로봇같은 행동을 보여주는 그들의 모습에서 그들이 결코 정상적인 바이오로이드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마치 자유의지 없이 누군가에게 의해 조종당해 움직이는, SF소설이나 영화에서나 볼 법한 그런 클론 군단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상상력이 너무 과한 것 아니냐고? 이미 철충이란 생명체에 의해 인류가 멸망한 마당에, 오르카 인류 저항군이 정식으로 출병한 이래 17년 전엔 파라셀 군도에서 잠들어있던 앙헬 리오보로스의 의식과 고블린 부대를 깨워서 전투까지 치뤘던 오르카 저항군이었다. 15년 전에는 서태평양 남방해역에서 여전히 이름도 모르는 정체 불명의 바닷 속 괴생물체와도 싸우기까지 하였다. 그러면서도 오르카 인류 저항군은 늘 승리해왔다. 그런 저항군에게 있어서, 여기서 얼마나 더 이상한 존재가 나타나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럼에도 무장세력의 병사들에게서 이질감이 느껴지다못해 불쾌감마저 느껴지는 이유는, 철충과 바닷 속 괴생명체와 다르게, 같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아닌 것처럼 본능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렸다.
운디네 대위 뿐만 아니라 태미소 소령도, 칸과 하준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바이오로이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뭐 이런 쪽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그런 느낌이 듭니다.”
“마치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 같다고?”
“예, 그리고 그걸 누군가 조종하는 것 같은...”
“그렇다면 누가 어째서, 왜, 무슨 이유로 저런 것들을 만들어서 조종하는지 먼저 알아야 하겠군.”
“아니, 우선 지금은 탈출 하는게 급선무야. 그런 건 이 상황 벗어나서 알아내도 늦지 않아.”
“아니면 보고 자체는 되었으니 합참에서도 저들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있겠지.”
“하긴, 그렇기도 하겠군.”
“무엇보다 지금 우리는 부상자에, 물자도 없고, 홈 그라운드 조차도 아니지. 지금 우리가 해야하는 건 지금 랑데부 지점까지 가는 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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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일담 빼면 다음 화에서 끝날 수도 있겠...
...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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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험난해야 재밌는 법...! | 23.12.12 18:4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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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비 깡 헌드레드 달러 빌~ 헌드레드 달러 빌~ | 23.12.12 20:3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