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WWF 시절부터 현재의 WWE까지, 오랜 세월 꾸준한 인기를 끌어온 프로 레슬링은 장르 자체의 인기와 더불어 매우 강렬한 캐릭터들끼리의 대결이라는 시스템으로 인해 게임이라는 영역으로 가지고 오기에도 매우 매력적인 엔터테인먼트였습니다. 그간 아케이드는 물론 가정용 콘솔로도 다양한 레슬링 게임이 등장했고, 몇몇 타이틀은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에 이르러서는 사실상 레슬링 게임은 이번 리뷰 타이틀인 WWE 올스타즈의 발매사 THQ의 스맥다운 시리즈가 거의 반 독점적인 위치에 있습니다.
이러한 레슬링 게임=스맥다운 시리즈라는 업계 분위기를 생각해볼 때 이번 WWE 올스타즈의 발매는 그만큼 신선한 타이틀로 느껴지며, 실제로 THQ San Diego가 제작한 WWE 올스타즈는 오랫동안 WWE 게임을 제작해왔던 유크스와는 색다른 느낌의 게임으로 제작되었습니다. 해외에서는 지난 3월 PS3와 Xbox360 외에도 Wii, PS2, PSP로도 발매되었지만 아쉽게도 국내에는 5월 3일 PS3와 Xbox360 두 기종으로만 출시되었습니다. 비록 한글화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국내 발매가 물 건너가는가 싶은 시점에 출시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WWE 올스타즈의 타이틀 화면. |
해외에선 PSP나 Wii로도 출시되었다(사진은 PSP용). |
WWE 올스타즈의 가장 큰 포인트라 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과거의 레전드와 현재의 슈퍼스타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스맥다운 시리즈 역시 플레이어 스스로 레슬러 만들기 기능을 이용해 실제 선수를 재현하거나 다른 유저가 제작한 슈퍼스타를 인터넷 공유 기능을 이용해 받아볼 수는 있었지만 어딘가 아쉬운 부분은 있게 마련이었습니다. 그에 반해 WWE 올스타즈에 등장하는 슈퍼스타의 수는 비록 방대하다고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누구나 알만한 슈퍼스타만을 모아놨기에 로스터 자체에 대한 만족도는 무척 높은 편입니다.
어떻게 보면 WWE의 레슬링 게임은 액션 게임인 동시에 캐릭터 게임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저를 포함해서 "역시 스맥다운은 4편~5편 때가 제일 좋았어" 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이유 중엔 그 당시의 선수 구성이 그만큼 화려했던 것도 한몫하지 않나 생각될 정도니까요. WWE는 레슬러 개개인에 따른 팬층의 충성도도 높은 편이고, 게임을 선택함에 있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들이 로스터에 있느냐 없느냐를 극도로 신경 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WWE 올스타즈의 선수 구성은 WWE가 WWF였던 시절부터 레슬링에 열광했던 세대는 물론, 존 시나를 필두로 한 젊은 게이머까지 모두 포섭할 수 있는 로스터라 할 수 있습니다. 타이틀 그대로 올스타의 의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본 게임에 등장하는 더 락의 경우는 마치 초창기 시절의 더 락이 생각나는 생김새라 묘한 반가움까지 느껴지기도). 과거의 레전드 선수와 앞으로 레전드가 될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결을 펼친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WWE 올스타즈는 WWE 팬들의 큰 관심을 받을만한 타이틀입니다.
로프를 흔드는 등장 연출이 인상적이었던 워리어. |
얼마 전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마초맨. |
과거의 레전드와 현재의 슈퍼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결을 펼칠 수 있다. |
슈퍼스타의 구성은 약 30여 명으로, 헐크 호건, 얼티메이트 워리어, 마초맨, 밀리언 달러맨, 자이언트로 대변되는 과거의 레슬러와 존 시나, 랜디 오턴, 레이 미스테리오와 같은 현재의 인기 레슬러는 물론, 숀 마이클스와 트리플 H, 언더테이커와 같이 오랜 시간 꾸준하게 링 위에서 활약해온 선수들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링 위에서 보기 힘들어진 더 락, 스톤콜드 같은 선수들까지 매우 알차고 매력적인 로스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표지의 헐크 호건과 존 시나, 워리어와 랜디 오턴이 대립하는 그림은 WWE 팬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엔 충분해 보입니다. 현재 무료 DLC로 홍키 통크맨을 배포하고 있으며, 크리스 제리코 등의 다른 레슬러들도 유료 DLC로 등장할 예정입니다.
레전드와 슈퍼스타들로 꾸며진 로스터가 준비되어 있다. |
무료 DLC로 제공되는 홍키 통크 맨. |
사실 WWE 올스타즈의 비주얼은 최근 들어 PS3와 Xbox360에서 곧잘 찾아볼 수 있는 하이 퀄리티의 게임들과 비교하면 조금 수수하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잘 익은 닭가슴살을 보는 듯한 레슬러들의 쫄깃한 육질 표현 자체는 분명 나쁘지 않은 편이고, 각 선수들의 개성을 잘 살린 인물 표현 역시 만족스럽지만 그 외의 경기장 표현과 관중들의 표현, 전반적인 그래픽 수준은 평범합니다. 그에 반해 로딩 역시 그리 잽싼 편도 아닙니다. 이렇듯 다소 평범하다면 평범한 비주얼이라 할 수 있지만, 다른 레슬링 게임과는 달리 어느 정도 이러한 부분을 커버할 수 있는 것이 WWE 올스타즈만의 과장된 연출로, 스맥다운 시리즈와 다른 부분 중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알통이 터질 듯한(…) 워리어의 모습. |
무난한 수준의 경기장과 관객 표현을 보여준다. |
WWE 올스타즈는 선수들의 모델링에서부터 알 수 있듯 마치 미국의 영웅 만화에 등장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레슬러들의 찰진 덩어리 표현은 처음엔 다소 거부감을 느낄 정도로 과장되어 있는데다 시합 도중에는 선수들의 몸 주위로 알록달록한 색이 움직임을 따라 다양한 궤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레슬러들의 생김새뿐만이 아니라 그들의 모션과 기술 연출 또한 마치 레슬링 게임이 아니라 철권 시리즈를 보는 듯한 과장된 연출로 꾸며져 있어서 현실감 넘치는 경기를 원하는 게이머에겐 다소 멀게 느껴질 듯합니다. 숀의 팬들이라면 게임 상에서 표현된 숀의 얼굴과 육덕진 몸매를 본다면 "나의 HBK는 이렇지 않아!" 라며 마음이 찢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만화에나 나올 듯한 체형. |
육덕육덕 열매를 먹은 듯한 슈퍼스타들. |
또한 몇몇 기술의 경우에는 실제 연출과는 달리 중요 동작이 삭제되기도 했는데, 이는 해당 레슬러의 팬들에게는 더욱 실망스러운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일종의 캐릭터 게임일 수도 있는 WWE 기반 게임에서는 실제 캐릭터의 생김새는 물론 주로 사용하는 기술, 특히 시합의 백미라 할 수 있는 피니셔 연출이 게임 안에서 얼마나 완벽하게 재현되었는가는 게임 구매를 결정 짓는 부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래 플레이하다 보면 조금은 단조롭게 느껴지는 반복된 시점 연출이나 구시대의 유물이라 판단했는지 패드 진동을 지원하지 않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입니다(뒤표지엔 진동 지원이라 표기되어 있음에도).
각 선수들 특유의 움직임은 WWE 레슬링 게임으로선 기본 요소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
그리고 그러한 움직임이 게임상에서 기대한 그대로 보여질 때 유저들은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된다. |
하지만 보다 화끈하고 화려한 모습을 원하는 게이머들에게 WWE 올스타즈의 공중 콤보/공중 잡기와 피니셔의 연출은 기존 WWE 게임과는 색다른 재미로 느껴질 것이며, 스맥다운 시리즈와는 다른 WWE 올스타즈만의 호쾌한 진행은 분명 본 작품만의 장점이자 세일즈 포인트로 작용할 것입니다. 근육질의 레슬러들끼리 링 위에서 대결을 펼치는 WWE 레슬링의 성격상 오히려 이러한 과장된 연출을 원했던 게이머들 또한 적지 않을 것이고, WWE 올스타즈는 이러한 부분을 파고든 타이틀이라 평할 수 있습니다. 경기 내내 카메라가 격하게 흔들리고 링 구석에서 반대편 구석으로 처박히듯 날려가거나 상대를 발로 밟고 그 반동으로 뒤로 점프해 링 포스트로 올라가는 모습은 게이머들을 흥분시키기엔 충분해 보입니다.
과장되고 화끈한 레슬링을 표방한 게임이지만 공격 시스템은 꽤 세분화되어 있고 컨트롤러의 모든 버튼을 사용하는 조작 체계입니다. L1+R1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피니셔 게이지를 모을 수 있고, 피니셔 게이지를 다 모은 상태에서는 피니셔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피니셔 외에 에너지 게이지를 모아서 레슬러 고유의 시그너처 무브 두 가지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스맥다운 시리즈와는 타이밍이 다르지만 상대의 공격에 맞춰 L1 버튼을 누르면 리버설 공격도 가능합니다. 신속한 공격/강력한 공격/차지 공격/차지 잡기/달리기 공격 등 공격 체계가 세분화되어 있고, 레슬러들의 타입에 따라 콤보 공격이 타격기로 시작하느냐 잡기로 시작하느냐 달라지는 것 또한 특이한 부분입니다.
하늘 높이 치솟아 올라 스터너 일발 장전!! |
스터너 대주는 건 더 락이 참 시원시원했지요. |
일반적인 1:1 매치는 물론 토네이도 태그 매치와 케이지 매치 등 팬이라면 익숙할 게임 모드가 준비되어 있으며, 당연히 온라인 모드로 다른 플레이어와 매치도 가능합니다(비록 PS3 버전은 한 달 넘게 PSN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이지만). 스맥다운 시리즈 만큼 세세하게 설정할 순 없지만 유저 스스로 슈퍼스타를 제작할 수도 있으며, 여러 번의 매치를 거쳐가며 언더테이커를 비롯해 랜디 오턴과 디 제너레이션 X 등 WWE를 주릅 잡았던 레전드와 슈퍼스타, 태그팀에서 도전하는 모드인 패스 오브 챔피언즈 모드 역시 준비되어 있습니다.
또한 타이틀 표지에서 본 것처럼 판타지 워페어 모드를 통해 과거의 레전드와 현재의 슈퍼스타 간의 맞대결이 이루어지는, 말 그대로 드림 매치 모드인 판타지 워페어 모드도 있습니다. 특히 실제 WWE 영상을 화려하게 교차 편집해서 보여주는 판타지 워페어의 도입부는 그야말로 판타지 워페어 모드의 의미를 잘 살려주는 듯합니다. 하지만 이런 저런 모드가 있더라도 단발성의 이벤트에 가깝기 때문에 게임 전체의 볼륨을 생각하면 확실히 기존의 스맥다운 시리즈에 비해선 오랜 시간 끌고 갈 수 있는 지속력은 떨어지는 편입니다. 추후 예정되어 있는 캐릭터 DLC 제공은 이러한 게임의 약점을 어느 정도 보완하는 용도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조급증을 불러일으키는 케이지 매치. |
패스 오브 챔피언즈 모드를 통해 레전드에게 도전할 수 있다. |
매우 멋지게 편집된 판타지 워페어의 도입부 영상. |
게임에 등장하는 경기장의 수가 많은 편이 아닌데다 한 경기에 등장하는 레슬러는 최대 4명까지로 제한되어 있고, 로열 럼블 등의 이벤트 역시 플레이할 수 없는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레슬러는 DLC를 통해 추가할 수 있지만 다양한 게임 모드 지원은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접대 게임 수준을 벗어나 본격적으로 플레이를 해보려는 게이머들에겐 다소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을 듯합니다. 또한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일지 모르겠지만 선수들의 등장 연출이 실제의 그것보다 심하게 생략된 부분이 많은 것도 불만점이라면 불만점입니다. 스피디한 게임 진행을 위해서일 수도 있겠지만 좀 더 화려한 등장 연출을 원했던 유저들에데 WWE 올스타즈의 등장 연출은 너무 후다닥 처리된 듯한 느낌입니다.
아쉽게도 최대 난동 인원은 4명까지. |
몇몇 선수의 등장 연출은 너무 짧은 감이 있다. |
비록 같은 THQ를 통해 출시되는 게임이고, 같은 공식 사이트 내에서 함께 홍보를 하는 타이틀이지만 스맥다운 시리즈와 WWE 올스타즈는 많은 차이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선수 구성은 물론 시각적인 부분이나 게임 진행, 기술의 연출과 게임의 방향성까지 서로 다른 모습을 통해 같은 WWE 게임 카테고리 안에서 다양성을 추구한 모습입니다. 그리고 서로 다른 느낌의 게임들이기에 이번 WWE 올스타즈의 등장은 WWE 기반 레슬링 게임의 폭이 넓어지고 다양한 취향의 게이머를 끌어모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반갑게 느껴집니다.
로열 럼블이나 백스테이지 브롤 등의 다양한 대전 방식의 부재와 유저가 세세하게 시스템에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은 아쉬운 타이틀일 수도 있지만 WWE 올스타즈는 과감하게 극적인 연출을 시도한 게임이라 할 수 있으며, 아직 등장하지 않은 WWE의 레전드도 무척 많기에 후속작에 더욱 많은 기대를 하게 해줍니다(그리고 제발 디바 언니들도). 마치 옛날 오락실에서 플레이하던 것처럼 친구를 불러 즐겁게 떠들어가면서 플레이하기엔 WWE 올스타즈는 매우 어울리는 게임이고,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추억의 게임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점점 더 현실적인 게임이 많아지는 요즘 시대에 WWE 올스타즈는 말 그대로 게임 같은 게임이고, 친구와 플레이했을 때 더욱 즐거워지는 게임이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다양하지 않은 모드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
어쨌든 집에서는 게임으로만 만족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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