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글 요약
1. 묘지에서 축구하는거 봄
2. 중동, 아프리카, 유럽에서 축구 본 썰
3. 중동에서 축구보려면 총맞을 각오를 해야한다(?)
#밤에만난사람
뭐 맨발여행이 그렇듯(?) 항상 재미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험난했으니... 이번 에피소드가 저희의 여행이 가장 잘 드러났다고 생각해서 써볼게요!
여행 계획 : 차타고 가다가 뛰기 좋은 장소가 나옴 -> 내려서 뛰기 시작함
운전기사님한테 구글맵을 보여주면서 20km 앞에서 대기하라고 부탁한 다음. 러닝을 시작합니다.
헉헉
맨발여행이니까 맨발로 뛴다!
늦게 뛴 것도 있지만 계속 뛰다보니까 해가져버리더라구요...
그렇게 밤이 되었는데 문제는 진짜 한치 앞도 안보였어요.
도시에서는 항상 가로등 이런게 있으니까 또 한국 시골 역시 집들이 있으니까 밤이 되어도 그렇게 깜깜하지 않은데 여기는 밤에 대한 감각이 다르더라구요!
얼마나 어두웠냐면 앞에 닉이랑 칼이 뛰는걸 알지만 보이지가 않았어요. 달빛, 가로등 없으니까 그냥
암흑세계...
그래도 뛰었습니다 헉헉
여튼 그렇게 뛰는데 큰 갈림길이 나오더군요. 저는 그냥 직선으로 뛰었습니다.
근데 문제가 발생... 아무리 뛰어도 닉이랑 칼이 안보이는겁니다ㅜㅜ
설상가상 핸드폰 배터리도 없어서 후레쉬도 못켰어요. 더 큰일난 건 핸드폰 신호 자체가 안잡히더군요....
당연히 러닝하려고 내렸으니까 여권도 지갑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일단 뛰는데 진짜 우주에서 뛰는것 같더라구요.
하늘이 땅같고 땅이 하늘같았습니다ㄷㄷㄷ
- 검정 배경이 아니라 실제로 찍은 사진...-
계속 뛰다보니까 진짜 큰일나겠더군요.
그때 제가 낮에 뛰어오면서 작은 마을을 지나친 것을 기억해냈습니다.
상황이 너무 안좋으니까 그냥 마을로 돌아가서 사람들한테 재워달라고 부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칼이랑 닉한테는 내일 연락하면 되니까.
그래서 반대로 뛰었습니다.
신기한게 나중에는 어둠에도 적응이 되더군요ㅋㅋ 뭔가 안보이니까 더 예민하게 된 느낌!
역시 사람 신체는 신비로워요.
그렇게 계속 뛰는데 정말로 어둠 저 너머에서 뭔가가 있는 게 느껴짐....
하이에나일수도 있으니까.... 그냥 가만히 있었습니다.
근데 그게 점점 다가옴.....
점점 가까이....ㄷㄷㄷ
어둠 속에서 등장한 것은 다행히 자전거를 탄 사람이더라구요(허무)
그래서 그 사람한테 물어봤습니다. 무중구??? 이렇게 (무중구는 외국인이라는 뜻)
근데 그 사람이 말을 안하는겁니다ㅜㅜ
그래서 계속 물어봤습니다. 무중구? 무중구? 이러면서
그만큼 절실했거든요... 이 사람에게 도움을 받아야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그 사람이 와구구구구굽구가구ㅏㄱ
이렇게 소리를 질렀어요! 그거 듣고 진짜 기절할뻔 했습니다....
그래서 엄청 놀라서 도망가면서 핸드폰 후레쉬를 호다닥 비췄습니다.
불빛을 비춰서 보니까.. 그분은 장애인이더군요... 농아였습니다.
예의가 아닌걸 알지만, 너무 놀라서 후레시를 얼굴 가까이 들이댔는데 눈이 멀었는지 반응이 없었어요.
그래서 어쩌지어쩌지 고민을 하다가 그냥 지나쳤어요. 도움이 안될 테니까요.
그때 갑자기 그분이 뒤에서 소리를 지르더군요 오! 이러고
오!
그런데 그 사람이 손을 딱 들고 있더라구요
손이 가리키는 방향은 제가 가고있던 반대 방향이었습니다.
그래서 혼자 한참 생각하다가 그 사람이 알려준 방향으로 한번 뛰어봤습니다.
근데 거짓말처럼 얼마 안뛰고...겨우 칼이랑 닉 만날 수 있었어요.....
반가워서 울뻔했다.
이게 이렇게 라이트하게 적으려니까 감정이 안사는 거 같아서
그때 쓴 일기를 옮기는 게 나을거 같아서 찾아왔습니다
그는 또다시 “오!”라고 외쳤다. 팔은 여전히 내리지 않은 채로. 시간은 이때다 싶었는지 상대적으로 흘러가고... 마치 수십 분이 지난 것 같이 느껴지는 몇 분이 흐르고 나서 그는 아주 천천히 팔을 내린 다음 느릿하게 자전거 페달을 밟아나갔다.
.
느린 속도로 자전거가 나를 지나치자마자 어둠이 그를 순식간에 삼켜버렸다.
.
나는 꼼짝 않고 그의 행동에 대해 고민했다. 그러다가 한 번 속아보는 기분으로 내가 향하던 반대편, 그러니까 그가 올린 팔의 방향으로 전진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몇 분 후, 땀을 비오듯이 흘리며 아프리카에서 동양인을 찾고 있는 두 백인을 만날 수 있었다
.
둘이 내 어깨를 잡고 흔들며 도대체 어디에 있었냐고 물어봤지만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둘을 만난 안도감보다 외려 몇 분 전에 만난 그 외눈박이 농아가 마음에 남아 미소 지을 수도 없었다.
그의 청회색 눈과 천천히 내렸던 팔, 빨간색 비니와 낡은 옷... 어쩌면, 어쩌면 내가 조금 전 아프리카를 순찰하던 *목부牧夫의 신을 우연히 마주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불쑥 들었기 때문이다.
*헤르메스 : 여행, 나그네의 신
ㄷㄷㄷ
오늘은 쫌 길었네유 계속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8부 계....
https://bbs.ruliweb.com/hobby/board/300261/read/30563450
1화 주소 : https://bbs.ruliweb.com/hobby/board/300261/read/30563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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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 니까융.. 경험만 많습니다 ㅜ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20.07.07 15:4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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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 별것아닌 글이지만 읽어주져서 감사합니다~~~ | 20.07.07 15:4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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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엡 읽어주셔서ㅠ감사합니당!! | 20.07.08 02:1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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