씹덕이라면 다들 아는 얘기겠지만 한국하고 일본은 악역 미화에 대해서 관점의 차이가 어마무시하게 큰 편입니다.
한국의 경우 선역만이 정의를 가지며 악역에게는 정의가 없다는 관점이 일반적이어서 직접적 악역 미화를 굉장히 나쁘게 보는 편이고, 또 간접적 악역 미화에 대해서 그 인정 범위가 굉장히 광범위함. 이 녀석도 사실 좋은 녀석이었어나 이 녀석도 사실 불쌍한 녀석이었어 같은 사연팔이 과거사팔이 감성팔이 역시 간접적 악역 미화라 보고, 악역의 아군화/선역화도 간접적 악역 미화로 보지요. 악역이 처벌을 받더라도 그 처벌 강도가 만족스러울 정도로 강하지 않으면 한국 기준으로는 역시 간접적 악역 미화.
반면 일본의 경우 선역만이 아니라 악역에게도 나름대로의 정의가 있다는 관점이 일반적인지라 직접적 악역 미화에 대해서도 그다지 나쁘게 보지는 않는 편이고, 또 간접적 악역 미화에 대해서도 한국에 비해 인정 범위가 굉장히 좁은 편입니다. 이 녀석도 사실 좋은 녀석이었어나 이 녀석도 사실 불쌍한 녀석이었어 같은 사연팔이 과거사팔이 감성팔이를 딱히 간접적 악역 미화라 보지는 않고, 악역의 아군화/선역화도 간접적 악역 미화로 보진 않는 편이죠. 악역에 대한 처벌 강도에 있어 미흡함이 있더라도 그게 간접적 악역 미화냐 하면 그건 아니라 보고 있고.
악역 미화에 관련하여 일본에서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문화적 풍조가 나타나는 것은 도덕적 올바름(요즘식으로 말하자면 정치적 올바름 그러니까 흔히 말하는 PC로 옮겨서 해석해도 무방함)에 대한 판단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아서 도덕적 가치를 따지지 않는 일본 특유의 종교관과 거기에서 유래한 가치관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 하더군요.
일본에선 도덕적으로 올바른가 아닌가와는 관계 없이 대단하거나 엄청난 무언가를 신(카미)으로 섬기고 비정상적인 과장에 경이를 느끼는 종교관과 가치관을 지니고 있으며(이 부분을 오해하게 되면 일본인을 사이코패스라고 인식하게 될 수도 있음), 그렇기에 도덕적으로 옳은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대단하거나 엄청나서 경이감을 줄 수 있는 대상이라 한다면 신으로 섬겨질 수 있는 것이라 본다 합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도덕적으로는 올바르지 않더라도 무언가 업적이 있다면 미화될 수 있다는 인식이고(여기서 밑줄 친 부분이 아주 중요. 악역 미화에 대한 일본 문화의 관점을 이해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부분.), 이것이 도덕적으로 옳은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얼마든지 멋있는 것으로서 미화될 수 있다는 인식으로 연결되었고, 이것이 가해자에 대한 미화 및 옹호나 학살자에 대한 미화 및 옹호와 같은 악역 미화와 악역 옹호를 일본 문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성립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하더군요. 도덕적으로 올바르지 않더라도 경이감을 줄 수 있다면 멋있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이 일본의 문화이고, 이렇게 도덕적 올바름(내지는 정치적 올바름)을 딱히 중시하지 않는 문화가 일본 특유의 악역 미화의 원동력이라는 얘기이죠.
이러한 부분을 이해하지 못 한다면 일본 문화의 악역 미화는 그저 일본 극작가들의 혹은 일본인들의 도덕적 타락으로만 비춰지게 되는 것이겠습니다. 한국인들이 유독 일본 문화의 악역 미화에 거부감을 가지는 것도 일본 문화 속의 미화된 악역이 한국인들의 시각에서 보기에는 도덕적 가치에 따른 악역으로 오해되기 때문이기도 하겠고요.
한편 양국 간의 악역 미화에 대한 관점의 차이는 선악관과 정의관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부분도 있다는 해석도 존재합니다. 일본에서는 보통 선과 악은 그저 관점의 차이일 뿐이란 생각이 통용되고 있고 정의에 대해서도 정의의 반대편에 있는 것은 불의나 악이 아닌 또 다른 정의라는 인식이 있지만, 반대로 한국에서는 정의의 반대편에 있는 것은 또 다른 정의가 아닌 그저 불의 내지는 악일 뿐이라는 인식이 강하죠.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선역과 악역의 구분이 엄밀하지 않은 면이 있지만, 반대로 한국에서는 선역과 악역이 엄격하게 구분되는 것이기도 하겠습니다. 일본은 악역 미화라는 개념의 정의 자체가 널널한 편이고 동시에 악역 미화 특히 간접적 악역 미화의 인정 범위가 굉장히 좁지만, 한국은 그 반대라서.
또 이러한 차이는 도덕적 논쟁에 관련한 한국 사회와 일본 사회의 차이에서도 기인하는 면이 있기도 하다는 해석 역시 있습니다. 한국 사회는 성리학의 영향으로 인해서 오직 하나의 완전무결한 절대선만이 대접받는 극단적인 선악 이분법에 근거하여 사회가 형성되어 있기에 각각의 사회 구성원들이 자신이 얼마나 도덕적인지를 끊임없이 강조하여야 하고 동시에 자신의 경쟁상대의 도덕적 결함을 들춰내어 경쟁에서 승리해야 하기에 자신이 처한 현실에 대해서 체념하지 않고 극복해낼 수 있지만 동시에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과 다를 바 없는 양상을 보이는 끝없는 투쟁 속으로 사회 구성원들이 스스로를 던져 넣는 사회이고, 반대로 일본 사회는 사회 구성원들이 자신이 처한 현실에 대해 단지 체념하고 넘어가려 하는 경향이 짙어 부정부패나 각종 사회적 병폐에 대해서도 눈감는 경우가 적지 않은 사회이죠. 당연히 두 사회 사이에서는 악역을 대하는 문화도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실제로 일본에서는 일본인과 한국인의 기질을 대조하면서 일본인들은 타인과 관계를 맺지 않고 자신에게만 몰입하는 '오타쿠'가 되기 쉬운 기질이 있어 사회 상층부의 부도덕성에 대해서도 비판을 별로 하지 않지만 한국인들은 거침없이 사회 상층부의 부도덕성을 비판한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는데, 한일 양국 간의 악역에 대한 문화적 차이는 이러한 양국의 사회적 차이에서 기원한 부분도 적지 않은가 싶긴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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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라 요시카게는 어린시절 모친에게 학대를 당했으나, 동정여론이 생길까봐 묘사가 컷 되었습니다. (출처 : 죠죠벨러) 왜 이런 소릴 꺼내냐면, 일본에도 엄연히 '보편적 관점에 따른 선악의 구분선'은 명확하게 존재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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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일본적인 선악관이나 윤리관이 우리 정서에 다소 받아들이기 어려운 면이 있다지만 그 정도는 중국 서브컬처 속의 인명경시나 이기주의, 자기합리화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선협물 등에서 나타나는 중국의 사고방식이나 정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사이코 그 자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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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한국에 비해서는 그 빈도가 적긴 하죠. 대체로 악역에 대해서도 이 악역이 어쩌다가 이렇게 괴물이 되었나 하는 과정을 납득이 가게끔 집어넣는 경우가 많은 터라서요. 뭐 요즘은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악역 등장인물이 왜 악역이 되었는지에 대한 서술을 집어넣는 케이스가 늘고 있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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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일양국을 떠나 전 세계 평균으로 보자면 '도덕적으로는 올바르지 않더라도 무언가 업적이 있다면 미화될 수 있다는 인식'을 부정하는 쪽이 더 일반적일 겁니다. '히틀러도 사실은 좋은 녀석이었어'같은 전개는 결국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진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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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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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aka Mikoto
아무래도 한국에 비해서는 그 빈도가 적긴 하죠. 대체로 악역에 대해서도 이 악역이 어쩌다가 이렇게 괴물이 되었나 하는 과정을 납득이 가게끔 집어넣는 경우가 많은 터라서요. 뭐 요즘은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악역 등장인물이 왜 악역이 되었는지에 대한 서술을 집어넣는 케이스가 늘고 있긴 합니다 | 22.11.11 14:4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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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라 요시카게는 어린시절 모친에게 학대를 당했으나, 동정여론이 생길까봐 묘사가 컷 되었습니다. (출처 : 죠죠벨러) 왜 이런 소릴 꺼내냐면, 일본에도 엄연히 '보편적 관점에 따른 선악의 구분선'은 명확하게 존재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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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일양국을 떠나 전 세계 평균으로 보자면 '도덕적으로는 올바르지 않더라도 무언가 업적이 있다면 미화될 수 있다는 인식'을 부정하는 쪽이 더 일반적일 겁니다. '히틀러도 사실은 좋은 녀석이었어'같은 전개는 결국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진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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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 보다도 징기스칸.. 쪽이 좀더 이해하기 쉬을 듯 하네요. | 22.11.11 21:3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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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일본적인 선악관이나 윤리관이 우리 정서에 다소 받아들이기 어려운 면이 있다지만 그 정도는 중국 서브컬처 속의 인명경시나 이기주의, 자기합리화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선협물 등에서 나타나는 중국의 사고방식이나 정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사이코 그 자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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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우디러프 보이
동감입니다. | 22.11.11 20:3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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