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노을이 아름답게 물드는 황혼의 도시, 트와일라잇 시티.
이 곳에 세워진 한 듀얼 필드에선, 지금 20대 정도로 보이는 외모를 가진 한 사내와, 10살 정도로 보이는 외모를 가진 한 소년의 듀얼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두 사람의 듀얼리스트가 맞붙는 듀얼 필드에는, 땅 속에서 살아가는 개미 한 마리 지나가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고, 또 그만큼 두 사람에게 찾아오는 압박감도, 장난이라는 말을 함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무겁게 다가오고 있었다.
약 20초 동안 이어진 고요하고 무거운 침묵 속에서, 듀얼 디스크에 세팅된 덱 위에서 다섯 장의 카드를 뽑는 하준과 켄.
오랫동안 이어진 침묵을 깨고, 두 사람의 듀얼이 드디어 시작된다.
""듀얼!!!!""
준's LP : 8000
켄's LP : 8000
듀얼 필드에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두 명의 듀얼리스트의 외침.
코인 토스 결과는 켄이 선공을 가져가게 되었고, 켄은 손에 쥔 다섯 장의 카드를 천천히 훑어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적의 플레이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지금 켄의 외모는 지명 수배로 인해 널리 알려진 그 모습이 아니라, 남들이 모르는 생판 엉뚱한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오랜 도주 생활로 인해 심히 헝클어지고 떡진 머리는, 어느새 윤기 흐르는 멋진 헤어스타일로 바뀌어 있었고, 복장 역시 도주 생활을 이어 가느라 상태가 해지고, 찢어지고, 늘어지고, 구겨진, 말 그대로 몸만 간신히 보호하고 있는 그것이 아닌, 완전히 새 것 그 자체의 깔끔한 패션.
이는 켄이 자신에게 주어진 어둠의 힘을 사용해 일시적으로 모습을 다르게 바꾼 것으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도록 되어 있게 설정되어 있었다.
자신의 손에 쥐어진 다섯 장의 카드를 천천히 훑어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플레잉을 찾는 켄.
잠시 후, 켄은 무려 4장이라는 많은 수의 카드를 뒷면 표시로 세트하며, 턴 엔드 선언으로 하준에게 턴을 넘겼다.
켄이 필드 위에 꺼낸 뒷면 표시 카드는, 몬스터 존에 한 장, 마법/함정 존에 세 장.
처음부터 4장의 카드가 뒷면 표시로 필드 위에 나타난 것을 목격한 하준은, 덱에서 카드를 뽑아 패에 넣은 뒤, 지금 켄의 필드를 뚫을 수 있는 전략을 머릿속으로 구상하기 시작했다.
'세트 카드만 4장... 저기에 뭐가 있는 걸까...'
"자, 꼬마. 어서 내 필드를 뚫어봐라."
'저 사람은 대체 뭘 믿고 저렇게 자신만만한 걸까... 일단 필드 위에 있는 카드들이 뭔지 확인해야겠어!'
"그럼 갑니다! 전 [BK 헤드기어]를 소환하겠어요!"
"하앗!"
하준이 선택한 방법은, 일단 전투로 뒷면 수비 표시 몬스터의 정체를 파악하는, 정공법으로 돌파하는 것이었다.
붉은 헤드기어를 착용한 불굴의 투지를 불태우는 복서, [BK 헤드기어]가 모습을 드러내자, 하준은 [헤드기어]의 효과를 발동해, 덱에 있던 또 다른 [BK] 몬스터, [BK 카운터블로]를 묘지에 보냈다.
만일을 대비한 보험을 하나 마련하고, 이제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켄이 구축한 필드를 돌파하려는 하준.
배틀 페이즈로 돌입한 하준은, 켄이 몬스터 존에 세트한 몬스터의 정체를 알아내고, 그 몬스터를 돌파하기 위해, [BK 헤드기어]에게 뒷면 표시 몬스터를 공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배틀! [헤드기어], 뒷면 표시 몬스터를 공격!!!"
"간다!!!"
투지를 가득 품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하준의 지시에 따라 뒷면 표시 몬스터에게 달려들어, 묵직하고 강력한 펀치 한 방을 꽂아넣는 [헤드기어].
[헤드기어]가 공격한 몬스터의 정체는, 바로 켄이 지금 사용하는 [방계] 덱의 핵심 몬스터라고 할 수 있는 레벨 1의 악마족 몬스터, [방계윤 비잠]이었다.
검은 몸체 중앙에 눈 하나, 위로 뻗은 나뭇가지 모양 촉수에 또 하나, 두 개의 눈을 가지고, 몸체 양쪽에는 마치 타락한 천사의 검은 날개 모양 촉수가 돋아나 있는, 기괴하다는 말로밖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는 몬스터, [방계윤 비잠].
[방계] 덱을 굴리기 위해선 반드시 3장을 넣어야 하는 필수 카드 중 한 장으로, 전투로는 파괴되지 않는 전투 내성 효과를 지닌 몬스터 카드이다.
그리고, [방계윤 비잠]에겐 이 카드의 존재 의의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또 다른 효과가 존재한다.
그 효과는 바로, 상대 몬스터와 전투를 실행한 대미지 스텝 종료 시, 전투를 끝낸 [비잠]을 마법/함정 존으로 이동시키고, [비잠]과 전투를 실행한 상대 몬스터에게 "방계 카운터"라고 하는 카운터 1개를 놓아, 그 카드의 공격권을 빼앗고, 그 몬스터가 가진 효과도 무효화시켜 버리는, [방계윤 비잠]을 상대하는 듀얼리스트 입장에선 꽤나 귀찮은 효과이다.
[BK 헤드기어]의 불꽃처럼 불타오르는 투지가 가득 찬 펀치를 몸으로 가볍게 막아내며, 검은색 몸뚱아리와 기괴하게 뻗은 촉수에 달린 두 개의 눈을 번뜩이는 [방계윤 비잠].
[비잠]이 내뿜는 강렬한 빛줄기에, 헤드기어는 하준의 필드에서 돌처럼 몸이 딱딱하게 굳어 버리며, 그 상태로 공격도 할 수 없고, 효과도 사용할 수 없는, 허수아비와도 같은 신세가 되어 버렸다.
[헤드기어]가 허수아비 석상 신세가 되어버린 것을 본 하준은, 얼굴에서 당황이라고 하는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뒷면 수비 표시로 필드 위에 나와있던 몬스터의 정체가 [방계윤 비잠]이라는 것도 놀랄 만한 일인데, 자신이 필드 위에 꺼내놓은 [헤드기어]가,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허수아비 신세가 되었다는 사실에 두 번이나 놀라, 자신이 짓고 있는 얼굴 표정에서 당황스러움이라고 하는 감정을 숨길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헤드기어]를 허수아비로 만들어 버리고, 자신은 마법/함정 존으로 유유히 빠져 나가는 [비잠]의 모습을 보며, 하준은 켄이 사용하는 [방계] 덱의 핵심 카드, [방계윤 비잠]을 공략할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켄의 덱 핵심 카드인 [방계윤 비잠]을 공략하기 위해선, 우선 다음 턴을 노려야 하는 수밖에 없다.
머릿속으로 다음 턴에 [비잠]을 공략할 방법을 궁리하는 하준은, 패에 쥐고 있던 카드 2장을 필드 위에 세트한 뒤, 그대로 턴 엔드를 선언하였다.
하준이 꺼낸 [헤드기어]는 [비잠]이 발산한 빛에 의해, 회색의 석상이 되어 아무 것도 하지 못 하는 상태.
하준의 필드 위에 석상처럼 굳어버린 [헤드기어]의 상태를 확인하고, 자신이 손에 쥔 두 장의 카드를 훑어보던 켄은, 이번 턴에는 필드에 단 한 장의 카드도 꺼내지 않고, 지난 턴에 구축한 필드 상태 그대로 턴 엔드를 선언하였다.
켄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턴 엔드를 선언하자, 하준과 키벨은 켄이 왜 저럴까 싶은 의문을 느끼며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웠다.
마법/함정 존으로 이동한 [비잠]은, 자신 턴에 다시 몬스터 존으로 이동할 수 있는 자유로운 이동 효과가 존재한다.
그러나 [비잠]을 몬스터 존으로 이동시키지 않고 마법/함정 존에 그냥 놔둔다는 것은, 자신의 라이프 포인트를 지켜 줄 몬스터가 필드 위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켄이 [비잠]을 이동시키지 않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필시 안 좋은 계획을 꾸미고 있는 건 확실해 보였다.
하준은 진지한 표정으로 덱에서 카드를 드로우한 뒤, 자신의 패에 존재하는 카드들을 천천히 훑어보기 시작했다.
지금 하준의 패에 존재하는 카드는, [BK 글라스조], [BK 어퍼커터], [불꽃성검-『듀란달』] 2장.
이 카드들로는 [비잠]을 완벽하게 공략할 순 없지만, 적어도 켄의 라이프 포인트에 대미지를 줄 순 있다.
하준은 결의에 찬 표정으로, 자신의 패에 쥐고 있던 또 다른 [BK] 몬스터, [BK 글라스조] 카드를 듀얼 디스크에 꽂아 넣었다.
하준이 듀얼 디스크에 카드를 꽂아 넣자, 솔리드 비전이 비추는 화사한 빛의 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또 다른 투사, [BK 글라스조].
불꽃처럼 타오르는 투지를 두 주먹에 두른 권사, [BK 글라스조]는, 하준의 필드 위에서 자신감을 내보이며 모습을 드러내어, 하준의 지시에 따라 켄을 향해 불타는 투지를 휘감은 주먹을 휘둘렀다.
"배틀! [글라스조]로, 다이렉트 어택이에요!!!"
"하앗!!!"
자신의 투지를 휘감은 두 주먹을 힘껏 부딪히며, 켄을 향해 불타는 투지의 주먹을 내지르는 [글라스조].
하지만 켄은 오히려 그걸 기다렸다고 말하는 것처럼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첫 턴에 필드에 세트해 두었던 3장의 카드 중 1장을 공개하였다.
"그걸 기다렸지."
"네...??"
"함정 발동! [방계강세]!!!"
켄이 첫 턴에 세트해 두었던 리버스 카드 3장 중 1장은, 바로 상대 몬스터의 공격 선언 시에 발동하는 함정 카드, [방계강세].
[방계강세]는 자신의 덱에서 [방계윤 비잠]을 특수 소환하고, 상대 몬스터의 공격 대상을 필드 위에 특수 소환한 [비잠]으로 옮기는, 이른바 상대의 공격을 유도해서 상대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카드라고 할 수 있는 카드이다.
하준이 [글라스조]로 공격 선언을 실행한 것을 트리거로 삼아 켄이 발동한 함정 카드, [방계강세] 카드가 강렬하게 빛나고, [방계강세] 카드가 내뿜는 빛 안에서, 켄의 마법/함정 존에서 하준을 바라보는 [비잠]과는 또 다른 [비잠]이 필드 위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켄의 필드 위에 나타난 2번째 [비잠]은, 켄에게 향하는 [글라스조]의 눈 앞에 나타나, [글라스조]가 휘두르는 투지의 주먹을 가뿐하게 막아내며, 이후 첫 번째 [비잠]이 그랬던 것처럼 두 개의 눈에서 강렬한 섬광을 번뜩여, [헤드기어]와 마찬가지로 [글라스조] 역시 아무 것도 하지 못 하는 허수아비 신세로 만들어 버렸다.
순식간에 2명의 투사가 아무 것도 하지 못 하는 딱딱한 석상 신세가 되어 버리고, 2명의 투사를 허수아비 신세로 만든 [방계윤 비잠] 2마리는, 마치 하준이 잘못된 판단으로 2명의 투사를 석상으로 만든 것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마법/함정 존에서 자신들이 가진 두 개의 눈알을, 까득까득 거리는 소리와 함께 기괴한 형태로 이리저리 굴려대는 모습을 보였다.
2마리의 작은 악마가 기괴한 표정으로 눈알을 이리저리 굴려대는 모습에 하준은 머리 끝까지 열이 차올랐으나,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는 것은 하준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자신의 공격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사실에 크게 실망하며, 그대로 턴 엔드를 선언하였다.
하준의 턴이 끝나고, 다시 돌아온 켄의 턴.
켄은 자신의 패에 쥐어진 석 장의 카드들을 바라보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섬뜩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왔구나, [오벨리스크]...!!! 이제 남은 카드는 한 장...!!!'
"그럼 난, 마법/함정 존에 지속 마법 취급으로 놓인 [비잠] 2마리의 효과를 발동! 다시 전장으로 나가라, [비잠]!"
"크읏...!!!"
켄이 마법/함정 존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비잠] 2마리에게 명령을 내리자, 마치 그것만을 기다렸다고 말하는 것처럼, 공중에 둥실둥실 떠오르며 몬스터 존으로 이동하는 2마리의 [비잠].
여유로운 움직임을 보이며 몬스터 존으로 이동한 2마리의 [비잠]은, 하준을 향해 기분 나쁜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비잠]이 보내는 눈웃음은, 마치 넌 켄의 털끝 하나도 건드릴 수 없고, 넌 이 듀얼에서 반드시 패배할 것이라는 조롱을 담은, 보는 사람의 입장에선 불쾌함이 드러나는 눈웃음이었다.
[비잠] 2마리가 보내는 조롱의 눈웃음에, 하준은 마음 속에선 마그마처럼 뜨거운 열이 부글부글 끓어 올랐지만, 듀얼리스트로써 냉정을 잃는 것은 곧 패배로 향하는 지름길이라는 말을 떠올리고, 마음 속에 끓어오른 분노를 꾹꾹 눌러 삭혔다.
"침착하자, 하준... 넌 할 수 있어."
"네 턴이다, 꼬마야. 어서 뭐라도 해 보시지."
"갑니다! 전 레벨 4의 [글라스조]와 [헤드기어]로, 오버레이 네트워크를 구축!!!"
켄이 뭐라도 해 보라며 하준을 도발하자, 켄이 시전하는 도발을 맞받아치듯이, 석상이 된 [글라스조]와 [헤드기어]로 엑시즈 소환을 실행하는 하준.
하준이 엑시즈 소환을 선언하자 필드 위에는 당장이라도 모든 것을 빨아들일 것처럼 거칠게 휘몰아치는 블랙홀이 나타났다.
잠시 후, 석상이 된 두 명의 투사는 불타는 불꽃처럼 붉은 빛이 되어, 필드 위에서 휘몰아치는 블랙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두 투사를 빨아들인 블랙홀은 이내 거친 폭발 소리를 내며, 두 명의 투사를 새로운 투사의 모습으로 바꾸어, 하준의 필드 위에 새로운 불꽃을 피어 오르게 하였다.
"영혼에 숨겨둔 불길을 주먹에 나타내라!!! 엑시즈 소환!!! 랭크 4, [BK 구속만병 리드블로]!!!"
"하앗!!! 타앗!!!"
두 명의 투사의 영혼을 하나로 겹쳐, 블랙홀 안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불꽃의 투사.
영혼의 불꽃을 주먹에 휘감아, 상대에게 강력한 일격을 먹이는, 강력한 힘을 가진 불꽃의 투사.
그 이름은 바로, [BK 구속만병 리드블로].
하준의 필드 위에 [BK 구속만병 리드블로]가 모습을 드러내자, 켄은 순간 당황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으나, 짧은 순간에 표정을 바꾸어 보이며, 그 몬스터도 곧 허수아비 신세가 될 것이라고 말하였다.
켄이 도발을 하거나 말거나, 그런 건 이미 하준은 관심 밖으로 밀어낸 지 오래였다.
과연 [BK 구속만병 리드블로]를 필드 위에 불러낸 하준은, 일시적으로 외모를 바꾼 켄 브라운이라는 희대의 살인마에게서, 뜨거운 승리를 쟁취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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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3 19화 연재 완료!!!
이번 편은 준이와 켄의 듀얼 에피소드를 적어 보았습니다.
이게 여러 편으로 나뉘어질 줄은 몰랐네요...ㅠㅠ
과연 준이는 [BK] 덱으로 [방계] 덱을 사용하는 듀얼리스트, 켄 브라운을 이길 수 있을까요....!!!!
그러면 이상으로 이번 편을 마치겠습니다.
모두 다음 편에서 만나요, 제발~
(댓글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