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짭새 놈들도 참 끈질기군. 나 같은 놈 하나 잡겠다고 아우성이라니... 하긴, 짭새들이 하는 일이 나 같은 범죄자들을 잡아서 감옥에 쳐 넣는 거니, 혈안이 되지 않으면 그건 그것대로 재미없지."
트와일라잇 시티의 길거리에 위치한 어느 어두컴컴한 뒷골목.
사람은 커녕 개미 한 마리도 지나가지 않을 것만 같은 뒷골목의 한 켠에 기대어, 거친 숨을 내쉬며 자신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경찰과 "시큐리티 포스"를 동시에 조롱하는 한 남자가 있다.
지금 이 뒷골목에 서 있는 남자의 정체는, 바로 전국적으로 지명 수배령이 떨어져 있는 흉악범, "켄 브라운".
오랜 시간 동안 도주 생활을 해 와서 그런지, 그의 몰골은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
검은 머리는 언제 감은 것인지도 모를 정도로 이리저리 헝클어지고 떡이 져 있었고, 얼굴은 근처에서 급하게 세수를 마치고 온 건지, 아직 물기가 다 마르지 않은 상태인,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오랜 도주 생활로 인해 그가 입은 카고바지는 여기저기 찢어진 흔적이 많이 보이고, 티셔츠 역시 팔과 몸체 부분에 흙먼지가 다닥다닥 묻어 있는 건 물론, 이곳저곳에 불규칙하게 찢어지고 구겨진 흔적도 보인다.
이쯤 되면 생활은 고사하고 살아있는 것이 기적인, 그의 말마따나 오늘 내일 하는 사람 그 자체였다.
"애프터라이프"와 "암흑 날개"를 거쳐 지금까지 도주 생활을 해 온 그는, 자신이 모셨던 사악한 어둠의 신, "아스트라이모나드"를 다시 이 세상에 불러오기 위해, 얼마 전 로엔그린 시티 박물관에서 펼쳐져야 했을 전시회에서 전시용으로 사용할 복제 삼환신 카드를 훔쳐 달아났고, 이 삼환신 카드를 사용해 수많은 듀얼리스트를 습격했으며, 자신을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 대원 3명을, 듀얼 도중 삼환신의 힘을 사용해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 하게 기절시킨 뒤, 자신이 가지고 있던 휴대용 나이프로 기절한 대원들의 심장을 수 차례 찔러넣어, 자신을 체포하려 한 3명의 경찰 대원의 목숨을 빼앗은, 수많은 흉악범 중에서도 톱 클래스에 속하는 흉악범이라고 할 수 있다.
복제 삼환신을 사용할 때마다 자신의 수명이 계속해서 깎여 나가는 것을 느끼고 있는 켄이지만, 그는 거기에 크게 개의치 않는 반응을 보였다.
어차피 어둠의 세례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자신은 곧 죽을 운명이고, 어둠의 신 "아스트라이모나드", 약칭 "아트몬"을 다시 이 세계에 강림시킬 수만 있다면, 켄은 자신의 수명 따위는 하찮은 것에 불과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복제 삼환신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신의 분노를 사는 바람에, 켄은 죽음이라고 하는 거친 고비를 여러 번 넘겼으나, 그 때마다 어둠의 신에게서 받은 힘을 사용해, 신의 분노를 억누르며 복제된 신을 자신 마음대로 쥐락펴락하곤 하였다.
그러나 이제 켄이 평생을 다해 모셨던 "아스트라이모나드"는 이 세상에 없고, 지옥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자신이 저지른 악행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덕분에 어둠의 신이 켄에게 내려준 어둠의 세례의 힘은, "아스트라이모나드"가 배 다른 형인 빛의 신, "아케루스"와 함께 죽음을 맞이한 7년 전 그 날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해서 약해지는 것을, 켄 스스로도 몸으로 생생하게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켄은 자신이 모셨던 어둠의 신, "아스트라이모나드"를 다시 이 세상에 강림시키고, 이 세상을 그의 뜻대로 쥐락펴락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7년 전 그 날부터 지금까지 세례의 힘을 계속해서 깎아가며 자신의 목숨을 유지하고 있었다.
켄에게 있어 어찌 보면 산소 호흡기나 마찬가지인 어둠의 세례가 가진 힘은, "애프터라이프"의 잔당들이 모여 만든 악의 조직, "암흑 날개"의 완전한 파멸 이후로 점차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언제, 어디서 죽을 지 모르는 시한부 인생이었으나, 켄은 경찰에게 잡혀 감옥 안에서 생을 마감할 수는 없다는 일념 하나로, "암흑 날개"의 완전한 파멸 이후로 지금까지, 경찰과 "시큐리티 포스"의 눈을 피해 도주 생활을 이어 나갔다.
도주 생활을 하는 동안 수 차례의 범죄를 저지르며, 덕분에 경찰과 "시큐리티 포스"에게 있어 요주의 인물로 낙점된 인물, 켄 브라운.
절도는 이미 수 차례나 저지른 적이 있을 정도로 기본 스킬로 장착한 상태였고, 필요에 따라선 살인도 마다하지 않고 저지르는 켄.
어둠의 신은 이미 이 세상에서 생을 마감했고, 또 켄 본인 역시 이미 자신의 수명이 서서히 꺼져 가고 있는 걸 느끼고 있었기에, 어차피 악의 길을 걷게 된 이상 이 세상에서 못 할 것이라고 할 것은, 켄 브라운이라고 하는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없었다.
켄의 마지막 사명. 그것은 바로 어둠의 신 "아스트라이모나드"를, 다시 이 세상에 강림시켜, 그가 만들 세상을 자신의 두 눈으로 목격하고 생을 마감하는 것.
"아트몬"이 가지고 있던 이상적인 세상의 진실은, 바로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을 무(無)로 돌린 뒤, 자신의 마음대로 우주를 다시 창조하여, 그 우주를 지배하는 절대 신으로써 군림하는 것이었다.
"애프터라이프"와 "암흑 날개"에서도 극소수만이 알고 있는 이 극비 사항은, 켄 역시 "애프터라이프"의 단원 시절부터 알고 있었던 진실이었다.
자신조차 남지 않는 무(無)의 세상에서, "아트몬"이 재창조할 우주를 자신의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싶었던 켄은, "아트몬"을 다시 이 세상에 강림시켜, "아트몬"이 만들 우주를 두 눈으로 보고 싶다는 강한 일념으로, "아스트라이모나드"가 자신을 포함한 모든 "애프터라이프" 단원들에게 직접 하사한 어둠의 세례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한 지금까지도 도주 생활 및 범죄 행각을 이어오고 있다.
어둠의 세례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지만, 자신이 훔친 복제판 신의 카드를 제어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허나, 아무리 모습과 힘만이 복제된 가짜라 할 지라도, 전설의 신의 카드는 그 이름에 걸맞는 강력하고 무시무시한 힘을 보였다.
듀얼을 할 때마다 켄 자신의 수명을 계속해서 깎아야 하고, 거기에 더해 자신에게 주어진 얼마 남지 않은 어둠의 세례를 사용해, 모습과 힘만이 복제된 가짜 신을 제어해야 했다.
이는 곧 켄의 죽음이 계속해서 앞당겨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켄은 언제 신의 분노를 받아 이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게 될 지 모른다.
켄은 자신의 수명이 다 하기 전에, "아스트라이모나드"가 재창조할 우주를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 했기에, 죽음이라는 고비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지금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생명줄을 질기게 이어 나가고 있다.
시간이 조금 지난 뒤, 뒷골목 근처 거리에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것을 목격한 켄.
그는 "암흑 날개"의 하샤신으로 일하던 시절의 빠른 몸놀림을 살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마치 "시큐리티 포스"의 닌자 대원들처럼,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날렵한 몸놀림으로 시민들의 눈을 피해 움직이는 켄.
잠시 후, 듀얼 필드가 있는 어느 공원에 도착한 켄은, 여기까지 달려오느라 목까지 차오른 숨을 돌릴 겸, 공원 내부에 비치된 벤치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았다.
여러 모양을 띤 하얀 구름이, 자신의 길을 따라 움직이는 푸른 하늘.
이 하늘을 곧 새카만 어둠으로 물들여야 할 자신의 사명을 계속해서 되뇌이던 켄은, 잠시 고개를 숙여 듀얼 필드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바라보았다.
켄의 두 눈에 들어온 듀얼 필드는, 현재 두 명의 소년이 듀얼 훈련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자신의 두 눈에 10살 정도로 보이는 두 명의 소년이 들어온 것을 본 켄은, 도주 생활 내내 초점을 흐렸던 눈동자를 다시 반짝였다.
두 소년이 보이는 듀얼 훈련은, 아름답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화려하고 웅장한 느낌을 주었다.
거센 폭풍과 함께 빛이 번쩍이고, 빛의 길을 따라 모습을 드러내는 전사들의 모습.
자신의 두 눈에 들어온 광경을 목격한 켄은, 후에 마음 속으로 정상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끔찍한 생각을 품었다.
저 두 소년들이라면, 저 두 소년들이 보이는 듀얼 파워라면, "아스트라이모나드"를 다시 이 세상에 강림시킬 수 있는 충분한 양분을 모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이 세상에 다시 어둠의 신이 강림해 이 우주를 무(無)로 되돌리고, 어둠의 신이 만들어 낼 새로운 우주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구역질나는 사악함을 풍기는 생각을 품은 켄은, 자신이 앉아있던 벤치에서 벌떡 일어나, 자신의 두 눈에 잡힌 두 명의 소년을 향해, 천천히, 조심스럽게 발을 움직인다.
두 소년을 향해 몸을 움직이는 켄의 눈동자에는, 자신에게 주어진 목적을 반드시 완수하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더러운 방법이라도 불사하고야 말겠다는, 구역질나는 사악함이라고 하는 것이 불꽃처럼 불타오르고 있다.
켄의 몸에 맴돌기 시작하는 구역질나는 사악함이라고 하는 것이 전해주는 쾌락에, 켄 브라운이라고 하는 이 흉악범은, 지금 기쁨이라고 하는 감정을 넘어, 자신의 사명을 이룰 수 있다는 쾌감에, 몸에서는 황홀함이라고 하는 감정까지 그의 주변을 맴돌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켄 브라운은 이 평화로운 황혼의 도시, 트와일라잇 시티에서 무슨 짓을 벌이려는 것일까.
그리고, 켄 브라운이라는 희대의 악마에게 목표로 찍혀버린 하준과 키벨은, 켄 브라운이 자신들을 향해 서서히 뻗어가는 흉악한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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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3 18화 연재 완료!!!
이번 편에선 지난 화에서 정체가 밝혀진 켄 브라운의 이야기를 조금 써 보았습니다.
과연 준이와 키벨은 지명수배자 켄 브라운의 사악한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그럼 이상으로 이번 편을 마치겠습니다.
모두 다음 편에서 만나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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